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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에 해당되는 글 285건
2021. 9. 26. 22:04

Barbara Natterson-Horowitz and Kathryn Bowers. 2013. Zoobiquity: The Astonishing connection between human and animal health. Vintage books. 314 pages.

저자들은 심장병 전문의와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이 질병에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그 이유를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신체적 및 정신적 측면에서 동일한 병리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다양한 동물 종들의 질병을 비교하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있다. 

인간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졸도하는 현상은, 동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신진대사가 극도로 낮아지면서 얼어버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는 포식자에 대한 방어의 기제로 진화하였다. 

암은 동물 세계에서 일반적이다. 세포가 복제하면서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몸집이 큰, 즉 세포의 수가 많은 동물이 몸집이 작은 동물보다 암의 발생 빈도가 반드시 높지는 않으며, 일부 동물에서 암이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유전자 복제의 오류만으로 암의 발생 기전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복제의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기제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동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양성번식하는 모든 동물은 성행위를 하며 오르가즘을 느낀다. 오르가즘은 동물이 성행위를 하도록 자극하는 촉매제이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에 문제를 가진 사례가 흔하다. 동물의 삶에서 생식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인간은 성을 감추지만 인간 역시 동물의 일부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성은 핵심적이다. 

인간이 정신적 충격으로 심장이 멎어 죽듯이, 동물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 특히 포식자 앞에 공포의 상황에서 심장이 멎어 사망한다. 자연 세계의 동물은 계절의 변화나 먹이의 증감에 따라 살이 찌고 빠진다. 그러나 우리에 갖힌 동물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과도하게 먹어 살이 찌거나 반대로 먹이를 먹지 않아 병적으로 마른다. 섭식장애를 보이는 인간 환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동물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됬을 때 자해 행위를 한다. 

동물이나 인간 모두 청소년기는 부모의 보호로부터 독립된 성인의 단계로 이전하는 과도기이다. 이 시기에 동물이나 인간은 모험적 행동을 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 시기에 이러한 행동은 직접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청소년기는 모험적, 충동적 행동 때문에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지혜를 획득하지 않으면 독립적 성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병원균은 동물로부터 온 것이다. 많은 병원균은 다양한 동물 종을 옮겨 다니면서 변이를 거듭하다가 인간에게 온다. 동물 세계에 퍼지는 질병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근래까지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와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수의사를 깔보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질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의사와 수의사의 협업은  의학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근래에 진화의학 evolutionary medicine 이 의료계의 인정을 받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공통 기전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책은 의사와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서인지, 읽기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선진국 사람들에게 주요한 질병 - 심장병, 비만, 성적인 문제, 마약, 병적 집착, 자해 행위, 성병- 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간과 동물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무수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례들이 지나치게 많이 망라되어 있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21. 9. 22. 17:47

Charles Tilly and Sidney Tarrow. 2015. Contentious Politics. Oxford University Press. 233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와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행위인, 데모, 집회, 사회운동, 내전, 혁명, 등 포괄적 범주의 정치적 투쟁을 분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구조적 요인이 자연적으로 발화하여 정치적 투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왜 어떤 경우에 정치적 투쟁으로 발전하는가? 정치적 투쟁 중 어떤 것이 성공하여 제도 정치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가? 왜 특정한 투쟁 행위를 채택하는가? 왜 어떤 투쟁은 평화롭게 전개되고, 어떤 투쟁은 폭력적이 되는가?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투쟁 행위는 기존의 정치 제도와 상호 작용하며 전개된다. 기존의 제도권 정치가 어떤 정치적 기회를 허용하는가에 따라, 제도 정치권 밖의 정치적 투쟁 방식도 달라진다. 국가가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며 민주주의 제도가 자리잡은 나라에서, 정치적 투쟁은 평화적으로 전개되며 제도 정치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민권운동이나, 19세기 초 영국에서 전개된 노예폐지 운동을 들 수 있다. 반면 국가의 통치력이 약하며 권위주의 정치가 전개되는 나라에서 정치적 투쟁은 폭력적인 방법을 취한다. 아프리카나 전세계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소수민족의 폭동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투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열기가 식고 잊혀진다. 정치적 투쟁은 처음의 발화 지점과 사람과 이슈를 넘어서서 다른 지역, 다른 범주의 사람들, 연관된 다른 이슈로 확대될 때에 성공한다. 구체적으로 벌이는 투쟁 행위는 과거에 다른 곳에서 벌어졌던 방식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투쟁이 전개되면서 상황에 맞추어 새로이 창안해내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의 민권운동에서 흑인 대학생들이 백인 전용 식당 좌석을 점거한 행위나,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서 노란 우산을 상징으로 사용함으로서 투쟁의 파장을 확대시켰다.

