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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8. 11. 22:55

William Easterly. 2001.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Economists' adventures and misadventures in the tropics. MIT Press. 291 pages.

저자는 월드 뱅크의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발도상국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하도록 하는 요인에 대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은 틀렸다. 첫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은 자본이 부족하여 발전을 못하기 때문에, 자본을 지원해주면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개발도상국에 인력과 기술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만 대주면 생산성이 오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하는데, 개발도상국은 자본을 투자한다고 해도 이를 운용할만한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 둘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인적자본이 부족하여 발전을 못하므로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도 국내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을 제대로 소화할만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거나 무용지물이 되버린다. 셋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소득을 높이기 위해 인구 압력을 낮추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하는데, 출산율과 소득간의 인과관계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실상은, 출산율이 낮아지면 소득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오르면 출산율이 낮아진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하는데 부족한 자본을 국제사회의 신용 공여와 원조로 보충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개발도상국에 제공된 신용이나 원조가 경제발전을 위해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는 경제개발에 쓰이기보다 지배층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개발도상국의 빚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되어 구제금융이나 빛 탕감으로 귀결된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도상국의 지배층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여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착복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는 의도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난 기간의 경제 운용 성적에 따라 신용과 원조를 공여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에 신용과 원조를 몰아주는 반면, 제대로 경제를 운용하지 못하는 정부에는 신용과 원조를 줄여야 한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자본보다 기술이다. 자본에 대한 수익은 체감하기 때문에 자본을 증가시켜 생산성을 높이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기술이 높아지면 수익이 더 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기술은 이를 개발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오며, 이미 기술이 축적된 위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기술 인력은 서로 함께 함으로서 서로의 생산성을 높이는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이미 기술이 높은 선진국은 기술 인력을 더 많이 모을 수있으며 더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을 가져오는 반면, 기술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은 이미 있는 기술자들 조차 해외로 이주하고 기술부족이 더 심화되어 경제발전을 할 수없는 악순환을 낳는다.

개발도상국은 정부의 규제가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정치인과 관료 등 기득이권자들이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기보다 사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은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정치인과 관료의 부패가 심한 곳에는 해외로부터 직접투자가 들어오지 않아 선진 기술을 배우지 못하며, 자원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의 경우, 권력자들이 수익을 착복하여 해외로 유출시킴으로, 자원 개발로 거둔 수익은 국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 부패의 먹이감이 될 뿐이다.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은 소득 양극화와 다민족 갈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한 경우 정부는 경제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기보다 소수 부자 지배층의 이익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일관한다. 여러 민족이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가는 지배층이 속한 민족에게만 이익이 되고 타 민족은 배제하는 정책을 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에 매진하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은 국민들이 계급과 민족으로 서로 갈려 갈등을 벌이기때문에 정치가 불안하며,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된 제도를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언제 뺏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노력과 투자를 하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월드뱅크에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연구와 지원활동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곳곳에서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안타까운 감정을 담은 사례들을 접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해 그가 느끼는 답답함을 독자도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문제점은 잘 지적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을 덧에서 벗어나게 할지에 관해서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도 책의 말미에서 이를 고백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 저자가 질문에 대해 무언가 답을 주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결국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여 허무했다. 사실 명쾌한 답이 있다면 벌써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과 같이 빈곤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개발도상국의 미래에 절망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근래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나라들 중에도, 동아시아만큼은 아닐지라도 경제성장이 제법 꾸준히 이루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21. 1. 31. 11:46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저자는 저명한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정치학계의 고전이다. 개발도상국이 전통사회로부터 벗어나 근대화의 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정치가 발전하는지 서술한다. 전통 사회는 왕과 귀족, 지주, 성직자로 구성된 소수의 지배층이 지배했다. 전통적인 정치체제는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에 의존했다. 권력자가 교체되면 정치도 따라서 바뀌었다. 반면 근대적 정치체제는 정치가 제도적 과정을 통해 수행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치 참여의 범위가 확대되어 상층계급으로부터 중류층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된 것이 민주주의 체제이다. 개발도상국은 어떻게 정치의 제도화와 정치 참여의 확대과정을 거치는가?

