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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6. 20:39

David Ropeik. 2010. How risky is it really? Why our fears don't always match the facts. McGraw Hill. 26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이 실재와 얼마나 왜 다른지 설명한다. 사람들은 대상 위험에 대한 객관적 사실보다 그에 대한 두려운 감정에 우선적으로 휩쓸려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대상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기위하여 발달하였다. 대상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위험요소에 대한 반응으로는 부적합하다. 과거 인간이 수렵채취 시절을 거치면서 진화시킨 이러한 반응 장치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대상의 위험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하여 실재의 위험도와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위험도가 어긋나면 우리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인간의 인식 과정은 심리적 오류에 쉽게 빠진다. 사전적인 암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framing),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확대 해석하는 것(categorization), 가급적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loss aversion), 임의적인 시작 기준 쪽으로 편향되는 성향(anchoring), 강한 인상을 남긴 것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성향(awareness/ready recall effect), 숫자에 약한 성향, 미래를 낙관하는 성향(optimism bias) 등. 이러한 심리학적 오류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근래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람들이 대상을 실재보다 더 혹은 덜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요인을 망라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에 대해 신뢰가 부족할 때, 손실과 이익을 비교할 때, 대상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대상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대상 위험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때, 대상이 고통을 수반할 때, 대상 위험이 불확실할 때, 대상 위험이 일시에 한꺼번에 닥칠 때, 대상 위험이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대상 위험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일 때, 대상 위험이 아동에게 닥칠 때, 대상 위험이 집합적 성격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게 닥치는 것일 때, 대상 위험이 공정하지 않을 때, 등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대상 위험을 실재와 달리 잘 못 인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적 성향에 휩싸여, 대상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려 하기보다 집단의 의견에 무의식적으로 따른다(tribalism). 예컨대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해 실재보다 과대평가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과소 평가한다. 미국 사회에서 위험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예를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암보다 심장병이 훨씬 더 위험함에도 암에 대한 관심이 심장병에 대한 관심보다 훨씬 높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의 이익이 훨씬 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의 반대 때문에 불소화를 하지 못한다. 핵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 인식은 실재와 크게 어긋나게 과장되어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진영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사람들이 대상 위험을 잘못 인식하는  데에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위험을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잡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이 대상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이 감정에 좌우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항시 유념하면서, 다양한 의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대상 위험에서 한걸음 물러나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대상 위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가급적 많이 수집하고, 중립적인 입장의 출처로부터 의견과 사실을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대상 위험의 실체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면, 약간이나마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그릇되게 판단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부가 대상위험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때에도, 사람들이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상 위험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함과 더불어,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두려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책은 저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과거 경험과 심리학 연구들을 많이 인용하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2023. 1. 20. 16:02

Daniel Kahneman, Oliver Sibony, and Cass Sunstein. 2021. Noise: A Flaw in Human Judgement. Little, Brwon Spark. 395 pages.

저자는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자들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평가하고 판단할 때 저지르는 오류에는 어떤 것이 있고, 왜 생기며,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통계학적 논리가 논의의 바탕에 깔려 있다.

판사가 범죄자에게 부과하는 형량, 보험 감정사가 보험 대상에 대해 산정하는 보험료,  기업의 채용 인터뷰에서 지원자에 대해 매기는 평정 점수, 환자의 병에 대한 의사의 진단, 기업의 미래 매출 예측, 종업원의 업무 성과 평가, 등 거의 모든 평가와 판단 행위에서 평가자에 따른 평정 결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는 일반적인 평가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의 불일치가 심하다. 저자는 참 값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소음'(noise)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이 참 값에 근접한 평가를 할수록, 즉 노이즈를 줄일수록 효율과 공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내지는 평가자들 사이에 불일치를 줄이는 것은 실질적이며 중요한 과제이다. 

