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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8. 29. 16:38

John Mearsheimer. 2018. 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4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외교정책의 실패 원인을 자유주의적 패권 (liberal hegemony) 추구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유주의 liberalism, 민족주의 nationalism, 현실주의 realism 원칙을 대비하여 설명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가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개인의 천부적 인권 inalianable rights, 개인의 자유 individual freedom, 및 재산의 사유 private ownership 을 축으로 하는 이념이다. 개인의 선호에 차이를 허용하며 tolerance, 의견 차이와 이익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개인보다 상위에 있는 권위체인 국가를 필요로 한다.  존 로크의 천부인권과 계약 이론이 이를 대표한다.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은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살기좋은 자유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정치 체제를 탄생시켰다. 서구의 선진 산업국가들은 모두 이러한 이념을 따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족주의란 자신이 속한 민족 nation의 생존과 번영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우선시 하는 이념이다. 개인의 권리와 민족의 생존이 충돌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인보다는 민족을 우선시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을 보편적인 인권보다 감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권보다는 내 국가의 생존에 더 목숨을 건다. 민족주의는 민족의 생존과 자주적 결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주권을 보유한 민족 국가 nation-state를 탄생시켰다.  민족과 국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즉 다민족 국가나 국가가 없는 민족은 모두 갈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국가간의 관계, 즉 국제정치는 국내 정치와는 다른 역학이 작용한다. 국제정치에서는 국가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강제적으로 조정할 권위적 존재가 없다. 쉽게 말해 무정부상태 anarchy 이다.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마음대로 행동해도 유효하게 제제할 수 없다.  소위 정글이라 표현하는, 힘의 원리만이 작용하는 장이다. 국제기구나 국제법이란 국가들간에 자발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 힘있는 국가가 이를 위반해도 강제할 수 없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국제정치에서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확보 self-help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합종연횡, 즉 힘이 약한 국가들이 연합하여 힘있는 국가와 힘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 balance of power 으로 각 국가들은 안보 위험을 해결한다.

미국은 1991년 소련이 무너진 이후 세계에 경쟁자가 없는 일극체제 unipolar system의 정점에 올라섰다. 일극체제의 정상에 올라선 이후, 전보다 더 미국의 자유주의 원칙을 세계 각국에 전파, 강요하였다. 문제는 미국의 개입을 받은 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간섭을 환영하지 않고 저항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침입하여 그 나라의 정치와 사회를 미국식, 즉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어 놓으려 하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여 반발을 초래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미국이 개입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엄청난 살상과 혼란이 발생하여, 미국이 개입하기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다.

미국의 외교 엘리트들은 미국의 힘을 과신하고,  미국의 이념과 체제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개조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은 제한적이며, 자유주의를 전파하겠다고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전쟁과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국익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정도에서 멈추어야 한다. 미국이 자유주의를 전파하려는 외교정책을 포기할 때, 세계는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국제정치는 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는 예외적으로 평화로울 것이라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평화와 번영과 인권을 사랑하는 자비로운 국가 benign country 이므로,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또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며, 자국의 이익에 반할 때에는 언제고 상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이 보편적인 이념인 자유주의를 숭배하지만, 미국인들이 외국인의 목숨과 권리와 자유를 미국인의 목숨과 권리와 자유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미국의 자유주의는 제한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을 받은 외국인들은 미국의 간섭을 환영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자신의 민족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므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민족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현실주의 국제정치를 강력히 옹호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이상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포기할 때 세계는 물론 미국 국내사정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들어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를 미국의 외교 무역정책에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옹호한다. 그러나 미국이 실패하고 잘못한 부분도 많지만, 무어라고 해도 한국은 미국의 자유주의 외교정책의 최대 성공작이다. 넉넉한 형님같이 한국에 베풀어준 미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은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은 냉전체제에 공산주의에 대적하는 미국의 쇼윈도에 걸린 모델이 된 덕분에 운좋게 잘 풀렸지만 말이다.

2019. 9. 16. 21:14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Collins. 402 pages.

인간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의 위치에 올라섰다. 인간은 개체로 보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지만, 협동과 조직을 통해 집단으로서 개체의 능력을 뛰어 넘는 문명을 이룩하였으며, 생물계를 지배하고 급기에 자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는 바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의 세계는 인간이 왜 그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 반면 종교는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면서 신의 존재는 과거와 같은 중요성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권능이 높아지면서 신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인간 자신을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놓는 인본주의 Humanism 가 지배하게 되었다. 인본주의는 모든 옳고 그름, 좋고 나쁨,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판단의 중심에 인간의 생존과 감정과 체험과 행복을 두는 세계관이다.

인간의 능력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영생과 행복과 자연과 세계에 대해 더 큰 영향력 혹은 권력을 추구한다. 저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적 능력과 생물학적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인간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초능력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에너지 넘치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살고, 더 지능이 높고, 더 집중을 잘하고,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많은 복잡한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 더 추상화된 생각을 할 수있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유기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점차 고도화된 알고리즘의 덩어리이며, 삶이란 정보처리 과정이다. 우리의 삶이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수록 고등동물이 되는 것이고, 인간의 두뇌는 생물계에서 정보처리를 가장 잘 하는, 다른 말로 하면 지능이 높은 존재이다. 생물체의 감정이란 것은 매우 효율적인 알고리즘이다. 예컨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생존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정보처리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가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히 처리하게 된다면 인간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컴퓨터에게 점점 더 맡기게 될 것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은 모순된 욕구와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컴퓨터로 구축된 정보처리 시스템이 더 정확히 나에 대해 알고 나의 복리를 위해 판단을 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엄청난 양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더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되면 인본주의는 붕괴하게 된다. 그 시스템이 여전히 인간의 복리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인본주의 이념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순된 존재이므로 컴퓨터의 판단이 인간의 어떤 부분에 봉사하는가가 불분명할 것이고, 시스템의 판단과 결정과 실행이 개별 인간의 복리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에 기반한 정보처리 시스템은 알고리즘이라는 점에서  유기체보다 한단계 앞서 나간 존재로 등극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는 결국 알고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물체가 가진 의식(consciousness)은 없지만 지능(intelligence)은 있는 무생물체의 알고리즘이 생물체의 알고리즘을 능가하는 세상이 올 수있다.

인간 사이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간과 그렇지 못한 보통 인간으로 구분된 위계가 형성된다면, 보통 인간은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처리 시스템이 과거에 보통 인간이 하던 일을 모두 맡아서 처리할 것이고, 소수의 초능력 인간들만이 시스템에 의해 대체 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생산과 전쟁에 보통 사람들의 기여가 중요하였기에 보통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나 인간중심의 자유주의 이념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생산과 전쟁를 정보처리 시스템이 관장하게 되고 보통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면 이들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이념은 더이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없다.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고 단순히 소비만 하는 존재라면 그들이 있어야 할 이유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권, 자유라는 개념이 내동댕이 쳐질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인간은 보통 인간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책, Sapiens 를 읽고 감탄했던 만큼 이 책이 놀라운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마음껏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의 끝까지 가보고, 이를 용감하게 쓸 수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내용만이 아니라 문체 또한 부드럽게 그러나 논리적으로 명징하게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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