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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에 해당되는 글 3건
2020. 3. 18. 17:52

Steven Hill. 2015. Raw Deal: How the uber economy and runaway capitalism are screwing American workers. St. Martin's Press. 26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근래에 Uber, Airbnb, TaskRabbit, 등과 같은 공유경제 사례가 늘면서 임시직 일자리가 증가하는 현상을 상세히 기술한다. 우버나 태스크래빗의 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의 조세 분류 범주를 인용해 이들이 지배하는 경제를 1099 Economy라고 칭한다. 우버의 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우버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임시직 노동자이다.

중계 플랫폼에 의지해 일하는 노동자는 일반 직장의 정규직 근로자가 누리는 일자리의 안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낮은 임금을 받는다. 이에 더하여 의료보험, 사회보장보험, 실업보험과 같은 비임금 혜택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거둔다. 이는 노동자를 착취하여 누리는 정당하지 못한 이익이다. 플랫폼 회사는 노동자를 착취할 뿐만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종 업계의 회사와 불공정 경쟁을 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통적 회사의 서비스와 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파괴적 창조 creative destruction'은 타당하지 않다. 

TaskRabbit은 일을 제공하는 사람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중계하는 플랫폼인데, 일을 제공하는 사람 사이에 일의 단가를 낮추는 경쟁을 촉발시킨다. 일을 하는 시간만 포함될 뿐, 일의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일과 일 사이에 비는 시간은 보상이 되지 않기에 매우 불안정하고 낮은 보상을 준다. 결국 노동자의 기술이나 서비스의 질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가정부, 청소부 등의 일만이 이러한 플랫폼에서 살아 남는다. 이러한 일을 중계하는 플랫폼은 전통적인 일자리 중계업소와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중개의 효율성도 크게 높지 않다.

공유경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장밋빛 전망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유경제는 대단한 효율의 혁신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플랫폼 노동자는 과거의 전통적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공유경제의 미덕으로 칭송되는 자유, 독립성, 신뢰, 환경친화적, 등의 수식어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프리랜서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일반 회사에서 일을 외주로 돌림으로서 비용을 줄이고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이 하던 일을 외주 회사에 고용된 사원이 파견 형식으로 맡아서 한다. 이들에게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찾아볼 수 없으며, 노동의 높은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 노동자를 회사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보던 시각으로부터, 쉽게 갈아치울 수 있는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으로 변하였다. 

임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자본과 경영에 대항해 노동자의 협상력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노동자의 집단행동의 가장 큰 무기는 스트라이크인데, 개발도상국으로 공장과 일자리가 속속 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는 곧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경영자에 대항해 노동자의 몫을 지킬 수단이 없기에, 부는 점점 더 경영자와 자본가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체 생산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있으며,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반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몫이 줄고 소득불평등이 높아진다면, 결국 1920년대의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경제가 파탄날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착취적 노동관행이 기술 발달에 힘입어 더욱 심화되어 모든 노동이 유연화된다면, 이를 Economic singularity라고 칭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자는 물론 자본가에게도 큰 해를 미칠 것이다.

저자는 노동의 유연화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 유연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도록 하는 사회 제도을 제안한다.플랫폼 노동자나 임시직, 비정규직 일자리는 한개의 회사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고용에 따라오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의료보험, 사회보장비용, 실업보험, 유급병가, 유급휴가 등을 모두 합치면 임금의 3분의 1에 달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비임금 혜택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로부터 분리하여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동자 개인별 '개인보장계정 Individual Security Account' 를 만들어서 플랫폼 회사나 임시직을 고용하는 회사가 임금에 더하여 이 계정에 추가적으로 기여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러면 플랫폼이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시간에 비례하여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의 비임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개인보장계정을 모아서 관리하는 단체는 정부의 엄격한 관리하에 둔다. 이렇게 한다면 현재와 같이 비임금 혜택을 지불하지 않고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점은 사라질 것이기에, 임시직 노동은 줄어들 것이다. 추가적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유연 노동이 필요한 회사만이 임시직을 고용하는 관행이 정착할 것이다.

