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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9. 14. 10:01

Steven Pinker. 2018. Enlightment Now: The Case for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 Viking. 453 pages.

저자는 인지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는 진보해왔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밝히며, 또한 어떻게 진보해왔고 진보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서술한다.

서구에서 1700년대에 시작된 계몽주의 (Enlightment), 즉 인간의 이성 reason 을 이용하여 세상을 파악하고 개입한다면 인류는 진보 progress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이전에 세상은 신이나 전통적 권위에 의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은 무력하며 진보는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대체하였다.

인간 삶의 주요 영역에서 진보가 어떻게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객관적 삶의 질 영역인 건강과 수명에서부터 주관적 삶의 질 영역인 행복도에 이르기 까지, 전 영역에서 인류의 삶은 180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지난 150년간 크게 개선되었다. 일부 지역, 일부 집단, 일부 시기에 진보가 역전되거나 정체되기도 하였지만, 크게 볼 때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지속적으로 진보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진보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당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온 점진적 과정 incremental progress 이었다. 물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에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류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은 인류의 삶이 진보해 왔으며 지금도 진보가 계속되고 있음을 부정하고, 오히려 인류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거나, 인류 사회가 더 혼란해지고 과거보다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잘못 인식하는 원인은 여러가지이다. 인간의 인지 기능은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하고 그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편향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인접한 소수의 사례를 전체의 유형으로 일반화하는 버릇이 있다. 매스컴은 새로이 발생하는 자극적인 문제만을 보도하고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세상이 실제보다 더 나쁘며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과 비평가들은 세상이 나빠지고 있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언급을 해야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항시 부정적으로 언급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객관적 수치를 통해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를 이상화하고 전통 가치를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는 물론, 현실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진보주의자 또한, 인류가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 사회가 악화되어 왔으며 현재도 그러하다는 부정적 인식은, 인간의 이성을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대신 비이성적 접근을 옹호하거나, 극단적인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새로운 지식이 축적되면서, 현재 문제점에 대해 새로운 대응책을 강구하고, 이를 실행하여  그 결과를 통해 잘못을 고치고 더 나은 대응책을 찾아나가는 과정, 즉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과학하는 doing science 방식이 인간의 진보를 위하여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학자들 조차도 이러한 합리적 접근을 배격하려 한다. 예컨대 인문학자들은 깊고 신비하고 궁극적인 의미를 찾는다는 구실하에, 과학과 객관적 사실 중심의 접근을 천박한 이해를 추구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인간의 지식은 상대적인 것이며, 지식은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통해, 과학의 객관적 타당성을 깍아내린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가고 있으므로, 절대자의 인도가 필요하다는 종교적 신념이, 인간의 이성에 의지하는 태도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자연은 가치를 제시하지 않으며,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존재와 사건은 자연 법칙과 우연이 작용하는 장일 뿐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사람들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인류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궤변이 아니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살고, 더 풍요롭고, 더 안전하고, 더 지혜롭게 살게 된다는 것은 인류에게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의미있는 성취이다.

그렇다고 인류의 점진적 진보가 궁극적으로 모든  문제가 없는 유토피아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완전히 없는 삶, 모든 사람이 항시 행복한 삶 혹은 사회는 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인간의 자유가 확대된다고 해도, 사람들 사이에 원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과 충돌할 것이며, 정신적 순수를 추구하는 사람은 물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과 충돌할 것이다. 인간의 자유가 확대된다는 것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선택지가 는 것이므로 불확정한 삶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행복과 보람있는 삶을 위하여, 모든 것이 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 즉 인본주의 Humanism 는, 과거 신중심주의나 전통이 지배하는 사회보다 진보한 것이다.

