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oshi Kanazawa. 2012. The Intelligence Paradox: Why the intelligent choice isn't always the smart one. John Wily & Son. 208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지능 intelligence 에 대한 저자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지능은 무엇이며, 왜 존재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서술한다.
인간의 지능은 진화의 결과 생겨난 다양한 속성 human traits 중 하나이다. 지능은 유전하는 속성이며, 사람에 따라 지능 수준은 차이가 크다. 인간의 육체적 속성 예컨대, 피부색이나 체질, 혹은 심리적 속성 예컨대, 공격성, 외향성, 예민성, 등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능도 유전적인 영향이 큰 속성 중 하나이다. 문제는 다른 속성과 달리, 인간의 지능은 가치 평가가 함께 따른다. 지능이 낮은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보다 인간적인 가치 worth 가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의 지능은 여러 측면이 있다. 언어적 지능, 수리적 지능, 공간 지각 지능, 논리적 추론의 지능, 사회적 지능, 등등. 이러한 다양한 측면의 지능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한 분야의 지능이 높으면 다른 분야의 지능도 함께 높다. 이러한 여러 지능의 배경 변수로서, 다방면을 포괄하는 지능 general intelligence 을 '지능 지수' Intelligence Quotient 로 측정한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지능지수는 신뢰도가 매우 높은 측정 지표이며, 일생 크게 변하지 않는다. 즉 지능지수로 대표되는 인류 공통의 분명한 실체가 있으며, 일반적인 비판과 달리 서구 문화가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다. 성인이 되면 어릴 때보다 유전적인 영향이 더 뚜렷이 발현되기 때문에,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 지능지수의 차이가 더 커진다.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해 온 이래 지난 200만년 동안 대부분을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질은 수렵채취 활동에 적합하게 진화해 왔다. 농업을 하기 시작한 10,000년전 이후에 생활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0년간 도시화 산업화로 출현한 현대의 사회에서는, 오래전 수렵채취 시절에 획득한 특질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습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의 많은 부분은 유전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심리학계에서는 대체로 50:50으로, 즉 유전적 요소가 50%, 환경적 요소가 50%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속성은 유전적 변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특성에서 유전적인 차이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특성에서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후손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우수한 지능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 즉 이성의 짝을 찾고, 자손을 기르고, 먹을 것을 구하고, 등의 능력과 비교할 때, 우수한 지능은 이러한 활동에 큰 이점을 주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우수한 지능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즉, 새로운 삶의 문제에 당면했을 때 대처하는 능력으로 진화하였다. 오랫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하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속성은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으로 확고하게 굳어진 반면, 새로운 환경에 접해 대처하는 능력은 모든 인간에게 공유된 특질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에서 새로이 출현한 특질이다. 인간 진화 과정에서 오래도록 친숙한 환경인 사바나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인간 공통의 생존 능력, 즉 이성의 짝을 찾고, 자손을 양육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등에서 지능이 높은 사람과 지능이 낮은 사람 간의 차이는 없다. 반면 농업을 시작한 후 새로이 출현한 환경에서 전에는 익숙치 않은 새로운 문제와 관련해, 지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처 능력이 더 크다.
현대 사회에서 지능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으며, 매력적이며, 사회적 지위가 더 높다. 현대사회의 환경은 인간 진화의 오랜 과정에서 볼 때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은 현대 사회에 출현한 새로운 분야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교육, 소득, 성별 등 여러 조건을 통계적으로 통제했을 때, 똑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다양한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더 리버럴하며, 신을 믿지 않으며, 성적인 배타성 sexual exclusivity 을 고집하며, 올빼미 체질이며, 동성애 성향을 가지며, 고전 음악을 좋아하며, 술을 더마시며, 여성의 경우 결혼을 덜하고 결혼했다 해도 아이를 덜 낳는다.