노이즈의 구성 요소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여러 평가자들의 평균값이 참 값에서 멀어진 것은 '편견'(biase)에 해당하는데, 사람들은 평가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주로 이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노이즈는 편견과는 별개로, 평가자들의 값이 서로 간에 벌어진 정도이다. 노이즈는 평가자 각각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평균적인 성향인 level noise와, 이와는 별도로 특정 성격의 사례에 다르게 반응하는 pattern noise로 나눌 수 있다. 이 두가지 이외에도, 일관된 패턴이 없이 그때 그때의 평가 환경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는 occasion noise 가 있다. 

노이즈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평정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 대신, 그보다 쉬운 다른 문제로 대치하여 평정하려는 심리적 성향, 평정하는 기준이 되는 잣대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 평정자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가치관에 기인한 특이한 평가, 등등.

노이즈를 줄이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평가자의 지능이 높고, 관련 전문성이 높을수록 노이즈는 작다. 여러 평가자들이 독립되게 평가하도록 하여 이들의 평가 결과를 평균하면, 개별 평가자의 평가 결과보다 노이즈가 작다. 이는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라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평가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배제함으로서 사전적인 편견을 줄이면 노이즈가 줄어든다. 평가 대상을 구성하는 영역을 분석적으로 구분하여, 각 영역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이들을 종합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평가 대상에 대하여 뭉뚱그려서 직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노이즈를 줄일 수 있다. 평가 척도의 각 값에 대해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사례를 제시하여, 평가자들이 평가 척도의 각 값에 해당하는 사례와 평가 대상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한다면, 평가자에 따른 척도의 주관성 문제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평가 대상들 사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평가 대상들에 대해 절대적 수준 점수를 부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이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반면, 사례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 평가는 비교적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 대상이 7개를 넘어서면, 인간의 마음이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복잡성의 범위를 넘어선다. 따라서 많은 수의 대상에 대해 일목에 전체를 비교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먼저 몇개의 큰 그룹으로 나누어 순위를 매기고, 각 그룹 내에서 다시 구성원들 사이에 순위를 매기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평가 대상을 그와 유사한 범주의 한 예로 간주하여 범주 전체의 평균을 기본(base)으로 하고, 평가 대상에 대한 직관적인 평가 값을 다른 한극점으로 하여, 두 극점 사이에서 평가 대상이 그가 속한 범주 평균에서 벗어나는 정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훨씬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사건은 평균으로 수렴한다는(regress to the mean) 원칙을 응용한 것이다. 

기계적으로 규칙을 정하여 그에 따라 평가하거나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자동 평가하는 것이, 평가자 개인에게 재량을 크게 부여한 평가보다 노이즈가 훨씬 작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신의 재량이 줄어드는 것에 심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기계적인 평가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사람들은 평가의 정확성이 떨어지더라도, 기계나 규칙에 따른 자동 평가보다는 인간이 평가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평가의 정확성이 떨어지면 그에 따른 효율성 손실도 커지기 때문에, 규칙의 엄격성과 인간적 재량 사이에 어느 정도어데 타협점을 찾아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이전 책인 Think, fast and slow 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연구 결과에 기반한 정보로 꽉꽉채운 제법 전문적인 책이다. 통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기에 저자의 설명을 이해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저자의 번득이는 지적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규칙과 알고리즘을 통해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 가능함에도, 전문가들이 판단의 재량권이 줄어듦과 함께 권위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갖은 이유를 대면서 규칙과 알고리즘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비판이 통렬하다.

과거 기계화와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의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deskilling" 현상이, 앞으로 전문직 분야에도 확대되리라 예상한다. 과거에 장인(craftman)이 준기술직 (semi-skilled)에 의해 대체되었듯이, 전문직 또한 준기술직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영상 판독이나 시험결과 판단이 의사로부터 컴퓨터와 준기술직 사람에게로 넘어가고, 세무사의 일이 세무 소프트웨어에 의해 대치되고 있듯이, 앞으로 판사와 변호사의 일이 법규와 판례를 해석하고 종합하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어느 정도 대치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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