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Harford. 2016. Messy: The Power of disorder to transform our lives. Riverhead Books. 265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무질서 속에 창조성이 있으며, 세상과 삶은 그리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정돈되게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랜덤하게 접근할 때가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보다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수월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예술 분야나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서, 오랜 훈련에 바탕을 두고 랜덤하게 접근하는 것은 유효하다. 랜덤하게 접근하면 훨씬 더 머리가 긴장되며, 관행적인 접근 시 활용되지 않던 부분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로 모인 팀이 동질적인 팀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예컨대 투자 클럽의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었을 때 승율이 더 높다.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이질적인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둘째, 팀의 구성원들이 이질적 상대를 의식하며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 부닥뜨려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오랜 준비를 거쳐 만든 것보다 더 훌륭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광장에 엄청나게 많은 대중이 모인 앞에서 준비한 원고를 버리고 즉석에서 "I have a dream" 연설을 만들어 냈으며, 재즈의 묘미는 즉석 연주에서 분출되는 에너지와 창의성에 있다.
전장이나 경쟁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신속히 읽고 혼돈을 감내하면서 밀어 붙여, 상대를 우리 편보다 더 혼돈에 빠뜨리는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다. 내 편을 정돈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이에 상대편이 진영을 정비해 버리면 승리할 확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차대전때 롬멜 장군이나, 온라인 쇼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2015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제프 부시와 맞붙은 도날드 트럼프가 그 예이다.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일상적 상황에서 사람의 개입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는 전문가의 기술 퇴화를 낳았다. 자동제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자동 프로그램이 대처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 맞닥뜨릴 때, 전문가도 통제하지 못하여 큰 피해를 낳는다. 이러한 '자동화의 딜레마'에 대처하기 위해, 일상적 상황에서도 인간이 수시로 개입하여 인간 기술의 퇴화가 전개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주위 환경을 지나치게 깨끗하고 정돈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바람직하게 보나, 실재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도록 어질러져 있는 환경이다. 예컨대 MIT 대학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곳은, 비싼 돈을 들여 멋있고 그럴듯하게 지은 빌딩이 아니라, 연구자가 자기 마음대로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허름한 빌딩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질서잡혀져 있지 않다(disorderly).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아놀드 슈발츠제네거, 등은 며칠 앞의 일정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일하기보다, 그때그때 일을 바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남녀간의 만남이 발전하는 과정 역시 예측할 수 없다. 근래에 유행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서 남녀간 상대의 성격을 복잡한 변수를 동원해 매칭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삶의 질서를 잡으려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낭비이다.
저자는 많은 잡다한 독서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용을 하면서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는 반드시 무질서와 즉흥이 최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를 옹호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 저자 자신은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성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생을 매우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꽤 똑똑한 사람이, 자신이 갖지 못한 천재성을 탐하는 발언을 하는 듯하다. 사실 그런 천재는 정말 드물기 때문에, 무질서를 옹호하는 저자의 주장은, 냉정하게 보면 '환상(fantasy)'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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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dley Bull. 2012(1977). The Anarchical Society: a study of order in world politics. 4th ed. Palgrave. 30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국제 정치와 "국제 질서"(international order)의 성격을 규명한다. 국제정치란 국가들 사이의 관계이다. 국제관계에는 국가간에 폭력을 통제하는 단일한 중앙 기구가 없기 때문에, 한 영토와 국민에 대하여 폭력을 독점하는 기구인 국가 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서가 유지된다. 국가들 사이에는 상호관계로 엮여진 국가들의 체제(states system)가 존재한다. 국가들의 체제에서 질서를 추구하는 것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별개이며, 현실에서는 두개의 가치가 상충된다. 국가들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정의롭지 않으며, 국제정치는 정의를 기준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에는 국가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키는 규범이 있다. 그러나 이 규범은 법과는 달리 정치적인 것으로, 이를 위반해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호하고 유동적이다. 이 규범은 국가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건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국제정치에서 폭력 사용을 가급적 꺼리는 규범이 존재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폭력 사용이 용인되기도 한다. 국가들은 가급적 국제적 규범을 지키려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따라 규범을 위반하거나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제는 국가들 간에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이다. 상황이 변화하여 힘의 균형이 깨지면 새로운 연합이나 분열, 전쟁 등을 통해 힘의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국가들 사이에 전쟁은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강대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데 관심이 크다.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요인 혹은 국가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한다. 냉전시절에 미국과 소련은 서로 간에 직접적인 폭력 행사를 자제하였으며, 세계의 구석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강대국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며, 그들의 이익에 기여한다. 국제질서에서 중소국가의 견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제질서가 서구의 선진국에 유리하도록 자원과 권력의 불평등 분배를 용인하므로, 제삼세계 국가들은 정의가 바로세워지도록 바꾸는데 관심이 크다.