저자는 지능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활동에 유리함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책의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와 같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지능의 이점은 최대로 발휘된다. 저자의 가설이 맞다면, 현대 사회에서도 근래로 올 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성과를 내고 더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는 저자가 "지능의 역설" intelligence paradox 라고 지칭하는, 즉 지능이 높은 사람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에서 더 우월하지는 않다는 명제와는 반대된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분석이 흥미롭지만, 조금 설익은 주장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여하간 신선한 주장이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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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2010. Sex at Dawn: How We mate, Why we stray, and What it means for modern relationships. Harper Collins. 312 pages.
저자는 과학 저술가와 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수렵채취시대에 인간은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집단의 남녀 구성원 모두 서로 섹스를 하는 promiscuous 관계를 맺었는데, 농업이 시작되면서 남녀 사이에 배타적인 성적 소유관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실시된 일부일처제는, 훨씬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수렵채취 시기 동안 행해진 남녀간 비배타적인 성적 관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 속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과 재혼을 빈번히 하는 것, 등은 모두 과거 남녀간 비배타적 성적 관행의 흔적이다.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 모두,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시로 섹스를 한다. 특히 보노보는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수시로 섹스를 통해 관계의 긴장을 푼다. 침팬지의 경우, 집단내에서 권력이 큰 수컷이 여러 암컷들과 섹스를 많이 하지만, 암컷들은 수시로 권력자 이외 다양한 지위의 수컷과 몰래 섹스를 한다. 과거 수렵채취시절에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집단내의 남녀가 서로 섹스를 하면서 인간 관계를 관리하고 결속을 다졌다.
과거 인간 집단의 남녀 구성원들이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에게 관용적인 성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생리적 사실과 인류학적 사례를 제시한다. 생리적인 증거로는, 남녀간 체구의 차이, 남자의 성기의 크기와 정자의 수, 여자의 감추어진 배란기, 여자의 과대한 유방, 여자의 다발적 오르가즘, 등을 제시한다. 인류학적 사례로는 전세계에 여러 원시부족들 사이에서 집단내 관용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점, 서구 사회에서도 과거에 축제와 같은 특정 시기에 남녀간 관용적인 섹스의 향연을 벌였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한다.
수렵채취시대에 여성들은 집단 내에 여러 남성들과 섹스를 함으로서, 섹스를 통해 집단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하였다. 수렵채취 시대에 소집단의 구성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사냥물을 포함하여 집단내의 모든 가용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공동으로 해결하였다. 여성들은 여러 남성과 섹스를 하여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는 특정되지 않았으며, 아이의 엄마가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전한 방책이었다. 아이들은 집단내에서 여러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여성에 대한 섹스의 독점권을 놓고 남성들이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여성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남성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섹스한다고 하여도,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하고, 그 여성과 면역 계통에서 궁합이 맞는 정자가 최종적으로 그 여자의 난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을 하게 된다. 암컷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수컷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인데, 인간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남자들은 자신과 섹스를 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자신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믿기 때문에, 아버지의 지위 또한 여러 남성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수렵채취시대에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모든 것을 공유하는 평등의 관행은 농업이 시작되면서 깨졌다. 개인 소유물이 출현하면서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성향이 남녀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농토와 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힘이 센 남성이 하나 내지 여러 명의 여성과의 섹스를 독점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본성은 과거 수렵채취시대에 형성된 것을 농업 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양한 성적 상대를 찾는 남자와 여자의 욕구는, 농업시대에 접어들어 일부일처제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었기 때문에 긴장과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남녀간 일부일처제의 엄격한 규율을 사회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분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되, 섹스 활동에서는 일부일처제 밖의 것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투'라는 관계 파괴적인 감정을 어떻게 제어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질투의 감정은 어느 정도는 일부일처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다. 여러 남녀 사이에 관용적 섹스를 허용하는 원시부족 사람들에게는 질투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도 여러 부인 사이에 질투가 심각하게 파괴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수컷은 후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를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자기의 자손이 아닐 위험이 있는 자식을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다른 암컷과 섹스하여 하나라도 더 후손을 늘리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동안 부모 양쪽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일 아버지가 후손을 돌보는 데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일부일처제나 여성의 섹스에 대한 남성의 극심한 질투는 바로,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사회적 및 생리학적 장치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집단내에 여러 아버지가 공동으로 자식에 대한 유전적 연계를 믿으면서 함께 양육을 돕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물세계의 일반적 패턴과 어긋난다.
