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인들이 우리를 모범으로 여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실업문제, 빈곤문제, 재벌문제 등으로 우리 주위에서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숫하게 보며, 국회에서는 기득권을 챙기려고 억지를 쓰고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정치인을 흔히 본다. 우리사회에는 부정이 판을 치며 술과 도박에 빠지거나 몸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향락산업 종사자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냉혹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폭력을 일삼거나 삐뚤어지게 자라나는 것을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보는가? 이런 나라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다니.
그런데 외신에서는 세계의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한국을 본받아야 할 나라로 보고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단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물론 한국의 문화가 각광을 받으며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요즈음 한국의 대학교에는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에서 온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외국의 공무원에게 한국에 관해 교육시키는 대학원 프로그램에 입학하려면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야 한다. 마치 수 십 년 전에 한국인이 서구 나라에 가서 배우는 것을 동경했듯이 이들은 한국에 와서 배우고 싶어 한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커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독보적인 사례로 언급될 만하다. 1960년대 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였던 것이 이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한국이 발전해 왔던 과정을 다른 나라가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국제적인 환경이 달라졌으며, 한국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은 다른 토양에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모범적인 사례라고 외국에서 칭찬한다지만 우리는 문제가 많음을 잘 안다. 불평등은 확대되고 있으며, 학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젊은이들은 실업과 좌절에 신음하고 있으며, 부정의와 부패가 도처에 널려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깨닫고 앞날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다. 우리의 정치가 혼탁하지만 불과 20년 전에는 무자비한 독재가 판치지 않았던가?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대의 무자비한 민간인 살상이 1980년에 한국에서도 있었다. 연줄이 없으면 취직을 하기 어렵고 급행료를 내지 않으면 관공서에서 일이 돌아가지 않던 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 여전히 후진적인 시스템이 곳곳에 있지만 점차 바뀌는 것을 보면서, 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보면서 앞으로 일이십년 후에는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풍요롭고 투명한 사회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 또한 이러한 사회를 앞당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 블로그를 정성을 기울여서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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