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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23. 16:48

요 며칠 동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Top Secrete America라는심층 취재 시리즈 기사를 읽었다. 특별 취재팀을 구성하여 미국 정부의 보안정보시스템을 2년간 조사해서 터트린 폭로 기사이다.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가 닉슨대통령의 선거부정을 폭로한 워터게이트와유사한 폭발력을 노리는 프로젝트이다. 보안정보분야라는 매우 민감함 영역을 민간인이 심층 취재하여 공개까지이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기사에서 폭로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보안정보 분야의 규모는 그야말로 엄청나다.1,271개 정부 기관과 1,931개 민간 기업이 전국에10,000개의 사업장에 산재되어있으며, 종사하는 인력만85 4천명에 매년 50,000개의 정보 보고서를생산해내고 있다. 이러한 보안정보 사업은 2001 9.11 사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현재도 계속 증가 일로이다.

 

9.11 사태는 미국인들이 최강대국의 시민으로서 누리던 안전한느낌을 한 순간에 빼앗아갔다. 이후 미국인은 외국 여행을 할 때는 항시 테러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불안감을 지고 다녀야 했다. 무엇보다 미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은, 미국과 미국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지구상에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시 상기하게 되었다는점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적인 방식이 세계의 최고라고 믿고 있고 세계의 사람들도 이를 동경하고 따를 것이라고생각했기에, 감히 이것에 반대하고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설사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하여도 이것은 단순히 시기심의 표현에 불과하므로 무시하면 된다는 것이 그때까지 미국인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엄청난 자부심이 9.11 사태로 배반당했을 때 엄청난 분노가표출되었으며, 전세계에 모든 가상의 적을 감시하는 보안정보 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행위로 나타났다. 효과를 따지지 않고 돈과 인력을 무한으로 투입한 결과, 보안정보분야는 통제가 불가능한 괴물로 자라났다. 첩첩이 비밀로 둘러싸고 상호 조율되지 않은 투자와 인력으로마구 증식된 정부의 정보 사업은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집된 정보가너무 많기에 오히려 전혀 쓸모가 없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 가을에 발생한 비행기 테러 미수 사건은우연히 테러리스트의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수상한 행동을 목격하고 격투 끝에 제압하여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투자한 엄청난 돈과 인력과 첨단 정보 기술은 실제 테러를 막는 데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군사와 보안정보 사업 분야에서 강대국 내지 선진국의 속성을 본다. 세계정치경제 질서에서 상위를 유지하기 위해 하위에 처한 국가와 경제와 사람을 감시하고, 자신의 이익에 위해가될만한 요소를 차단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러한 사업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고급 인력이 종사한다. 박사급의 수학자, 언어학자, 컴퓨터전문가,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 등 고급인력이 고임금을 받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을 한다.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에서 투자 분석을 하는 사람이나, 여론조사회사의 여론 분석가들이나, 광고회사의 소비자 반응 분석가들과 동일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조업이 사라지고 분석가’(analyst)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보안정보 산업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사람들은 군사나 보안 정보 산업을 환영한다. 전투기를 제조하는 일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훨씬 더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며, 정보 분석 업무는 높은 교육을 받은 고급인재를 필요로 하며,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한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정보원이고급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보안 정보 사업은 자기 모순적인 성격을 지닌 듯하다. 나를 반대하고위해할 수 있는 것은 뚜렷이 특정 지을 수 없다. 적이 누구인지도 뚜렷이 알 수 없는 데다가, 설사 나에게 위해가 되는 세력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파악하기 어렵다. 나를 해칠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고 있다는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도 이것이 과연 안전한 상황을 의미하는지 혹은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력이나 위험 요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지 구분할 수 없다. 이런면에서 정보 사업은 지나치게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하여 수집된정보가 너무 많으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이 세계 구석구석에 세력을 뻗치고 있는 나라는 자연히 여러 곳에서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는 상황을초래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게 빼앗긴 것에 복수를 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은 상존한다. 지구촌의 일원인 미국과 미국인에게 가해질 수 있는 테러의 가능성을 모두 틀어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에서 미국인이 테러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강대국의시민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가?

 

미국인의 삶에서 안전의 문제는 항시 중요한 관심사이며, 국가 수준에서는물론 개인의 수준에서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입한다. 어느 곳이 안전한지, 어디에는 가면 안 되는지, 어떤 사람이 위험한지를 항시 의식해야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입구에 상시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는 건물에서 일하고 담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통제된주거단지에서 살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상류층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는 데 익숙하며 일반이 쉽게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살면서 특권의식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중류층도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야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킬 수 있으며, 나라 전체가 안전 노이로제 속에서 불안감을 줄이려고 광분하고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마다 엄청난 보안 절차와 지겨운 표정을 짓고 일하는 수많은 보안 요원들을 보면서슬퍼진다. 이러한 돈과 사람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쓰여지면 훨씬 살기 좋은 사회가 될 텐데.. 미국 대도시의 슬럼가에서 목격하는 다 허물어져가는 건물과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는 비참한 삶을 옆으로 하고, 이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미국정부의 보안정보 사업이 엄청나며 담당자도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첩첩이 비밀에 싸여 있고 중첩된 비효율을 보인다고 매섭게 비판을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보안 노이로제로 볼 때 어느 정도는 그럴 수밖에 없음을 간과한 지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보안 노이로제의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지 않는 한, 안전에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상대를 감시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