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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에 해당되는 글 4건
2021. 8. 22. 22:15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저자는 정치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의 나라들이 오랫동안 안정되고 흥성하면 반드시 쇠퇴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유를 설명한다. 그의 이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랫동안 안정된 사회에는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 형성되면서, 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생산성 향상에 실패하면서 경쟁국들에게 뒤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여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공모를 한다. 사회의 다수는 이들 소수들의 이익집단에 대항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집단 행동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수는 조직하기 힘들며, 공짜 편승(free rider)의 문제로 인하여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들의 집단은 경제의 효율성을 갉아먹으며, 정치를 분열적으로 만든다. 소수들의 이익 집단들 내에서 의견을 조정하려면 많은 노력을 요함으로, 결국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조정하는 정치는 의사결정을 더디게 만든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소수의 집단들이 공모하여 전체의 생산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향은 필연적이므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오래 번성하던 국가는 거의 모두가 결국 정체하고 외세의 침략에 무너졌다.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지배하는 정치는, 기술과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는 방식의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면, 소수들의 집단의 이익이 훼손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힘은 생산성의 향상을 어렵게 만들며 성장을 둔화시킨다. 소수들의 집단은 사회를 배타적으로 만들며 다양성을 제한한다. 이익집단의 수가 늘고 힘이 커지면, 정부의 규제가 복잡해지고, 정부의 규모가 커지고, 결국 사회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며 정체된다.

저자의 이론은 영국이 산업혁명 이래 역동적이었던 경제가 19세기 후반으로 들면서 왜 정체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한편, 일본과 독일은 두차례의 전쟁에 패한 이후에 빠른 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기존의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전쟁을 통해 모두 사라지면서, 새로이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대만도,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기득권 집단이 사라지고 판을 새롭게 하여 시작하였기에 빠른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반드시 전쟁이 아니라도, 국가 통합이 이루어지거나 자유무역이 확대되는 경우, 소수들의 기득권집단이 지배하는 지형은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유럽 통합이 전자의 대표적 예이며, 2차대전 후 미국의 주도로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확대된 것이 후자의 예이다. 기존에 보호무역의 장벽 뒤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들은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해외로부터의 경쟁에 노출되고, 이들은 변화할 수 밖에 없었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남미의 국가들이 수입대체 산업화를 표방하면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한 결과 경제가 정체한 반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해외 무역에 집중하여 경제를 개방하였기에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중세의 길드 조직, 인도의 카스트, 제삼세계의 인종과 민족 갈등와 같은 극도의 불평등, 편견, 차별을 포함하는 사회구조는 생산성 향상을 막는다. 이러한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사회구조의 지배층들이 새로운 변화와 효율적인 자원의 재분배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누리는 소수들의 집단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변화를 거부한다. 이것이 제삼세계가 가난한 주요 이유이다. 

소수의 이익집단은 보편적인 법의 적용을 막는다. 대신 법을 뒤틀어, 즉 예외 조항을 덧붙이고 규제를 복잡하게 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집행되게 만든다. 사회가 오래 안정될수록 법 조항이 복잡해 지고,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에 봉사하는 전문직 집단들이 두텁게 형성된다. 세무사, 변호사, 금융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저자의 집단행동 이론 (logic of collective actions)은 사회과학계에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치경제 이론 역시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평이한 서술이지만, 그의 설명은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국에서 왜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지, 많은 사회에서 왜 혁신적인 기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그의 이론을 따른다면, 역사는 일종의 사이클을 그릴 것이다. 오랫동안 흥성하면, 결국 정체하다, 다른 나라에 따라잡혀서 뒤지게 되고, 전쟁을 통해서 판이 뒤업어지면, 다시 새판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이다.  사회가 오랫동안 안정되면 점차로 불평등이 확대되게 되고, 결국 전쟁이나 엄청난 갈등을 통해 뒤집어지면서 불평등이 완화고, 다시 점차 불평등이 확대되는 사이클을 그린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논리를 집단행동 이론으로부터 유추해내었다. 즉 마이크로 이론으로부터 매크로 이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대단한 독창성이다.

