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저자는 냉전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이책은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독서를 배경으로 하여 지도자와 정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예일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강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로마시대에 옥타비안이 황제가 되는 과정, 영국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방식 비교, 히틀러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헌법 개정, 러시아의 일차대전 참전과 공산주의 혁명, 등 서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된다.
지도자는 여우와 고슴도치 fox and hedgehog 라는 두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우는 디테일에 강하며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움직이는 유형인 반면, 고슴도치는 한가지의 큰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가지의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낭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상되는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여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품고서,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두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패턴을 암기하고 따를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할 수 있다. 마치 운동선수가 코치의 지도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이러한 능력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르시아의 황제는 그리스 침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그의 참모의 조언을 무시하였다. 그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다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침공을 결행하였다. 예상대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여 결국 패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유형의 지도자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로마시대에 시저 황제의 양자였던 옥타비안은 시저가 죽은 다음, 그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당시 강자였던 앤토니 및 시세로와 권력을 나누는 선택을 하였다. 이후 서서히 힘을 키워서 하나씩 강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며, 오랜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를 한 황제로 기억되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통치 방식이 달랐다. 영국은 식민지의 지역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을 택한 반면, 스페인은 식민지 모국의 정책을 식민지 전체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택하였다. 영국의 식민지는 종교의 다양성을 허용한 반면, 스페인은 카톨릭의 엄격한 원칙을 식민지 사람들 모두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와 모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영국의 식민지는 공화정이라는 유연한 정치체제로 통일되고 안정된 독립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식민지는 지역의 독립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 분열하였으며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었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전쟁 초기에 승리가 계속되면서 오만해져서,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 무리한 정벌을 감행한 결과 크게 실패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자기의 개인적 야망을 만족시키는데 사용하면 결국 몰락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매수하고 위협하는 수단도 불사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라는 장기적이고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 형의 추진력과 여우 형의 교활함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제일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은 러시아를 전쟁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일의 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출현한 공산주의 러시아는 서방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다. 영국의 러시아 참전 독려는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집필되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인용되며, 곳곳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사례와 인물을 인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서술이 산만하고, 때로는 견강부회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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