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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에 해당되는 글 2건
2024. 9. 21. 16:56

Eric Hobsbawm. 1975. The Age of Capital (1848~1875). Vintage Books. 308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9세기 중반 서구 유럽에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전세계로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비교적 평화로웠던 시기를 서술한다.

1850년 경이 되면, 1830년과 1848년 유럽 전체를 휩쓴 노동자 혁명의 물결은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해졌다. 1789년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으로 촉발된 공화정 혁명의 파장은 유럽 각 지역에서 표면적으로는 저지되고 왕정복고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지식인과 부르쥬아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nationalism 가 높아지고, 민족 국가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반면 왕과 귀족으로 대표되는 구질서의 권위는 갈수록 쇠퇴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대로 부르쥬아의 부와 영향력은 크게 높아졌다.

19세기 중엽 철도 산업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크게 확장되었다. 1780~800년대 초반의 산업 혁명 초기에는 면화산업이 융성했으나, 이후 제철과 철도가 자본주의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철도 산업의 성장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거대 자본의 지배력도 커졌다. 산업혁명과 함께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 이동이 급증했으며, 유럽 곳곳에 대규모 도시가 출현하였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한편으로는 도시로 이주하고, 다른 한편으로 아메리카 대륙, 특히 미국으로의 이민이 크게 증가하였다. 철도, 증기선, 전신 기술 덕분에 자본주의 시장이 유럽을 넘어 세계로 확대되었으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였다. 빠른 경제 성장과 사회변화는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참여 요구를 일시적으로 잠재웠다. 이 시기에 참정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기는 하였지만, 이전 시기와 달리 과격한 혁명의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급격한 경제 성장 덕분에 부가 엄청나게 증가하였지만, 불평등 또한 커졌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도시 노동자의 삶은 매우 비참했다. 장시간 노동, 아동 노동, 위험한 작업 환경, 저임금, 밀집된 거주, 비위생적 생활 환경이 일반적이었다. 기술발달과 시장 확대로 인한 생산성 증가의 몫은 거의 대부분 자본가들이 차지하였다. 정부의 규제나 복지 제도가 발달하기 이전 단계의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아무리 생산성이 증가하여도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 수준만을 허락하였다. 이시기에 칼 맑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였다.

한편,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 사회에까지 적용되어, 경쟁과 적자 생존이 인간 사회와 역사를 움직이는 원리로 주창되었다. 이시기 진화론은 유색인과 대비된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인종주의를 정당화하였다. 비서구 세계의 원주민 사회는 서구의 선진 사회에 의해, 유색인은 백인에 의해 정복되고 지배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지배하였다. 이 시기에 기독교의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하여, 지식인과 부르쥬아를 선두로 유럽 사회는 세속화되었다. 신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는 무신론자는 많지 않았지만, 교회의 영향력은 삶의 주변으로 밀려났다.

이 책은 저자의 19세기의 삼부작 중 중간 시기를 서술한다. 정치와 전쟁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경제와 사회의 근대화 modernization 과정에 대한 익숙한 서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용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의 문장은 정말 읽기 어렵다. 이중 부정, 비교 부정, 복잡한 문장 구조 때문에, 두번을 읽어도 의미가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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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31. 11:46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저자는 저명한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정치학계의 고전이다. 개발도상국이 전통사회로부터 벗어나 근대화의 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정치가 발전하는지 서술한다. 전통 사회는 왕과 귀족, 지주, 성직자로 구성된 소수의 지배층이 지배했다. 전통적인 정치체제는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에 의존했다. 권력자가 교체되면 정치도 따라서 바뀌었다. 반면 근대적 정치체제는 정치가 제도적 과정을 통해 수행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치 참여의 범위가 확대되어 상층계급으로부터 중류층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된 것이 민주주의 체제이다. 개발도상국은 어떻게 정치의 제도화와 정치 참여의 확대과정을 거치는가?

