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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해당되는 글 3건
2023. 3. 2. 17:47

Robert Greene. 2018. The Laws of Human Nature. Viking. 586 pages.

저자는 잘 나가는 자기개발서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 본성의 약점은 무엇이며,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극복하고 이용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각 장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하나씩 격파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각장의 서술은 일률적으로 패턴에 따라 전개된다. 먼저 간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왜 일이 그렇게 전개되었는지 진단을 내린다. 다음으로, 관련된 인간 본성의 문제가 무엇인지일반화의 맥락에서 서술하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지목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스스로 극복하며, 상대가 보이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이용할지 서술한다.

저자가 파악한 인간본성의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8개장에서 각각을 다루는데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인간은 감정에 따라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 자기 중심적이다. 대외적으로 마스크쓰고 있다. 때때로 충동에 휩싸인다. 욕망한다. 단견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다. 자기 방어를 한다. 내부의 어두운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타인을 질투한다. 자신에 대해 과대망상증이 있다. 목적 없이 살아간다. 집단 압력에 순응한다. 공격 성향을 가지고 있다. 등등.

이러한 인간 본성의 약점/문제들은 유전적인 성향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어렸을 때 부모와의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이러한 문제의 존재를 파악해야 한다. 조용히 물러나 자신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찰을 하면 이런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을 모니터하면서 고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심하게 가진 타인을 대할 때에는, 그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경계하고 거리를 두는게 좋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추종한다. 인간 본성의 문제들은 스스로 의식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있으며, 어릴때 부모와의 경험이 이러한 문제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어느정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문제를 역이용하여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전형적인 자기개발서의 공식을 따른다.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면 고칠 수 있으며, 나아가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인간의 문제들은 환경의 산물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예컨대,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그것에 헌신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목적 없이 닥치는 대로 대응하며 살아간다. 인생의 목적은 스스로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동일한 논리와 피상적이고 유사한 서술을 반복하여, 정말 읽기 어려웠다.

2022. 7. 27. 17:21

Edward Wilson. 2004(1978). On Human Nature. Harvard University Press. 209 pages.

저자는 개미 연구로 유명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에서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기반 위에 있으며,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은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의 생물학적 속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생존과 자손번식에 도움이 되는 속성이 선택되어 오늘날 인간의 본성이 되었다. 인간의 사회 활동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사회적 실험은 실패했다. 대표적인 예로, 자녀를 부모와 떼어내 공동으로 양육하는 공동체 운동이나, 남녀간의 가족 형성 원칙을 부정하는 집단적 공동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가지 인간의 속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공격성(agression) 이며, 둘째는 섹스이며, 셋째는 이타주의(altruism) 이며, 넷째는 종교이다. 공격성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과 속하지 않은 집단(외집단)을 구분하고, 외집단에 대해 적대적이다. 이러한 속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산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내집단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가족이며, 이 범위는 맥락에 따라 넓혀진다.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지역, 계급 등 사람들이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늘면서 다른 기준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중요성은 남아있다.

둘째 섹스. 섹스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후손을 번식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인간에게는 남녀간 결합을 형성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목적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인간이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부와 모의 헌신적인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여자는 발정기가 따로 없고, 항시 섹스가 가능하며, 일부일처의 가족이 기본으로 자리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남성은 자신의 여자의 섹스를 독점하는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데 헌신하는 거래를 한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반면, 여성은 인간관계에 민감하고 수동적인 이유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이타주의.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생물적 본성과 연결된 이기적 행위이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일부 공유하는 친족이나 집단의 복리가 높아진다면,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후대로 이어지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넷째, 종교. 전통적 종교의 교리의 일부는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되거나, 현대 도시 산업사회의 삶에 맞지 않는 부분을 담고 있다. 종교가 만드는 집단 헌신은 집단의 복리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세시대에 마녀 사냥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안전핀 역할을 했다. 동성애를 금하는 종교의 가르침은 동성애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을 부정한다. 동성애의 진화론적 존재 이유가 명확치 않지만, 동성애가 동성애자가 포함된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종교가 남성 우위의 이념을 주장하는데, 이는 과거 수렵채취 시절에 맞는 생존방식이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면, 인간 사회와 문화의 가용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에 대한 체계적 지식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근래에 인간 도덕의 생물학적 배경을 탐구하는 활동이 대표적 예이다.

이 책은 저자의 과학적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와 인문학에 확장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 글이다. 1970년대 중반에 쓰여져서 제시하는 사례나 핵심 논의가 약간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동물행동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듯이 생물학적 지식에 기반해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설계하려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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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4. 21:11

Frans De Waal. 2005. Our Inner Ape: A leading primatologist explains why we are who we are. Riverhead Books. 250 pages.

