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음악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쇼핑센타의 배경음악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쉽도록 돕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하고, 그리움에서 기쁨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친숙한 음악을 선호한다. 한 곡조 내에서도 반복을 선호한다.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청각 경험은 동시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경험에 비해서 반복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음악은 한 곡조 내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음에서 약간의 변화를 첨가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AA'BA의 패턴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청각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패턴과 흡사한 음의 진행에서 약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이는 한 곡조내에서도 음의 도약이 크면 중간음 쪽으로 회귀하는 음이 이어지는 작곡 규칙에서도 입증된다.
이 책은 음악 심리학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간간히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서술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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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Jourdain. 1997. Music, the Brain, and Ecstasy: How music capture our imagination. Avon Books. 333 pages.
저자는 대중 과학 저술가이며 피아노 연주자이다. 이책은 음악의 원리를 물리적인 소리에서부터 음악 작품의 감상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소리 sound, 음 tone, 음율 melody, 화음 harmony, 리듬 rhythm, 작곡, 연주, 감상, 이해, 황홀경, 등으로 각 장 마다 구분된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
음악에서 '음' tone 은 특정 주파수의 소리 집합이다. 어떤 악기의 음이 단일 주파수로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악기의 음은 '기본음' fundamental 과 이보다 높은 주파수의 여러개의 '상음' overtone 이 동시에 섞여 있다. 우리는 어떤 음과 이보다 높은 주파수의 배율로 만들어진 다른 음을 같은 음으로 인식한다. 이를 '옥타브 등가' octave equavalence 의 원칙이라 하는데, 옥타브가 높아질 때마다 주파수가 배율로 증가하며, 우리는 중간 옥타브의 소리와 위의 옥타브들의 소리를 같다고 느낀다. 기본음의 주파수의 1.5배에 해당하는 음도 상음에 섞여 있는데, 서구 음계에서 한 옥타브의 중간에 해당하는 '도'와 '솔'의 간격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기본음이 어떤 주파수여야 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뇌는 주파수간의 간격 interval을 주로 구별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음계에서 악기를 조율할 때, 중간 옥타브 아래의 '라' A 음을 기준으로 하는 데, 이는 관행적으로 초당 110헬츠이다. 모짜르트 시대에 비해 근래로 올 수록 같은 음에 대해 약간 높은 수준의 주파수를 설정한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귀가 낮은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의 서구 음계는 한 옥타브 간격을 균등하게 12개로 나눈 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7개 음은 우리의 귀에 서로 잘 조응하는 것으로 들리는 반면, 5개 음은 불협화음으로 들린다.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7개의 온음과 5개의 반음으로 구성된 체계가 서구 음악의 기본 음계이다. 한 옥타브 내에 12개의 반음들을 서로 어떻게 간격을 조정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음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장조와 단조라는 두가지 방식의 간격 조정 음계만이 현재는 주로 사용된다.
세계의 모든 문화가 한 옥타브의 간격 intrerval을 반드시 12개 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간격으로 음을 구분하며, 많은 전통 문화의 음계는 5개의 간격으로만 구분한다. 특정 음계는 특정 문화의 음악적 관습의 산물이기 때문에, 서구 사람들에게는 서구의 음계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문화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 발전시킨 화음과 형식의 복잡성을 서구의 음계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서구의 음계를 능가할만큼 풍부하게 복잡한 음악을 발전시킨 다른 음계는 찾을 수 없다.
음률 melody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음고 pitch 의 상하로 움직이며 음이 전개되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음악을 주로 멜로디로 인식한다. 어떤 음의 진행 contour 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음의 진행을 사람들이 싫어하는지는 분명하다. 대체로 화음에 부합하는 음의 진행이어야 한다. 동일한 음이 지나치게 많이 반복되거나, 화음에서 크게 벗어나는 음이 많거나, 비약이 심한 음악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화음 harmony 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여러 개의 다른 음고 pitch 음의 조합을 말한다. 서구에서 1500년대 이후에 단일 성부로부터 다성부 polyphony 의 음악이 발전하면서, 음을 조합하는 여러 방식이 개발되었다. 기본 3화음 triad 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기본음에 3도와 5도 음정의 음을 쌓은 화음을 의미한다. 18~19세기에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서구 고전음악은 화음 진행을 고도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조성음악이라 하여 서구 음악의 주류를 차지한다. 서구 고전음악은 화음의 고도화를 추구한 반면, 리듬 특히 박자의 복잡성은 희생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많은 비서구 사회의 전통 음악은 화음은 복잡하지 않지만 리듬은 복잡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리듬 rythm은 음악의 시간적 경과이다. 리듬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규칙적인 시간의 경과를 의미하는 박자 meter와, 의미있는 음의 뭉치인 악구 phrase 가 그것이다. 박자는 규칙적인 시간의 단위이지만, 반드시 기계적인 규칙성을 따르지는 않는다.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박자에서도 좀더 느리게 혹은 빠르게 전개한다. 악구는 대체로 넷 혹은 여덟 마디로 구성된 의미있는 음의 뭉치이다. 음악 작품은 이러한 의미있는 음의 뭉치들이 위계 체계 hierarchy 를 형성한다. 음악 작품이란 단순히 여러 음의 나열이 아니라, 언어에서와 같이 위계체계를 형성하면서 복잡성과 추상성을 높인다. 음악에 대한 훈련이 깊어질 수록, 음의 뭉치들의 복잡성과 추상성의 위계체계가 높아지고, 이를 판독하는 능력도 길러진다. 예컨대 베토벤의 작품은 음의 뭉치의 위계체계가 높은 반면, 대중음악은 복잡성과 추상성의 위계체계가 얕다. 따라서 서구 고전음악의 고도의 위계체계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낄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한 반면, 대중음악은 훈련 없이도 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작곡 composition 이란 작곡가의 머리속에 저장된 많은 패턴을 재료로 하여, 약간을 새로이 첨가하고 새로이 버무려 내는 작업이다. 마치 체스의 마스터가 수만개의 패턴을 기억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 새로운 수를 두는 것과 흡사하다. 음악 활동에 열심히 매진하는 가운데에서만 영감이 떠오른다. 베토벤은 수천장의 습작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 보면 수도 없이 지우고 고치는 작업을 통해서 완성작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전체의 구성과 중요 요소만을 대강 먼저 정하고, 이어서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작곡가들은 머리속으로 음에 대한 이미지 auditory image 를 통해서 음의 전개를 만들어 내고, 이를 피아노로 확인하는 과정을 왕복하면서 작곡한다. 작곡가들은 소리에 민감하고, 감정적으로 격렬한 성정을 가지며, 조울증의 성향을 띤 경우가 많다.