저자는 정치가 근대화될수록 폭력과 부패가 사라질 것이라는 단선적인 예측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정치 제도화와 정치참여의 확대라는 면에서 볼 때, 낮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폭력과 부패가 확대되다가 정치가 성숙하고 나서야 폭력과 부패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마치 소득 불평등과 경제발전의 관계와 유사하다. 전통사회에서는 정치 제도화가 안되어 있고 정치 참여도 매우 제한적이므로 정치가 불규칙하게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한다. 정치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증폭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 참여가 정치 제도화보다 앞서 나가기 때문이다. 정치 제도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진전되는 반면,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식민지 통치로 벗어나자 마자 정치와 경제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정치 참여를 분출한다. 정치 발전 초기단계의 엘리트와 중류층은 정치 선진국의 정치를 유학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자신의 나라의 정치와 경제 수준의 수용 범위를 넘어 요구하고 정치 참여를 한다.

전통적 정치체제로부터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다. 정치의 제도화는 아직 충분치 않은데, 사회세력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확대될 때 집단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이 발생한다. 정치가 제도화되면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정당이나 이익단체를 통해 여과하여 조정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할텐데, 이러한 여과 조정 장치가 없기 때문에 집단들의 요구는 기존 권력과 부딛치고 또 집단들 서로간에 부딛치면서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폭력은 정치 참여가 확대되는 정치 근대화 과정의 일부이다.

폭력과 마찬가지로 부패 역시 정치가 근대화되는 과정의 일부이다. 전통사회에서는 경제권과 정치권이 분화되어 있지 않았고 정치 권력은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의 성격이었으므로, 부패,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것,- 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의 제도화에 따라 공적인 정치 행위와 관료의 행정이 담당자 개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인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 부패란, 사회적 세력, 특히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편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적 세력의 요구를 수용할 정치적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으므로, 정치인과 관료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이들의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데, 이들이 사회세력의 요구를 수용하는 댓가로 받는 뇌물이란 바로 이들의 판단과 책임에 대한 보상이다. 만일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에게 뇌물을 건네주면서 사회세력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경로가 차단된다면, 사회세력의 요구는 결국 쌓이고싸여 폭력과 혁명으로 폭발할 것이다.  사회세력의 요구를 걸러주는 정치 제도가 잘 작동하면 뇌물이 들어설 자리는 사라진다.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은 뇌물을 주는 대신 공식적 정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군부는 전통사회에서 가장 잘 조직화 되어 있고 가장 잘 근대화되어 있으므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정치개혁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집단들 사이에 세력 충돌이 발생하여 혼란이 벌어질 때, 군부는 질서의 회복을 주창하면서 권력을 잡고, 중류층과 연합하여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정치가 제도화된 단계에 들어서면, 군부는 보수적 가치와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반개혁적 성향을 띤다.

봉건사회는 권력이 소수의 지배층에 나누어져 있었다. 정치 근대화의 출발은 권력의 중앙집중과정으로 시작된다. 왕은 귀족 세력을 견제하고 중류층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면서 권력을 강화한다. 왕은 귀족, 지주, 성직자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근대적 개혁을 주창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강화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중류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유발하여 군주제와 민주적 요구간에 충돌을 낳는다. 한편, 전통사회에서 왕과 관료를 중심으로 권력의 중앙집중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 근대적 개혁은 오히려 지체된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의 상실을 우려하여 밑으로부터의 참여 요구를 적극적으로 억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중앙집중체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왕의 중앙집중 노력에 대한 견제의 목적으로 기존의 지배층들은 오히려 왕에게 개혁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왕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은 집단의 정치 참여와 정치 제도화를 요구한다. 결국 왕과 기존의 지배층들 사이에 알력이 정치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군주제는 정치 근대화에 따라 수세에 몰리고 결국 퇴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정치학 전공자라면 한번은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개발도상국의 정치 발전 과정에 관한 일반론을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중남미와 중동의 사례를 주로 많이 들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소련을 정치적으로 제도화가 잘된 정치 선진국으로 서술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 책이 쓰인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소련이 잘 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았겠지만,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소련은 외견과 달리 속에서 썩고 있었다. 미국은 비교적 정치 제도화가 잘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흑인을 완전히 배제한 미국의 정치는 전혀 건강하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흑인의 배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이 오래전의 일이라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절반쯤 읽고 중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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