20세기 초반까지 선진국에서 정치적 투쟁은 계급간 갈등, 구체적으로는 노동계급이 국가와 자본가 계급에 저항하는 행위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정치적 투쟁의 주 이슈는 민족간 갈등으로 옮아갔으며, 근래에는 인종, 민족, 여성 등 소수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주를 이룬다. 근래에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Occupy Wall Street 운동과 같이 계급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 선진 산업국에서 새로이 일어나고 있으나, 별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는 정치적 투쟁이 국제적 연대와 모방을 통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중동의 이슬람 지하드 운동이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 환경운동과 기후변화에 대응을 촉구하는 운동 등은 특정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이는 세계화로 사람, 정보, 물자의 국가간 이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책은 교과서로 집필되어 그런지 이야기의 흐름이 없이 단절적으로 서술하여 읽기 힘들다. 저자가 서두에서 제시한, 왜 어떤 경우에 정치적 투쟁 행위가 벌어지는지 하는 의문에 대해 책을 다 읽고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 투쟁 사례가 소개되고 있으나, 각 사례에 대해 한 두 쪽의 간단한 줄거리만 피상적으로 제시하여 별로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2021. 9. 20. 10:33

Frans de Waal. 2007(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John Hopkins University Press. 215 pages.

저자는 동물행동학자(ethologist)이며, 이 책은 네덜란드의 침팬지 동물원에서 3년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회 활동을 권력 갈등이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를 연구자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 추구 행위는 인간의 가식이 벗겨진 상태에서 전개됨으로 훨씬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이야기는 침팬지 집단의 최고 연장자 수컷인 예로인(Yeroen)이 위계서열의 정상을 차지한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상하는 도전자인 류이트(Luit)에게 권좌를 빼앗긴다.  그러나 류이트의 권력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혈기 왕성한 젊은 도전자인 니키(Nikki)에게 권좌를 내주게 된다. 니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 예로인의 협력이 필수적이었으므로, 그의 권력은 불안정하다. 예로인은 니키와 류이트 간의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이 니키보다 명예와 섹스를 더 많이 차지하는 노회한 정치를 구사한다. 침팬지들은 평소에 서로 마주칠 때마다 지위 위계에 따라 굴종과 과시를 교환하는 의례를 수행하는데, 권력 관계에 변화의 조짐은 이러한 굴종의 의례의 변화에서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예로인의 권력이 류이트에게 넘어가서, 굴종 인사를 하는 측이 류이트로부터 예로인으로 완전히 바뀌는데 거의 반년이 소요되었다. 

침팬지 집단은 성인 수컷 4명, 성인 암컷 10여명, 청소년과 아이들 여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지위는 연령, 권력의 연합 관계(coalition), 물리적인 힘, 지혜와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힘이 가장 센 침팬지가 반드시 위계 서열에 가장 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암컷은 집단의 화목을 추구하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한다. 예컨대 권좌를 차지한 수컷은 자신의 개인적 선호나 사소한 이익을 넘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반면, 암컷은 개인적 선호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암컷들 사이에도 지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컷들 만큼 지위 추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지위 갈등의 빈도가 훨씬 덜하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물리적 힘과 함께 집단의 다른 구성원의 지지에 의존한다. 암컷들은 특정 수컷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지지 세력이다. 권력의 찬탈을 도모하는 수컷은, 암컷들을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권좌에 있는 수컷은 항시 다수의 암컷의 지지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로인은 니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존재인데, 젊고 거칠어서 암컷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니키보다 암컷들로 부터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한다. 

