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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30. 13:44
   미국은 좋은 면도 많지만 특이하게 안좋은 점도 제법 있어 정을 붙이기 어려운 나라이다. 미국 성인인구 100명중 1명은 감옥에 있다. 230만명의 인구가 감옥에 있는데, 이는 미국의 15개 주의 인구보다 많은 숫자라고 하니, '자유인의 나라'(Land of the Free)라는 미국의 독립선언서의 문구가 무색하다.  미국 사람들은 처벌에 관한 한 아주 냉혹한 사람들이다. 다른 나라라면 감옥까지 보내지 않을 잘못도 미국에서는 잡아 가두며,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가두어 둔다. 심지어는 최저 형량을 법으로 높이 설정하여 판사의 재량권을 금지하기까지 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사법기관을 두려워한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카우보이의 나라이다. 선과 악은 분명히 구분되며 악한은 반드시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원칙에 투철하다. 먹고 살기 위해 혹은 상황에 몰려서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으리라는 동정적인 시각은 환영받지 못한다. 범죄자도 자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며, 자신도 부모를 잘 못 만나거나 불운이 겹치면 죄를 저질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미국적이지 않은'(unamerican) 불온한 사상으로 공격받기 십상이다.  많은 지역에서 판사를 주민 투표로 선출하는 데, 이들은 범죄자에 대해 보다 더 가혹하게 처벌하여 안전을 가져오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하기에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며 범죄자에 대해 관대한 재판관은 설 자리가 없다.

  이렇게 엄청난 수의 사람을 감옥에 가두어 두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수감자 한명당 18,000-50,000달라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돈을 범죄의 원인이 되는 빈곤과 무지를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련만. 미국 사람들은 무지와 가난을 개선하는 데 쓰는 돈은 매우 아까워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담을 좀더 높이 쌓고 위반자에게 좀더 가혹한 처벌을 가하는 데 사용하는 돈은 펑펑 쓴다.

  2001년 9.11 사태로 미국인이 테러의 위험에 노심초사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어서 이라크를 침공하여 그 전쟁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전쟁에 퍼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의 삼분의 일이라도 그나라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썼다면 미국인은 훨씬 안전한 세계의 지도자로 칭송받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전쟁을 치루면서 지출한 돈의 많은 부분은 미국의 군인과 미국의 전쟁관련 회사와 그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으니까,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헛된 낭비는 아닐 수도 있다. 엄청난 수의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재판하고 가두는 데 쓰인 돈 역시 그러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안전 관련 사업을 흥하게 하는 데 투입되었으니까 반드시 공중으로 사라진 돈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범죄자를 잡아 가두어도 거리에는 항시 새로운 범죄자들이 출현하고,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전쟁을 해도 미국인의 안전은 테러의 위협에 변함없이 노출되며, 그렇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쓰고도 사회가 살기 좋은 쪽으로 개선되지 않는 데 있다. 미국의 의료 비용이 다른 나라의 1.5~2배에 달하지만 미국인의 건강 수준은 훨씬 열악한 것처럼, 미국 사회의 안전 보장 비용도 다른 나라의 몇배를 쓰지만 훨씬 안전하지 않은 사회인 것을 볼 때, 미국 사회의 어떤 측면은 모방해서는 안될 나쁜 모델로 연구하고 가르침을 얻을 가치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