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생물학'에 해당되는 글 5건
2024. 1. 30. 14:26

DK 과학원리 편집위원회. (김홍표 번역). 2018. 과학원리. 사이언스 북스. 247쪽. 

이 책은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지구 순으로 장을 달리하면서 자연의 원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도감이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천체 및 지구과학의 기초 지식을 전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현상이 왜 그러한지를 설명하는 데 촛점을 맞춘다.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한 과학 지식을 복습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약간이나마 깊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을 보고 해설을 읽으면서 과학은 흥미로운 영역임을 확인한다.

2023. 7. 25. 11:31

Daniel Lieberman. 2013. The Story of the Human Body: Evolution, Health, and Disease. Vintage Books. 367 pages.

저자는 진화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고, 현대 사회가 인간의 신체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으며,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한다.

유인원의 진화과정에서 현대 인류의 가지가 갈라진 두가지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두발로 일어서서 다니는 직립보행이며, 두번째는 신체의 다른 내장기관에 비해 두뇌가 지나치게 커진 것이다. 기후 환경의 변화가 이러한 진화를 촉발시켰다.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프리카의 숲이 줄어들자, 일부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숲을 벗어나 초원 지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직립보행이 발달하였다. 수렵 채취를 하여 다양한 먹거리 자원을 확보하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소화하기 쉽게 익혀먹게 되면서, 인류의 내장 기관은 줄어든 대신, 집단적 활동을 위해 요구되는 두뇌 활동이 발달하게 되었다.

농업과 뒤이은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농업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농업 사회에서는, 음식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해졌으며, 밀집 거주로 인해 질병이 빈발하고, 장시간의 고된 노동 등으로, 삶의 질은 이전 수렵채취 시대보다 열악해졌다. 19세기 산업화로 인구 증가는 지속되었지만, 도시의 삶은 매우 비위생적이고 열악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야 비로서 선진 산업국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이 수렵채취 시대 사람의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는 사람들의 키의 변화를 통해 확인된다.

인간의 몸은 오랜 기간 동안 수렵채취 단계를 거치면서 그러한 삶의 방식에 맞추어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인간의 몸은 현대 선진 산업사회의 삶의 방식과 맞지 않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현대인은 과거에는 보기 어렵던 다양한 새로운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병을 "부정합 질병" mismatch disease 라고 통칭한다. 당뇨병, 순환기 질환, 암, 허리 통증, 골다공증, 평발, 근시, 치통, 등등. 인간의 내장 기관은 나이가 들면 고장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수렵채취인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현대인의 새로운 질환은 단순히 노화 때문은 아니다.

수렵채취 시대의 사람과 비교할 때 현대인이 새로이 고생하는 질병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너무 많이 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 too much, 둘째는,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disuse, 셋째는,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삶의 방식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novelty 이다. 각각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첫째로 너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과도한 영양 섭취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의 몸은 당분과 지방에 대한 갈망이 크다. 현대 선진 사회의 사람들은 당분과 지방을 제한없이 쉽게 획득할 수 있으므로, 그결과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비만 상태이다. 이는 인간의 대사작용에 무리를 초래하여,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을 유발한다. 둘째로,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예는 사람들의 빈약한 운동양이다. 땀을 흘릴 기회가 적고, 하루종일 앉아서 생활하고, 거의 걷거나 뛰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먹고 살기위해 항시 걷고 뛰어야 했던 수렵채취 시대 사람들의 몸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 몸이 섭취하는 에너지가 기초대사와 운동을 통해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항시 많기 때문에 다양한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며, 근육과 골밀도가 적어 고통을 겪는다. 우리의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기 때문에 적정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적게 사용하는 또다른 예는 현대인들이 애를 적게 낳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들의 일생동안 월경횟수가 크게 증가하여 유방암의 위험이 높아졌다. 세번째 새로운 삶의 방식의 예는 다양한 문명의 이기가 제공하는 지나치게 편안한 생활이다. 실내의 조명에서 문자를 읽는 생활은 근시를 초래했으며, 부드럽게 가공된 음식을 탐닉하는 식생활은 턱과 치아구조를 변화시켜 사랑니 통증을 초래했고, 당분이 많은 음식은 충치를 유발했으며, 의자 생활은 허리 통증을 가져왔으며, 푹신한 신발은 평발의 위험을 높였다.