저자는 남녀관계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정통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남자는 여성의 성을 독점하는 대신 빵을 벌어다 주는 것이 일부일처제의 근간이다. 이것이 원래부터 인류의 삶의 방식이라는 기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류는 원래 남녀가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화목하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객관적 증거로 검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리학적 물증이나 인류학적 자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그럴듯한 면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는데, 전문가들은 그가 제시하는 증거나 그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맞았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속으로 바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wishful thinking). 수렵채취 시대의 생활에 대한 그의 서술은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하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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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rtwright. 2016.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Darwinian Perspectives on the Human Condition. 3rd ed. Palgrave. 434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개론 교과서이다. 자연 선택과 성적 선택, 적응과 인간의 생애, 인지와 감정, 협동과 갈등, 짝짓기, 건강과 질병, 문화, 윤리에 이르기까지 진화심리학의 전분야를 커버한다. 이 책은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서술하며, 수많은 관련 연구들을 요약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진화적 접근은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 근거하여 인간의 행동, 생각, 감정을 설명하는데 근래에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근래에 급속히 발전하는 분야이다.
인간에 대한 진화적 접근의 모든 논의를 맛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3판까지 나온 것 치고는 덜 다듬어진 부분이 많다. 후반으로 갈수록 문장이 덜 다듬어지고, 허술하게 정리된 부분이 많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대학 개론 교과서이므로 한 주제를 깊이 논의하지는 않지만, 대신 이슈가 되는 논의를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은 많은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논의의 좌표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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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Dunbar. 2021. Friends: Understanding the Power of Our Most Important Relationships. Little, Brown. 359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검토한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 유지시키는 요인은 무엇인지, 최대 몇명까지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친구관계 맺기에서 남녀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의 의문에 대해 저자의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기는 도구적 목적에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과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며 병에 쉽게 걸리고 일찍 죽는다.
침팬지는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5분의 1을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일 grooming 에 사용한다.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일은, 단순히 위생적인 목적을 넘어,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인간 역시 타인과 관계 맺는 일과 연관된 활동에 깨어있는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협동을 통해 생존의 경쟁력 fitness 를 높이는 것이다. 자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평소 친밀한 관계를 맺은 타인은 기꺼이 자신을 도와주는 반면, 친밀하지 않은 타인은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과 친밀한 관계의 사람, 즉 친구와 함께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진화적 필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들은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친밀한 사람과 관계 맺기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인지적으로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다른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사물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하며 높은 자원 소모를 수반한다. 타인과 적절히 상호작용을 하려면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theory of mind). 상대가 나에게 왜 저렇게 하는지, 상대의 행위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나의 행위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등을 모두 추론하는 일은 고도의 인지 활동이다. 인간은 최대 다섯명까지 타인의 마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유명한 소설에서 동시에 다섯명의 생각이 함께 다루어지는 것을 종종 본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은 5살 때부터 시작해 20대 초반까지 서서히 발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을 동시에 읽을 수 있으며, 타인의 생각를 복잡하게 추론하는 능력과, 자신의 충동적 사고와 행위를 제어하는 능력도 발달한다. 20대 중반을 넘으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더 이상 크게 진전되지 않으며,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크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어느 정도 타인의 마음을 읽으면서 사회활동을 영위한다. 성장기에 또래들과 학교 혹은 놀이를 통해 집단 활동을 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과 자신의 충동적 반응을 제어하는 기술을 익힌다. 이러한 기술을 웬만큼 익히지 못하면 사회생활이 어렵다. 사이코 패스나 자폐증 환자는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추측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원만한 사회관계를 영위하지 못한다.
