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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에 해당되는 글 2건
2020. 2. 5. 21:53

Daniel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Straus & Giroux. 418 pages.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의 대표작. 심리학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생각의 규칙을 밝힌다. 특히 생각의 오류에 빠지는 유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후반부에는 행동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의사결정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사고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방식은 그가 system 1 이라 지칭하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고이며, 두번째 방식은 system 2 라고 지칭하는 것인데 의식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여야만 하게 되는 사고이다. 외부세계를 지각한다거나, 특이한 차이를 감지한다거나, 유사한 것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사고 유형이 이에 해당되는데,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기술로서 고도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사고는 의식적인 노력없이 이루어지며, 하지 않으려 해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사고 작용이다. 두번째 방식의 사고는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는 등의 사고 작용이다. 이는 의식적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에 우리는 가급적 이러한 사고를 회피한다.

system 1 의 사고는 다양한 오류 혹은 bias 를 낳는다. priming, anchoring, availabilty bias, halo effect, 등 다양한 bias 들이 논의된다. 깊이 따져보기보다는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선호하는 system 1 사고의 속성 때문에, 논리적인 오류를 간파하지 못하며 부실한 근거로 쉽게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를 범한다. 인간의 사고는 통계적 속성이나 확률적 관계, 특히 random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세계를 인과적 질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통계적 결과에 인과적 설명을 부가한다. 단적인 예가 regression to the mean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에 원인을 파악했다는 환상에 빠진다. 실제는 많은 우연이 개입하여 그리 된 것인데, 원인에 과도한 비중을 두어 해석한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환상을 가지며,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증거들은 무시한다. 단적인 사례로 주식 투자 선택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예로 든다. 객관적 분석결과 전문 주식 투자자의 선택이 더 승률이 높다는 증거가 없는데 그들은 그러한 증거를 무시한다. 인간 bias가 들어간 직관적인 결정(intuition) 보다는 독립적인 기여 요인에 대해 측정한 결과를 합산한 공식(fomula)에 의존하여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예측을 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먼저 그 사건이 속하는 범주의 다른 사례들의 분포를 확인하여 기본값(base rate)를 파악한후, 그 사건이 그 범주의 평균 사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벗어나는 정도를 검토한 후, 기본 수치를 그에 합당하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간여한 사건에 매몰되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 사건이 속한 범주의 기본수치를 확인하는 길의 하나로 외부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이러한 과도한 낙관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는 하다. 위험이 높으며, 기대값이 매우 낮음에도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경제활동을 하기에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경제학의 인간형 처럼 합리적이지 않다. 재화와 서비스의 효용은 정태적인 절대 규모만이 아니라 준거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준거 기준에 따라 효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적으면 효용이 높으며, 반대로 가진것이 많으면 효용이 작다. 과거의 상태와 비교하여 더 좋아졌는지 혹은 더 나빠졌는지에 따라 효용에 차이가 난다. 또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며, 확실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실제의 인간은 이러한 효용의 편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경제인처럼 단순한 확률적인 기대치를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무수한 실험과 풍부하고 엄청난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두번째 읽는 것임에도 역시 첫번째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반부에 의사결정이론의 논의를 끈질기게 쫒아가기 힘들었다. 이번에도 이부분은 결국 대충 읽고 말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공동연구자인 Amos Tversky와 대화를 통해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두명의 연구자가 오랫동안 함께 사고를 굴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꾸준히 발전해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이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는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는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사고의 한계를 인식하며, 그가 지적하는 주위의 오류 bias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설명은 유용하다. 3~4권의 책의 분량에 해당하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귀중한 책이다. 

 

2019. 11. 24. 22:00

George A. Akerlof and Robert J. Shiller. 2009. 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6 pages.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자가 쓴 경제학 이론에 관한 학술적 성격의 고급 교양서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경제적 동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고전 경제학의 가정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동물적 감성(animal spirits)라 지칭하는 경제 행위에 비합리적 심리적 요인이 개입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들은 다섯가지의 비합리적 심리적 요인을 지적하는 데, 신뢰(confidence), 공정함(fairness), 부패와 그릇된 믿음(corruption and bad faith), 화폐에 대한 환상(money illusion), 이야기(stories)가 그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이 다섯개의 요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후반부에서 이 요인들을 동원하여 경제학의 핵심 질문에 답한다. '왜 경제가 공황에 빠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는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신뢰가 허물어지고 이것이 사람들 서로간 상승작용을 일으켜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정하게 돈을 벌려는 욕심에서 금융기관은 모기지를 재가공하여 위험도가 높은 증권을 만들어 낸 한편, 사람들은 부동산이 계속 오르리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자신의 가득 능력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마구 샀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은 언젠가는 꺽이게 마련인데, 그러면 사람들은 빚을 값지 못하고, 위험도가 높은 증권은 부도가 나고, 금융기관이 망하고, 경제 전반에 신용이 경색되면서 심각한 불황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저자는 정부가 나서서 위험한 금융 행위를 규제하는 규칙을 세우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공정한 댓가라고 생각되는 선에서 임금을 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업이 넘쳐도 사람들은 어느 선 이하의 임금에는 일하려고 하지 않으며, 만일 이보다 낮은 임금에 일하면 속으로 불공정하다고 화를 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경기가 하강하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에 맞추어 임금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은 구매력이 아니라 화폐로 표시된 금액에 대한 환상 때문에 임금을 낮추는 것을 거부한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종업원에게 높은 임금을 제시함으로서 그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이 정해진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실업은 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 미래를 대비한 저축은 그렇게 들쑥날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미래의 필요를 미리 고려하여 저축 수준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미래 특히 은퇴 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소비에 관해 주위의 영향을 받아 소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합리적 계산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아이디어에 따라 소비를 결정한다.

'왜 주식의 가격이나 기업의 투자가 변동이 큰가?' 하는 질문에 대해, 주식은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반영하여 오르내리기보다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투기 심리에 따라 가격이 좌우된다. 기업의 투자 결정 역시 경제의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감성에 따라 내려진다. 두가지 다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와 잘못된 믿음에 의해 좌우된다. 부동산 가격이 부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올라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으며 투자를 하고, 이러한 믿음이 꺼질 때 두려움에 휩싸여 팔아치우기에 폭락한다.

' 왜 흑인은 특별히 가난하게 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흑인과 백인 사이에 감정적인 단절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백인은 현 체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흑인의 빈곤을 그들의 잘못으로 돌린다. 반면 흑인은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의 불공정에 분노하기 때문에 자신의 향상을 위해 헌신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해로운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 '그들 대 우리'라는 대립적인 생각이 바로 이러한 단절을 만든다. 적극적 차별 개선 정책(Affirmative Action Program)은 바로 이러한 대립적인 생각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이다. 흑인들은 이 정책을 통해 백인들이 흑인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접하게 되면서 두 집단 사이에 감정적 단절이 점차 허물어질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만으로 경제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불황, 실업, 극심한 가격 변동, 낮은 저축율, 극심한 빈곤, 등 흔히 발생하는 경제 현상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심리적인 요인을 추가하여 설명할 때 이러한 경제 현상이 더 명쾌하게 이해 된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에 근거한 고전 경제학 이론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비합리적 감정적인 요인에 의해 경제가 움직인다면 이러한 요인이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개입하여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 책은 경제학 이론 수업에서 참고 교재로 쓰는데 적합하다. 대부분의 논의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경제학계에서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기에 저자는 이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경제 상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만, 전문적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그리 흥미롭게 읽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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