약자들 사이에 연합을 통해 강자의 권력을 견제하는 행위는 항시 관찰된다. 예로인이 권좌에 있을 때, 류이트와 니키가 연합했으며, 류이트가 권좌를 차지했을 때 예로인이 니키와 연합했으며, 니키가 권좌에 있을 때 예로인은 공식적으로는 니키와 연합하고 때때로는 류이트와 연합하는 방식으로 양 쪽을 번갈아 이용함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로 했다. 또한 니키와 류이트는 예로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섹스를 할 때만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예로인을 견제하였다.   

섹스의 권리는 권력 위계와 동전의 양면이다. 수컷 사이에 권력 위계에 따라 섹스의 빈도가 비례적으로 분포한다. 니키보다 예로인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공식적 지위와는 별개로 실질적 영향력에서 예로인이 니키를 앞섬을 의미한다. 아이러니는, 예로인이 세명의 수컷 중 섹스빈도가 가장 높지만 그는 성불구이므로 자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로인을 포함한 침팬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수컷에게 섹스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는 암컷이 결정한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약하지만 수컷이 암컷을 섹스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암컷의 의지를 거슬러 수컷이 강제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 권력 갈등 때문에 암컷의 감정에 거슬리는 행위를 꺼려한다. 수컷이 암컷과 아이들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서와 달리 암컷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으며, 공격하더라도 송곳니가 아닌 앞니만을 사용하므로 상처가 깊지 않다.

침팬지들 사이에는 행위 규범이 존재한다. 수컷은 암컷이나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수컷들 사이의 싸움에서도 다리나 팔을 공격하는 정도이지, 머리나 어깨와 같이 치명적 해를 입히는 공격은 하지 않는다. 침팬지들은 행위의 결과를 예상하여 전략을 짜고, 자신의 의도를 감추는 기만 행위를 구사하는데 능하다. 평소에 도움을 주고받는 계산적 행위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필요할 때에 도움을 요청한다. 침팬지들은 수컷은 물론 암컷도 개개인의 성격에 차이가 크다. 섹스를 거부하고 동료 암컷보다 수컷과 주로 어울리는 수컷같은 암컷이 있는가 하면, 영향력이 크고 지혜를 발휘하는 노련한 암컷이 있다. 일생동안 한결같은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유대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을 바꾸는 약한 유대도 있으며, 외톨이 암컷도 있다. 수컷들 사이의 관계는 항시 긴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 언제건 수컷들 사이에 연합이 바뀌면서 권력의 위계가 바뀔 위험이 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이 포괄하는 관찰 기간 이후에 침팬지 집단에 새로운 권력 교체가 발생했다고 간단히 언급한다. 그 동안 거의 무시당했던 젊은 수컷인 댄디가 예로인의 도움으로 니키로부터 권좌를 찬탈한 것이다. 그 결과의 충격으로 니키는 물에 뛰어 들었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예로인으로부터 권좌를 찬탈했던 류이트는 니키와 예로인의 공격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었다. 예로인은 노회한 정치가 답게, 시일이 흐른뒤 늙어서 자연사했다.

저자는 침팬지의 사회활동을 서술하면서, 인간들 사이의 행위와 대비하여 흥미롭게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한다. 침팬지들의 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저자의 촛점이 뚜렷한 서술 능력이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심지어 미국의 국회의원들 사이에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책이 처음 나온지 40년이나 되었는데, 수십 판을 거듭하면서 유명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21. 9. 18. 11:36

모과나무 목록

2021.1.1 ~2021.9.18.

1.

Sara Harper. 2016. How Population change will transform our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177 pages.

2.

David P. Barash. 2018. Through a Glass Brightly: Using Science to see our species as we really are. Oxford University Press.

3.

Alan Macfarlane. 2014. Invention of the Modern World. The Fortnightly Review. 322 pages.

4.

Calestous Juma. 2016. Innovation and its enemies: Why people resist new technologies. Oxford University Press. 316 pages.