인간의 인지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수는 제한되어 있다. 상대와 공감 simpathy을 주고 받는 최대 숫자는 15 명이며, 최대 150명까지의 사람들과 비익명적인 관계, 즉 상대가 누구인지를 인지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사람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회관계에 쏟는 시간의 40%를 5명과 하며, 15명의 사람들과 전체 시간의 60%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범위가 좁은 이유는 인간의 인지적 자원 및 시간의 한계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는 크게 두 종류, 즉 가족과 친구 관계로 나뉘는데, 두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 대체로 가족 관계가 친구 관계보다 더 친밀하다. 가족 관계의 유지를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관리하지 않아도 되며, 갈등이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소원해져도 다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친구 관계는 지속적으로 시간과 관심을 투입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소원해지며, 일단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어렵다.
유사한 특성의 사람들은 우연히 만났을 때 서로 친구 관계를 맺기 쉽다. 다음 일곱가지의 차원 각각이 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유사한 언어/방언을 구사하는가, 같은 지역에서 성장했는가, 같은 교육과 직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특히 의사와 변호사는 각각 그들끼리 노는 성향이 강하다), 유사한 취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세계관(도덕적 가치관, 종교,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는가. 이 일곱가지 차원 중 유사한 부분이 많을 수록 친구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남성보다 친밀한 친구를 가진 경우가 더 많으며 관계가 더 깊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친밀한 관계의 70~80%는 동성 친구이다. 친밀한 관계의 성격에 남녀간 차이가 있다. 여성은 주로 대화와 잦은 접촉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제인 반면, 남성은 함께 참여하는 활동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제이다. 즉 남성은 같이 운동을 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일을 하고, 등 활동을 함께하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여성은 함께 참여하는 활동에 더하여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다. 반면 친한 남성들간에는 함께 활동을 하는 동안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여성은 친한 친구와 헤어지면 다른 사람이 그를 대체하지 못하는 반면, 남성은 친한 친구와 헤어져도 집단활동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이 그를 대치할 수 있다.
친밀한 관계는 직접 만나서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관계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에, 온라인 접촉이 대면 접촉을 대치하지 못한다. 전화나 SNS 등의 온라인 접촉은 오프라인 관계를 관리하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상대의 눈을 보며, 상대와 함께 웅직이는 것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만족을 느낀다. 서로 큰 소리로 웃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고, 단체로 행진을 하고, 등등 리듬을 맞추어 함께 행위를 하는 가운데 공감, 상호 신뢰, 집단 결속감을 느낀다. 전통적으로 모든 사회가 이러한 함께 하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은 집단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저자는 전문 연구자이며, 책 내용의 대부분을 구체적인 연구 결과의 인용으로 채우고 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수많은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세세히 따라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사회적 두뇌 가설 (social brain hypothesis), 즉 인간의 두뇌가 발달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집단생활에 소요되는 고도의 인지 활동 때문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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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Dunbar. 1996.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 Harvard Univ. Press. 207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언어가 발달한 과정을 본인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언어가 집단내 사람들 사이에 유대를 맺고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때문에 생겨났다고 본다.
침팬지를 포함한 유인원은 많은 시간을 서로 털을 골라주는데 (grooming) 소비한다. 이러한 행위는 위생적 목적도 있지만 서로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주이다. 유인원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사회 관계는 복잡한데, 서로 유대를 맺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집단으로 사는 것이 단독으로 사는 것보다 생존에 득이 되지만, 대신 집단내 구성원들 간 관계를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영장류의 두뇌 크기와 집단의 규모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비례관계를 인간에 적용할 때, 인간의 뇌의 규모에 대응하는 집단의 규모는 15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수치는 저자의 이름을 따서 흔히 '던바의 수'라고 지칭한다. 실제 인간 사회를 둘러보면, 구성원들 사이에 직접적 대면 관계와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의 규모는 150명을 넘지 않는다. 150명을 넘으면, 간접적 익명의 관계가 급속히 불어나며, 위계구조와 규칙에 따른 형식적 관계로 바뀌게 된다. 자연부락, 종교 집단, 군의 병사 집단 등의 예에서 150명이 최대 상한임을 확인한다.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큰 이유는 '남들의 생각을 읽는 데' theory of mind 엄청난 정보처리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최대 5중까지 중첩된 reflexive 정도까지 남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1단계), 다른 사람이 내가 어떻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지 (2단계), 다른 사람이 내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지 (3단계), 등으로 사고의 복잡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남의 생각을 읽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관리하고 서로의 행동을 조율하는데 필수적인 능력이다. 침팬지는 2단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 수록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조율해야 할 필요는 커지기 때문에, 남들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은 집단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침팬지 집단의 규모는 50명이 넘지 않으며, 이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약 20%를 그루밍에 할애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유대를 맺고 관계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유인원들로부터 추정할 때, 인간은 깨어있는 시간의 45%를 관계를 관리하는데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시간을 관계를 관리하는 데 소비한다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시간이 부족해지게 된다(time budget limitation). 인간은 이문제를 언어를 통해서 해결했다.
