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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11. 16. 21:32

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2010. Sex at Dawn: How We mate, Why we stray, and What it means for modern relationships. Harper Collins. 312 pages.

저자는 과학 저술가와 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수렵채취시대에 인간은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집단의 남녀 구성원 모두 서로 섹스를 하는 promiscuous 관계를 맺었는데, 농업이 시작되면서 남녀 사이에 배타적인 성적 소유관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실시된 일부일처제는, 훨씬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수렵채취 시기 동안 행해진 남녀간 비배타적인 성적 관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 속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과 재혼을 빈번히 하는 것, 등은 모두 과거 남녀간 비배타적 성적 관행의 흔적이다.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 모두,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시로 섹스를 한다. 특히 보노보는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수시로 섹스를 통해 관계의 긴장을 푼다. 침팬지의 경우, 집단내에서 권력이 큰 수컷이 여러 암컷들과 섹스를 많이 하지만, 암컷들은 수시로 권력자 이외 다양한 지위의 수컷과 몰래 섹스를 한다. 과거 수렵채취시절에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집단내의 남녀가 서로 섹스를 하면서 인간 관계를 관리하고 결속을 다졌다.

과거 인간 집단의 남녀 구성원들이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에게 관용적인 성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생리적 사실과 인류학적 사례를 제시한다. 생리적인 증거로는, 남녀간 체구의 차이, 남자의 성기의 크기와 정자의 수, 여자의 감추어진 배란기, 여자의 과대한 유방, 여자의 다발적 오르가즘, 등을 제시한다. 인류학적 사례로는 전세계에 여러 원시부족들 사이에서 집단내 관용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점, 서구 사회에서도 과거에 축제와 같은 특정 시기에  남녀간 관용적인 섹스의 향연을 벌였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한다.

수렵채취시대에 여성들은 집단 내에 여러 남성들과 섹스를 함으로서, 섹스를 통해 집단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하였다. 수렵채취 시대에 소집단의 구성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사냥물을 포함하여 집단내의 모든 가용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공동으로 해결하였다. 여성들은 여러 남성과 섹스를 하여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는 특정되지 않았으며, 아이의 엄마가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전한 방책이었다. 아이들은 집단내에서 여러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여성에 대한 섹스의 독점권을 놓고 남성들이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여성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남성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섹스한다고 하여도,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하고, 그 여성과 면역 계통에서 궁합이 맞는 정자가 최종적으로 그 여자의 난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을 하게 된다. 암컷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수컷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인데, 인간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남자들은 자신과 섹스를 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자신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믿기 때문에, 아버지의 지위 또한 여러 남성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수렵채취시대에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모든 것을 공유하는 평등의 관행은 농업이 시작되면서 깨졌다. 개인 소유물이 출현하면서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성향이 남녀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농토와 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힘이 센 남성이 하나 내지 여러 명의 여성과의 섹스를 독점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본성은 과거 수렵채취시대에 형성된 것을 농업 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양한 성적 상대를 찾는 남자와 여자의 욕구는, 농업시대에 접어들어 일부일처제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었기 때문에 긴장과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남녀간 일부일처제의 엄격한 규율을 사회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분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되, 섹스 활동에서는 일부일처제 밖의 것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투'라는 관계 파괴적인 감정을 어떻게 제어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질투의 감정은 어느 정도는 일부일처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다. 여러 남녀 사이에 관용적 섹스를 허용하는 원시부족 사람들에게는 질투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도 여러 부인 사이에 질투가 심각하게 파괴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수컷은 후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를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자기의 자손이 아닐 위험이 있는 자식을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다른 암컷과 섹스하여 하나라도 더 후손을 늘리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동안 부모 양쪽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일 아버지가 후손을 돌보는 데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일부일처제나 여성의 섹스에 대한 남성의 극심한 질투는 바로,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사회적 및 생리학적 장치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집단내에 여러 아버지가 공동으로 자식에 대한 유전적 연계를 믿으면서  함께 양육을 돕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물세계의 일반적 패턴과 어긋난다.

저자는 남녀관계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정통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남자는 여성의 성을 독점하는 대신 빵을 벌어다 주는 것이 일부일처제의 근간이다. 이것이 원래부터 인류의 삶의 방식이라는 기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류는 원래 남녀가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화목하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객관적 증거로 검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리학적 물증이나 인류학적 자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그럴듯한 면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는데, 전문가들은 그가 제시하는 증거나 그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맞았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속으로 바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wishful thinking). 수렵채취 시대의 생활에 대한 그의 서술은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하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신선했다.

2023. 8. 17. 17:22

David Buss. 2016(1994). The Evolution of Desire: Strategies of Human Mating. Basic Books. 350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개척자 중 한사람이며, 이 책은 짝짓기 전략에서 남자와 여자간 차이가 나는 이유를 진화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전반적인 논의는 Trivers 의 '부모투자이론'(parent's investment theory)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자는 개별 후손을 생산하는데 자원을 많이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이 진화적으로 최적인 반면, 여자는 개별 후손을 생산하는데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성관계의 상대를 선택하는 데 매우 까다롭고 신중한 것이 진화적으로 최적의 전략이다. 남자는 건강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여성의 신체적 능력에 관심이 큰 반면, 여자는 자신과 아이의 부양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남자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관심이 크다.