5.

Dean Karlan and Jacob Appel. 2011. More than good intentions: Improving the ways the world's poor borrow, save, farm, learn, and stay healthy. Plume Books. 276 pages.

6.

Fredrik Erixon and Bjorn Weigel. 2016. The Innovation Illusion: how so little is created by so many working so hard. Yale University Press. 238 pages.

7.

Steven Levitsky and Daniel Ziblatt. 2018. How Democracies die. Crown. 231 pages.

8.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9.

Roburt Kuttner. 2018. Can Democracy survive global capitalism. W.W.Norton. 309 pages.

10.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Belknap. 301 pages.

11.

Michael J. Sandel. 2020.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Farrar, Straus and Giroux. 227 pages.

12.

Johan Norberg. 2020. 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 Atlantic Books. 382 pages.

13.

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14.

Benjamin Friedman. 2005. The Moral Consequences of economic growth. Vintage books. 436 pages.

15.

Charles Goodhart and Manoj Pradhan. 2020.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Ageing societies, waning inequality, and inflation revival. Palgrave Macmillan. 218 pages.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6.

Joel Mokyr. 2002. The Gifts of Athena: Historical orgins of the knowledge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7.

Robert Bates. 2010. Prosperty and Violence: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Norton. 98 pages.

18.

Kevin Simler and Robin Hanson. 2018. The 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313 pages.

19.

Martin Seligman. 1990.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292 pages.

20.

Mauro Guillen. 2020.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St.Martin's Press. 242 page.

21.

Ronald Inglehart. 2018. Cultural Evolution: People's motivations are changing, and reshaping the world. Cambridge. 216 pages. 

22.

Cesar Hidalgo. 2016. Why Information grows: The Evolution of order, from atoms to economies. Basic Books. 181 pages.

23.

Daron Acemoglu and James Robinson. 2006. Economic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Cambridge. 379 pages.

24.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8. Homicide. Aldine de Gruyter. 297 pages

25.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26.

Stuart Firestein. 2012.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76 pages.

27.

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28.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2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30.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31.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32.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33.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34.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35.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36.

Ian Morris. 2013.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 Farrar, Straus and Giroux. 393 pages.

37.

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38.

Sherwin Nuland. 2007. The Art of aging: a Doctor's prescription for well-being. Random House. 290 pages.

39.

Jeffrey Winters. 2011. Oligarch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5 pages.

40.

Alvin Roth. 2015. Who gets What - and Why: the new economics of matchmaking and market design. Mariner Books. 231 pages.

41.

William Easterly. 2001.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Economists' adventures and misadventures in the tropics. MIT Press. 291 pages.

42.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43.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44.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45.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46.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47.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48.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49.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50.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2021. 9. 18. 10:55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이책은 세계가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다섯 분야에서 변화를 서술한다. 

서구사회는 인구 감소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가 주로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부자 나라로의 인구 이동은 앞으로 필연적이다. 부자 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한데, 자체로는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1960년대의 그린 혁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량의 절대량에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선진 산업국에서 육식 소비가 많고 폐기되는 식량이  절반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구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생활 수준과 생활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식량의 고기 전환 효율이 낮은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전환 효율이 높은 닭고기의 소비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조고기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류의 주요 에너지 원은 유기체의 근육의 힘에서 벗어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전기로 이전해 왔다. 한때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의 주종이 되리라는 예견은 어긋났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은 앞으로도 오랫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 에너지의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에너지원이 주가 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정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에너지, 태양광과 풍력,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전기에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율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뒤이어 인도의 경제성장은 꾸준히 지속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인류의 발전은 환경 악화와 함께 했다. 인간 때문에 많은 종이 사라졌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성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게는 성장이 최우선과제이며 환경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적응력을 신뢰한다. 환경 문제가 악화하면, 인류는 그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와 탄소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파국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기에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과 생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궤적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와 자연이 합일하는 "단일체(Singularity)"의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는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적 제약 속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단적인 낭비를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서술하여 읽어 나가기 힘들다. 통계 책자를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쓰기도 힘들텐데. 저자의 인내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계속되는 숫자와 밋밋한 서술은 독자의 호기심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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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4. 22:43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의 운영과 관련된 기초적인 사항을 구체적인 예와 함께 설명한다. 플랫폼은 참여자의 가치 창출과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다. 플랫폼의 핵심은 참여자들 사이에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 혹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마찰 (friction)을 줄이는 데 있다.

