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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스'에 해당되는 글 1건
2023. 1. 4. 12:38

Christian Rudder. 2014. Dataclysm: Love, Sex, Race, and Identity - What our online lives tell us about our offline selves. Broadway Books. 262 pages.

저자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유명한 데이팅 앱 OkCupid의 창립자이다.  이 책은 OkCupid에 축적된 사용자의 데이타를 활용하여, 20~49세 연령대 미국인의 태도와 행위 패턴을 분석한다.

여성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을 짝으로 선호하지만, 남성은 자신의 연령에 관계없이 20대 초반의 여성을 일관되게 선호한다. 따라서 여성은 나이가 들 수록 자신의 상대가 될 남자의 풀이 줄어드는 반면,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상대가 될 여자의 풀이 본인의 연령대 남성 규모와 비교하여 줄지 않는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나이가 들면  짝을 찾기 힘든 이유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선호하는 것, 자신이 선호한다고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 실제 행동하는 것의 세가지가 각각 다르다. 예컨대, 남성은 모두 20대 초반 여성을 최고로 선호하지만, 대외적으로 자신이 선호한다고 말하는 여성 상대의 연령 범위는 자신의 연령과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 이는 나이 든 남성들이 20대 초반의 여성은 나이 먹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젊은 여성에 대해 마음을 접기 때문이다. 모든 남성들은 속으로는 "영계"를 좋아하지만, 막상 자신의 데이트 상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자들이 하는 실제 행동을 보면, 자신의 연령에 따라 메시지를 보내는 여성 상대의 연령 범위를 제한한다. 아주 젊은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연령을 넘어선 여성들에게도 접근하지 않는다. 남성들이 메시지를 보내는 여성의 연령 범위의 상한은 35세 부근이다. 즉 여성은 30대 후반이 되면 남성들로부터 이성 상대로서의 매력이 크게 줄어든다.

여자건 남자건 외모가 좋을수록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남성보다 여성에게 외모에 따른 인기의 집중 현상은 심하다. 그러나 외모가 좋지 않다고 하여 인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이한 면이 있다면, 못생긴 평을 받는 사람이라도 평균적인 외모의 사람보다 인기가 더 많다. "특이함," "고유성"은 사람들에게 평균적인 평범함보다 더 높게 평가된다. 물론 어떤 특정한 특이함을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러한 특이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엔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여성의 외모에 극도로 집착하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정도가 약하다. 여성의 다양한 능력이나  특성은 외모의 압도적 비중에 억눌려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반면, 남성들은 그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여성은 외모가 좋으면 좋은 직장을 얻고, 돈을 더 많이 벌며,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인기를 누린다. 이러한 외모 집착 성향은 대부분의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컨대, 직장에서 사원을 채용하는 주체는 대체로 남성이며, 이들은 신입 여성의 업무 능력보다 그녀의 미모에 따라 편향된 판단을 할 위험이 높다. 그 결과 여성은 자신의 업무 능력과 일자리가 요구하는 능력간 미스매치의 위험이 큰 반면, 남성은 그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업무 수행 능력이나 업무 성취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도 있겠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능력과 업무가 맞지 않는 불일치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OkCupid에서 일시적으로, 사진을 비롯한 프로필에 대한 사용자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Blind Dating Event를 실험적으로 실시했었다.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정보 없이 그냥 상대를 접근하여, 메시지를 주고 받고, 대면 만남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후에 만남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외모나 기타 사전 정보를 가지고 접촉하여 만난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블라인드 데이트 만남의 만족도는 당사자의 외모와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  이 결과는 사람들간 만남의 만족도 내지 만남의 질이란 외모에 크게 좌우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예쁜 사람과 만난다고 하여 예쁘지 않은 사람과 만나는 것보다 관계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예쁜 사람, 키큰 사람을 선호하지만, 어쨌건, 일단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 상대의 외모는 상대에 대한 인간적 끌림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예쁜 사람은 똑똑하고, 다정하고, 이해심이 깊고, 예쁜 사람과 함께 지내면 더 행복하리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것은 착시 효과일 뿐이다.

데이팅 앱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분석해 보면, 여성은 자신의 외모와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의리나 스포츠와 같이 남성성을 상징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백인은 머리색이나 체형과 같이 신체적 특징을 많이 언급하는 반면, 흑인은 흑인 문화와 연관된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중남미 사람들은 라틴 음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며, 아시아계는 출신 국가와 연관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데이팅 앱에서 사람들이 상대를 평가하는 것을 보면, 미국인은 뿌리 깊은 인종주의자임을 확인한다. 백인을 선호하고 흑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흑인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다. 아시아계가 흑인에 대해 가진 부정적 태도가 백인이나 히스패닉의 흑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보다 훨씬 심하다. 일반적으로 아시아계 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감정이 큰 반면, 아시아계 여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감정이 일반적이다. 각 인종은 자신과 동일한 인종의 이성 짝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준다. 아시아계 남성이나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후한 평가를 하는 집단은 아시아계 여성과 남성이며, 흑인 남성과 여성에 대해 가장 후한 점수를 주는 집단 역시 흑인 여성과 남성이다. 각 인종은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자신의 이성 상대로 가능성이 가장 큰 인종 집단인, 자신이 속하는 인종의 이성 상대에게 가장 관대한 것이다. 흑인들 조차 다른 이성 상대와 비교하여 흑인 이성 상대를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주의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짐작케 한다. 백인 주류사회의 인종주의를 흑인들 또한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Google Trend나 구글의 자기 완성 self- complete 기능을 이용하면 일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구글에서 찾아보려고 입력한 단어를 모은 빅 데이타를 제한적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기 때문인데, 사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기업들은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때문에, 회사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한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인간과 사회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가 가능할텐데, 이러한 데이터들이 개별 회사의 테두리 내에 갖혀서 연구의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사회과학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법인 여론 조사를 통해 사람들의 태도나 생각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의 유효 응답율은 매우 낮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생각이나 감정을 대외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하며, 대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기대되는 방향으로 답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인터넷 활동으로  축적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에 대해 데이터 사이언스 분석 기술을 적용하여 인간과 사회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데이팅 앱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집착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OKCupid의 블라인드 데이트 실험을 통해 만남의 만족도가 당사자의 외모와는 무관하다는 결과를 얻었음에도,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예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쁜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하여 더 행복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진화론적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외모가 좋으면 더 좋은 배우자를 더 많이 만나 많은 자손을 번식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당사자의 삶의 행복과 후손 번식이라는 목적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의 본성은 진화적 압력에 따르기 때문에 예쁜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그러한 끌림은 반드시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호기심이 발동하고,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됬다. 그러나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한 것에 비해서 그렇게 풍부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지는 못한 것 같아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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