저자는 유럽과 같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사회보장 체계가 미국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급 병가, 유급 출산 휴가, 유급 휴가, 양육시설, 등의 복지제도뿐 아니라 직업 훈련, 취업 알선과 같은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높이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이 책은 상세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해서 현장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플랫폼 노동이나 임시직 파견 노동과 같이 노동자의 상황이 열악해지는 반면 자본과 경영의 힘은 강해지는 근래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선진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열악해지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선진국 노동자에게는 불행한 일일지 모르나, 그 덕분에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회사에 대한 노동자의 충성이 필요하지 않고 플랫폼 노동과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기술 발달 덕에 노동자의 노동의 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과거와 달리 낮은 기술수준으로 후한 보상을 주는 일자리는 사라지고,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득세하고 정치가 불안정해졌다. 불평등이 높아지면 결국 파국을 맞을테고, 이후에 어느 정도 재정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제삼세계의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를 거꾸로 하지 않는한, 선진국 중하층 노동자의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이나 임시적 비정규직 노동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이들 선진국 중하층 노동자의 보상의 수준을 낮추어 개발도상국 노동자와 격차를 줄이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만 본다면 노동자의 착취와 불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개발도상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본다면 반드시 불공정이 확대된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2020. 2. 10. 22:38

Jeremias Prassl. 2019. Humans as a Service: The Promise and Perils of Work in the Gig Economy. Oxford Univ.Press. 140 pages.

노동법 학자인 저자가 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회사와 '긱 노동' (gig work)의 문제점을 분석한 학술적인 성격의 책. 플랫폼 서비스 회사로 Uber, TaskRabit, MTurk, AirB&B 를 주요 사례로 하여 설명한다.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긱 노동은 전통적인 고용 관계의 노동과 다르지만 노사 관계와 노동의 성격에 관한한 핵심에서는 차이가 없다. 플랫폼 회사를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의 고용자로 취급하고, 이를 통해 통제받는 노동자에게 전통적인 노동자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버를 예로 들 때, 플랫폼 회사는 그를 통해 일을 구하는 노동자를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의 할당, 일의 방법, 일의 과정의 통제,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우버는 전통적인 고용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버의 운전자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 우버의 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자영업자라는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버는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우버는 자신을 단순히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중계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고용자로서 노동자 및 고객에게 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플랫폼 회사는 과거에 산업혁명 초기에 선대제도(putting-out system)의 현대판이다. 인터넷 기술 덕분에 시장과 회사의 중간 형태의 조직과 거래가 가능케 되었으며, 노동을 원격에서 통제할 수있게 되었다. 그러나 플랫폼 회사에 속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미흡하며, 노동의 질은 열악하며,  산출된 서비스의 질 역시 그리 좋지 않다. 이는 과거에 선대제도와 또 다른 공통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지력을 요하는 덜 복잡한 일이 긱 노동의 대상이며, 과거 선대제도와 마찬가지로 긱 노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와 환경에 처한 노동자이다. 

긱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속한 노동자에 비해 착취당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혜택은 별로 없는 불이익 속에서 일한다. 플랫폼 회사는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책임을 질 때 발생하는 비용을 회피함으로서 전통적 회사와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현재는 대폭의 할인혜택 덕분에 싼 가격에 서비스를 구입하지만, 플랫폼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 가격을 올리므로 소비자 혜택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플랫폼 서비스는 새로운 노동 형태로서, 전통적인 노사 관계의 비용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그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노동을 싼 값에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플랫폼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결국 그 노동자에 대한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플랫폼 회사에 투자한 자본가가 거두는 수익은 불공정 경쟁의 과실을 챙기면서 책임은 일반 시민에게 떠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플랫폼 노동에도 전통적인 노사관계와 대등한 조건을 부과하므로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덕에 높아지는 생산성 만큼만 수익을 거두도록 해야지, 전통적인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서 거두는 수익은 부당하다.

저자는 법학자 답게 꼼꼼히 조건을 분석하면서 플랫폼 업계를 비판한다. 플랫폼 사업의 기술적인 성취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긱 노동은 새로운 성격의 노동이 아니며, 플랫폼 회사가 거두는 이익은 부당 이익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항시 부당이익이라는 당근을 두고 확대되었다. 현재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은 반면, 우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이 거두는 수익이 전통적인 택시 업자의 책임을 회피한 데서 나온 부당 이익인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기술 혁신이며, 소비자 이익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없다. 정치 경제적 접근보다는, 법적인 조건의 분석과 논증이 이어지기 때문에 읽기 딱딱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해 플랫폼 서비스 회사와 긱 노동의 성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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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5. 12:46

Mike Isaac. 2019. Super Pumped: The battle for Uber. W.W. Norton. 345 pages.