저자는 유인원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유인원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인간의 특성과 비교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침팬지와 보노보인데, 둘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침팬지는 엄격한 위계사회를 이루며, 힘이 세고 폭력적이며, 수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반면 보노보는 위계가 엄격하지 않으며, 폭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평화적이며,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침팬지는 하위자가 상위자와 마주칠 때 반드시 존경을 표시해야 하는데, 상위자는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하위자들을 순회하면서 매일 위계를 확인시킨다.  침팬지들은 엄격한 위계 사회에서 살아가느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반면, 보노보는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삶을 살기에 침팬지보다 오래 산다. 침팬지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위를 쟁취하는 사회이기에 침팬지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빈번하며 지위변동이 심하다. 반면, 보노보는 엄마의 지위에 따라 자식의 지위가 좌우되기에 보노보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적고 지위 변동이 심하지 않다.

침팬지들은 연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최강자에 대항해 다음 강자들은 서로 연대하여 최강자의 권력을 견제한다. 가장 강한 놈이 홀로 힘을 행사하면서 오랫동안 지배자로 군림하기는 어렵다. 연대를 통해 뒷받침된 권력이 아니면, 다른 수컷들이 서로 연대하여 지배자를 힘으로 누르기 때문이다. 최고 지위에 오른 침팬지는 많은 암컷과 교미하면서 자신의 후손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는 수년이상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침팬지들이 호시탐탐 도전하지 때문이다. 권력의 교체기에는 침팬지 사회에 긴장이 흐르며, 새로운 권력자가 완전히 평정하고 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긴장이 사라진다. 침팬지 암컷은 침팬지 수컷과 달리 서로 힘을 합하여 수컷의 폭력에 대항한다. 수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가장 힘센자가 최고의 지위에 오르나, 암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연장자가 최고의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암컷들 사이에서는 수컷의 경우와 달리 권력의 행사가 두드러지지 않다.

보노보는 관계를 원활히 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수컷과 수컷간, 암컷과 수컷간, 암컷과 암컷간 성적 자극을 교환하면서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한다. 화해의 수단으로, 긴장을 풀 목적으로, 화합의 목적에서 서로 성적 자극활동을 자주 한다. 성별 구분 없이, 연령의 차이에 관계 없이 사회활동의 일부로 성적 교환을 한다. 다만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간, 형제간에는 상호간 성적 자극활동을 하지 않는다. 침팬지 사회에서 수컷과 암컷 사이의 섹스는 교환관계이다. 암컷은 수컷에게 섹스를 허락하는 대신 수컷으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는다.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암컷과 수컷이 여러 상대와 섹스 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 보이는, 수컷이 새로이 암컷을 차지하면 이전에 태어난 아이를 모두 죽이는 영아살해 관행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세계에서 의붓아버지가 의붓 아들을 학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은 일부일처 제도를 통해 이러한 영아살해 관행를 예방할 수 있었다.

침팬지들은 자신의 영역을 집단적으로 지키고, 이웃한 타집단을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는 행위를 일삼는다. 타집단의 구성원을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부족주의'는 침팬지와 인간 모두에게 공통이다.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지만, 집단 전체의 안정을 위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타협하는 관행이 잘 발달되어 있다. 상위의 암컷이 수컷들 사이에 갈등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침팬지들에게 상호주의(reciprocity)의 개념은 잘 각인되어 있다. 침팬지들도 서로 공감(empathy)한다. 상호주의와 공감 능력은 도덕적 감정의 바탕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상대에게 친절을 배푸는 것은 상대로부터 나중에 보상을 받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및 막연한 미래의 상황에 상대로부터 해를 입지 않으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상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느끼는지, 상대가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상대의 마음을 읽는' (theory of mind) 능력을 침팬지는 인간 못지 않게 가지고 있다. 상대의 생각을 짐작하고, 상대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자신도 함께 하는 능력은 집단 생활에서 필수적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침팬지와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놀랄만큼 공유한다.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정성(fairness)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분배에는 분노하고 참여를 거부한다.

인간은 폭력적인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보노보를 보면 평화를 사랑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폭력적이거나 화합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은 포용하고 서로 화합하는 반면, 타집단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하하며 잔인한 폭력 행사를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은 양극 모두를 자신의 본성으로 가지고 있다.

저자는 수십년 동안 네덜란드의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구체적인 사례를 적절히 언급하면서 유려하게 글을 쓰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 또한 뛰어나다. 인간에게는 가식으로 가려져 있는 것을 침팬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침팬지 연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한다고 주장한다. 두번 읽을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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