연구결과 사람들은 자유롭게 대화할 때, 전체의 3분의 2의 시간과 내용을 사회적 관리에 할애한다. '누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이 사람들의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남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gossip)은 직접 대면하여 관계를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그룹은 4명을 넘지 않는데, 이는 한명이 말하고 다른 세명이 듣는 구조이다. 한번의 말을 통해 세명과 관계를 맺으므로,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 개개인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과 비교할 때, 관계를 관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3분의 1로 절약할 수 있다. 물론 말을 통해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직접 행동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것보다는 깊이가 얕기는 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상호간 담화를 통해 유대를 맺으며 일탈자 freerider를 억제함으로서 집단을 유지한다. 이렇게 언어를 이용하여 관계를 관리하는 시간을 절약한 결과, 인간은 다른 유인원과 비슷하게 깨어있는 시간의 20~25% 만을 관계를 관리하는 데 쓰면서 더 큰 집단 속에서 살 수 있다. 수렵 채취인의 생활을 보면, 저녁에 불 주변에 모여 앉아서 하는 일의 절반은 바로 말을 통해 관계를 관리는 일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을 추적해 보면 불이 사용된 후, 인간의 두뇌 크기가 이전보다 크게 커졌는데, 이는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언어를 통한 효율적인 관계 구축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인간의 언어가 사회적 목적을 위해 발달했다는 증거는, 방언의 발달에서도 확인된다. 사람들의 집단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서로 멀어지면 바로 방언이 나타난다. 방언은 사람들의 집단 소속을 확인시켜주는 효과적인 징표이다. 언어 습관은 어린 시절에 고정되고 이후에는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가 우리 집단 소속인지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영국의 노동계층의 남성은 노동자 집단의 방언을 사용하나, 여성은 중류층의 말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자신보다 상위계층의 남자와 혼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노동계층의 방언을 사용하지 않는 반면, 남성은 자신이 속한 노동자 집단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여 생계를 확보해야 함으로 노동계층의 방언을 구사할 필요성이 여성보다 더 크다.
여성이 남성보다 언어를 관계의 관리를 위하여 더 많이 사용할 것 같지만, 여성과 남성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여성이나 남성이나 대화 내용의 3분의 2는 누가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뒷담화가 차지한다. 다만 이는 동성 사이에서 대화를 할 때 그런 것이고, 이성이 섞인 집단에서 대화를 할 때는 확연히 달라진다. 이성이 섞인 집단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지식과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말한다. 남성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목적에서 지식과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말하는 것이다. 동성 집단 내에서 말할 때에도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에 대해 떠벌이는 시간이 더 많은 반면, 여성은 남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이 역시 남성은 자신을 광고하고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더 주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데 언어를 더 많이 쓴다. 남성과 여성간에는 '성적인 선택' sexual selection 의 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들 간에는 말의 내용이나 기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는 동성들의 모임보다는 이성이 섞인 모임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결과를 배경으로 유인원과 인간을 비교하면서 흥미롭게 서술한다.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면서도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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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그의 연구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후손을 남기는 것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몇개의 서로 다른 모듈을 가지고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한다. 짝을 찾는 모듈, 자식을 키우는 모듈, 위험에 대응하는 모듈, 지위를 추구하는 모듈, 타인과 협동하며 연대하는 모듈, 등이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모듈이 작동하며, 각 모듈은 선택적으로 외부의 반응을 인식하고 각각 고유의 평가 기준과 행동 양식을 보인다.
