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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해당되는 글 2건
2019. 6. 5. 21:51

Michael Booth. 2014.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 New York: Picador. 374 pages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서 성장하여 덴마크 부인을 만나 그곳에서 오랜동안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웬만큼 이해하였다. 그 바탕위에 모든 세계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인 "북유럽 사회는 어떻게 그렇게 모범적인가?" 하는 질문을 다각적으로 천착한다. 덴마크에서 시작하여, 아이슬랜드, 핀란드, 스웨덴으로 나아가면서 각각의 나라에 대해 서술한다. 북유럽 사회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글을 써온 기자의 통찰력과 풍부한 유머가 녹아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물론 영미 사정에 능통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고유명사와 구절이 많지만. 

저자는 북유럽 사회야 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건설한 사회 중 가장 완벽하다고 인정한다. 완벽한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높은 신뢰, 사회적 통합, 경제적 평등, 성평등, 합리주의, 겸손, 잘 균형잡힌 정치경제 시스템, 높은 삶의 질이 저자가 칭송하는 북유럽 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풍요롭고, 안정되고, 합리적이고, 평등하고, 부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 삶을 살며, 그 들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합리적으로 방안을 찾아 조정하고 실천해 왔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사회와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이러한 자신의 사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의무를 지고 필요한 희생과 타협을 회피하지 않는다.  북유럽과 비교할 때 미국이나 영국의 불평등하고 엉망인 모습은 뚜렷이 대조된다. 

어떻게 북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를 건설할 수있었을까? 그는 여러가지로 원인을 분석한다. 봉건제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오래전부터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였다는 역사적 배경,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자연환경은 불평등을 억제하며 협동을 장려한다는 점, 오랫동안 인종 민족적으로 동질적이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이해의 정도가 깊다는 점, 헌신적이며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계속 나타났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님을 곳곳에서 언급한다.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매우 이질적인 배경의 이민자가 늘면서 본토인과의 통합에 어려움이 크며, 이들 사이에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유럽 사회의 근간인 사람들의 동질성과 신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근래에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 집단이 세력을 확장해가는 것은 우려할만하다. 둘째는 출산율이 낮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사회의 재정적 미래가 위협에 처해 있다. 덴마크는 가계의 빚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높으며, 스웨덴은 1990년대 경제위기 때 복지제도를 과감히 축소하였음에도 복지재정 부담이 높다. 이미 개인의 조세 부담율이 50%에 달하여 더 이상 높일 여지가 없으므로 앞으로 복지재정이 불안해 질 수있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가 안정되고 신뢰수준이 높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규율에 순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따분하고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개발도상국이나 심지어 미국 만해도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는가?  그렇지만 세대간 지위 이동의 가능성은 북유럽 사회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북유럽에서도 여전히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정도가 다른 사회보다 훨씬 덜하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만 요란할 뿐 세대한 지위이동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북유럽 사회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사회보다 개인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  종교의 자유, 성의 자유, 낙태의 자유, 전통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심지어 가족 배경으로부터의 자유, 등 모든 면에서 북유럽은 개인을 가장 존중하는 나라이다.   

저자는 북유럽의 미래를 낙관하며 끝맺는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사회는 여전히 인류가 건설한 가장 완벽한 사회이며, 현재 당면한 문제는 지금까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한 과정을 고려할 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스웨덴의 연구소에서 지낼 때,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그들의 자신의 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떠올렸다. 우리 나라의 신문에는 늘상 정치인의 소아적이며 얄팍한 술수가 판치고, 미국에는 트럼프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분탕질을 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북유럽이 계속 앞서 나가서 세계인의 등대가 되기를 기원한다.  흥미있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읽었다.     

    

   

2012. 9. 9. 22:31

  북유럽은 정말 흥미롭다. 나만 아니라 미국인이나 유럽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나라, 부패가 없고 투명한 나라, 삶의 위험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복지국가 모델을 실현한 나라, 국민의 정치 참여가 높은 나라,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공무원인 나라,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극빈자가 없고 범죄율이 낮은 나라, 부유하며 일하는 시간이 적은 나라, 기술과 산업이 고도로 발달된 나라,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갈등이 없으며 모든 문제를 협의하여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나라,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 남녀 평등의 수준이 최고인 나라, 자연이 매우 아름다우며 인구밀도가 낮아 공간이 풍부한 나라,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나라, 노벨상을 제정한 나라.


