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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4. 23:01

  요즈음 미국에서 여대생이 남자를 사귀는 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한다. 미국 여대생들은 남성과 가볍게 사귀며 즐기다 쿨하게 헤어지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사정이 달랐다. 여성이 남자와 만나면서 결혼으로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었다. 과거에는 자신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남성과 만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요즈음 여대생들은 이런 만남을 부담스러워 하고 기피하기까지 한다.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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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인즉 근래의 여대생들은 남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들은 일의 세계에서 성공하는데 삶의 우선순위를 둔다. 일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냉혹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질을 키워야 한다. 교육과 훈련을 많이 받고, 대인 기술을 익히고 인맥을 쌓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모임에 참여하며, 일에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에라도 기꺼이 가며, 일을 위해서는 가족생활까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직장에서 성공한 남자들의 생활 방식이었다. 여대생들이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해서 성공하기 위해 남자들의 삶의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내동댕이 친 여성의 미덕이란 어떤 것이었던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며,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물러서서 기다리며, 사회적으로 닳고 닳기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진함을 지키며, 무엇보다 너무 똑똑해지지 않으며...  여성적인 삶이란 일보다는 가정을 더 소중히 하고,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을 삶의 최고의 낙으로 삼으며, 남편을 잘 뒷바라지 하며, 경쟁보다는 양보와 희생을 택하며, 나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남을 배려하며, 등등. 이렇게 한다면 과연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잘 할 수 있을까? 요즈음 여성들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과거에 여성은 남편을 잘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여성은 남자와 만날 때 상대가 자신을 고생시키지 않고 잘 부양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핀다. 능력 있는 상대가 자신과 결혼하도록 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 붓는다. 여성은 남성의 심리를 조정하여 자신을 좋아하도록 내지 자신에게 걸려들도록 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너무 헤퍼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튕겨서는 더욱 안된다. 남성의 성적 욕구에 대응해 줄듯 줄듯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주지 않는 줄타기 묘기를 구사해야 한다. 상대가 능력이 없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모호한 말을 남기고 버려야 한다. 더 좋은 패를 찾아서. 정말 힘든 일이다. 한번의 잘 못된 판단이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다. 결혼한 많은 여성은 이런 시간을 다시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50대의 안정된 삶을 누리는 어떤 여성이 혼돈과 불안으로 점철된 젊은 시절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이해할만 하다. 남녀관계가 삶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과거 젊은 여성들에게 남녀관계를  잘 푸는 것은 삶의 전부였다.   

   요즈음 미국 여대생들은 여성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 여성도 직업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자신을 부양할 수 있고, 여성에게도 어떤 일을 하는지가 남성 못지않게 중요해지면서, 여성의 남성에 대한 의존 성향은 점차 사라져 간다. 대신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신중히 관리하고, 자신의 시장 가치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예전처럼 여성이 남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남녀관계는 더이상 여대생들의 삶의 전부가 아니다. 

   한 남성에게 일찌감치 자신을 몰빵하며 연애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하고, 결혼하면 가사와 자녀 양육의 부담을 자신에게 덤탱이 씌우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꽃 피워보기도 전에 좌절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자신의 기회를 시험해 보기도 전에 아이를 낳고 주저 않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조심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을 때까지는 남성의 진지한 사랑을 사절한다. 아무리 훌륭한 남성을 만나도 그의 성공은 그의 것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훌륭한 남성을 만나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훌륭해져야 훌륭한 남성과 만날 수있고, 그와 결혼하게 되어도 오래 함께 지낼 수있기때문이다. 자신이 그에 못미치면 죽어 살아야 하거나 혹은 버림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여대생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인다.  결혼해도 언제 이혼하자는 말이 나올지 모르기때문이다. 훌륭한 남성을 낚아채는 것이 게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그렇다고 남성을 멀리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다양한 남성들을 가볍게 만나서 즐기면서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대인 관계의 기술을 습득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남자건 여자건 사람을 많이 만나 봐야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느는 것이다. 일찍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주지 않고, 자신이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남자의 마음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여러 남자를 경험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피차 상처받지 않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을 테니까.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은 애시당초 없으니 적절한 상대를 만나면 성적인 즐거움을 사양할 이유도 없다. 애를 가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어차피 결혼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젊은 시절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상대와 만나면서 헤어질 것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영악한 행위라고 비난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서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한들, 애틋하고 순진한 사랑을 모르면 세상 헛사는 것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다. 여러 남자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여성은 아무도 자신의 것으로 차지할 수 없을 거라고  조언할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남성들은 순진하고 나만 바라보고 사는 여성 쪽으로 마음이 흐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쨌든, 내가 여자라면 영악하고 쿨한 삶을 택하겠다. 사회적으로 능력있는 여성이 순진한 여성보다는 함께 일하기 좋고, 말도 잘 통하고, 어려울 때 도움도 청할 수 있다. 그런 여성이 함께 일하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나와 인생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순진한 쑥맥의 여성을 찾는 남성은 아마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아내를 일생 혼자서 벌어 먹여살리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남성의 길을 가야 한다.  

   한국은 여성에게 사회적인 참여의 기회가 공평하게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의존하는 전략이 더 행복하게 사는 길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여성에게 그리 행복한 사회는 아니다. 남성은 활개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여성은 다소곳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일제 시대에 신여성이었던 나혜석이 혼자서 빈곤에 허덕이다가 길거리에서 객사했다고 한다. 그녀는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 남성에 의지해서 사는 삶을 거부했기에 어떤 남성도 그녀를 거두어 주지 않았다. 그 시대에는 여성이 혼자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말이다. 

   미국 여대생들의 변화된 남녀교제 방식은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성의 문제에서도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돌아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의 열매가 삶의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결실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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