인간은 발달 단계에 따라 수행 과제가 다르며 그에 맞는 모듈이 작동된다. 어릴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지적 능력을 키우는 과업에 몰두하며, 청소년기에는 짝을 찾는 과업에 몰두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과업에 몰두한다.
진화적 이유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관심사가 다르다. 남자는 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진화적으로 이익인 반면, 여성은 소수의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를 고르는데 더 까다롭다. 성관계는 후손을 보기 위해 짝을 찾는 행위의 일부일 뿐, 진화적 관심은 성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데까지 확장되어 있다. 남자는 섹스의 대상에 대해 덜 까다로운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까다롭다.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 매력, 즉 건강한 후손을 낳는 능력 이외에 다른 조건은 관심이 없는 반면, 여성은 남자의 자녀 양육 능력 즉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남성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경쟁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남을 돌보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이며, 살인의 대부분을 남성이 저지르며, 남성이 주로 타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하는 이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은 인간을 동물보다 상위의 존재로 상정함으로서 잘 못된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을 수정하여 제시한다. 최 상위에는 후손을 퍼뜨리는 것과 관련된 욕구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는 자녀 양육욕구, 배우자 유지 욕구, 짝을 찾는 욕구가 속한다. 그 밑에 단계에 사회적 욕구가 있다. 이에는 지위와 존경의 욕구, 남과 어울리고자 하는 욕구가 배치된다. 맨 아래 단계에 생존의 욕구가 있다. 이에는 자기 방어의 욕구, 생리적 욕구가 속한다. 매슬로우와 비슷하게 이 욕구들은 위계를 이룬다.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는 반면,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지 않는다.
과시적 소비나 창조적 활동은 모두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의 발로이며, 이는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함으로서 짝을 찾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다. 진화적 관심과 동떨어진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가당착이다. 진화적 번식이라는 동물로서의 삶의 목표와 존재를 초월하는 인간 고유의 욕구나 존재는 허구이다.
삶의 의미는 결국 후손을 널리 퍼뜨리는 목표와 연관이 있다. 자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자식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은 전혀 헛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식이 잘 될 때 뿌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동물적 본성의 발로이다. 자신의 피붙이 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집단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나의 자식이 그로 인해 덕을 볼 것이라는 무의식적 감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기여할 때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한다.
이 책은 자신의 개인적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와 연관시키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인다. 캐쥬얼하게 이야기하는듯 하면서 이론적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껄렁한 배경과 인생 경로를 거쳐왔다고 말하면서 연구 결과가 무척 많은 것이 놀랍다. 저자의 통찰력이 묻어 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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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8. Homicide. Aldine de Gruyter. 297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진화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퍼뜨리는 데서 유리함을 획득하기 위한 (raising fitness) 것이다. 살인을 범주별로 구분하여 역사적 기록, 인류학적 자료, 범죄 자료를 분석하여 살인을 설명한다.
살인의 빈도로 보면 가족이나 친족간 살인이 많지만, 접촉의 빈도를 고려할 때 가족이나 친족이 가장 위험한 대상은 결코 아니다.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지인이나 이방인을 살해하는 경우가 가족이나 친족을 살해하는 경우보다 사실상 더 많다. 부모 자식간 살인보다 부부간 살인이 더 많은 것이나, 부모가 친자보다 의붓자식을 살해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있다.
아버지는 자식의 친자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유아를 살해한다. 반면 어머니는 자식을 기를 환경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새로운 아이를 가지면 기존의 자식을 제대로 기를 수 없으리라는 합리적인 계산이 유아 살해의 원인이다. 어머니는 나이가 든 아이를 살리는 대신 어린 아이를 죽이는 것이 제한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후손을 퍼뜨리는데 사용한다고 계산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자식의 이익과 부모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 모두가 잘 자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데 관심이 있는 반면, 자식은 자신의 유전자에게만 최고의 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 부모의 제한된 자원을 자신이 독점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원인이다.
