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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1. 21:15

 

Caleb Averett. 2023. A Myriad of Tongues: How Languages Reveal Differences in How We Think. Harvard University Press. 268 pages. 

저자는 세계의 오지에 사는 서구문명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의 언어 활동을 연구하는 언어 인류학자이다.  이 책은, 언어학계의 대표적 주장인 세계 언어의 보편 법칙성에 반발하여, 세계 언어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다양성의 원천은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자연 환경의 차이 등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언어학은 주로 서구의 언어를 연구하여 발견한 것을 보편 법칙으로 주장하는데, 서구문명을 접하지 않은 세계의 다양한 언어들은 서구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며, 그들의 다른 말하는 방식은 그들의 다른 생각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이는 시간, 공간, 색채, 냄세, 가족관계, 등의 분야에서 말하는 차이에 반영된다. 예컨대 서구의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방향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함에 비해, 어떤 부족 사람은 지구의 방위, 혹은 주위 지형을 중심으로 방향을 인식하고 말한다. 즉 서구에서는 좌우앞뒤, 등으로 인식하고 말함에 비해, 그 사람들은 동쪽 서쪽, 고개 위쪽으로 고개 아래쪽으로, 등으로 인식하고 말한다. 서구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뚜렷이 구분된 세 가지의 시간 범주가 있음에 비해, 어떤 부족 사람들은 두 개의 시간 범주만 있다. 서구에서 근래로 오면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색채의 종류가 많아지는 반면, 전통 부족 사람들이 별도의 단어로 구분하는 색채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문화에서는 파랑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가족 관계에서 연령 고하를 크게 따지지 않음에 비해, 많은 다른 언어에서는 연령이 위인지 아래인지를 구분하여 별도의 단어로 표현한다. 

언어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유용한 방향으로 발달한다. 지역에 따라 삶의 방식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많이 쓰고, 어떻게 대상을 범주화하는가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더운 지방에서는 눈과 얼음을 구분하지 않는 반면, 추운 지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눈을 구분하는 단어가 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는 발음하기 쉽고 짧다. 자주 쓰는 표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법의 일부로 포섭된다. 예컨대 일부 부족에서는 영어의 'I think that ...' 혹은 'I want to ...' 의 표현들이 문법 요소의 일부이거나 접두어 혹은 접미어로 축약되었다. 언어는 화자의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건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발음을 선호한다. 성대가 건조하면 복잡한 발음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에서는 f, v 발음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발음을 선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윗잇빨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며, 따라서 윗잇빨과 아랫 입술이 부딛치는 발음이 자연스러운 반면,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질긴 음식을 먹기위하여 윗잇빨과 아랫니가 정확히 교합되어 있기 때문에, 윗잇빨과 아랫입술이 부딛치는 발음은 부자연스럽다. 그의 주장을 따르자면, 한국인은 유목민을 조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단어와 문법을 별도의 것으로 구분하는 언어학의 전통은 실제 언어 생활과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응용의 범위가 다양한 정도의 여러 구문들을 습득하여, 이를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한다. 어떤 구문은 특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맥락에는 쓸 수 없으나, 다른 구문은 일부 단어만 대체하면 다른 맥락에서 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구문을 외우고 그것을 다른 맥락에서 다른 단어를 대입해 적용해 보는 과정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한다. 저자는 이를 Constructionism 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별도의 보편 문법이 있다는 노엄 촘스키의 이론에 반대되는 견해이다. 

특정 소리와 의미의 관계는 임의적 random 이라는 것이 언어학의 주장인데,  저자는 소리와 의미가 연관되는 사례들이 많으며, 이러한 것들은 언어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m 소리'와 '코'가 연관된 것을 많은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다. 사람들은 소리의 특성으로부터 그것의 의미를 추측해낼 수 있다. 

저자는 서구 편향적인 기존 언어학에서 벗어나, 세계 언어 및 그와 연관된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에 눈떠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예를 제시하는데, 그가 제시하는 예로 언어의 보편적 성질을 반박하기에 충분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곳곳에서 소위 'Spir-Worf 가설', 즉 언어가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전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언어는 은근히 미묘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특정 언어에 색채 구분이 있으면, 구분 범주를 따라 색채를 분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식이다. 인류학자의 책이 그렇듯, 서구와는 다른 다양한 부족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