저자는 기존에 학계나 소위 전문가들의 언급에 의문을 던진다. 예컨대 인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비판하며, 언론이나 문화비평가, 기타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비판한다. 그들은 자신의 밥벌이를 위하여 현실을 외곡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매사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부정적인 진단을 할 수록 무언가 있는 듯이 보는 세태를 비판한다. 소득 불평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불공정과 빈곤이 나쁜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한 결과 보상의 불평등이 나타난다면, 빈곤이 제거된다는 조건 하에서 볼 때, 나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성취한 인류의 진보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이러한 길을 계속갈지 솔직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예언한다. 대단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힘들었다. 인류의 진보를 통계 수치로 밝히는 부분과, 이성에 의지하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는 부분은 글의 성격이 너무 달라서, 별도의 책으로 엮는 것이 좋을듯하다. 그리고 저자는 장황하게 말을 많이 한다. 저자만큼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그의 장황한 생각의 흐름을 쫒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2019. 9. 16. 21:14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Collins. 402 pages.

인간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의 위치에 올라섰다. 인간은 개체로 보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지만, 협동과 조직을 통해 집단으로서 개체의 능력을 뛰어 넘는 문명을 이룩하였으며, 생물계를 지배하고 급기에 자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는 바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의 세계는 인간이 왜 그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 반면 종교는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면서 신의 존재는 과거와 같은 중요성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권능이 높아지면서 신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인간 자신을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놓는 인본주의 Humanism 가 지배하게 되었다. 인본주의는 모든 옳고 그름, 좋고 나쁨,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판단의 중심에 인간의 생존과 감정과 체험과 행복을 두는 세계관이다.

인간의 능력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영생과 행복과 자연과 세계에 대해 더 큰 영향력 혹은 권력을 추구한다. 저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적 능력과 생물학적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인간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초능력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에너지 넘치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살고, 더 지능이 높고, 더 집중을 잘하고,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많은 복잡한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 더 추상화된 생각을 할 수있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유기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점차 고도화된 알고리즘의 덩어리이며, 삶이란 정보처리 과정이다. 우리의 삶이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수록 고등동물이 되는 것이고, 인간의 두뇌는 생물계에서 정보처리를 가장 잘 하는, 다른 말로 하면 지능이 높은 존재이다. 생물체의 감정이란 것은 매우 효율적인 알고리즘이다. 예컨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생존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정보처리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가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히 처리하게 된다면 인간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컴퓨터에게 점점 더 맡기게 될 것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은 모순된 욕구와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컴퓨터로 구축된 정보처리 시스템이 더 정확히 나에 대해 알고 나의 복리를 위해 판단을 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엄청난 양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더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되면 인본주의는 붕괴하게 된다. 그 시스템이 여전히 인간의 복리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인본주의 이념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순된 존재이므로 컴퓨터의 판단이 인간의 어떤 부분에 봉사하는가가 불분명할 것이고, 시스템의 판단과 결정과 실행이 개별 인간의 복리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에 기반한 정보처리 시스템은 알고리즘이라는 점에서  유기체보다 한단계 앞서 나간 존재로 등극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는 결국 알고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물체가 가진 의식(consciousness)은 없지만 지능(intelligence)은 있는 무생물체의 알고리즘이 생물체의 알고리즘을 능가하는 세상이 올 수있다.

인간 사이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간과 그렇지 못한 보통 인간으로 구분된 위계가 형성된다면, 보통 인간은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처리 시스템이 과거에 보통 인간이 하던 일을 모두 맡아서 처리할 것이고, 소수의 초능력 인간들만이 시스템에 의해 대체 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생산과 전쟁에 보통 사람들의 기여가 중요하였기에 보통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나 인간중심의 자유주의 이념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생산과 전쟁를 정보처리 시스템이 관장하게 되고 보통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면 이들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이념은 더이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없다.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고 단순히 소비만 하는 존재라면 그들이 있어야 할 이유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권, 자유라는 개념이 내동댕이 쳐질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인간은 보통 인간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책, Sapiens 를 읽고 감탄했던 만큼 이 책이 놀라운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마음껏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의 끝까지 가보고, 이를 용감하게 쓸 수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내용만이 아니라 문체 또한 부드럽게 그러나 논리적으로 명징하게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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