2021. 6. 29. 14:54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저자는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산업국 각각에 대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생산성의 향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이 생겨나는 것을 장려하고, 이들이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네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 state-guided capitalism, 족벌적 자본주의 oligarchic capitalism,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big-firm capitalism, 기업가 자본주의 entrepreneurial capitalism.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부가 생산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한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는 이 모델이 효율성을 발휘할지 모르나, 경제가 기술의 정점 단계에 도달 했을 때 관료적 비효율의 함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족벌적 자본주의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 모델에서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뿐 경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제 발전은 기득이권 구조의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데, 대기업은 관료적 비효율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비효율적이며, 기득권 지위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혁신을 질식시키는 성향을 보인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1970년대 이래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율이 계속 높은 이유는 혁신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보이는데,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며, 혁신 기업이 낳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면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네가지 필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기업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빨라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된 몇가지 부대 조건으로, 사업이 실패할 때 합리적으로 파산할 수있어야 하며, 금융기관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비교적 잘 작동해야 하며,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산권의 보호와 법에 의한 계약의 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업가의 활동을 저해하는 부정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 파이를 빼앗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재능이 흐르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는 물론이고, 소송과 로비를 통해 제로섬의 다툼을 벌려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힘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생산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경쟁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래도록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면 혁신은 질식된다. 반독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무역과 해외투자를 개방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항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 repetitive entrepreneur 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여 생산성 향상을 거두는 기업 inovative entrepreneur 가 그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업가가 강점이 있으나, 이들이 개발한 것을 다듬어서 대량생산 체제로 연결시키는데에는 대규모 기업이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혁신 기업과 대기업이 적절히 조합된 체제가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은행이 기업과 밀착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대기업이 지배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생산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채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잡았다.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는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있으므로, 유럽과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노동을 포함한 전반적 규제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수혜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이 좌절될 것이다.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신규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혁신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신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고 인센티브가 살아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생산으로 연결시킴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허사이다. 정부가 지도하여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시장의 힘이 잘 작동하는, 즉 능력있는 개인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1970~80년대의 부진을 씻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경쟁이 잘 살아있을 때, 즉 모든 사람들이 기득 이권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해서 살아갈 때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일본이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를, 바로 그들이 풍요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진단이다. 지난 세기 전체를 걸쳐 미국의 꾸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 체제의 강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1. 2. 26. 17:37

Charles Goodhart and Manoj Pradhan. 2020.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Ageing societies, waning inequality, and inflation revival. Palgrave Macmillan. 218 pages. 

저자는 영국의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선진국에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미래의 경제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은 제2차 대전이래 1970년대까지 경제활동연령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베이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저축과 투자가 감소하며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경제활동인구가 젊은 시기에는 생산을 소비보다 많이 하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저축이 많으며 이는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반면 노령화할수록 생산은 줄고 내구재 소비도 줄지만 의료 소비가 늘어난다. 고령층의 치매는 보살피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찍 죽지 않는 병이므로 수명이 증가할 수록 사회적 부담은 크게 높아진다.

세계화로 중국의 인구가 노동력에 편입되면서 선진국은 그동안 노동비용을 높이지 않고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에서 새로이 창출되는 노동력 자원이 줄어들면,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수반하고, 이는 임금을 높일 것이며 전반적으로 인플레를 야기할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은 감소하는데 수명 상승으로 노인의 소비는 증가하기 때문에 인플레는 피할 수 없다.

소비보다 저축이 많았던 지난 수십년 동안 낮은 이자율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높은 저축률은 중국에서 가능했으며, 선진국에서도 노동인구가 젊어서 소비보다 생산을 많이 하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구 노령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에 과거와 같은 높은 저축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는 저축률을 떨어뜨리므로, 결국 전 세계로 볼 때 과거와 같이 자본이 남아도는 현상은 사라지고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다. 

