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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 15:21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저자는 도시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보스턴의 Route 128 지역과 실리콘 밸리를 비교하면서, 왜 전자 기술의 발달은 보스턴 지역에서 시작했으나 실리콘 밸리에 따라잡히게 되었는지, 왜 실리콘 밸리에서 컴퓨터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

보스턴 주변 지역은 뛰어난 산업 입지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미국의 산업혁명이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우수한 대학과, 높은 인구 밀도와, 정치 경제의 중심지를 인근에 둔 덕분에,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이 지역은 기술과 산업의 중심이었다. 특히 2차 대전을 전후하여 정부의 대규모 방위산업 수요에 부응하여 전자기기, 항공기, 미사일, 등 첨단 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이 지역의 기업들은 방위산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면서, 신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였다.

보스턴 지역에서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발주에 의존하는 기술 대기업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기술 대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수직적 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기업들 서로간에 연관이 적은 독립적 단위로 존재하였다. 이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부품 조달을 모두 내부에서 하였으며, 위계적 조직과 비밀주의가 팽배한 관료적 경영 행태를 보였다.

실리콘 밸리 지역은 2차 대전 이전까지 특별한 기술 기업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샌프랜시스코 지역에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이 지역은 활력을 얻게 된다. 실리콘 밸리가 기술 개발의 메카로 뜬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다. 하나는 보스턴 지역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대학의 전자공학 교수로 부임한 Frederick Terman 이 서부지역에 기술 개발의 동력을 불어넣기해 산학협력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시도한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인근 산업체와 학교 연구실이 밀접히 협력하는 것을 장려하였으며, 교수와 학생의 연구결과물의 사업화를 지원하였다. 기업체 엔지니어가 대학의 강의를 듣게 함으로서, 기업이 최신 기술을 학교로부터 전수 받고, 학교가 산업 현장의 감각을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휴렛팩카드, 선 마이크로시스템, 등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생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그들은 졸업해서도 기업활동에서 서로 유대를 지속했으며, 경영이나 기술적 문제에 관해 서로 주고받고 대학과 연계를 유지하는 고리가 되었다.

둘째는 직접회로의 기술이 1950년대에 개발되었는데, 스탠포드를 나오고 동부의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William Shockley가 실리콘 밸리에 직접회로 칩을 생산하는 기업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8명이 이 기업에서 나와 Fairchild Semiconductor 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것이다. 이 기업은 이후 무수히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을 파생시켰다. 대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업적 중심의 문화, 휴랫패커드의 수평적 경영, 쇼클리의 권위를 배격하는 경영, 일하던 기업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창업하는 많은 사례 등이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이고,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중시하고, 정보가 자유롭게 교환되고, 업적 중심의 경쟁을 우선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보다 동료 기술집단에 대한 충성이 더 컸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고, 그에 따라 기업 활동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조직에 대한 신뢰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배경이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하여 크게 성공하고,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오명이 붙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창업을 힘들지 않게 택하였다. 지역에 지원 공급망의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므로 창업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핵심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인근에서 모두 경영 지원, 기술 지원, 부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컴퓨터관련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경쟁이 매우 치열했으며 조금만 방심하면 기술이 낙후되어 퇴출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플러스 섬 plus sum의 환경이므로, 기술 비밀주의나 비용이 많이 드는 법정 다툼을 하기보다는 약간의 보상을 받으면서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역 내에서 엔지니어와 물자의 잦은 이동을 통해 기술이 금방 상대 기업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통하기 어려웠다. 가격 경쟁보다는 높은 품질과 기술적 우위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었으며, 지역내 인력과 물자의 이동을 통해 전반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향상된 기술의 수익을 모두가 누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보스턴 지역의 대기업은 모든 기술과 생산을 회사 내에서 소화하려고 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느렸다. 시작은 앞섰으나 시간이 갈수록 신기술 개발 속도에서 실리콘 밸리에 뒤쳐지게 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의 기업들은 기술 개발 부문을 실리콘 밸리로 이전하여 첨단의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갈려고 하였으나, 최종적 의사결정이 여전히 동부의 대기업 관료의 손에 있었으므로 서부의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술 기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예컨대 1960년대에 DEC 는 중형 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는데, 퍼스널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으로 넘어가는 기술 변화의 흐름에 뒤쳐져 1990년대에 결국 망했다.