섬유질이 많고 당분과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으며, 운동을 많이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환경은 이러한 방식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가져온 대사증후군 등에 대해, 현대 의학은 대체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치료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질병은 수렵채취시절에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와 현대의 생활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므로, 생활환경을 바꾸는 길밖에는 없다. 과학 연구를 통해 치료 기술을 높이거나 교육을 통해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의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해결책은 어떻게 생활환경과 생활방식을 바꾸도록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저자는 정부의 개입에 의해 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너지' nudge 방식을 광범위하게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성인들이 어린이에게 건전한 삶의 방식을 유도하듯이, 성인에 대해서도 그러한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며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세금이나 규제를 통해서 생활환경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부정합 질병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선진 사회의 인구 고령화가 되면서 부정합 질병의 빈도가 높아지고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 질병의 원인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에 기반을 두고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의 주 연구분야인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농업사회 이후 인간의 부정합 질병에 대한 이야기로 크게 나누어진다. 두가지 이야기의 내용이나 서술 방식이 매우 달라서 두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다. 후반을 별도의 책으로 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023. 5. 31. 20:51

Heather Heying and Bred Weinstein. 2021. A Hunter-Gatherer's Guide to the 21th Century: Evolution and the Challenges of Modern Life. Swift. 243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 부부이며, 이 책은 현생 인류가 오랜 동안 수렵채취의 단계를 거치는 동안 형성된 특질이 20/21세기 현대 문명 사회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서술하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언급한다.

인간의 진화적 적응은 유전자와 문화의 양면에서 전개된다. 동물의 유전자는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지만, 문화를 통해 다양한 상황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인간은 동물 세계에서 가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이는 인간이 다른 어느 동물보다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문화는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소위 "자연과 환경" nature versus nurture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은 부적절한 질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환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인간의 몸은 오랜 동안 수렵채취 단계를 거치면서 형성되었으며 이렇게 빠른 속도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현대인이 사는 환경은 인간의 몸과 맞지 않으므로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본 원칙으로, 가능한 한 현대 문명의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대신 자연에 근접한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한다. 의료, 음식, 잠, 섹스와 젠더, 자녀 양육, 관계 맺기, 학교, 등의 주제에 대해 장을 달리하면서 서술한다. 현대 의료 기술의 개입보다는 자연 치유를 권하며, 가공 식품을 멀리하며, 잠을 잘 자는 것을 중요시하며, 남녀간 일생동안 상호 헌신을 수반하는 일부일처제를 권장하며, 여성과 남성은 서로 능력과 성향이 다른 것을 인정하며, 비대면 접촉보다 대면 접촉하는 관계를 권장하며, 학생이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하고, 어려움에 부닥뜨려 해결책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하는 교육을 권장한다.

현대문명은 지속적 성장과 더 많은 소비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는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욕망을 자극하지만, 이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본주의 논리와 시장의 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뉴욕타임즈가 추천한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읽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제목이 그럴듯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지만 결국 실망으로 끝나다. 그들의 주장에 특별한 것이 없으며, 상식적인 지적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논의는 대부분 그들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기 때문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어려웠으리라. 현대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권하는 대로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우며,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류의 진화의 과정은 거꾸로 되돌리기 어렵다.

2023. 4. 12. 17:41

Carol Kaesuk Yoon. 2009. Naming Nature: The Clash between Instinct and Science. W.W.Norton. 299 pages.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분류학(taxonomy)의 발달 과정을 서술한다. 분류학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각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아마추어 자연관찰자의 영역으로부터, 수학을 사용하고 유전자 분석과 진화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밝히는 과학의 영역으로 이전하면서, 인간의 직관적 상식으로 부터 멀어졌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주위 환경(umwelt)를 인식하는 고유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동물 또한 생존을 위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환경 인식 방식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개가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와 다르며, 이는 물고기가 인식하는 세계나 새가 인식하는 세계와 다르다.