은퇴자에게 매우 후하게 설계되어있는 현재의 연금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 노동자들의 은퇴연령을 높여야 하며, 연금의 지급률을 낮추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적자로 연금의 부족을 메우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앞으로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매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 인구 노령화가 심하게 진행되었지만 이자율은 낮았으며 디플레를 경험하였다. 이는 저자가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가 가져올 변화와 반대로 전개된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은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고 높은 저축율을 계속 유지했으며, 일본의 자본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여 생산한 물건을 수입하면서 물가를 낮추었다. 일본은 인구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현상에 직면했음에도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유효했는데, 이는 그동안 비경제활동인구로 잠자고 있던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력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본과 같이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전반적으로 저축율이 낮기때문에, 인구가 고령화하면 일본과 달리 이자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앞으로 새로 창출되는 저임금 노동력 자원이 고갈된다면, 과거에 중국이 그랬듯이 인도나 아프리카의 잠재 노동력을 활용하여 선진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이다.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의 행정적 비효율이 매우 높기에 중국과 달리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 어려우며, 아프리카는 많은 나라로 쪼개어져 있는데다 인적 자원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효율적인 노동력으로 동원하기 어렵다.

선진국은 정치적 부담때문에 개발도상국 사람의 이민을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어려우며, 세계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과거와 같이 활발하기 어렵다. 노인 돌봄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매우 느리며, 로보트로 대체하기 힘든 감정노동이기 때문에,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선진국이 앞으로 이자율 상승, 임금 상승, 물가 상승, 투자와 생산 감소, 경제 침체 내지 후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길을 피하려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여 노인의 간병을 맡게 하며, 연금 개시 연령을 높여서 고령층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줄어드는만큼 경제가 축소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의 예측에 의문이 들었다. 하나는, 앞으로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의심이 든다. 치매 노인의 인구가 증가하여 노인의 간병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면, 이를 담당할 외국인 노동력이 대규모로 수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인서비스를 제외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업무의 일부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할 것이기에 앞으로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 때문에 임금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세계화의 피해를 본 노동계층의 반발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상이 더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간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고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노동계층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이다. 

두번째는, 선진국의 인구가 고령화하여 저축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중국 등의 후발국의 저축율은 상당기간 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자본이 부족해져 이자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은 저축이 떨어지지만 투자도 함께 감소할 것이며,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연금 급여 수준을 낮출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볼 때 자본의 심각한 부족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인도나 아프리카는 각자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세계 노동시장에 새로운 노동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저자의 진단에 문제가 있다. 중국이 1980년에 개방할 때에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세계 경제에 빠른 속도로 편입했듯이, 중국이 국내 경제로 중심축을 이동하면, 인도가 바톤을 이어받아 내부의 문제를 빠른 속도로 개선하면서 세계 경제에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했는데 인도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중국이건 인도건 그들은 나름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에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에 머물렀던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부분 틀리지만, 생각할 수있는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와 비슷하게 표와 그래프가 많으며, 반복이 심하고 전문용어를 쓰면서 서술이 매우 건조하다. 별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2019. 11. 22. 20:54

Daron Acemoglu and James A. Robinson. 2019. The Narrow Corridor: States, Societies, and the Fate of Liberty. Penguin Press. 496 pages.

Why Nations Fail 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저자의 후속작. 이전의 책이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에 촛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 책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시대를 망라하며 서구에서 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다.

저자는 책 초반에 자신들이 개발한 국가 발전이론을 소개한다. 밑으로 부터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고, 위로부터 국가의 조직과 행정력이 굳건하여, 이 두개의 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견제할 때에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정치체제가 발전한다. 이 두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견제된 국가' (shackled leviathan)이라 칭한다.  국가의 힘이 강력한 반면 사회의 힘이 약하다면 '독재적 국가'(despotic leviathan)로 흐르며, 반대로 사회의 관습과 조직은 강한 반면 국가의 힘이 약하다면 '무정부 상태'(absent leviathan)가 된다.  견제된 국가 체제에서만 국민의 자유는 보장된다. 반면 관습과 부족의 힘이 강한 무정부 상태에는 전통에 포획된 구속 상태에서 살기에 자유가 없으며, 독재적 국가에서는 독재자 집단의 권력 횡포에 눌려 국민의 자유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견제된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은 이 두개의 세력이 어떻게 상호 타협을 잘 해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동태적인 과정이다. 