실리콘 밸리가 보스턴을 따라잡고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전자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한 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래 메모리 칩이 대량생산의 범용제품이 되면서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일본의 경쟁에 밀리게 되었다. 대규모의 설비를 투자하여 비용 감축과 효율성을 높이는 대량 생산방식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일본의 후발주자에게 패했다. 결국 1990년대 들어 메모리 칩 생산을 포기하고 프로세서 칩에 집중하였으며, 소규모의 주문생산이 요구되는 첨단기술이 집적된 칩을 디자인 하고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실리콘 밸리는 기술개발의 동력을 회복하였다.

저자는 동부의 보수적이며 폐쇄적 대기업 문화와 서부의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변화에 민첩한 창업가 문화를 잘 대비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른 반도체와 컴퓨터 분야에서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 기업 네트워크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준다. 관계자 인터뷰, 지역 신문기사, 통계 자료를 조합하여 훌륭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2021. 6. 29. 14:54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저자는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산업국 각각에 대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생산성의 향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이 생겨나는 것을 장려하고, 이들이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네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 state-guided capitalism, 족벌적 자본주의 oligarchic capitalism,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big-firm capitalism, 기업가 자본주의 entrepreneurial capitalism.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부가 생산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한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는 이 모델이 효율성을 발휘할지 모르나, 경제가 기술의 정점 단계에 도달 했을 때 관료적 비효율의 함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족벌적 자본주의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 모델에서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뿐 경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제 발전은 기득이권 구조의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데, 대기업은 관료적 비효율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비효율적이며, 기득권 지위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혁신을 질식시키는 성향을 보인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1970년대 이래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율이 계속 높은 이유는 혁신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보이는데,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며, 혁신 기업이 낳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면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네가지 필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기업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빨라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된 몇가지 부대 조건으로, 사업이 실패할 때 합리적으로 파산할 수있어야 하며, 금융기관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비교적 잘 작동해야 하며,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산권의 보호와 법에 의한 계약의 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업가의 활동을 저해하는 부정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 파이를 빼앗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재능이 흐르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는 물론이고, 소송과 로비를 통해 제로섬의 다툼을 벌려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힘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생산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경쟁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래도록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면 혁신은 질식된다. 반독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무역과 해외투자를 개방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항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 repetitive entrepreneur 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여 생산성 향상을 거두는 기업 inovative entrepreneur 가 그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업가가 강점이 있으나, 이들이 개발한 것을 다듬어서 대량생산 체제로 연결시키는데에는 대규모 기업이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혁신 기업과 대기업이 적절히 조합된 체제가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은행이 기업과 밀착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대기업이 지배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생산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채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잡았다.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는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있으므로, 유럽과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노동을 포함한 전반적 규제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수혜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이 좌절될 것이다.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신규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혁신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신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고 인센티브가 살아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생산으로 연결시킴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허사이다. 정부가 지도하여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시장의 힘이 잘 작동하는, 즉 능력있는 개인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1970~80년대의 부진을 씻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경쟁이 잘 살아있을 때, 즉 모든 사람들이 기득 이권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해서 살아갈 때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일본이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를, 바로 그들이 풍요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진단이다. 지난 세기 전체를 걸쳐 미국의 꾸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 체제의 강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1. 6. 27. 11:27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대학 교재로 집필되었다. 적응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가 발달하였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기존의 모든 연구를 망라하여 소개한다.

진화 심리학은 인간 심리에 대해 기존의 심리학의 분과 학문과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인지 심리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인지 구조를 전제로 한다면, 진화 심리학은 적응과 번식의 문제 영역에 따라 상이한 인지 구조를 주장한다. 식량을 획득하는 분야, 위험을 탐지하고 회피하는 분야, 짝을 찾는 분야, 등  각각의 분야에 맞추어 상이한 인지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인간의 대상 인지와 기억, 문제 해결 능력, 언어 능력, 지능, 등이 보편적인 규칙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 분야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인간의 사회 관계에 적용되는 심리 기제 역시 적응과 번식이라는 문제에 맞추어 발달되었다. 인간의 도덕 감정이 대표적 예이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게 도적적 분노가 퍼부어지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함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생존에 해가 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상이하게 심리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해결해야 할 적응과 번식의 문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접근은 개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의 차이를 상이한 환경에 적응하고 번식하기 위해 개인이 택하는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불안정한 성격과 무책임한 성적 방종을 일삼는 성격은 불안정한 성장 과정과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심리적 부적응과 심리적 일탈이라고 칭하는 문제들도 당사자에게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익이 되는 적응일 수있다. 예컨대 실패에 부닥뜨려 의기소침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불리한 현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추후의 기회를 노리는 현실적 방책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설명한다면, 심리학의 다양한 분과나 사회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이 일관되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시이론인 진화론이 구체적 문제를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인간 세계의 많은 현상을 진화론으로 아우르는 것은 유망한 접근임에 틀림이 없다.