연주 performance 란 음에 대한 이미지 auditory image 가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고, 이를 몸의 운동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많은 연주자들은 실제 손으로 연주하기 전에 머리속에서 음의 이미지를 통해 연주하는 절차를 밟는다. 어릴 때부터, 예컨대 6세부터, 음악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이러한 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 일단 음의 이미지와 몸의 움직임의 연결이 확고히 정착되면, 연주의 대가들은 실제로 몸으로 많이 연습하지 않고도 머리속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이올린의 대가인 파가니니나 피아노의 대가인 리스트는 젊을 때는 많이 연습했지만, 대가가 되고나서는 연주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연습해야 음의 이미지와 몸의 움직임이 잘 연결된 상태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최소 10년 이상 매일 연습하여 10,000~ 20,000시간을 축적해야만 그러한 단계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해 understanding 이란 음들 사이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체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음악 애호가는 음악의 복잡한 패턴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음들을 예상하고, 이러한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작곡가들은, 이러한 예상에 쉽게 부합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우회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요소를 삽입하면서, 음악의 청자와 일종의 밀고 당기기를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음악 활동 경험과 과학적 이론적 지식이 잘 녹아 있다. 음악에 관련된 거의 모든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다른 과학 분야와 달리 음악의 분야는 별로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음을 확인한다. 아마 예술의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오랫동안 음악을 접해 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발견한 느낌이다. 저자의 과학 지식이 뇌과학 분야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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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an Gasser. 2019. Why you like it: the science and culture of musical taste. Flatiron books. 645 pages.
저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음악가이며,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에서 Musical Genome Project 를 수행한 경험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의 결정 요인을 음악 내적인 요인과 음악 외적인 요인의 양쪽에서 분석한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 이론을 멜로디, 화음, 리듬, 형식, 소리 라는 다섯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음악 외적 요인으로는 진화론적 배경, 소리의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배경, 문화적 배경, 사회적 성격, 심리적 배경, 음악의 효과를 검토한다.
음악은 언어와 함께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의사소통, 집단화합 등에서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었기에, 음악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다.
멜로디와 화음이 우리 귀에 좋게 들리는 것은 소리 파장의 규칙적인 중첩 현상 때문이다. 소리 파장이 중첩되지 않는 음을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 따라서 음악이란 궁극적으로는 소리의 물리적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7음계, 장조, 단조 음계가 발달한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이와는 다른 음계가 발달하였다.
음악에 대한 인식은 매우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12세 무렵이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통용되는 음악에 두뇌가 굳어지며, 이후 다른 문화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이 친숙한 음악과는 다르다는 차이를 느낀다. 따라서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취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사람들이 나고 자란 문화이다. 자신의 문화에서 규정하는 음악 규칙과 다른 음악을 들으면, 생소한 느낌이 들고, 긴장하게 되고, 기억하기 어려우며,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음악은 자신의 집단 정체성의 일부이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음악적 취향은 계급 배경을 반영한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동일시하는 집단, 즉 하위문화를 형성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이 대표적 예이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내면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며 세련된 음악, 예컨대 재즈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반면, 외부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격정적이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음악, 예컨대 록, 컨트리 등을 좋아한다. 자신이 특정 음악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친숙함이 좋아함을 낳는다. 개인적 성격 이외에 맥락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아침에 운동할 때, 저녁 식사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등 맥락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이 있다. 동일한 성격의 사람들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음악을 찾는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일곱개의 음악 '취향 모델'(genotype)을 설정하고, 각 취향 모델에 속하는 네 개의 곡을 예로 하여 개별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팝(Pop), 록(Rock), 재즈(Jazz), 힙합(Hip Hop), 엘렉트로닉 춤곡(Electronica, EDM), 비서구음악(World Music), 클래식(Classical)이 그것이다. 각 취향 모델의 역사와 음악적 속성을 전반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은 비전공자도 읽을만 하나, 개별 음악을 분석하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라서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사실상 두개의 책이 합쳐진 것이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전문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반면, 음악 외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도 무리없이 읽어내릴 수 있다. 음악에 대해 사실상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커버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빽빽하게 집어넣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대강이라도 읽고 나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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