자신과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닌 타인을 살해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자원을 경쟁하는 가운데 발생한다. 젊은 남성들 간에 타툼이 많으며 이중 일부가 살인으로 귀결된다. 일견 사소한 이유로 싸우고 살인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사회적 경쟁에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당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상대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말이나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싸움을 벌이기에 살인의 가능성이 높다.
남성이 남성을 살해하는 경우가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거나 여성이 남성 혹은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암컷을 놓고 경쟁하는 것과 같다. 일부다처의 정도가 심할 수록 수컷 간에 짝짓기의 기회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데, 인간은 어느 정도 일부다처의 동물이므로 수컷 간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남성은 자신이 만드는 후손의 숫자에 생물학적으로 제한이 없으나, 여성은 열명을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남성은 더 많은 여성을 차지하고 자신의 여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에 전적으로 몰두하나, 여성은 자신의 자식을 잘 성장시키기 위한 자원을 풍부히 제공하는 남성을 찾고 지키는데 관심이 많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의 정조를 훨씬 더 엄격히 규제하며 배우자를 자신이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유이다. 남성은 바람난 배우자나 그녀의 정부를 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은 바람난 배우자나 그의 정부를 살해하는 경우가 드물다.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거나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살해하는 경우 모두 성적인 질투가 원인이며 거의 대부분 남성 쪽에서 먼저 도발을 한다.
성적 능력이 왕성한 젊은 여성이 배우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빈도가 나이가 든 혹은 폐경기를 넘어선 여성이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빈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 살해자의 젊은 나이를 고려한다고 하여도 전자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자신의 배우자의 성적 능력에 대한 남성의 배타적 소유 의식 때문이다.
농경사회 이전에는 피살인자의 친족이 살인자 혹은 그 친족에게 피로서 복수하는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집단주의 사회에서 집단의 이익을 구성원이 공동으로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람은 주위로부터 업수이여겨지고 살해당할 위험이 높다. 집단이 그들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의 실험이 입증하듯 눈에는 눈으로 보복하는 것이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살인에 대한 피살해자의 친족의 복수의 감정과 관행은 진화의 산물이다.
국가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사적인 복수을 제한하고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살인자를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개인의 충성심을 친족이 아니라 국가에 모으려고 한다면, 국가가 친족을 대신하여 개인이 살해될 위험을 막아주고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피살해자의 친족의 일원으로서 피살해자의 원한을 값아야 할 의무를 국가의 사법제도가 대신해 주기때문에, 개인으로서도 짐을 더는 셈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선선히 수용하였다. 그러나 복수의 감정까지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기에, 개인의 복수의 감정이 재판 결과에 반영되어 있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은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자유의지로 타인을 살해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정신 상태에서 저지러진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해준다. 그러나 자유의지, 즉 자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가 여부는 과학적으로 판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살인의 결과 살인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여부에 따라 살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 살인자 본인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살인이라면, 사람들은 그를 처벌하려 하기보다 동정하는 경향이 있다. 원시 시대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복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피살해자의 가족 혹은 친족에게 보상을 하였다.
국가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살인율에 차이가 크다. 미국은 예외적으로 살인율이 높으며, 모든 사회에서 전쟁을 치른 직후 살인율이 높다. 왜 특정 사회, 특정 시기에 살인율이 높은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 사회의 살인율이 높은 이유를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로 설명을 한게 아니다. 왜 특정 사회에서는 다수가 그러한 문화적 특성을 보이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 일부 폭력적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살인율이 높은 것을 폭력적 하위문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설명이 아니다. 왜 그들이 폭력적인 행위를 많이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주위의 사람들의 폭력적 행위를 모방하는 것이 이유라면, 왜 폭력적 행위의 모방이 그 사회, 그 집단에서 많이 일어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책은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면서 이렇게 이론적으로 진지하게 설명하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며, 사회학적 혹은 문화인류학적 설명의 약점에 새로이 눈뜨게 되었으며, 진화심리학의 설명력에 감탄하였다. 문체가 난삽하여 잘 읽어지지 않는 부분이 가끔씩 나타나는게 흠이다. 다시 읽어볼 만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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