2021. 6. 13. 22:46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의 교과서로 집필되었다. 후손을 생산하는 데서 유리함을 획득하는 것 evolutionary fitness 으로 생물체의 행동과 생존 방식을 설명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란 결국 후손 생산을 많이 하기 위하여, 다시말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기 위하여 최선의 성 전략을 구사하는 존재 sexual strategist 이다. 

후손을 생산하기 위하여 부모가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는가 parental investment 의 관점에서 암컷과 수컷 사이의 성적 관계를 분석한다. 암컷은 수컷과 비교하여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수의 최대값에 제한이 있으며, 각각의 후손을 생식가능한 단계까지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수컷은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최대값에 제한이 없으며, 각각의 후손에게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컷은 짝을 고르는데 수컷보다 훨씬 더 신중을 기하며, 짝으로부터 후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획득하는데 주로 관심을 둔다. 반면 수컷은 짝을 고르는데 까다롭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짝으로부터 많은 후손을 얻는 데에 주로 관심을 둔다.

수컷에게 암컷은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므로, 후손을 잘 만들 수있는 육체적 능력을 지니는지를 주로 본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고 자신이 배타적으로 암컷의 성을 독점하는 데 매우 큰 관심을 둔다. 암컷이 바람을 피워 다른 수컷의 자녀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노력을 들여 암컷의 행동을 감시한다. 수컷의 질투는 암컷이 다른 수컷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지는 반면, 암컷의 질투는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자원을 나누어 주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수컷은 암컷을 독차지 하기 위하여 수컷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따라서 수컷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며, 일찍 죽는 확율이 높다.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할수록, 수컷은 암컷보다 육체적으로 강하고 크다. 일부다처 동물의 경우 수컷 간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반면, 일부일처 동물은 상대적으로 수컷간 경쟁이 덜 심하다. 인간은 어느 정도 일부다처 동물이다. 암컷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한 수컷의 단독 짝이 되는 선택지와 능력이 뛰어난 수컷의 두번째 짝이 되는 선택지 중에서 후손을 재생산하는 데 유리한 쪽을 택한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친족을 타인보다 우대한다 nepotism. 이는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친족은 타인과 달리 약간이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inclusive fitness. 자신과 혈연적 관계가 가까울 수록 수컷은 암컷이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타인과보다 훨씬 덜 한다.

암컷과 수컷으로 분화되어 교미를 통해 유전자를 교환하는 양성 생식 방식으로 후손을 만드는 것은 단성 복제 생식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양성 생식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이는 해로운 병원체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유전자를 진화적 선택을 통해 만들어냄으로서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동물 세계에서는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단성 복재 생식으로 단시간에 많은 후손을 생산하고, 환경이 불리할 경우에는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력이 높은 양성 생식 방식으로 번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집단 밖의 개체와 성 관계를 통해 유전자를 섞을 경우 열성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나,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 내에서만 성관계가 계속 이루어지면 세대가 흐르면서 열성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족 구성원간의 성적 관계를 금하는 터부가 진화적 선택을 통해 발달하였다. 유전자를 공유하는 형제자매간에는 성적 관심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유전자의 공유 그자체보다는 성장기를 같이 보내는 경우에 뚜렷이 나타난다.

동물의 번식 전략은 많은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을 위해 자원을 적게 투자하는 전략과, 반대로, 소수의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 전략으로 구분된다. 곤충이나 물고기 중에는 전자의 전략 r-strategy 를 취하는 종이 많은 반면, 포유류 중에는 후자의 전략 K-strategy를 취하는 종이 많다. 포유류의 경우 후손을 모두 생식가능한 성체로 양육하는 데에는 부모의 노력이나 자원 환경의 제약이 큼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수를 출산하며, 양육환경이 불리할 때에는 의도적으로 영아를 살해한다. 인간은 영양상태가 부실하면 여성의 초경이 늦고 월경이 중단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발현이다.