플랫폼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다.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장터가 그것이다. 미국 전역에 있는 쇼핑몰이 근래에 대표적인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연결 기능이 온라인으로 들어와 연결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면서, 플랫폼의 파괴적 혁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거래 비용이 높은 분야에서 플랫폼의 확장이 두드러지는 반면, 오프라인에서 거래비용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B2B 서비스로 국경의 장벽을 넘어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반면 미국에서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B2B 서비스 플랫폼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중국에서는 성공하였지만 미국에서는 실패한 이유는, 중국은 유통의 인프라가 부족하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해준 반면,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도매상간 오프라인 거래비용이 크지 않았으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절감할 수 있는 가치의 규모가 작았다. 케냐에서는 폰뱅킹이 크게 발달했으나,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시스템인 애플 페이가 잘 뜨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시스템이 결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폰 결제가 가져올 효율성의 증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나 상인들이나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플랫폼은 다면적(multisided platform)인 성격을 가진다. 플랫폼의 다면적인 성격은, 전통적 비즈니스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한 방향으로의 거래 측면만 가진 것과 대비된다. 플랫폼 참여자들 중, 가치를 생산하는 측과 가치를 소비하는 측은 이해가 서로 다르다. 플랫폼이 어느 측에 더 요긴한가에 따라, 둘 간에 가격을 다르게 부과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상인에게는 많은 부담을 물린다. 심지어, 한 측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다른 측에는 그것의 비용을 벌충하도록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인 Opentable 은 소비자에게는 사용에 따른 보너스를 제공하는 반면, 음식점에는 예약건당 수수료를 부과한다.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플랫폼이 어떤 거래비용을 얼마나 감축해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도 성공하는 플랫폼은 많이 출현할텐데, 플랫폼 성공의 핵심은 거래비용이 높은 기존의 상황을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낮출 것인가 달려 있다. 둘째는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자와 이를 소비하는 참여자를 어떻게 빠른 시일내에 플랫폼으로 끌어들일지 전략을 짜야 한다. 이 둘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같아서, 둘을 유효한 규모로 동시에 참여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일이년 이내에 유효한 규모로 참여자를 유인하고 그들 사이에 핵심적인 거래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플랫폼은 실패한다.

