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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영합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2. 4. 10:24

Roburt Kuttner. 2018. Can Democracy survive global capitalism. W.W.Norton. 309 pages.

저자는 American Prospect 라는 진보적 시사 잡지의 창간인으로, 이 책은 세계화, 특히 세계 자본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출현한 근래의 경향을 분석한다. 왜 그러한 흐름이 전개되는지, 그러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등을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진단한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시기에 뉴딜정책을 통하여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탈피하고 민주주의를 지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모든 계층의 소득이 향상되고, 사회보장과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소득불평등이 감소하였다. 서구 유럽 역시 전후의 폐허를 딛고 부흥하면서 복지국가체제를 공고히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자본가, 특히 금융자본의 세력은 억제되었으며, 브레튼 우즈 국제금융체제 덕분에 국제금융시장은 안정되고, 노동조합 가입율이 높게 유지되고, 완전고용의 목표가 실현되었다.

1973년에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미국이 금본위체제를 포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미국의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경제불황이 심각해지면서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들어섰다. 레이건 대통령은 시장 위주의 신보수주의 노선을 표방하였다. 규제를 풀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세금을 감면하면서 자본가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자본가, 특히 금융자본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위험이 높은 투자를 하면서 큰 돈을 벌었으나, 결국 고위험의 금융 행태는 실물경제와 어긋나게 되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위험한 행위로 큰 돈을 번 자본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여전히 고위험의 금융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시장의 힘은 강화된 반면 노동자의 조직력은 약화되면서 자본가에 대비해 노동자의 협상력은 크게 떨어졌다. 생산성 증가분을 자본가가 가져간 반면,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되었다. 국제분업체제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공장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였고 이민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과거에 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지고 노동조건은 악화되었다. 기술수준이 낮은 노동자에게는 불안정하며 낮은 임금의 서비스직 일자리만 남게되었다.

세계화로 국가와 지역들 사이에 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세금은 낮아지고, 노동자의 힘은 약해지고, 반면 국제 자본의 힘은 강해졌다. 재정이 악화되면서 유럽에서도 과거에 후했던 복지제도는 후퇴했다. 전세계적으로 진보주의 세력은 약해진 반면, 보수주의 세력은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에 반발하여 기존의 제도권 정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가 높아졌고,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호응을 얻게 되었다.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은 노동자의 불만에 감정적으로 부응하였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노동자보다는 자본가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펼쳤다. 그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를 부정하고, 폭력을 옹호하고, 반대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의 정치인이었다. 노동자의 불만을 계속 방치한다면, 결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권위주의적 정치가 득세할 것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저자는 각 국가가 주권을 행사하여 세계 자본의 힘을 제한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경제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펴고, 연금,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의 내실을 높여 노동자의 삶이 안정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제 자본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세금을 감면하도록 압박하고, 노동자 보호에 제한을 가하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이 함께 협력하여 국제자본의 힘을 제한할 때 이것이 실현될 수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자본가에 포획되어 있으므로, 기존 노선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으로는 이러한 개혁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진보주의 정치인이 출현하고, 그가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자본가의 세력을 제한하고 노동자 보호 제도를 확충하는 과감한 개혁을 하여야 한다.

저자의 20세기 미국과 유럽의 정치경제의 전개에 대한 서술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진보적 지식인의 주장이 그렇듯, 그것은 대체로 선진국의 입장만을 반영한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다. 1970년대 이래의 세계화로 선진국 자본의 힘이 강화되고 기술수준이 낮은 노동자의 힘이 약화된 것은 맞지만, 이 기간 동안 개발도상국의 빈곤이 크게 개선되고 많은 사람의 소득이 상승하였다. 세계화로 선진국 자본이 거둔 이익보다 개발도상국에 일반 사람들의 소득의 증가분이 훨씬 더 크다.  즉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1970년대 이래 세계 정치경제의 전개는 매우 긍정적이다.

정치는 각 나라 내에서 벌어지는 것이므로, 노동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자본가의 경제 행위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혼란이 경제를 망쳐버릴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 경제에 혼란이 발생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에도 어려움이 전파될 것이다. 결국 세계화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저자의 진보적 정책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전반적인 진단과 방향 제시는 맞는 말이다.

2020. 3. 2. 21:08

Dani Rodrik. 2018. Straight Talk on Trade: Idea for Sane World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74 pages.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로 이 책은 그가 근래에 쓴 몇개의 글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수년전에 Globalization Paradox의 논지와 연결되는데, 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며 그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한다. 

세계화는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교육수준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은 세계화로 큰 이익을 얻지만,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은 피해를 본다. 세계화는 불평등을 높인다. 이러한 세계화가 초래한 문제에 대한 반발로 근래에 서구사회에서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득세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인다.

이러한 세계화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각 국가 고유의 제도와 독립성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가 연결되어야 한다. 각 나라의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와 경제 구조가 온존될 때에만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운영될 수있다. 현재와 같이 세계화의 패배자들을 배제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세계화가 전개된다면, 정치적인 혼란과 세계화의 후퇴를 피할 수 없다.