인간 남녀간의 성적 관계나 삶의 방식은 진화생물학적인 이론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농경이 시작되고,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단시간에 인간의 삶의 환경이 크게 변하였으므로, 과거 인류의 오랜 생존방식인 수렵채취방식의 삶을 통해 진화적으로 발달한 삶의 방식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행위와 삶의 많은 부분은 진화적으로 후손을 생산하는 관점 evolutionary fitness 에서 적절히 설명할 수있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대단한 혜안을 제공한다. 엄청난 경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하며, 교과서로 집필되었음에도 일반 독자에게 놀랄만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책을 읽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한 다음 인간의 살인 homicide 을 분석하는 책을 집필했는데, 두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 이라는 일관되는 이론을 배경으로 인간을 매우 잘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이 책을 일찌감치 읽었더라면 인생을 그렇게 헤메지 않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물론 젊은 시절에 읽었다면 이 책에서 서술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지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거라는 것을, 지나고 나서 후회할 뿐이다.

2021. 6. 7. 06:43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저자는 물리학자로 통섭학문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이 책은 생물체와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근본 원리를 찾는 노력의 결과물로, 그는 생물체와 사회현상이 규모에 비례한다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생물체의 성장, 도시의 성장, 회사의 성장 등은 지수적 분포 곡선 exponential curve 를 따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며, 소수의 것은 규모가 매우 큰 반면 이와는 큰 격차를 보이면서 작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정규 분포 곡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 지수적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생물체, 도시, 회사가 자기 복제적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랙탈 fractal 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생물체의 지수적 속도의 성장은 무한히 지속될 수없다. 왜냐하면 생물체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즉 세포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진대사 기능은 규모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결국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유기체의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되며,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여력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된다. 세포의 수가 증가하면 신진대사를 위한 세포간의 네트워크의 복잡성도 지수적인 속도로 증가하며, 더이상 복잡성이 발달하기 어려운 극치점에 도달한다. 이러한 극치점에서는 규모와 신진대사 기능간에 균형을 보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으로도 이 균형이 깨어져 쇠퇴의 길로 접어 들며 마침내 사멸한다. 이것이 바로 생물체의 성장이 멈추고 수명이 제한된 이유이다. 

생물체의 규모가 크면 신진대사율은 낮은 대신 오래 산다. 반면 생물체의 규모가 작으면 신진대사율은 높은 대신 빨리 죽는다. 규모에 따라서 가용한 힘도 결정된다. 규모가 크면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힘을 필요로 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신진대사의 비효율이 압도하여 생존할 수없다. 생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의 속도가 높아진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후손을 낳고, 빨리 죽는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체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 또한 생물체와 유사하게 지수적 성장의 속도와 분포를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며, 소수의 매우 큰 도시와 다수의 작은 도시들로 구분된다. 한편, 생물체의 신진대사와 달리 도시는 세포, 즉 주민 각각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진대사의 효율이 규모가 클수록 커지는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를 보인다. 클수록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들 사이에 연결이 높아지고, 아이디어의 생산 효율이 커지고, 삶이 풍요로와진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의 특성이나 기능의 전문화가 높아지며 다양성이 커진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아이디어와 부의 생산이 증가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도시가 커지면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범죄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자원소비가 높아지고, 오염과 질병이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삶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지수적 성장은 무한히 계속될 수없으며, 결국 성장이 중단되고 쇠퇴로 접어드는 극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수적 성장의 파국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혁신을 통해 성장 곡선을 매번 새로이 그려왔다. 그러나 지수적 성장의 극치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혁신의 속도를 빨리하여 파국을 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속적 페이스의 끝이 무엇일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책은 단일 원리로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자의 야심찬 시도이다. 생물체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있는데, 사회현상으로 넘어오면서는 비약이 심하다. 인구 규모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설명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곳곳에 주제의 진행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많이 깔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에 번잡하다.