국가와 사회간의 세력 관계는 자유만이아니라 경제발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자유가 보장될 때에만 시장이 활성화되며 개인의 창의, 기업가 정신, 새로운 발명이 촉진되므로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바로 영국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견제된 국가 체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독재적 국가나 무정부 상태에서는 변화로 인하여 기존 질서와 기득권이 위협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견제된 국가 체제에서는 사회의 요구와 국가의 권력이 균형을 이루므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서로 힘이 확대되는 경로를 밟는다. 사회로부터의 요구가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여 국가의 권력과 행정력이 확대되고, 이에 대하여 사회의 견제 장치가 치밀해지는 선순환을 거친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북구의 복지국가를 예로 든다. 그 나라들은 국가의 역할이 큰 대신 민간의 참여가 높아 서로 균형을 이룬다. 반대의 예로는 아프리카나 남미의 일부 나라들 처럼 국가의 행정력이 미약하고 사회가 분열되어 있어서 국가에 대한 요구나 국가에 대한 효율적인 견제가 가능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랄 만한 것이 없고, 사회의 조직도 미약하여 국가에 대해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는 '유명무실한 국가'(Paper Leviathan) 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에 따라 세계 각국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왜 정치경제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서유럽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그는 게르만족이 민의를 반영하여 결정을 내리던 전통이 서유럽 사회문화 밑바닥에 흐르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이러한 바탕에 기반하여 상인과 산업자본가의 상승하는 세력이 왕권을 견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견제된 국가 체제를 낳았다.

반면 중국은 춘추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의 권력과 질서를 강조하는 법가 사상이나, 혹은 위정자의 도덕적인 정치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이 전 역사 시기를 관통하였다. 중국에서는 밑으로부터의 참여는 간헐적인 폭동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 다만 관습의 구속을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독재적 국가 권력과 결합되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배 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할 뿐이다. 이러한 중국 체제에서는 기존의 관습이나 기존 지배층의 권위에 균열을 가져올 어떻한 변화도 거부한다. 근래 중국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이 일어난 것은 독재적 국가도 어느 정도까지는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와 변화에 대한 개방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중국은 그것이 없으므로 앞으로 갈수록 경제 발전이 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도 역시 카스트의 관습이 정치경제를 지배하는 상태이므로 국가의 역할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결과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며 경제발전에 장애로 작용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한다. 건국의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도입될 수있었던 이유는 남부의 세력을 포섭하기 위한 타협에서 나온 것이다. 대공황 이후에 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수있던 것은 진보주의 시기를 거치면서 밑으로부터의 참여가 높아진 덕분이다. 근래에 세계화와 자동화로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회와 국가의 균형에 틈이 생겼으며 그 틈으로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머리를 들었다. 이들은 기존의 국가 제도를 비하하며 밑으로부터의 참여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포섭하는 정치인이다. 과거에 히틀러가 1치대전 이후 독일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민족주의를 표방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권력을 잡았던 상황과 유사하다.

국가와 사회간의 관계가 윈윈의 관계로 설정될 경우 민주주의가 전개되고 자유가 보장되지만, 둘간에 제로섬의 관계로 싸우게 될 때에 견제된 국가의 경로로부터 이탈할 수 있다. 과거에 그리스의 사례나 오늘날의 대중영합주의의 사례에서 보듯이 견제된 국가의 경로에 있던 나라들도 이 경로에서 이탈하여 독재적 국가의 상황으로 퇴행할 수있다.

이 책은 거의 전세계 주요 지역과 나라들의 역사를 망라하여 종횡무진하면서 논의를 전개한다. 자신들의 이론이 분명하므로, 그렇게 다양한 사례와 시기를 예로 들고 있음에도 설명이 명쾌하다. 대단한 책이다.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두번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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