인간은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주위의 생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체를 구별하고 이것들에 체계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즉 분류하는 일은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인간에게 위험한 생물과 그렇지 않은 생물을 구별하는 능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렇게 생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생물체를 인식하는 부분과 무생물체를 인식하는 부분이 따로 나누어져 있다. 원시사회의 부족들이나 서구 문명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생물 세계에 대해 매우 유사한 분류체계를 만들어 냈다. 이는 인류는 어디에서 살든 주위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분류학은 18세기 린네에 의해 기초가 놓였다. 그는 Domain에서부터 시작하여 Species로 세분화되는 여섯 단계(D,K,P,C,F,G,S/ 문,과,목,과,속,종)의 분류 체계를 만들고, genus와 species 를 결합하여 두개의 이름으로 구성된 생물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창안해 냈다. 예컨대 인간을 homo sapiens라고 명명하는 식이다. 린네가 생물을 분류한 방식은 순전히 인간의 감각 능력에 바탕을 둔 관찰에 의존하였다. 생물체를 면밀히 관찰하여 서로 유사한 특징과  서로 다른 특징들을 파악한 후, 생물체들 사이에 직관적으로 중요한 차이점을 추출하여 그룹짓는 작업이다. 이러한 분류 작업은 주위환경을 인식하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류 체계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는 이러한 분류 방식은, 왜 특정 생물이 다른 특정 생물과 같은 그룹으로 묶여야 하는지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연구자의 직관적이며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과학적 엄밀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생물세계를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분류한 것이다.

1950년 경 기존의 분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분류 방식이 개발되었다. 이는 인간의 감각적 관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린네이래 사용된 분류 방식과 동일하지만, 생물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하여 그룹을 짓는 기준으로 오로지 통계적 상관성만을 적용할 뿐, 연구자의 주관성이 배제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통계적 분류 방식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특정한 특징이 다른 특징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유사성이 높은 순으로만 그룹을 정렬한다. 따라서 연구자의 경험이나 통찰력은 분류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므로 생물체의 본질적 속성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1950년대 후반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다. 이는 생물체의 보이지 않는 구성 요소인 세포의 화학적 성분과 유전자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계기로 생물의 분류학은 인간의 감각적 관찰을 토대로 한 것에서부터, 세포와 유전자의 성분을 토대로 한 학문으로 거듭났다. 세포와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을 비교하여 생물체들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진화의 발달 경로를 객관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외적인 특징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진화적 연관성을 밝혀내게 된 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 결과 과거에 동일한 집단으로 묶여 있던 생물체들이 진화적 경로에서 볼 때 상이한 집단에 속하는 경우가 많이 밝혀졌으며, 거꾸로 과거에 상이한 집단에 속한다고 분류했던 생물체들이 유전자 분석결과 진화의 경로에서 동일한 집단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분석 결과 가장 혁명적인 발견은, 진화의 경로에서 박테리아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물체와는 전혀 다른 별도의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곰팡이가 식물보다는 동물에 더 가깝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이다.

생물체의 외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하면서도 논리적인 추론만을 전적으로 적용하여 진화의 발달 경로를 밝히는 새로운 접근도 나타났다. 이러한 접근에 따르면, 진화의 발달 선상에서 볼 때 물고기가 육지 동물과 다른 별도의 그룹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중 일부는 특정 육지 동물과 유사성이 더 크기 때문에 같은 집단으로 묶이지만, 다른 물고기들은 또 다른 육지 동물 집단과 함께 묶이게 된다. 예컨대 허파로 숨을 쉬는 폐어라는 동물은 아가미로 숨쉬는 물고기가 아닌 허파 호흡을 하는 육지 동물과 같은 집단으로 묶이며, 고래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 속한다. 이렇다면 '물고기'라는 독립된 범주는 의미를 잃게 된다.