뉴욕타임즈의 기자인 저자가 5년동안 우버를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버와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의 성장 과정을 서술한 책. 택시 공유서비스인 우버는 2009년 칼라닉과 그의 동업자인 캠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하여 2010년부터 샌프랜시스코에서 영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무렵에는 미국의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으며, 유럽, 남미, 동남아, 중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가로 진출하였다.  2017년 이사회의 반란으로 칼라닉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쫒아낼 무렵에 우버는 미국이 낳은 주요 IT 기업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9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하였다. 

택시 서비스는 규제가 엄격며 택시업에 종사하는 운전사와 회사의 이익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분야다. 우버가 어떻게 이런 업계에 진출하여 새로운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 우버가 처음부터 일반 택시 서비스와 경쟁하는 사업에 발을 들이민 것은 아니다. 후에 우버 블랙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급 리무진 중개 서비스로 시작하였다. 이는 기존의 리무진 사업자를 우버의 플랫폼에 가입시켜 운전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형태였으므로 기존의 운수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UberX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택시업계 및 정부의 운수업 규제기관과 충돌하였다. 택시 영업면허는 medalion 이라 하여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관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반인이 아무런 면허 없이 승객을 태우는 영업을 한다는 것은 불법이며 택시업의 기득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샌프랜시스코 시당국으로부터 중지명령을 받았을 때, 칼라닉은 이를 무시하도록 지시하였다. 우버가 개발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서비스 중개 플랫폼은 사용자 편의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불법임에도 사용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여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우버의 운전자는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자신이 편한 시간에 우버에 접속하여 영업을 하여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이들의 지지 또한 우버의 투쟁에 우군으로 작용하였다. 우버는 우버의 운전수가 정부 규제기관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경우 모든 비용을 우버가 물어준다고 우버의 운전자들을 설득하였다. 우버를 이용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의 정치인에게 우버 서비스를 지지하는 이메일을 보내도록 설득하였다.

칼라닉은 규제기관과 택시업계의 압력을 물리치기 위해 합법 불법을 막론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로비업자를 고용하여 시정부, 그것이 안되면 주정부에 우버의 서비스를 기존의 택시운송업과는 별도의 새로운 서비스로 합법화하도록 압력을 가하였다. 심지어 정부의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고객을 가장하고 우버 서비스를 신청하면 그들에게만 우버 서비스가 가용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하였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벌금으로 수백만 달라가 부과되었는데, 시정부와 협상하여 수십만 달라로 감액받아 벌금을 납부하기도 하였다.

우버가 칼라닉의 지휘하에 투쟁 운동에 돌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택시 서비스에 대해 원성이 높아도 개선의 노력이 없었으므로, 택시 업계와 정부의 운수 서비스에 대한 폐쇄적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반감이 높았다.  칼라닉은 우버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편리한 서비스를 보급하면 사회의 복리가 높아지고, 기존의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신에게는 물론 우버에 간여한 모든 사람에게 설득하였다. 그는 비효율적인 택시 서비스와 이를 지지하는 불합리한 법에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우버가 처음으로 우버X 사업을 시작한 샌프랜시스코시의 반대에 부딛쳐 해결이 여의치 않자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움직여서 결국 우버를 '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이라는 새로운 사업 범주로 분류하여 캘리포니아 전역에 합법화시켰다.

