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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8. 25. 21:14

Brian Greene. 2020. Until The End of Time: Mind, Matter, and Our Search for Meaning in an Evoluving Universe. Vintage. 326 pages.

저자는 물리학자이며, 이 책은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소멸까지 서술하면서, 그 속에서 생명체와 인류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인류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 나름의 견해를 제시한다. 진화, 엔트로피, 중력이 전과정을 지배한다.

우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엔트로피가 높아지는데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가 높아진다는 것은 무질서의 증가, 혹은  가능한 경우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우주는 엔트로피가 낮은 단계인 빅뱅에서부터 시작하여, 우주 공간으로 물질이 확산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전반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속에서, 부분적으로 엔트로피가 낮은, 즉 질서있게 조직된 것들이 출현한다. 별이나 생명체가 바로 그것이다. 별은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 끌려 뭉쳐서 만들어진다.

생명체란, 자기복제를 하는 분자들이, 변이를 하고, 그들 간의 경쟁 속에서 더 복제를 잘하는 놈이 생겨나고, 그런 것들이 서로 합쳐져서 자기복제를 더 잘하게 되면서 생성됐다. 생명체는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metabolism)을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 생명체가 활동하면 엔트로피가 높아지는데, 생명체는 이러한 높아진 엔트로피를 환경으로 배출함으로서, 내적으로 낮은 수준의 엔트로피, 즉 질서를 유지한다.

사고와 의식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물리적 법칙을 따르며, 물리적 입자들의 상호작용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입자의 집합체의 활동을 적절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입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다른 수준의 설명이 효과적이다. 물리적 최소 입자, 분자, 세포, 생명체, 인간과 같이, 집합적으로(aggregate) 상위 수준에 적합한 설명을 하기 위하여,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심리학의 이론이 동원된다. 예컨대 인간의 자유의지는 인간의 수준에서는 적합한 설명이지만, 인간을 구성하는 물리 입자의 수준에서는 타당하지 않다. 모든 설명을 물리적 입자의 수준으로 환원한다면, 집합적인 상위 수준의 활동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질문에 적합한 수준의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은 언어와 이야기(story)를 발전시켰다. 인간의 언어는 집단적 사회활동을 돕기 위해 발달했으며, 이야기 역시 자연과 인간사에 대응하는 활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발달하였다. 진화의 목적은 생존과 후손의 번영 (survive and thrive) 에 있지, 진리 (truth)를 추구하는 데 있지 않다. 생존과 진리 추구는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시킨 행동과 지식은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객관적으로 진실일 필요는 없다. 특히 인간이 감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분야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지식은 객관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믿음이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세상이 그렇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객관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신화나 종교와 같이 과거에 믿었던 것들이 그릇되다고 밝혀졌다.

먼 미래에 우주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태양은 미래에 팽창하여 수성과 금성을 삼켜버리고, 그 후에는 수소와 헬륨이 다 소진되어, 탄소와 산소의 재 덩어리가 될 것이다. 지구는 이러한 태양에 끌려서 함몰할 것이며, 태양은 다시 은하수 속에 함몰할 것이다. 이러한 함몰 과정이 우주에서 계속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물질의 최소단위인 중성자까지 부서져 버리고, 결국 어떤 것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절대 0도에 근접한 차가운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물질간 중력의 힘이 작용하여 전개된다. 

이렇게 인류의 종말, 생명체의 종말, 우주의 종말이 예정되어 있는 데,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소멸된다고 하면, 사실 현재 바쁘게 돌아가는 모든 인간 활동은 의미가 없다. 기여할 대상이 없고, 봐줄 사람이 없고, 물려받을 후손이 없는, 인간의 노력이란 헛될뿐이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면, 인간의 활동이란, 물리적 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물리 입자의 상호작용일 뿐이므로, 의미를 묻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달리 볼 수도 있다. 인간의 존재란 빅뱅에서부터 시작한 우주의 전개과정 속에서 매우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게 출현한 물리 입자들의 조직이다.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컸지만, 인간은 이러한 가능성을 거스르고 출현하였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성 속에서 출현한 존재와 활동, 즉 인간의 삶은 매우 소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소중한 가치는 인간의 수준에서만 그러하다. 물리 입자의 수준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확률적 가능성이 실현된 것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현재를 소중하게 충실하게 살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전문적인 물리 학자이면서 훌륭한 이야기 꾼이다. 많은 비유와 재미있는 사례를 곁들이면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것들을 곳곳에서 소개하면서, 자신의 연구와, 자신이 읽은 것과, 자신의 생각과, 지나온 자신의 삶의 정리가 결합된 글을 썼다.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닌 진화, 언어, 종교, 창조성, 등에 관한 서술은, 그의 독서를 통해 얻은 각 분야의 논의를 빌려와 서술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됬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물리학 이론을 총동원하여 우주의 종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욕심이 좀 지나친 것 같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부분은 뺐으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2021. 4. 18. 21:46