세포와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던, 진화적인 경로를 논리적 추론하던, 문제는 이렇게 하여 만든 분류 체계는 기존에 인간의 감각적 관찰에 따라 직관적으로 분류하여 만든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감각적 인식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므로 이렇게 만든 분류 체계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만, 화학적 성분이나 논리적 추론에 따라 진화의 경로를 추리하여 만든 분류체계는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즉 생물체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해온 자연관찰의 습관에 따라 형성된 세계의 인식 방법과 유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물속에 사는 동물은 '물고기'라고 인식하고 생활해 왔는데, 과학적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물고기'라는 독립된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러한 생물 세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분류학은 인간과 자연의 직접적 만남의 산물이었는데, 생물 세계를 분류하는 작업을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독차지 하면서, 인간은 자연, 특히 주위 생물 세계로부터 멀어졌다. 자연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감각 능력에 호소하여 이름을 붙이던 그러한 낭만적인 전통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집주위 숲에서 놀고 관찰하던 그러한 경험들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분류학의 발달 과정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인데, 곳곳에서 군더더기 논의를 반복하여,  왜 이렇게 번잡하게 빙빙둘러 이야기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한편으로는 과학을 옹호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오랜 습관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2022. 7. 27. 17:21

Edward Wilson. 2004(1978). On Human Nature. Harvard University Press. 209 pages.

저자는 개미 연구로 유명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에서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기반 위에 있으며,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은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의 생물학적 속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생존과 자손번식에 도움이 되는 속성이 선택되어 오늘날 인간의 본성이 되었다. 인간의 사회 활동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사회적 실험은 실패했다. 대표적인 예로, 자녀를 부모와 떼어내 공동으로 양육하는 공동체 운동이나, 남녀간의 가족 형성 원칙을 부정하는 집단적 공동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가지 인간의 속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공격성(agression) 이며, 둘째는 섹스이며, 셋째는 이타주의(altruism) 이며, 넷째는 종교이다. 공격성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과 속하지 않은 집단(외집단)을 구분하고, 외집단에 대해 적대적이다. 이러한 속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산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내집단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가족이며, 이 범위는 맥락에 따라 넓혀진다.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지역, 계급 등 사람들이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늘면서 다른 기준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중요성은 남아있다.

둘째 섹스. 섹스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후손을 번식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인간에게는 남녀간 결합을 형성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목적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인간이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부와 모의 헌신적인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여자는 발정기가 따로 없고, 항시 섹스가 가능하며, 일부일처의 가족이 기본으로 자리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남성은 자신의 여자의 섹스를 독점하는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데 헌신하는 거래를 한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반면, 여성은 인간관계에 민감하고 수동적인 이유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이타주의.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생물적 본성과 연결된 이기적 행위이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일부 공유하는 친족이나 집단의 복리가 높아진다면,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후대로 이어지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넷째, 종교. 전통적 종교의 교리의 일부는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되거나, 현대 도시 산업사회의 삶에 맞지 않는 부분을 담고 있다. 종교가 만드는 집단 헌신은 집단의 복리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세시대에 마녀 사냥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안전핀 역할을 했다. 동성애를 금하는 종교의 가르침은 동성애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을 부정한다. 동성애의 진화론적 존재 이유가 명확치 않지만, 동성애가 동성애자가 포함된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종교가 남성 우위의 이념을 주장하는데, 이는 과거 수렵채취 시절에 맞는 생존방식이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면, 인간 사회와 문화의 가용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에 대한 체계적 지식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근래에 인간 도덕의 생물학적 배경을 탐구하는 활동이 대표적 예이다.

이 책은 저자의 과학적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와 인문학에 확장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 글이다. 1970년대 중반에 쓰여져서 제시하는 사례나 핵심 논의가 약간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동물행동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듯이 생물학적 지식에 기반해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설계하려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을 다른 동물과 비교해보자  (0) 2022.08.19
전염병의 역사  (0) 2022.08.12
국가는 어떻게 생성되었나  (0) 2022.07.25
특이한 정신병 사례들  (0) 2022.07.19
동물도 감정이 있다  (0) 2022.07.15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