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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4. 21:30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50대 중반이 되면서 직업 전선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창 일할 연령인 25세에서 54세 사이에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70년대까지 95%를 넘었으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이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여 근래에는 80%후반에 머물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란 해당 연령대의 인구 전체 중에서 일을 할 능력이 있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한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다.

NYtimes_MenNotWorking.hwp


  50대 후반 남성들이 근래에 경제활동에서 더 많이 퇴장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기술 변화가 급속하여 낡은 기술을 가진 중년을 직장에서 선호하지 않는데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여 연공서열을 쌓아 높은 임금을 누리던 남성 근로자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해고 되었을 때, 주변에 싼 임금을 주는 서비스 직종에서 새로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쌍용 자동차에서 강제 해고된 사람들이 시급 오천원의 임시직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아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미국에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연령대에 따라서는 70%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남성이 밥을 벌어 와야 한다는 압력이 대단하여 직장이 열악하더라도 어떻게든 참고 다녔으나, 부인이 돈을 벌어온다면 남성은 실직을 해도 한숨 놓고 과거에 일하던 수준의 보수에 걸 맞는 직장을 알아볼 뿐 열악한 일자리를 찾아 고생하려고 하지 한다.

  50대에 일자리를 벗어난 중년 남성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일찍 일에서 은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모든 은퇴한 남성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지는 않다.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소개한 사례는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로 보인다. 집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이 제일 많다. 과거보다 잠을 많이 잔다. 일을 할 때는 평일에 8시간 이하로 자던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서는 9시간 이상 잔다. 텔레비전의 시청시간이 눈에 띠게 늘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을 좋아 하던 사람은 하루에 많은 시간을 음악을 들으며 보내고, 악기를 좋아 하던 사람은 매일 악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쓰고 때때로 동호회 연주 모임에도 나간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된 사람도 있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것을 새로이 배우거나 해보는 사람도 많다.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사람이 많으며 교양 강좌를 듣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사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나이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왕성한 나이이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만 아니라면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더 늦기 전에 시도해보고 갈 때까지 가보고 싶은 때이다.

  사실 은퇴라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만 아니라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50대 중반에 은퇴하면 나쁜 점이 훨씬 많다. 경제적 어려움은 시간이 가면서 가중된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30년 이상 근로 소득 없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을 멈추면 미국에서는 처음에 실업 수당이 나오고 몸이 아프게 되면서 장애 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기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압박 때문에 과거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열악한 조건에서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이 점차 늘어난다.

  경제활동에서 은퇴하기에는 50대 중반이 이른 나이이므로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압력을 많이 받는다. 일을 해야 할 나이에 일을 하지 않으면 놀고먹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덮어씌워 지면서 자긍심을 훼손당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으며 주위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기생충 취급한다면 계속 살아야 할 가치를 부정당하게 된다. 남성의 경우 놀고먹는다는 자아 이미지는 견디기 힘들기에 사회생활이 움츠러들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쉽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정신적으로 피폐해 지면 오랜 세월 함께 하던 주위사람들, 특히 자신의 배우자 마져 떠나게 된다. 

  사실 누구나 직장생활이 힘들기에 빨리 은퇴할 나이가 되어 마음 편히 놀고먹는 생활을 기다리는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사회에서 인정하는 은퇴 연령이 점점 뒤로 늦추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십년 전만해도 경제활동연령은 59세에 종료되고 60세 부터는 노인, 즉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은퇴 생활을 해도 되었다. 현재 64세까지로 되어 있는 경제생활연령은 조만간 뒤로 늦추어 질 것이 분명하다. 근래 여론조사에서 70세부터 노인이 시작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 하며, 건강 상태로 볼 때 70세까지는 일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하니 경제활동 연령이 69세로 늦추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 대로라면 연금 재정이 파탄날 것이 분명하기에 연금 개시 연령도 뒤로 늦추어 질 것이 분명하니 50대에 은퇴하기는 글렀다. 마음 편히 놀고먹을 수 있는 날이 훨씬 뒤로 늦추어 지는 것이다. 무엇을 하건 필사적으로 일하면서 최소한 60대 초반까지는 버티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50대 중반에 은퇴하여 조금 먹더라도 여유자적하며 살고 싶지만 꿈같은 이야기이다. 직장 생활에 쫒기지만 않는다면 더 뜻있게 삶을 살 수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