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필립 (이석호 옮김). 2025. 음악의 역사(A Little History of Music). 소소의 책. 391쪽.
저자는 음악가이자 음악학자이며, 이 책은 전세계의 전기간에 걸친 음악의 역사를 요약하여 서술한다. 서구의, 백인 남성 음악가 중심의, 엘리트들이 즐기던 음악에 치중하던, 전통적 음악사의 범위를 벗어나, 서구 이외의, 비백인의, 여성 음악가의, 민속 음악과 대중음악 등, 서구 음악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주제를 포함하려 노력한다.
서구의 음악은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시대와 이후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 로마시대의 음악에 뿌리를 둔다. 서구의 음악은 서기 1,200년대까지는 거의 전적으로 교회를 중심으로 하였다. 이후 1,400~1,600년의 르네상스 시대에는 왕과 귀족의 세력이 성장하고 이탈리아의 도시를 중심으로 부호 상인 가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 권력자의 보호하에 이들의 여흥과 세과시을 위한 역할에 머물렀다. 이와는 별도로 일반 민중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민속 음악이 존재했다.
서구의 음악은 1,100 년경부터 음악을 기록하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세계의 다른 음악과 달리, 전통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길을 걷게 된다. 서구를 제외한 세계의 음악은 귀로 듣고 경험으로 배우는 과정을 거쳐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 반면, 서구에서는 악보를 통해 과거의 음악을 정확히 재생하고, 동시대의 음악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거나 변형시키는 길이 크게 열리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시대까지는 단성음악 monophony 이 주를 이루었으나, 중세 교회 음악에서 화성을 곁들인 음악 homophony 을 거쳐, 여러 음이 동시에 전개되는 다성음악 polyphony 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이후 서구의 음악은 화성 harmony 을 체계적으로 적용한 조성음악을 기본틀로 하게 된다. 1600~1750년대의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JS Bach 는 조성체계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서구 음악의 아버지로 숭앙된다.
1750~1820년대의 고전시기 classical period 에 활동한 모짜르트와 베토벤은 서구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다. 이전까지 서구의 음악가는 교회에서 일하거나 권력자의 보호하에 그들에게 고용되어 그들의 여흥과 행사에 보조하는 음악 활동을 하였다. 반면, 모짜르트와 베토벤은, 아직 부분적이기는 하나, 자유 음악가 freelance musician 로서,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술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신이 원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창작 활동을 독립적으로 하는, 전문 예술가의 롤모델을 만들었다.
1820~1900년대의 낭만주의 시기에는, 서구의 음악이 과거의 규칙이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의 감정과 양식을 표현하고 시도하는 시기이다. 19세기 후반 서구에 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각 민족의 고유한 정서와 가락을 반영한 음악을 생산하는 운동이 전유럽에 전개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음악의 전형이라할 화성과 조성의 원리를 파괴하는 실험이 전개된다. 일차대전을 계기로 서구 문명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면서, 서구의 음악 전통을 거부하는 다양한 음악들이 나온다. 이들은 서구 음악의 전통적인 화성 체계를 버리고 불협화음을 많이 사용하면서 일반 음악청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20세기에는 녹음기술과 라디오의 보급으로, 음악 활동과 소비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된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수단이 확보되면서,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이 음악 활동의 주역을 차지하게 된다. 19세기까지 엘리트 중심의 음악은 '고전음악' classical music 이라는 범주로 국한되며, 중상류층의 고급취향의 사람들만이 즐기게 된다. 한편 20세기 중반 이후 영화의 발전과 더불어, 고전음악은 영화 음악에 활발하게 사용된다.
이 책은 전세계의 전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역사를 서술한다는 엄청난 과업을 제시했으나, 결국 서구의 음악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비서구의 음악은 그야말로 수박 겉할기로 건드린다. 예컨대 지나가면서 K-pop 과 사이의 '강남 스타일'을 언급하는 식이다. 서구의 엘리트 음악 이외에, 대중음악이나 민속음악에 대한 서술은 피상적이다.이는 아마도 서구 엘리트 음악 이외에 다른 음악들에 대한 연구가 깊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일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개별 작곡가를 망라하는데에 매몰되지 않고, 음악의 전반적 흐름과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 저자가 음악학자이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그의 서술이 보다 깊이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번역이 엄청나게 잘 되었다는 점이다. 번역이라고 느끼지 않을만큼 글과 표현이 자연스러워서, 글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자가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고, 말을 다듬는데 엄청나게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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