여성은 장기적으로 관계에 헌신할 상대를 찾는데 관심이 큰 반면, 남성은 가급적 적은 자원을 소모하면서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크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일회성의 섹스에 관심이 적으며, 일회성의 섹스를 한다고 하여도 당장의 사회경제적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일회성 섹스를 통해 상대를 탐색하고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도록 만드는 수단으로 접근한다. 반면 남성은 장기적이며 헌신적인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일회성의 섹스 그 자체에 관심이 많다.

상대의 성적인 의도가 확실치 않은 경우, 남성은 상대 여성의 애매한 행동을 성적인 관계에 관심이 많다고 편향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후손을 생산한다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남성은 이렇게 편향되게 해석할 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상대의 성적인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는 없다.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에게 신뢰와 헌신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들때까지는 자신과 섹스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가에서 남녀가 데이트를 하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사건 date rape 이 많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진화적 남녀간 짝짓기 전략의 차이에 기인한다.

남성이 지위 획득에 관심이 많은 것은, 여성이 자신의 짝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능력에 두기 때문이다. 이는 다윈의 '성적 선택이론' sexual sellection theory 이 지시하는 바이다. 여성이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 것 역시,  남성이 자신의 짝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여성의 외모, 즉 건강한 후손을 낳는 능력에 두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성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큰 관심이 없으며, 여성은 남성의 외모에 큰 관심이 없는 것 역시 같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녀간 성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 짝에게 사회경제적 자원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여성은 자신의 짝을 버리고 다른 남성을 찾으려 한다. 자신의 여성이 아이를 생산하지 못하면, 자신의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여성을 찾는다.  결혼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외도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남성의 부양능력에 만족하지 못하여, 앞으로 자신의 남성과 헤어질 것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반면 남성은 자신의 여성 짝에 만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여성과 일시적 성관계를 맺을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의 짝이 자신 이외의 사람과 바람을 피울 경우 심한 감정적 질투를 느끼는데, 이러한 감정적 흥분의 이유는 남녀가 다르다. 남성은 자신의 여성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것에 집착하는 반면, 여성은 자신의 남성이 다른 여성에게 자원을 나누는 것에 집착한다. 여성은 자신의 남성이 다른 여성을 사랑하지 않고 일시적 성관계를 맺은 것을 용서할 수 있으나, 남성는 자신의 여성의 성관계 그 자체를 용서할 수 없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20대 초반에 가장 왕성하며 이때가 남성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기이다. 여성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지속적으로 성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남성의 사회경제적 능력은 30대 중반 이후에 최고에 도달한다. 남성의 생식능력은 50대나 60대에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여성과 남성이 상대에게 최고로 매력적인 시기가 서로 어긋남으로, 여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위인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며, 상대의 현재 능력보다 미래에 사회경제적 잠재력에 더 가치를 둔다. 여성의 생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30대 후반 이후, 여성은 짝짓기 시장에서 퇴장하거나, 아니면 육체적 매력이 아닌 사회경제적 능력과 지혜와 경험 등으로 남성 상대에게 어필한다. 반면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사회경제적 능력이 높아짐으로, 중년이후의 남성이 젊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전략을 구사한다.  

장기적이며 헌신적인 관계, 일회성 섹스, 다른 상대와 바람을 피는 것, 헤어짐, 등은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데 가장 유리하도록 남녀 모두 구사하는 전략이다.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처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대체로 남성보다 여성이 장기적이며 헌신적인 관계를 선호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남성은 물론 여성또한, 일회성 섹스나, 다른 상대와 바람을 피우거나, 상대와 헤어지는 전략을 구사한다. 인류는 일부일처제라는 남녀 상호간 장기적이며 헌신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서 지구상에서 번성하였다. 그러나 남녀간 인구비율이 달라지거나, 개별적으로 남녀 각각 처한 조건에 따라, 앞에 언급한 다양한 짝짓기 전략을 구사한다. 인간 사회의 도덕은 일부일처제를 옹호하지만, 사람들은 항시 일부일처의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다. 일부일처 제도를 따르는 것이, 개별 남자 혹은 여자에게 후손을 만드는 데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일부일처제 이외의 짝짓기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인간의 남녀간 짝짓기는 문화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물학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남녀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매우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이론의 힘을 통감한다. 여성의 선택 때문에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추구 노력이 매우 치열한 것이며, 그 결과 이 사회의 사회경제적 지위 위계는 남성에 의해 장악되었다. 반면 남성의 선택 때문에 여성은 외모에 집착하며 외모를 높이기 위해 피나게 노력한다. 문제는, 외모는 많은 부분 타고난 것이라 당사자가 어쩔 수 없으며 나이가 들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인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는  본인의 노력으로 획득가능한 것이며, 나이가 들면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자연은 결코 인간의 정의감이나 형평을 고려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자연적인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naturalism fallacy)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도덕과 정의에 맞추어 자연을 바꾸는 것이 인간의 문화라고 하지만, 이는 마치 강물을 거슬러 노젓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남녀 관계와 관련하여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녀관계는 생존에 필수적인 분야이므로, 지금까지 사회를 살아가면서 항시 관심을 갖고, 엄청나게 많은 직접 혹은 간접 경험을 통해, 어느 분야보다도 많은 지식을 축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론적으로 설명을 하니 통찰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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