2021. 5. 29. 22:3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저자는 Ipso라는 영국의 인터넷 여론조사 회사의 연구자이다. 이 책은 여론조사 회사의 자료를 이용하여, 삶의 주요 주제에 관하여 사람들의 여론과 실제의 통계가 어긋나는 현상을 서술하면서 사회심리학의 이론을 배경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건강, 섹스, 돈문제, 이민 문제, 안전, 정치적 지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사람들의 여론이 실제 사실와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를 잘 몰라서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편견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에 휩쓸려 세상을 판단한다. 자신의 감정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사실을 외곡해 인식한다. 예컨대 이민자에 반대하는 감정은 인간의 부족주의 tribalism 본능인데, 이러한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이민자의 비율을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실보다는 부정적인 사실에 더 민감히 반응하며 이를 중요시 한다. 이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진화의 결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세상을 더 나쁘게 본다. 세상은 갈수록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보며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와 정 반대이다. 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과장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inconsistency 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지지하는 입장과 부합하는 사실에 더 귀를 기울이며 이를 선택적으로 찾아 듣고 본다. 이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입장과 부응하는 세계 속에 갖히게 되는 울림통 효과 echo chamber 를 낳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만 접하면서 세상을 외곡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쫒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군중에 속하려고 하는 본능 herd instinct 때문에 사람들은 진위 여부를 떠나서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려 한다. 그런데 자신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과장된 인식인 경우가 많다. 실제 그렇게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에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잘 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의견에 문제가 있다 해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안심한다. 미국인의 다수가 비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비만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통계에는 약하다. 소수의 특별한 이야기에는 강한 인상을 받고 잘 기억하지만 숫자로 표현된 다수에 관한 통계 사실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모금단체가 특정 사례의 이야기를 앞세워 도움을 호소할 경우 설득력이 크지만, 다수가 처한 실상을 객관적 통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도움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는 어렵다. 인간의 본능이 개별 사례에 반응하도록 진화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사실을 잘 못 알게 되는 책임의 일부는 언론과 정치인에게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선택적으로 보도하는데, 이는 일반적 사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사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균형있는 보도를 한다고 하면서, 압도적인 사실과 반대되는 극단적 소수의 사례를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사람들의 인식을 외곡한다. 단적인 예가 백신에 대한 찬반 주장을 동시에 보도하는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은 매우 드문 반면, 백신을 맞지 않아서 질병에 걸릴 위험은 훨씬 높은데, 이렇게 비중이 다른 사실을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백신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시청자를 오도한다.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과장하여 퍼뜨림으로서 지지를 획득하려 한다. 사실을 외곡하여 전파함으로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항시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장되거나 외곡된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평범한 일반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이권자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과장되고 외곡된 사실에 자주 노출됨으로서, 마치 이것이 대표적인 사실인 것으로 오해한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이댄다고 하여 자신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실의 진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점차 마음이 바뀌면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허위사실을 체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록,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불확실한 사실에 대해서는 판단을 천천히 하면서 조심할수록 인식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확신이 강할수록 오류의 폭이 크다. 북구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확신의 강도가 낮으며 오류의 정도 또한 낮은 반면, 인도 사람들은 확신의 강도가 크고 오류의 정도가 크다. 무식한 사람이 주장이 강한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국민이 깨어있는 나라가 잘살고 민주주의가 꽃피운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 책은 여론조사의 자료를 제시하여 서술하기에 논의가 구체적이기는 하나 산만하게 서술하여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일관되게 이야기를 조직하는 기술이 떨어지는 책이다.

2021. 5. 25. 17:16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그의 연구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후손을 남기는 것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몇개의 서로 다른 모듈을 가지고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한다. 짝을 찾는 모듈,  자식을 키우는 모듈, 위험에 대응하는 모듈, 지위를 추구하는 모듈, 타인과 협동하며 연대하는 모듈, 등이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모듈이 작동하며, 각 모듈은 선택적으로 외부의 반응을 인식하고 각각 고유의 평가 기준과 행동 양식을 보인다.

인간은 발달 단계에 따라 수행 과제가 다르며 그에 맞는 모듈이 작동된다. 어릴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지적 능력을 키우는 과업에 몰두하며, 청소년기에는 짝을 찾는 과업에 몰두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과업에 몰두한다. 