저자는 정치가 근대화될수록 폭력과 부패가 사라질 것이라는 단선적인 예측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정치 제도화와 정치참여의 확대라는 면에서 볼 때, 낮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폭력과 부패가 확대되다가 정치가 성숙하고 나서야 폭력과 부패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마치 소득 불평등과 경제발전의 관계와 유사하다. 전통사회에서는 정치 제도화가 안되어 있고 정치 참여도 매우 제한적이므로 정치가 불규칙하게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한다. 정치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증폭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 참여가 정치 제도화보다 앞서 나가기 때문이다. 정치 제도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진전되는 반면,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식민지 통치로 벗어나자 마자 정치와 경제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정치 참여를 분출한다. 정치 발전 초기단계의 엘리트와 중류층은 정치 선진국의 정치를 유학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자신의 나라의 정치와 경제 수준의 수용 범위를 넘어 요구하고 정치 참여를 한다.

전통적 정치체제로부터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다. 정치의 제도화는 아직 충분치 않은데, 사회세력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확대될 때 집단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이 발생한다. 정치가 제도화되면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정당이나 이익단체를 통해 여과하여 조정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할텐데, 이러한 여과 조정 장치가 없기 때문에 집단들의 요구는 기존 권력과 부딛치고 또 집단들 서로간에 부딛치면서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폭력은 정치 참여가 확대되는 정치 근대화 과정의 일부이다.

폭력과 마찬가지로 부패 역시 정치가 근대화되는 과정의 일부이다. 전통사회에서는 경제권과 정치권이 분화되어 있지 않았고 정치 권력은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의 성격이었으므로, 부패,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것,- 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의 제도화에 따라 공적인 정치 행위와 관료의 행정이 담당자 개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인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 부패란, 사회적 세력, 특히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편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적 세력의 요구를 수용할 정치적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으므로, 정치인과 관료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이들의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데, 이들이 사회세력의 요구를 수용하는 댓가로 받는 뇌물이란 바로 이들의 판단과 책임에 대한 보상이다. 만일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에게 뇌물을 건네주면서 사회세력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경로가 차단된다면, 사회세력의 요구는 결국 쌓이고싸여 폭력과 혁명으로 폭발할 것이다.  사회세력의 요구를 걸러주는 정치 제도가 잘 작동하면 뇌물이 들어설 자리는 사라진다.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은 뇌물을 주는 대신 공식적 정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군부는 전통사회에서 가장 잘 조직화 되어 있고 가장 잘 근대화되어 있으므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정치개혁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집단들 사이에 세력 충돌이 발생하여 혼란이 벌어질 때, 군부는 질서의 회복을 주창하면서 권력을 잡고, 중류층과 연합하여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정치가 제도화된 단계에 들어서면, 군부는 보수적 가치와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반개혁적 성향을 띤다.

봉건사회는 권력이 소수의 지배층에 나누어져 있었다. 정치 근대화의 출발은 권력의 중앙집중과정으로 시작된다. 왕은 귀족 세력을 견제하고 중류층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면서 권력을 강화한다. 왕은 귀족, 지주, 성직자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근대적 개혁을 주창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강화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중류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유발하여 군주제와 민주적 요구간에 충돌을 낳는다. 한편, 전통사회에서 왕과 관료를 중심으로 권력의 중앙집중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 근대적 개혁은 오히려 지체된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의 상실을 우려하여 밑으로부터의 참여 요구를 적극적으로 억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중앙집중체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왕의 중앙집중 노력에 대한 견제의 목적으로 기존의 지배층들은 오히려 왕에게 개혁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왕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은 집단의 정치 참여와 정치 제도화를 요구한다. 결국 왕과 기존의 지배층들 사이에 알력이 정치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군주제는 정치 근대화에 따라 수세에 몰리고 결국 퇴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정치학 전공자라면 한번은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개발도상국의 정치 발전 과정에 관한 일반론을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중남미와 중동의 사례를 주로 많이 들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소련을 정치적으로 제도화가 잘된 정치 선진국으로 서술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 책이 쓰인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소련이 잘 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았겠지만,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소련은 외견과 달리 속에서 썩고 있었다. 미국은 비교적 정치 제도화가 잘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흑인을 완전히 배제한 미국의 정치는 전혀 건강하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흑인의 배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이 오래전의 일이라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절반쯤 읽고 중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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