Economist_BloodyScandinavians.hwp


  이렇게 말하면 이 나라의 어두운 면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할 것이다. 90년대 초반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었으며, 근래에 이 나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실업률이 올라가고 복지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많으며, 사람들이 무뚝뚝하며, 무엇보다 겨울이 길고 혹독하다. 핀란드는 자살율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높다. 노르웨이의 해저 유전을 제외한다면 자연자원도 별로 없다. 노르웨이의 물가는 또 얼마나 비싼가? 방문자들 마다 거의 두배에 가까운 생필품 가격에  깜짝 놀란다. 근래에 노르웨이에서는 외국인을 배척하는 극단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북유럽은 미국보다는 한 단계 앞서 발전한 사회인 것 같다.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을 선두로 신보수주의가 출현하면서 적자생존의 냉혹한 경쟁 사회가 출현하였다. 경제의 효율성은 높아졌으나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능력이 없거나 실패한 사람은 좌절 속에서 사회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위험한 사회가 되었다. 엄청난 부가 창출되기는 하였으나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빈곤은 확대되었다.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대신 남과 경쟁해서 내가 더 잘사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표로 남았다.

  반면 북유럽 사회는 노동자의 세력이 자본가 못지않게 크기에,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협의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사회민주주의가 발달하였다. 기업의 의사 결정권이 자본가의 위임을 받은 경영자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가 주인으로서 기업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경제민주주의가 실시되고 있다.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면 자본가와 노동자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노력을 함께 하고 희생을 분담하는 그런 경제체제이다. 영미식 자본주의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한 사회이다.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니 말이 되는가? 그렇게 하여서 어떻게 다른 기업과 경쟁하여 이기며, 새로운 혁신이 도입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실제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으며, 창의성이 높이 발휘되며, 엄청난 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북유럽은 인구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놀랍다. 스웨덴의 인구는 천만명에 불과하며, 이웃 노르웨이나 핀란드는 오백만명을 넘어서지 않는다.   

  여기 소개하는 글은 이러한 북유럽의 독특한 사회체제에 더하여, 북유럽의 예술적 독창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북유럽은 예술적 독창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아바(ABBA) 같이 독창적인 음악을 가지고 세계를 석권한 것은 그곳의 풍부한 음악적 토양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뭉크의 독창적 미술 또한 역시 그러하다. 추리소설의 분야에서도 북유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연이어 만들어 내고 있다. 북유럽의 독특한 풍토를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가는 솜씨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북유럽은 범죄율이 낮고 북유럽 사람들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은데 범죄에 대한 상상력만은 걸출하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과 같이 총을 난사하는 폭력이 난무하고, 경찰도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도심의 슬럼에 범죄가 판치는 사회에서는 지능적인 범죄보다는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보는 무자비한 폭력 사건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쉽게 떠오른다. 그러나 북유럽처럼 범죄가 드물고, 조용하고, 개성을 존중하고, 세련된 사회에서는 범죄를 모의한다면 총을 휘두르는 그런 것보다는 고도의 지능적 플롯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저지를 것 같다. 그런 사회는 독창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를 상상할 사회적 배경이 되는 것이다. 북유럽에서 액션 영화가 제작되지 않듯이, 미국에서는 지능적인 추리소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세계화가 되면 흔히 세계가 유사해 진다고 말한다. 유사한 미디어에 노출되고, 유사한 제품을 사용하고, 생각하는 방식이나 생활양식이 유사해지고, 등등.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일부만 사실이다. 북유럽의 추리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지역적인 특색을 살렸기에 세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풍요로울수록 새로운 것을 찾는 욕구가 강하다. 굳이 오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은 자신이 사는 곳과는 다른 자연환경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세계화가 되어도 지역의 독특성은 여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 사람들이 지역 고유의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때문이다. 지역 고유의 것에서 독창성이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은 흔히 미국을 본받아야 할 최고의 모범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지식인은 걸핏하면 미국에서는 이러저러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을 따를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자연 조건과 사회적 배경이 너무나도 다르다. 미국은 자연자원이 풍부하며 이민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사회이다. 미국 사회는 장점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약점도 많다. 미국 경제의 활기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지만, 반면 높은 불평등과 빈곤과 범죄와 인종차별은 결코 배울 것이 못된다. 북유럽을 보면서 미국보다 이곳에서 배울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사람 이외에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독창성을 북돋우는 북유럽의 토양을 배워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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