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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에 해당되는 글 1건
2020. 3. 19. 23:56

Richard V. Reeves. 2017. Dream Hoarders: How the American upper middle class is leaving everyone else in the dust, why that is a problem, and what to do about it. Brookings Institute Press. 156 pages.

저자는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일하는 경제학자로 미국사회의 불평등의 핵심은 상위 20%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흔히 중상층(upper middle class)이라 칭하는데, 소득분포에서 상위 5분의 1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최상위 1%가 부를 가장 많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들 못지않게 그 바로 아래 19% 역시 지난 수십년간 미국 경제에서 소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특권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이들 중상층은 업적주의(meritocracy)를 지위획득의 정당성의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직과 관리직에 종사하며,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며,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며, 성실하게 일하며, 자신을 잘 통제하며, 건강한 생활을 하고 오래살며,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현재의 지위에 올라선 사람들이다. 부부 모두 대학 졸업자로 맞벌이를 하며,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가구소득 110,000 달러이상이다. 이들은 미국 사회의 여론 주도층으로, 사회 각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1980년대 이래 상위 20%의 사람들과 이들 밑에 있는 80%의 사람들 사이에 소득 및 생활 양식에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두 집단 사이에 세대간 사회이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최상위 1%의 사람과 바로 밑에 19%의 사람들 사이에는 교류가 활발하다. 최상위 1%의 사람은 바로 밑 19%의 사람들 중 운좋은 사람들이 올라서며, 서로 간에 들고 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상위 20%와 그 밑에 80% 사이에는 들고 나는 사례가 적다.

상위 20% 사람의 지위 획득은 업적주의에 근거한다. 즉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문제는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는 자질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상위 20%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여 자원과 지위를 배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지만, 시장경쟁에서 높이 사는 자질을 획득하는 기회는 공정하게 배분되어 있지 않고 중상층에 의해 독점되어 있으므로 이 것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시장에서 높이 사는 자질은 좋은 대학교와 대학원의 졸업장이다. 중상층은 자신의 자녀를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자녀에게 양질의 양육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이의 건강을 위해 부모가 신경을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잠자리에 들때 동화책을 읽어주기, 숙제를 봐주기,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키도록 박물관, 현장 학습,여행에 데려다니기, 좋은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보내기,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기, 과외 활동에 엄청난 정성과 비용을 지불하기, 좋은 대학에 진학하도록 개인 교습, 진학 코치 서비스, 캠퍼스 방문, 등에 투자하기 등등.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질 높은 교육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한 덕분에 자녀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중상층 자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갈 무렵에 부모의 인맥으로 좋은 인턴 자리를 구하여 취업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반면 이들 밑에 있는 80%의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에 크게 투자할 능력도 시간도 재력도 되지 않으므로, 그들의 자녀는 좋지 않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전문대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노동시장에 나온다. 중상층의 자녀 교육 방식은 부모로서 옳바른 일을 하는 것이므로, 이들의 자녀가 부모의 노력으로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80% 부모들이 상위 20%의 부모들만큼 못하는 것을 외부의 도움으로 보충하여, 그들의 자녀가 상위의 자녀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식경제 Knowledge Economy 에서는 좋은 교육을 받고 고급 기술을 획득하는 것, 구체적으로 우수한 대학의 졸업장은 좋은 직장을 얻고 높은 소득을 얻는데 매우 중요하다. 좋은 교육을 받은 남녀는 서로를 찾아 결혼하는 동류결혼의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좋은 교육을 받은 중상류와 그렇지 않은 80%의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벌어지며 세대간 지위의 세습이 공고해진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길로 자녀를 이끄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모는 자녀를 좋은 대학으로 이끌지 못한다. 따라서 좋은 대학이 지원자의 능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도, 즉 meritocracy의 원칙으로 공정 경쟁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해도, 결국 중상층 부모의 자녀들을 선택적으로 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어떻게 상위 20%가 지위를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이들이 지위를 획득하는 기회를 배타적으로 자신들에게만 제한하는 사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보다 효율적인 피임 방식을 확산시킴으로서 원치않는 임신을 막아야 한다. 원치 않는 임신에서 낳은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임신에서 나은 아이에 비해 삶의 기회가 열악하다. 중상류층은 임신과 출산을 계획적으로 조절하는 반면, 밑에 층은 원치않는 임신에서 나은 아이가 많다. 미국 전체 임신의 60%는 원치 않는 임신인데, 다수가 하위층에 몰려 있다. 계획에 없이 원치 않는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교육을 중단하고 직업활동에 지장을 받으며 빈곤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정부가 나서서 청소년들에게 효율적인 피임을 교육하고 효과적 피임 수단을 보급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둘째, 부모교육을 위해 가정 방문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간호사가 방문하여 임신출산 및 어린 아이 양육에 조언을 하는 것은 중하층 부모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준다.