세계화 낙관론자들은 앞으로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리라고 예상하지만, 국가의 역할은 강건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며, 사람들의 어려움에 국가가 대응하며, 국가가 제도를 만들고 관리한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국민의 요구에 맞추어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하므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한, 국가의 주권을 국외의 기구에 완전히 위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유일한 예외는 유럽 연합인데, 그곳에서도 국가가 주요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각 국가가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화,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 셋 중에 두개만 조합할 수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희생되어야 한다. 이 세가지가 모두 동시에 만족될 수없는 이유는, 각 국가는 그 나라의 지리와 역사를 통해 그 나라 고유의 선호와 제도가 구축되어 있기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인은 북유럽 국가의 높은 세금, 높은 평등, 높은 복지를 선호하지 않으며, 반대로 북유럽 사람은 미국의 높은 불평등, 높은 위험부담을 선호하지 않는다.

세계화와 민주주의가 조합된다면, 즉 구성원의 요구에 답하면서 세계적으로 단일체제를 이루려고 한다면, 각 국가 고유의 선호와 각 국가의 주권은 포기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국가의 주권이 결합된다면, 각 국가는 그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정치 경제를 운영하므로 세계적인 단일 체제는 허용될 수 없다. 세계화와 국가의 주권이 결합된다면, 즉 각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세계적 단일체제를 구축한다면, 각 국가의 구성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없다. 유럽연합은 어느 정도 경제 단일체제를 이루기는 했으나 그에 걸맞게 국가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덜컹 거리며 위기에 취약하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경로를 따라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아시아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높여나갔는데, 가난한 나라들은 제조업이 성장하기 전에 서비스업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조업은 생산성 향상이 빠르나, 서비스업은 생산성 향상이 더디다. 생산성 향상이 없다면 사람들의 소득이 높아지지 못하므로 가난에서 탈피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 자동화로 제조업의 노동수요가 감소한데다, 중국이라는 거대 제조업 국가가 버티고 있기때문에, 아프리카와 같은 가난한 나라들이 노동집약적 제조업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가 어렵다.

경제는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이 채택되지 않는 이유, 경제발전에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 안정, 특히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기득권 집단의 이익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경제발전 전략을 채택한 예가 많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영국의 산업화 과정, 독일의 지주계층이 산업화에 뛰어든 것 등이 대표적이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적절한 전략과 환경이 마련된다면 정치와 충돌하지 않고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기득이권 구조가 경제발전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경제발전을 이끈다. 예컨대 중국에서 제한된 지역을 수출자유지역으로 설정하고 이곳에서 시장경제가 운용되도록 한 것이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중류층이 자신의 계급 이익에 반대되는 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는, 지배집단이 정체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계급 정치(class politics)가 지배한다면 각 계급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를 할 것이지만,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지배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시하는 정체성, 즉 인종 민족, 종교, 지역 등에 따라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주창하는 정치인도 지지한다. 부자들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환기시킴으로서 경제적 불이익을 잊도록 하는 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한다. 

선진국에서 세계화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세계화의 피해를 보상하는 방식의 정책은 미국에서 지지 받지 못했다. 1980년에 레이건 대통령은 산업전환보상법의 예산을 삭감하여 무력화시켰다. 공장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면서 직장을 잃고 소득이 낮아진 사람들에게 기술훈련을 시키고 보상을 주는 방법은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정치적 안정에 기여했으나, 그곳에서도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부상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각 나라가 자신의 규제와 제도 환경을 보호하도록 하면서, 공정무역을 하는 방식으로 세계화를 조정하는 길이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선진국에서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면서 생산하도록 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유아노동이나 착취적 노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 규칙을 모두 준수한다면, 선진국 사람들도 자신의 일이 개발도상국으로 옮아가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이 배제되지 않도록, 즉 포용적 경제 성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계화의 패자에게 갈곳이 없도록 하는 현재의 방식은 위험하다. 좌파는 이들을 포용할 수있는 대안적 경제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므로, 결국 이들의 분노를 이용한 대중영합주의적 민족주의적 우파의 목소리만 높아졌다. 이는 세계화를 좌초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세계화와 경제성장의 다양한 쟁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각 국가가 자신의 제도적 주권을 유지하면서 세계화를 조절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다. 세계화에서 패배자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경제성장을 조정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대등한 수준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도록 하여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선진국 사람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빈곤한 나라에 선진국 수준의 사회적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당장 빵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보호는 뒷전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바이다. 설사 공정무역을 한다고 해도, 선진국에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의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에게로 이전한다면 그들이 여전히 분노하지 않을까? 같은 나라에서 기술 발전으로 자신의 비효율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 것처럼, 공정경쟁으로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분노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틀리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건 경쟁력이 떨어져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할 것이다. 그들이 그러한 처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기술 수준을 높이거나, 그것이 안된다면 사회적 지원을 후하게 해주어 분노를 완화시키는 것만이 그들을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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