진화적 이유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관심사가 다르다. 남자는 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진화적으로 이익인 반면, 여성은 소수의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를 고르는데 더 까다롭다. 성관계는 후손을 보기 위해 짝을 찾는 행위의 일부일 뿐, 진화적 관심은 성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데까지 확장되어 있다. 남자는 섹스의 대상에 대해 덜 까다로운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까다롭다.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 매력, 즉 건강한 후손을 낳는 능력 이외에 다른 조건은 관심이 없는 반면, 여성은 남자의 자녀 양육 능력 즉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남성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경쟁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남을 돌보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이며, 살인의 대부분을 남성이 저지르며, 남성이 주로 타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하는 이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은 인간을 동물보다 상위의 존재로 상정함으로서 잘 못된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을 수정하여 제시한다. 최 상위에는 후손을 퍼뜨리는 것과 관련된 욕구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는 자녀 양육욕구, 배우자 유지 욕구, 짝을 찾는 욕구가 속한다. 그 밑에 단계에 사회적 욕구가 있다. 이에는 지위와 존경의 욕구, 남과 어울리고자 하는 욕구가 배치된다. 맨 아래 단계에 생존의 욕구가 있다. 이에는 자기 방어의 욕구, 생리적 욕구가 속한다. 매슬로우와 비슷하게 이 욕구들은 위계를 이룬다.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는 반면,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지 않는다. 

과시적 소비나 창조적 활동은 모두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의 발로이며, 이는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함으로서 짝을 찾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다. 진화적 관심과 동떨어진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가당착이다. 진화적 번식이라는 동물로서의 삶의 목표와 존재를 초월하는 인간 고유의 욕구나 존재는 허구이다.

삶의 의미는 결국 후손을 널리 퍼뜨리는 목표와 연관이 있다. 자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자식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은 전혀 헛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식이 잘 될 때 뿌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동물적 본성의 발로이다. 자신의 피붙이 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집단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나의 자식이 그로 인해 덕을 볼 것이라는 무의식적 감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기여할 때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한다.

이 책은 자신의 개인적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와 연관시키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인다. 캐쥬얼하게 이야기하는듯 하면서 이론적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껄렁한 배경과 인생 경로를 거쳐왔다고 말하면서 연구 결과가 무척 많은 것이 놀랍다. 저자의 통찰력이 묻어 나는 좋은 책이다.

2021. 5. 24. 08:01

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저자는 과거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기획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기관을 이끄는 전문가이다. 이 책은 국제문제에 관한 기본 상식을 배양하는 목적으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17세기 중반 웨스트팔렌 조약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세계 주요 지역의 개관, 국제적 쟁점 주제의 개요, 국제 질서의 프레임 이라는 네개 범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의 주도적 힘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 세계는 유럽, 소련, 중국, 인도 등으로 구성된 다자간 세계 질서 multilateralism 로 이행하고 있다. 세계 지역 중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는 각국의 민주화 정도, 경제적 상호의존의 정도, 국제 관계를 조정하는 기관의 힘, 국제적 규범의 힘에 좌우된다. 이 네개의 요인 어느 것도 현재 상대로 보건대 평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70년간이나 평화를 지속해 왔지만, 앞으로 비평화로 이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언제라도 비화되어 비평화상태에 빠질 수있다. 세계는 현재 무질서 chaos 의 상태이다. 

저자는 국제문제 전문가 답게 세계의 미래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각 주제를 다루는 매 장의 후반에 자신의 견해를 간략히 서술하는데, 문제의 해결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말을 빼 놓지 않는다. 과거의 역사를 보건대 현재의 세계는 언제라도 전쟁으로 치닫을 수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평화를 향하여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갈등의 소지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맡대고 타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내정 문제가 정돈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을 대체하여 세계를 이끌 지도적인 나라의 출현은 현재로서는 요원하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없다. 이 책은 평이한 글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제들을 모두 균형있게 다루려 했으므로,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찾아볼 수없다.

 

2021. 5. 19. 14:26

Stuart Firestein. 2012.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76 pages.

저자는 신경생물학자로, 이 책은 저자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요약한 것이다. 과학자는 이미 알려진 지식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한다. 과학을 하는 일은 깜깜한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일, - 그런데 그 고양이가 그곳에 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학이란 깔끔하게 정돈된 지식의 뭉치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교과서나 저널리즘이 제공하는 환상이다. 우리가 아는 것의 영역이 늘어날수록 알지 못하는 것이 함께 늘어난다. 과학자는 이미 알려진 지식의 최전선에서 모르는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한 탐구의 과정에서 무엇을 마주칠지 불확실하며, 많은 경우 실험이 실패로 끝난다. 우연히 마주친 현상이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다가온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의 인내와 동시에 스릴을 가져다 준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흥분을 기대하면서 과학자는 아침 일찍부터 실험실에 나와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버틴다.