셋째, 열악한 환경의 아동이 다니는 학교에 우수한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현재는 반대로 중상층 자녀의 학교에 우수한 교사가 배치된 반면, 열악한 아동의 학교에는 열악한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교사는 아동의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현재의 상황은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한다. 정부의 재정으로 열악한 지역에 우수한 교사의 배치를 지원해야 한다. 넷째, 대학교의 재정을 공정하게 조달해야 한다. 현재 부모가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미리 저축하는 것에 대해 세금면제 혜택을 주는데, 이는 상위 20%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있다. 부유한 집 자녀의 학자금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는 중단해야 한다.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은 80% 계층의 자녀에게 과도하게 몰려 있다. 자녀의 졸업후 소득 수준에 따라 학자금 상환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중하층 자녀에게 지워지는 지나친 대학교 등록금 빚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다섯째, 배타적인 토지 용도 제한 규정(exclusionary zoning)을 완화해야 한다. 중상층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자신과 유사한 소득의 사람들만 살도록 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단독주택만 허용하는 토지 용도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거주지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이므로, 배타적 토지 용도제한 규정은 계층이 다른 집 자녀는 중상층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그 결과 중상층 자녀의 학교에 배타적으로 혜택이 집중되며, 이러한 학교 졸업생이 좋은 대학에 가는 길을 독점하고 있다. 중상층 거주지의 배타적 토지용도제한 규정을 풀어 복합주택을 지을 수있도록 하여, 다양한 계층이 한 동네에 섞여 살도록 하여, 좋은 학교의 혜택이 다양한 계층 자녀에게 고루 미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우수한 대학교에서 이 학교를 졸업한 부모나 큰 돈을 기부한 사람의 자녀에게 입학에 특전을 주는 불공정한 입학제도(legacy admission)를 금지해야 한다. 이들 대학에 대한 세제혜택을 끊고 불공정 입학제도를 법으로 금하는 등의 수단으로 명백히 불공정한 세대간 지위세습을 막아야 한다. 일곱째, 인턴십 제도를 개방해야 한다. 중상층 부모의 인맥으로 그들의 자녀가 좋은 인턴십 기회를 독점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다. 정부의 재정으로 무급 인턴을 지원하는 제도와 인턴 선발을 공정히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여덟째, 중상층에게 몰려 있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폐지함으로서 증대된 세수로, 중상층에게 집중된 기회를 다른 계층에게 개방하는 제도의 운영을 위한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 방안은 모두 정치적 결정과 정부의 개입을 요하는데, 중상층이 여론을 주도하고 정부와 민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 세력이므로, 자신들에게 손해가 나는 제도를 스스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상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자각함으로서, 중상층의 삶의 신조인 공정성에 호소하여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도록 움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중상층이 자신의 자녀들의 기회를 제한하는 제도를 스스로 도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보다는 불평등이 확대되고 계층 이동이 줄어들면서 아랫 집단의 불만이 높아져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득세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경제가 효율성과 활력을 잃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패하고, 결국 중상층의 기득권 구조가 부서지는 시나리오가 역사적으로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솔직하게 핵심을 지적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다만 이런 류의 책이 그렇듯,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뛰어나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흐릿한 결함을 공유한다.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도 파국을 예상하고 싶지는 않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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