Cesar Hidalgo. 2016. Why Information grows: The Evolution of order, from atoms to economies. Basic Books. 181 pages.

저자는 MIT 대학의 Media Lab 교수이며 경제학자로, 정보이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행위와 경제 현상을 설명한다.

우주는 에너지, 물질, 정보라는 세가지 요소로 만들어져 있다. 물질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질서 혹은 정보를 만들어 낸다. 평형 상태로 부터 벗어날 때 out of equilibrium 정보가 만들어진다. 정보 혹은 질서는 항시 정보가 소실되는, 혹은 무질서로 돌아가려는 경향,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우주의 대부분은 높은 엔트로피의 평형 상태에 있는 반면, 지구는 우주에서 예외적으로 정보 즉 질서가 높은, 평형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정보를 증가시키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소실되는 자연의 힘을 거슬러야 한다. 정보의 증가란 질서의 증가, 복잡성의 증가를 의미한다. 고체 상태로 만들어 이것에 정보 혹은 질서를 체화 embeded 시킴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소실하는 자연의 힘을 막는다. 물질이 스스로 계산하는 compute 능력을 가질 때 정보를 만들어 낸다. 생명체란 계산하는 능력을 가진, 질서를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우리의 세포는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 process 한다.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은 계산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실하고, 우주의 무질서, 즉 정보가 없는 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생명 활동이란, 이러한 자연의 힘에 거슬러서, 질서를 계속 유지하고 새로이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계산하는, 즉 정보를 처리하는 물질이다. 인간은 계산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정보의 뭉치는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에 인간이 생성한 정보가 체화 embeded 되어 있다. 인간은 이렇게 만들어낸 물건, 즉 정보의 뭉치를 이용하여 더 복잡한 즉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은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인간은 머리속에서 상상한 것을 구체화시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 즉 새로운 정보의 뭉치를 창조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이란 정보를 증가시키는 활동,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활동, 이렇게 만드는 정보를 물건에 체화시키는 행위이다.

정보는 물건에 체화되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의 지식과 기술 knowledge and knowhow 로 체화된다. 그런데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제한이 있다.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양의 지식과 기술은 사람들의 네트워크, 즉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집합적으로 담는다. 회사란 여러 명이 분업으로, 즉 종류를 분담하여 다양한 많은 정보를 담은 집합체이다. 회사는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정보, 즉 복잡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개별 회사의 조직으로 담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양의 정보, 매우 복잡한 정보는 시장기구 등의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담는다.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동일하지 않다. 지식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따라서 더 많은 양, 더 복잡한 정보 처리를 하고 새로 만들어 낼 수있다. 사람들 사이에 신뢰의 수준이 높으면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데 드는 거래 비용이 적은 반면, 사람들 사이에 신뢰의 수준이 낮으면 사회 네트워크 내의 거래 비용이 많이 든다. 거래 비용이 적은 사회 네트워크는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데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 즉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 즉 매우 복잡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즉 단순한 정보를 처리하여 체화시킨 물건은 많은 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 반면 많은 양의 정보, 즉 복잡한 정보 처리를 통하여 체화시킨 물건은 소수의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다.  많은 양의 정보, 복잡한 정보 처리는 한 개인의 수준을 넘어서며, 회사 단위의 정보, 혹은 그보다 더 큰 범위인 산업 생태계 단위의 정보 담지력을 요구한다. 매우 복잡한 정보 처리는 단순히 한 개인 혹은 한 회사를 이식한다고 하여도 수행할 수 없다. 

우주는 엔트로피가 계속 높아지는 방향인데, 우리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힘에 거슬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회사를 만들고,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사회 체계를 만들어 냈다. 경제 발전이란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책은 '인간의 경제활동은 정보 생성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 사회를 물리학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데 성공하였다. 논지는 간단하지만 통찰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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