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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10. 20:56

Paul Nurse. 2020. What is Life: Understand Biology in Five Steps. David Flickling Book. 212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다섯가지 주제로 답변한다. 세포, 유전자, 진화, 화학, 정보, 등이 저자가 보는 생명의 핵심이다.

생명 life 이란 외벽에 의해 가두리지어져서 밖과 안을 구별하는 '세포' cell 라고 하는 최소 단위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세포 밖의 외부 세계가 무질서를 향하는 것과 달리, 세포는 세포벽 안에서 그 자신만의 고유 질서를 유지한다. 여러 세포가 모여 더 큰 복잡한 유기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며, 복제 기제를 통해 또다른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낸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유전자' gene 이다. 세포의 핵에는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세포의 모든 작동과 재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정보를 담은 DNA로 구성된다. DNA 는 이중나선구조로 된 단백질 구조체이며, 이 단백질 구조체는 ACTG라는 네가지의 염기서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생명체는 '진화' evolution 과정을 통해 고유한 형질을 발전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로부터 오랜 세월 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다양성에 이르렀다. 진화의 기제가 작동하려면, 생명체는 재생산을 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유전자 전승 과정에서 전세대와는 다른 차이가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가 그렇지 않은 생명체보다 생존하고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원리, 즉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을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진화는 특별히 정해진 방향, 즉 목적지가 없는 non-purpose 과정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DNA 작동방식이 동일하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생명 life 은 본질적으로 일련의 '화학 작용' chemistry이다. DNA의 염기서열은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효소' enzyme 로서 세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체인 ATP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를 적재 적소에 전달하고, 에너지를 연소하는 모든 과정은 화학 반응이며, 이런 모든 화학 반응에 효소가 개입한다. 효소는 기본적으로 탄소 중합체 carbon polymer 분자이다. 우리 몸에 사용되는 20가지의 아미노산 amino acid 은 탄소 중합체이며, 이 아미노산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단백질 구조체를 만들며, 이러한 과정은 D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여 RNA에 전사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된다. 오늘날 모든 생명체의 화학 작용의 큰 그림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에너지' mystic energy, 혹은 '생명력' spark of life 라는 과거의 이론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정보' information 이다. 생명의 핵심인 유전자는 정보의 저장고이며, 생명체가 신진대사 metabolism 를 하고 '항상성' homeosis 을 유지하는 기제는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생명체는 다양한 feedback loop 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이러한 기제의 핵심은 정보 통제이다. 유전자의 일부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후형형질 발현 epigenesis 이나, 유전자의 작동과정 전체를 통제하는 장치 역시 정보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체는, 그를 구성하는 개별 세포나 기관 단위가 아니라, 유기체 전체를 단위로 하여, 생존과 후손 번식이라는 '목적' purpose 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화학 기계 chemical machine 인 유기체는 정보를 관리하면서 조정하고 작동한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내었다. 생명체도 다른 무기물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생명의 물리학적 physics 인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깊은 지식은 생명체를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자를 개량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지만, 잘 관리한다면, 식량 생산, 온난화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의 전문 지식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썼다. 전문 학자가 처음 쓴 교양서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저자가 관련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알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서 저자 본인의 연구 경험을 적절히 섞고, 이해를 돕는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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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Dawkins. 2015(198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W.W.Norton. 451 pages.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 다음으로 이 분야에서 유명한 저자가 진화의 원리를 이론과 예로 설명하며, 진화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한 책. 저자의 대표작인 The Selfish Gene 과 함께 이 분야의 고전이다.

정교한 디자인의 생물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두가지 예를 가지고 생물체의 디자인의 정교함을 설명한다. 하나는 인간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박쥐와 같이 소리의 반향으로 주위를 인지하는 지각장치이다. 창조론자는 이렇게 정교한 장치는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므로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의 원리는 오랜 기간 미세하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정교한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변화들 중 생존에 유리한 형질만 경쟁에서 살아남아 후손에 전해진다. 돌연변이 자체는 랜덤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만, 랜덤한 변화들 중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것은 결국 생존에 유리하게 복잡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랜덤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복잡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화의 길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랜덤한 돌연변이가 일어날때마다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변이 자체는 랜덤하므로 어떤 변이가 일어나서 후손에 전해질지는 미리 알 수없다. 복잡성이 높은 생물이 단번에 만들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미세한 변화의 점진적 축적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생명의 핵심은 DNA 즉 정보이다. 이 정보는 세대를 거듭하며 자기 복제되며, 복제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 즉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이가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체의 몸은 정보를 담고 다음 세대로 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맨 처음 생명체, 즉 최초의 자기복제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원시 상태의 유기물 영양 성분 스프에 번개가 치면서 자기복제 물질이 생겨났다는 기존의 이론에 추가하여, 무기물 결정체를 통한 자기복제 물질의 생성 이론을 소개한다. 실리콘이나 진흙 등은 결정체를 만드는 성질이 있는데, 특정 결정체를 더 잘 생성시키는 정보가 우연히 추가되어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가진 결정체가 더 많이 생성되게 된다면, 이는 자기복제 유기물이 출현하기 전단계에 출현한 것일 수있다. 자기 복제 유기물이 정보를 훨씬 효과적으로 복제하므로, 자기복제 무기물은 점차 자기 복제 유기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진화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형질과 그 유전자을 도태시키는 부정적인 선택도 있지만, 서로 함께할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선택도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포가 결합하여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면 결합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 결합체의 구성 세포와 세포들의 뭉치는 서로 함께 결합하여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면서 전체의 생존을 높인다. 기능이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은 긍정적인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예컨대 인간의 세포내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와는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난자를 통해 후손에 유전되는데, 이는 오랜 옛날에 서로 다른 세포가 결합한 것임을 말해준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더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도 한다. 숫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암공작의 화려한 날개에 대한 선호와 결합하면서, 화려함이 더하는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진화되었다. 이러한 공작의 날개의 변화는 기능적인 불이익을 가중시킴으로 결국에는 언젠가 실용성의 제약과 타협하여 변화가 중단된 안정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생물의 분류학은 진화의 계보를 따라 생물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진화의 나무는 일단 가지가 갈라지면 다시 합치지 않는다. DNA 정보의 유사한 정도에 따라 생물체의 근소관계를 판별해낼 수있게 되면서, 과거에 형상이나 기능의 유사성에 따라 구분하던 분류 체계에 큰 변화가 왔다.  생물체의 분류 결과는 위계 관계를 보여준다. 현대의 생물체간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초에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가지치기를 계속하여 현대의 생물체들이 모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생물체들간에 유전적인 근소관계를 가릴 수있지만,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의 조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생명체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한 존재인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진화의 원리를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러한 원리를 만든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진화론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이 더하게 되는 과정을 밝힌 것에 요점이 있다. 처음에 가장 단순한 것, 즉 최초에 자기복제 물질이 생성된 것은 우연한 과정이지만, 이후에 복잡성이 더해지는 과정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론들은 복잡한 것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복잡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단순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보다 훨씬 작다. 복잡성이 더해질 수록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단한 이론서이며 논쟁서이다. 진화론을 반박하는 입장을 논리적으로 그야말로 여지없이 몰아세우며 반박한다. 이 책을 읽으면 창조론을 철저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에 대한 저자의 열정, 사명감, 철저함에 설득당하게 된다.  진화의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경외를 느끼게 하는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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