이책은 플랫폼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산만하고 피상적으로 설명한다. 바로 앞에 읽은 Platform Revolution이 체계적이고 정보의 밀도가 높게 설명하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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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2. 18:14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저자는 산업공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만나는 인터넷 상의 가상 공간을 일컷는데, 이 공간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플랫폼 사업은 참여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서, 자체의 물질적 투자 없이 가치를 만들어 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취한다.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Uber,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 주는 Airbnb,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신용카드, 앱 개발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Apple or Microsoft, 전문 기술자와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Upwork or Mechanical Turk,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Amazon, 자본주와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Kickstart, 여행객과 항공사 및 호텔을 연결해주는 Kayak or Travelog, 부동산 매각자와 매입자를 연결해주는 Zillow, 광고주와 독자 및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미디어, 등 분야마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정보 집약적일수록, 진입을 제한하는 장치가 시장 규모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수록, 정보의 불균형이 있을수록, 시장이 잘게 분절되어 있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가 출현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정 자산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산업에는 플랫폼이 진출하기 어렵다. 미래에 플랫폼이 크게 확대될 영역으로, 교육, 의료, 에너지, 금융, 물류와 운송, 일반 노동 및 전문가 알선 서비스를 든다. 특히 교육, 의료, 금융의 분야는 현재는 규제 장벽이 높아 플랫폼의 진출이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플랫폼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이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일단 선순환의 동력이 걸리면 짧은 시일에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즉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플랫폼 운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하기 쉽고, 참여자들 사이에 가치의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에 가치있는 것이 없으면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고,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가치를 생산할 생산자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의 초기에는 어떻게 유의미한 규모의 생산자가 소비자가 계속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가 관건이다. 가치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어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효과(priming effect)를 거두어야 한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특히 기존의 산업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산업 종사자에 편향되어 플랫폼의 진출을 제한한다면, 혁신을 질식시키고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정부 규제는 기존 산업의 반발보다는 플랫폼이 창출하는 가치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이 창출되는 가치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피해보다 규모가 크다면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의 초기에는 얼마나 가치를 창출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반면, 피해의 규모는 보다 확실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가능한 한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플랫폼 사업을 운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떻게 유효 참여자 수를 늘릴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짤지, 플랫폼을 참여자에게 얼마나 개방할지, 참여자들과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제할지, 플랫폼의 운용을 평가하고 관리할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경쟁할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가 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지 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 책에는 많은 플랫폼의 사례가 나오며,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할 때에 부닥치는 실제적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공학자인만큼,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하여 기술적인 논의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2021. 9. 8. 22:54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긍정심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개인의 의식적 노력, 환경의 세 가지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 50%를 결정하며, 개인의 의식적 노력이 40%, 환경은 10%에 불과하다. 저자는 행복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질수 있다고 주장하며, 행복해지려는 의식적 행동을 12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소득, 직업, 지위, 물질, 결혼 등의 환경적 요인은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돈이나 지위를 새로이 획득하면, 처음에는 행복감에 젖지만 곧 이것에 익숙해지며, 더 높은 수준을 원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처음에 느꼈던 고조된 행복감은 사라지고, 이전의 상태로 복귀한다. 이것이 오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행복도가 유사한 이유이다.

행복감을 쉽게 느끼는 기질은 타고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행복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의식적 노력을 통해 행복감을 얻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기고, 가치를 두는 그런 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지는 데 성공할 수있다.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거나, 혹은 상황에 떠밀려서 하는 그런 활동이라면,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다가 중단하게 된다. 자신의 성미에게 맞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활동이 습관으로 몸에 배면서 계속 행복하게 지내게 된다.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하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12가지 활동은 다음과 같다. 1) 감사를 표현하기, 2) 낙관적 성향을 기르기, 3) 지나치게 골똘히 반추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을 피하기, 4)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5) 타인과 사교 관계를 배양하기, 6) 문제에 대응력을 키우기, 7) 남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 8) 몰입의 경험(flow)을 늘리기, 9)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기, 10) 자신의 삶의 목표에 헌신하기, 11) 종교나 영적 생활을 실천하기, 12) 자신의 육체를 돌보기.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활동에 차이가 있다. 이 12가지의 활동 중에 자신의 성미에 맞는 활동을 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일시적 행복감을 넘어, 행복감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 매사에 긍정적 감정을 가질것, 둘째, 자신에게 맞는 행복 증진 활동을 할 때, 적절히 시간 배분을 하고 구체적인 방식에 수시로 변화를 줌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것, 셋째, 이 활동을 실천할 때, 주위 사람으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구할 것, 넷째, 행복해지겠다는 강력한 동기, 노력, 헌신이 함께 할 것, 다섯째, 꾸준히 실천하여 자신의 습관의 일부로 만들 것.

