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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 해당되는 글 3건
2023. 5. 31. 20:51

Heather Heying and Bred Weinstein. 2021. A Hunter-Gatherer's Guide to the 21th Century: Evolution and the Challenges of Modern Life. Swift. 243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 부부이며, 이 책은 현생 인류가 오랜 동안 수렵채취의 단계를 거치는 동안 형성된 특질이 20/21세기 현대 문명 사회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서술하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언급한다.

인간의 진화적 적응은 유전자와 문화의 양면에서 전개된다. 동물의 유전자는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지만, 문화를 통해 다양한 상황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인간은 동물 세계에서 가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이는 인간이 다른 어느 동물보다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문화는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소위 "자연과 환경" nature versus nurture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은 부적절한 질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환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인간의 몸은 오랜 동안 수렵채취 단계를 거치면서 형성되었으며 이렇게 빠른 속도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현대인이 사는 환경은 인간의 몸과 맞지 않으므로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본 원칙으로, 가능한 한 현대 문명의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대신 자연에 근접한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한다. 의료, 음식, 잠, 섹스와 젠더, 자녀 양육, 관계 맺기, 학교, 등의 주제에 대해 장을 달리하면서 서술한다. 현대 의료 기술의 개입보다는 자연 치유를 권하며, 가공 식품을 멀리하며, 잠을 잘 자는 것을 중요시하며, 남녀간 일생동안 상호 헌신을 수반하는 일부일처제를 권장하며, 여성과 남성은 서로 능력과 성향이 다른 것을 인정하며, 비대면 접촉보다 대면 접촉하는 관계를 권장하며, 학생이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하고, 어려움에 부닥뜨려 해결책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하는 교육을 권장한다.

현대문명은 지속적 성장과 더 많은 소비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는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욕망을 자극하지만, 이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본주의 논리와 시장의 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뉴욕타임즈가 추천한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읽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제목이 그럴듯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지만 결국 실망으로 끝나다. 그들의 주장에 특별한 것이 없으며, 상식적인 지적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논의는 대부분 그들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기 때문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어려웠으리라. 현대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권하는 대로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우며,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류의 진화의 과정은 거꾸로 되돌리기 어렵다.

2022. 6. 6. 22:02

Daniell Schacter. 2001. The Seven Sins of Memory: How the mind forgets and remember. Houghton Mifflin Co. 206 pages.

저자는 심리학자로 기억 연구의 전문가이며, 이 책은 그의 전문 분야를 일반 독자를 위해 풀어 쓴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다음 일곱가지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쉽게 잊어버리는 것(transience), 주의를 게을리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것(absent-mindedness), 기억이 막혀 회상하지 못하는 것(blocking), 잘못 기억해내는 것(misattribution), 암시에 의해 영향받는 것(suggestibility), 외곡되게 기억하는 것(bias), 과거의 일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 (persistence). 각각의 문제의 증상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한다.

일이 발생한 순간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대상과 연관된 사항을 함께 기억속에 저장하면 이 문제를 조금은 약화시킬 수있다. 그러나 시간이 멀어질수록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은, 진화적 적응의 결과이다. 일이 발생한 순간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주의를 게을리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역시, 우리의 한정된 기억 자원 (momory resourse)을 효율적으로 쓰는 장치의 일부이다. 일상에서 익숙한 일이나 익숙한 환경에서 인간은 자동항법 모드로 일을 수행하면서 기억 자원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일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을 나중에 기억해 내기 어렵다. 동시에 여러 일에 관여할 경우, 덜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기억 자원을 덜 사용하므로 나중에 그 일을 기억해 내기 힘들다. 

사람의 이름이나 기타 고유명사를 떠올리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다른 지식들과 연결고리가 적기 때문이다. 어릴때의 학대나 강간과 같이 큰 정신적 충격을 준 사건을 나중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감정적 자기방어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성인이 되어 기억해냈다고 주장하는 어릴 때의 성적 폭력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것들을 기억에 저장하기보다, 그것의 요점만을 일반화하여 저장한다. 인간은 패턴을 인식하는 동물이다. 대상의 일반화된 패턴을 파악하고, 패턴으로 기억에 저장한다. 따라서 나중에 그 일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질문받았을 때, 잘못 기억해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증인이 범인을 잘못 지목하는 경우는 흔하다.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은 암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범인을 심문하는 사람의 암시에 의해 증인이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과거 일에 대한 기억이 변형되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과거 기억은 질문자의 반복된 암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처음에는 모호했던 기억이, 질문자의 반복된 암시에 의해 확실한 기억으로 변형된다.

과거의 일이나 대상을 잘못 회상해내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의 결과이다. 현재의 사정에 따라 과거의 사정에 대한 기억을 외곡시켜 과거와 현재의 일관성을 추구한다. 일의 결과를 보고 처음부터 그러리라고 생각했다고 믿거나, 그렇게 일이 전개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사후에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항시 해석한다.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는 것보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해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는 것은 심리적 자원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다.

과거의 일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 일에 감정적으로 크게 관여했기 때문이다. 생존에 위협이 되는 일이나 상황에 대해 감정적으로 크게 흥분하게 되고, 그 일이나 상황이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적응의 결과이다. 기억해 내고 싶지 않은 것을 마음 속에 억누를수록 문제가 더 커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글이나 말로 대면하면 할 수록 그것에 대한 감정이 무디어지고, 그것의 괴로움이 점차 옅어지게 된다.

이상 일곱가지 기억의 약점은 동시에 강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억의 약점은 기억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억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데 심각한 문제를 보인다. 이러한 기억의 약점은 인간의 진화적 적응의 직접적 결과이거나 혹은 부산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분야를 쉽게 풀어쓴 것으로,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론적 논의를 전개한다. 전반적으로 설득력이 있지만, 때때로 머리털을 세는 세밀한 작업을 쫒다가 길을 잃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21. 6. 27. 11:27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대학 교재로 집필되었다. 적응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가 발달하였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기존의 모든 연구를 망라하여 소개한다.

진화 심리학은 인간 심리에 대해 기존의 심리학의 분과 학문과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인지 심리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인지 구조를 전제로 한다면, 진화 심리학은 적응과 번식의 문제 영역에 따라 상이한 인지 구조를 주장한다. 식량을 획득하는 분야, 위험을 탐지하고 회피하는 분야, 짝을 찾는 분야, 등  각각의 분야에 맞추어 상이한 인지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인간의 대상 인지와 기억, 문제 해결 능력, 언어 능력, 지능, 등이 보편적인 규칙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 분야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인간의 사회 관계에 적용되는 심리 기제 역시 적응과 번식이라는 문제에 맞추어 발달되었다. 인간의 도덕 감정이 대표적 예이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게 도적적 분노가 퍼부어지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함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생존에 해가 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상이하게 심리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해결해야 할 적응과 번식의 문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접근은 개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의 차이를 상이한 환경에 적응하고 번식하기 위해 개인이 택하는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불안정한 성격과 무책임한 성적 방종을 일삼는 성격은 불안정한 성장 과정과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심리적 부적응과 심리적 일탈이라고 칭하는 문제들도 당사자에게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익이 되는 적응일 수있다. 예컨대 실패에 부닥뜨려 의기소침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불리한 현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추후의 기회를 노리는 현실적 방책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설명한다면, 심리학의 다양한 분과나 사회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이 일관되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시이론인 진화론이 구체적 문제를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인간 세계의 많은 현상을 진화론으로 아우르는 것은 유망한 접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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