우버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전국의 주요 도시로 급속히 진출할 때 각 도시마다 지방 정부와 지역 택시업자의 저항은 대단하였다. 택시 운전사의 대규모 시위, 우버 운전사에 대한 폭력, 정부 규제기관의 전방위적 단속, 택시 운전사의 자살, 등이 연이어졌다. 우버는 엄청난 돈을 풀어 우버 운전사를 지원하였으며, 우버 사용자들에게 무료 서비스와 엄청난 폭의 할인으로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속도전으로 맞섰다. 우버는 새로운 도시에 진출하기 전부터 입소문 마켓팅 전략을 동원하여 급속하게 운전자와 이용자를 확대하였다.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수록 이를 막기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낙후된 택시업계의 도덕적으로 타락한 기득권이 보다 효율적인 혁신과 미래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논리로 우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서 지역 정치인들을 설득하였다. 우버가 진출한 도시가 늘어날수록 우버를 규제하고 반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버X 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쯤 되는 2015년 경에는 미국의 주요 대도시 모두에 우버가 진출했으며, 이 도시들에서 우버의 입지가 확고해져 합법화되었거나 혹은 합법화가 확실시되는 단계에 도달했다.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서 택시 면허의 가격은 급속히 떨어졌다. 뉴욕시의 경우 택시 면허의 가격이 우버가 진출하기 전에는 백만달라, 10억원에 가까운 고액이었는데, 우버가 진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격은 5분의 1로 떨어졌으며, 다른 도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버 운전사의 시간당 임금은 기존 택시 운전사의 소득에 비해 훨씬 낮다. 전업으로 우버 운전을 해도 가족의 최저 생계비에 못미치는 소득을 거두므로 택시 운전사들은 어려움에 빠졌다.

우버는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였지만 외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사업 초기부터 유럽에 진출했으며, 이후 중남미, 동남아, 인도, 중국 등에 진출했는데, 모든 나라에서 합법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현지의 경쟁 업체에 밀려 사업을 접었으며, 유럽에서는 UberX 서비스가 합법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근래에 규제가 강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버는 한국에 2013년인가에 UberX 서비스로 진출하였지만 격렬한 저항에 부딛쳐 합법화에 실패하고, 뒤늦게 기존에 택시 업자를 이용하는 우버 택시 서비스로 방향을 돌렸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부딛혀 결국 2015년에 철수하였다. 

2017년 그의 마초적인 경영 스타일과 방탕한 생활이 연이어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우버는 위기를 맞았다. 우버의 이사회는 창업자인 칼라닉을 최고경영자 자리로부터 몰아내고 외부로부터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다. 황제적인 경영을 했던 칼라닉이 우버의 좌우명으로 삼은 'pumped up'(기운 충만한), 'be always husling'(항시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여 해내라)은 폐기되고,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customer-centered) 정상적인 대기업으로 체제를 정비한다.

저자는 수년동안 우버를 취재한 기자 답게 우버의 성장과 위기를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이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우버라는 회사보다는 칼라닉이라는 사람에 더 촛점을 맞추어 기술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칼라닉과 그가 지배한 우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칼라닉이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우버의 출현으로 인해 기존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었으므로, 우버가 거둔 성공의 과실을 이들과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역사의 전개는 반드시 정의롭게 이익이 조정되면서 이루어지지 않기에, 칼라닉과 같은 무대포의 마초적이지만 영리한 엔지니어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렇게 편리한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우버가 개발한 서비스가 과연 혁신적인 서비스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칼라닉은 줄기차게 우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지, 운수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활용율이 낮은 차를 가진 사람과 운송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전업으로 운수업을 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버는 기술회사(technology company)이지 운수회사(transportation company)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우버를 운전하는 사람 중 적지 않은 수는 노동 양태가 전업으로 일하는 택시 운전수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우버의 지시를 따라 일하므로 실질적으로 우버의 피고용인에 가깝다. 운송 서비스 사업이라는 면에서 보면 우버나 택시 회사나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노동 측면에서 볼 때 우버 운전사와 기존에 택시 운전사는 유사하다. 운송 면허제도에 의해 진입장벽이 높게 설정되 있던 업계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면허의 새로운 경쟁자가 침입한 것이므로, 이는 불공정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버의 플랫폼을 통해 운수 서비스의 효율이 높아졌으며, 우버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기존에 택시 서비스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우버 이후에 출현하는 유사한 운수 중개 플랫폼 서비스는 조금 더 정의롭게 이익을 조정하면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개척하는 길은 험난하고 갈등이 클 수 밖에 없다. 2017년 우버에 영입된 전문 경영인은 칼라닉이 무시했던 우버 운전자의 고충을 듣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택시 업계에 미친 피해에 대한 고려는, 이미 지난 일이어서 인지, 우버의 새로운 경영진이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어떻게 도입될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도 택시 업계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미국에서 우버의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은 한국에서도 그것을 누리고 싶어할텐데. 근래에 타다 서비스의 허가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에 러다이트 운동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공유서비스의 출현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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