저자는 18년간 긍정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을 연구한 학자답게, 심리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자신의 제안 하나 하나가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된 것임을 누차 강조한다. 왜 그러한 행동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이유를 알게 되면, 실천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행복 증진 활동을 노력을 투입하여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 점을 누차 강조한다. 저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이론적 배경이 탄탄한 흥미로운 책이다.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2021. 9. 4. 17:50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로서, 미국의 대표적 경영계 잡지인 inc 에서 선정한 500개의 유망 신생 기업 중, 창업한지 6년 이내의 100개 기업을 골라 심층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실증 사례와 경영학 이론을 접목하여 신생기업과 창업가의 특성을 분석한다.  신생기업은 소규모의 자본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서, 경영자의 개인적인 임기응변 적응력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시장의 불균형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소규모의 이익을 거두면서 생존을 이어나간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특별한 기술이나 대단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특별한 사업 계획이나 대단한 자본 없이, 기존의 기술과 사업 방식을 모방하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은 매우 열심히 뛴다는 것이며, 운도 따라야 한다.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으므로 좌충우돌,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hustle) 일을 추진한다. 창업가는 미래의 불확실을 감당하는 능력이 크다. 그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창업 5년 이내에 60% 이상의 신생 기업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 생겨나는 회사와 사라지는 회사의 숫자가 비슷한데, 대부분의 신생기업은 기술수준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 예컨대 조경, 미용, 건설 등에 집중해 있다. 저자가 분석한 신생기업은 이보다는 기술수준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창업가가 신생기업을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신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일단 추진하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 계획과 분석은 필수이다. 대기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사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유망함이 확실해져야 신사업에 뛰어든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이상의 이익이 예상되어야만 신사업에 진출하므로, 신생기업이 불확실한 예상을 무릅쓰고 손쉽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이 모험적인 신사업에 섯불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관료적 비효율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이 신사업에 실패할 경우 입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벤쳐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일반적인 신생기업의 창업과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 사이에 중간적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 신생기업보다는 고유의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유망하며 현실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가의 인적 자본도 높다. 벤쳐 투자회사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 계획을 꼼꼼히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이 되는 경우에만 투자를 한다. 벤쳐 투자 회사가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대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작다. 벤쳐 투자 회사는 투자를 한 이후에도 피투자 회사의 사업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조언을 하며, 필요한 경우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 이는 대기업의 주주들이 거의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한다. 즉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중규모의 불확실성의 분야에 중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사업에 착수한다. 일반적 신생기업과 달리,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 기업은, 창업가 개인의 능력과 임기응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팀 플레이로 움직인다. 유망한 사업 계획과 고유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쳐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소규모의 신생기업을 경영할 때와 달리, 이를 큰 규모로 키우려면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 회사가 커지면 창업가의 임기응변적 능력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잘 돌아갈 수 없다. 기능을 전문화시키고, 권한을 위임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들고, 부서간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과 루틴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창업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일이 많고 복잡해지며, 신생기업 때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아서 소규모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기업을 매각하여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하는 창업가들이 적지 않다.

신생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과 대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은 서로 다르다. 신생기업이 대기업 보다 혁신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자신의 기존 지위에 안주하여 파괴적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들 간에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대체로는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열심이다. 신생기업은 아직 미정형의 기술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인적 물적 자본이 미약하므로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혁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술 수준이 높고 자본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분야, 예컨대 반도체, 등에서는 대기업만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있다.

창업을 촉진하는 요인에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인적 요인을 들 수있다.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사회문화적 분위기, 사업을 했다 실패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경제 제도, 다수의 모험적인 기업가의 존재가 그것이다. 기업가와 상공업 활동을 낮게 보는 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높이 보는 문화에서, 인재들은 모험을 감수하는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전문직의 길을 선호한다. 이탈리아가 그러하다.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저자가 창업에 대해 한 연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친 강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경영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업가와 창업에 관하여 체계적 이해를 제공해준다.

2021. 8. 29. 17:46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저자는 역사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서기 990년 부터 1990년까지 유럽의 역사를 훑으면서 유럽의 국가들이 탄생된 과정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유럽의 국가(state)들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하였다.

"전쟁은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전쟁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wars work) 라고 답한다.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것을 빼앗아 이익을 취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을 격퇴하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에 두고 착취할 수있다. 한 나라가 어떤 이유로건 약해지거나 변화가 있으면, 이웃 나라가 침략하였으며, 국가간의 제휴관계를 통해 집단적으로 전쟁에 간여하였다. 로마 제국의 붕괴 이래 유럽은 많은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었다.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전쟁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일상적인 것이었다.

전쟁을 하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물자, 무기, 기술, 조직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는 유럽의 왕들의 가장 주요한 일상 관심사였다. 왕은 전쟁 자원의 조달을 둘러싸고 영토 내에 자원을 가진 세력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타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었다. 국가 형성의 길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진다.

