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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8. 13:31

  선진국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이 크게 증가하였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성역할 분업, 즉 여성은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고 남성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물론 경제형편이 어려운 계층은 이러한 사회적 이상형을 실천하기 어려웠다. 가난한 집의 부인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생계를 위해 돈벌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중류층에서 기혼 여성이 돈벌이를 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Economist_Women&Work.hwp



  세상은 변해 이제 서구사회에서는 70% 이상의 기혼 여성이 경제활동을 한다. 물론 그들 중 절반 이상은 전업직이 아니며, 남녀간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30%이나 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만일 어떤 여성이 밖에 나가 일 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되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것이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날도 멀지 않다.

  여성이 밖에서 일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기반을 가지면 남성과 여성간의 권력차이는 좁혀진다.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가 늘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고, 이혼하고 재혼하는 사례가 늘고,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가 정착한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 본인의 의지도 작용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 인구가 노령화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의 활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충하려면 여성의 참여를 늘릴 수밖에 없다. 여성의 교육이 남성과 동등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 여성 인재를 집에 모셔둔다면 자원의 낭비가 엄청나다. 여성 인재를 놀리는 나라는 여성 인재를 활용하는 나라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며, 우수한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뒤질 것이다. 

  여성의 경제력이 늘고 사회적 역할이 남성에 근접하면, “여성다움”이라는 문화적 상징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자신을 치장하고 남성에게 잘보이는 데 과도한 노력을 쏟아야만 하는 “여성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이고 능력있는 여성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는 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환상, 남성에 대한 여성의 환상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컴퓨터가 없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듯이,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없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어떨지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게 더 낳은 방식의 삶이고 인간성을 존중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방식은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호도해도 비인간적이다. 물론 각자가 자신의 삶에 책임지면서 사는 것이 더 편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