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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에 해당되는 글 1건
2021. 3. 3. 17:21

Joel Mokyr. 2002. The Gifts of Athena: Historical orgins of the knowledge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이론적 지식이 서구의 산업혁명과 이후의 경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연구한 학술서이다. 이론적 지식과 실용적 기술의 관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하는데 기여한 지식의 역할, 공장제 생산의 발전, 보건 지식이 19세기 말 여성의 가사노동에 미친 영향, 기술 혁신에 대한 정치사회적 반발,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지식과 제도, 등을 각 장에서 독립적으로 다룬다.

서구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한 원인은 새로운 기술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지식이 따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연관 분야의 기술 개발로 확산되지 않으며, 관련 업계나 일반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항시 이에 대한 반발이 있는데, 이론적 이해가 없는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반발을 극복하고 확장되기 어렵다. 중국이나 이슬람과 달리 유럽에서 새로운 기술이 계속 연이어 발전할 수있었던 것은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자연과학 지식이 기술 개발과 앞서거나 뒷서거니 하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은 개발 못지 않게 접근이 얼마나 용이한지가 관건이다. 서구 유럽은 새로운 지식에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기술과 지식은 책으로 정리되어 광범위하게 유통되었으며, 기술자와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모임과 협회가 무수히 많아서 서로 밀접히 소통하였다. 18~19세기에 기술과 지식을 요약한 백과사전이 많이 발간되고 유통되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식에 대해서는 비밀주의보다 자신의 발견을 공개하여 명예를 얻는 관행이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기술의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을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기술과 지식의 관계에 따라 산업혁명을 세 시기로 구분한다. 첫번째는 1770년에서 1850년까지로 이 시기에는 기술자의 시행착오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던 시기이다. 1860년에서 1910년까지는 이론적 지식과 실용적 기술이 밀접히 서로 연관되어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1910년대 이후에는 이론적 지식이 선도하여 실용적 기술 개발을 견인한 시기이다.  근래로 올수록 이론적 지식이 기술 개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핵 기술이나 화학물의 개발은 이론적 지식 없이 기술자의 시행착오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산업 혁명이 공장제 생산을 발달시킨 원인 중에는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의 폭과 깊이가 깊어진 것도 있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높아진 것, 노동자와 노동의 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 규모의 경제, 등을 대표적인 공장제 생산의 원인으로 든다. 이에 더하여, 개인이나 가정과 같은 소규모 생산단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의 양이 증가했을 때 공장제 생산은 필연적이다. 대규모 공장에서는 기술과 지식의 분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19세기 중반에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떨어지며 대부분이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는 이 시기에 보건 지식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 활동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병원균에 대한 지식이 보급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을 과도할 정도로 강조하였기에, 여성들이 가사 노동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들어 병의 기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질병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에 대한 집착이 완화되었고, 기혼 여성들이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게 되었다.

 혁신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어느 사회에나 일반적 현상이다. 혁신은 기존 기술과 체제에 바탕을 둔 기득이권을 뒤집어 엎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시간적 사회적으로 넓게 퍼져 있어 조직화가 어려운 반면, 혁신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소수에게 집중해 있으므로 이들은 혁신에 반발하여 조직적으로 저항한다. 혁신의 수용이 시장에 맡겨지는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해결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정부가 혁신의 편에서 반발을 진압하는데 앞장섰으며, 지주계급도 혁신의 이익을 나누어가질 수 있었기에 사회적으로 혁신이 빠르게 수용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도 혁신의 선두에 오래 있을 수없다. 기존의 기술과 체제를 새로운 혁신이 대체하면 새로운 기득권 집단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이후의 혁신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19세기 중반 이후 기술발전의 동력이 약화된 이유는, 산업혁명에 일찌기 성공하면서 19세기 후반의 기술발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가 사회적으로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 사회 전체로 볼 때 혁신의 동력이 꺼지지 않고 계속 지속되었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므로, 한 나라에서 혁신이 거부되면 경쟁하는 이웃 나라에서 혁신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혁신의 동력이 독일과 미국으로 이전하였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이는 기술혁신으로만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발전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적 문화적 환경을 키워야 한다. 다양성을 허용하며, 개방적이며, 혁신에 대한 사회적 보상 장치가 마련되며, 기술혁신으로 발생하는 패자를 포용하는 사회보장 제도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란 다양한 것의 재조합 recombination 을 통해 탄생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개방성이 중요하다.

이 책은 단일 주제로 관통하지만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기에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장을 좀더 잘게 구분하여 논의를 정리한다면 독자에게 훨씬 친절했을텐데. 여하간 내용이 풍부한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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