영토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는 네덜란드나 베니스 등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도시의 상공인 세력이 왕과의 협상을 주도한다. 왕에게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상공인 세력은 왕과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갖는다. 도시의 상공인 세력은 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의 전쟁은 상공인 세력의 대외적 이익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상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국가가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데 별도의 큰 인력과 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조직은 대외적인 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이 국가에서는 상공인으로부터 조달한 돈으로 해외로부터 용병을 고용하여 전쟁을 수행하였다. 이는 17세기에 조그만 나라였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상업망을 구축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대지주가 지역을 전적으로 지배하는 폴란드,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는 왕의 통제로부터 독립된 존재였다. 왕은 명목적인 통치자일 뿐, 지역의 농민에 대한 실질적 지배는 대지주 권력자가 행사하였다. 왕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로부터 얻어 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강압(coercion)을 행사했다. 왕의 강압은 지나치게 착취된 농민의 반발을 등에 업은 대지주의 반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왕의 권력은 언제라도 대지주 권력자들에 의해 찬탈될 위협에 놓여 있어 불안정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전쟁 자원을 빠른 시일내에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 나라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전쟁 자원조달을 하는 국가에 비해 국제 경쟁에서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영토 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고, 또한 농업에 종사하는 광범위한 지역과, 지역의 농민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지주 권력자가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왕은 한편으로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 집단과 타협을 통해 전쟁 자원을 조달하며, 다른 한편으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그들을 제어하였다. 이 나라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권력이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를 건너뛰어 농민들에게 직접 미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왕의 권력이 농민들에게 까지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가의 조직이 커졌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왕의 전쟁 자원조달 노력이 도시의 자본가나 지역의 농민들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을 때,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착취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전문직 집단이 주도하여 왕의 지나친 전쟁자원 조달에 반기를 든 것이다. 혁명의 주도세력과 나폴레온 정부는 중간 매개자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와 농민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국가의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 길을 택했다. 주위 유럽 국가의 공격에 맞서 프랑스의 농민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에서 국가에 세금을 납부했으며 전쟁에 병사로서 참가했다. 혁명 주도세력은 지역 권력자들의 반발을 꺽고 국민을 직접 통치하는 국가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하여, 국가가 국민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국민이 국가의 통치에 직접 간여하는 '국민국가'(national state) 가 탄생한 것이다. 국민국가는,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과의 타협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나, 지역의 대지주 실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모델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신속하게 전쟁에 소요되는 대규모의 인력과 자원을 조달할 수 있었으므로, 국제 전쟁에서 다른 모델의 국가를 모두 패퇴시켰다. 나폴레온의 유럽 정복을 거치면서 국민국가 모델은 전 유럽 국가들에 전파되었으며, 국제경쟁 속에서 이 모델만이 유일한 국가의 전형으로 살아 남았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유혈 혁명을 거치지 않고 국민국가 모델로 이전하였다. 대의제를 통해 대자본가와 상업화된 대지주에게 국가의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면서, 그들의 동의를 거쳐 전쟁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영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상공업이 발달하였으므로,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대자본가와의 타협을 통해 대규모의 전쟁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프랑스가 영국에 패한 주원인은 영국이 프랑스보다 전쟁자원을 훨씬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신의 국민으로부터 전쟁자원을 조달하려면,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입헌 민주주의가 확대되었으며, 국가의 전쟁에 필요한 군사와 재정의 기능 이외에, 치안, 복지, 교육, 노동, 경제 개발, 교통, 주택 등 다양한 기능이 국민의 요구에 응해 더해졌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 국가의 주요 기능이 복지를 제공하는 데 맞추어진 복지국가가 출현하였다.

국가의 핵심 기능은 국제 경쟁 체제에서 전쟁 수행에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고 국가의 기능이 변화하여 왔다는 저자의 분석은 명쾌하다. 유럽의 지난 천년간의 역사를 꿰뚫으면서 설명을 하기에 논의가 복잡하다. 정말 대단한 연구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