세가지의 사례를 이야기 한다. 첫째는 동물이 인간처럼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탐구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침팬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침팬지가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같은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돌고래, 코끼리는 자의식이 있는 반면, 원숭이나 개는 자의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두번째는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물질과 우주의 시초를 찾는 작업이다. 우주의 배경 방사능 cosmic background radiation을 우연히 측정하게 되면서, 이것이 우주의 시초의 빅뱅의 자취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였다. 세번째는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수학적인 실험을 통하여, 우리의 두뇌는 제한된 기억 용량에다 새로운 것을 쓰고 지우는 일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과학에 발을 들이고 연구주제를 찾게 된 과정을 자서전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업계에서 십 년 이상 일하면서 조감독까지 올라갔으나, 우연한 계기로 여유 시간이 나서 인근 대학에서 동물행동학 강의를 듣게 된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호기심 차원에서 강의를 들어본 것이다. 그 강의 교수의 권유로 유기화학 과목을 듣게 되고 그것이 매우 흥미로워서, 연극일을 밤에 하면서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였다. 생물학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원서를 낸 것이 합격으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학자로서의 길에 들어섰다. 냄세 탐지가 동물의 생존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각에 대해서보다 상대적으로 덜 연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냄세 탐지 분야에 몰두한 결과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 한 것이 30살이 넘어서이고 박사학위를 40살에야 받았지만, 현재는 콜럼비아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다.

과학자가 실제 어떻게 탐구를 하는지, 어떻게 발견에 도달하는지를 일반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과학 교육을 시키면서, 어떤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지, 왜 아직 알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알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기존의 과학 지식과 함께 가르친다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과학과 과학자를 움직이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실험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의 흥분을 서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경험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문득 가슴을 스쳤다. 사회과학은 말만 "과학" 이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누릴 수 없다. 나도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 전공을 화학으로 바꿀까 하고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자연 현상이나 수학을 언어나 사회관계보다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 실행에 옮겼어야 하는데. ...

 

2021. 5. 17. 18:49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상대를 속여서 자신의 자손을 퍼트리는데 유리함(fitness benefit)을 얻으려 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모두 상대에게 실재의 자신보다 더 좋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은 상대의 속임수를 탐지하려는 노력과 대응되기 때문에, 속이는 행위와 속임수를 탐지하는 행위 모두 진화의 과정이 전개될수록 복잡해진다. 동물의 지능은 바로 이러한 속임수와 탐지하려는 게임의 산물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타인을 더 잘 속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을 아는데 머무르도록 함으로서, 상대에게 이 거짓 정보를 제시하여 속일 때 훨씬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거짓을 상대에게 제시하려고 하면, 우리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여 발각될 위험이 있다. 상대에게 나의 거짓을 발각시키지 않으려면, 자신 조차도 그 거짓 정보를 믿는 것이 이러한 비정상적 행위의 위험을 예방한다. 그러나 이렇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 정보를 믿고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 심리적 모순으로 인한 정신적 댓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자기기만은 그렇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상대를 속여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관찰된다. 부모와 자식간에, 남자와 여자간에, 바이러스와 항체간에, 외래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서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거의 모든 활동에서 상대와 자신을 속인다.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투자나 중요한 결정에서 실재보다 상황을 과대평가함으로서 불이익을 보는 것도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다. 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 내세움으로서 사고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자기 기만 성향은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곡하거나, 전쟁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크게 낭패를 본 사례에도 반영된다. 미국의 인디언과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살육, 착취, 조작의 역사를 외곡한 것,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살육을 정당방위라고 외곡한 것, 미국이 거짓 구실을 들어 이라크를 침공한 것, 등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한다.

종교는 자기기만의 대표적 예이다. 거짓된 사실을 믿고, 이러한 믿음 공동체에 헌신하게 함으로서 종교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준다. 신앙이 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

저자는 사회과학을 자기기만적 학문이라고 비판한다. 연구 대상이 사회적 현상에 근접할 수록 객관적인 방법론을 저버리며 검증할 수 없는 것을 지식이라고 생산한다. 사회과학에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화학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화학은 생물학에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사회과학이 생물학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경제학의 효용 utility 라는 개념을 버리고 진화적 이익, 즉 자손을 퍼트리는데에서 유리함을 인간 행동의 근본적 동기로 설정해야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기만의 사례들이 나온다. 기존에 많은 연구를 종합한 성과는 있으나, 한 주제를 깊이 파면서 일관되게 논의를 전개하는 서술 방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서술이 축약적이라 읽으면서 이해가 불확실한 부분이 많으며, 마치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삶 전체가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