핵무기는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였다. 국가간 폭력이 발생했을 때 폭력 행위의 대상은 물론 폭력 행위를 시작한 당사자까지 존립이 위협받게 되었다. 핵무기는 폭력의 발생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deterrance)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핵무기가 확산되면 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핵무기를 동원하는 비합리적 폭력 사용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핵전쟁이 두려운만큼 핵무기 사용을 상호간 자제하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전통적 무기를 사용하여 제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국가들의 체제에서 국가들 사이에 종종 폭력이 행사되고, 국제정치가 정의롭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세계를 관장하는 권력의 중앙집중, 지역단위의 결합체 형성, 국가이외에 다른 행위자, 예컨대 다국적 기업, 국제단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체제, 등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각자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국가들의 체제는 20세기 이전에 비해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서로 간에 규범을 지키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심의 현재의 국제체제는 질서를 확보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국제 정치 세계에서 질서, 법, 폭력, 갈등, 등의 개념을 국내 정치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와 이해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분명한 오류이다 라고 단언한다.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질서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 충돌한다는 지적에서 저자의 통찰력이 번득인다. 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져서 냉전 종식 이후의 상황과 맞지 않는 지적이 곳곳에 있다. 이 책의 또다른 단점은 문장이 복잡하여, 마치 법률 문구를 읽는 느낌이다. 논리적으로는 정치하지만, 독자에게 친절하게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찰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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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ar Hidalgo. 2016. Why Information grows: The Evolution of order, from atoms to economies. Basic Books. 181 pages.
저자는 MIT 대학의 Media Lab 교수이며 경제학자로, 정보이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행위와 경제 현상을 설명한다.
우주는 에너지, 물질, 정보라는 세가지 요소로 만들어져 있다. 물질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질서 혹은 정보를 만들어 낸다. 평형 상태로 부터 벗어날 때 out of equilibrium 정보가 만들어진다. 정보 혹은 질서는 항시 정보가 소실되는, 혹은 무질서로 돌아가려는 경향,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우주의 대부분은 높은 엔트로피의 평형 상태에 있는 반면, 지구는 우주에서 예외적으로 정보 즉 질서가 높은, 평형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정보를 증가시키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소실되는 자연의 힘을 거슬러야 한다. 정보의 증가란 질서의 증가, 복잡성의 증가를 의미한다. 고체 상태로 만들어 이것에 정보 혹은 질서를 체화 embeded 시킴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소실하는 자연의 힘을 막는다. 물질이 스스로 계산하는 compute 능력을 가질 때 정보를 만들어 낸다. 생명체란 계산하는 능력을 가진, 질서를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우리의 세포는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 process 한다.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은 계산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실하고, 우주의 무질서, 즉 정보가 없는 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생명 활동이란, 이러한 자연의 힘에 거슬러서, 질서를 계속 유지하고 새로이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계산하는, 즉 정보를 처리하는 물질이다. 인간은 계산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정보의 뭉치는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에 인간이 생성한 정보가 체화 embeded 되어 있다. 인간은 이렇게 만들어낸 물건, 즉 정보의 뭉치를 이용하여 더 복잡한 즉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은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인간은 머리속에서 상상한 것을 구체화시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 즉 새로운 정보의 뭉치를 창조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이란 정보를 증가시키는 활동,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활동, 이렇게 만드는 정보를 물건에 체화시키는 행위이다.
정보는 물건에 체화되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의 지식과 기술 knowledge and knowhow 로 체화된다. 그런데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제한이 있다.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양의 지식과 기술은 사람들의 네트워크, 즉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집합적으로 담는다. 회사란 여러 명이 분업으로, 즉 종류를 분담하여 다양한 많은 정보를 담은 집합체이다. 회사는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정보, 즉 복잡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개별 회사의 조직으로 담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양의 정보, 매우 복잡한 정보는 시장기구 등의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담는다.
한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동일하지 않다. 지식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따라서 더 많은 양, 더 복잡한 정보 처리를 하고 새로 만들어 낼 수있다. 사람들 사이에 신뢰의 수준이 높으면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데 드는 거래 비용이 적은 반면, 사람들 사이에 신뢰의 수준이 낮으면 사회 네트워크 내의 거래 비용이 많이 든다. 거래 비용이 적은 사회 네트워크는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데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 즉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 즉 매우 복잡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즉 단순한 정보를 처리하여 체화시킨 물건은 많은 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 반면 많은 양의 정보, 즉 복잡한 정보 처리를 통하여 체화시킨 물건은 소수의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다. 많은 양의 정보, 복잡한 정보 처리는 한 개인의 수준을 넘어서며, 회사 단위의 정보, 혹은 그보다 더 큰 범위인 산업 생태계 단위의 정보 담지력을 요구한다. 매우 복잡한 정보 처리는 단순히 한 개인 혹은 한 회사를 이식한다고 하여도 수행할 수 없다.
우주는 엔트로피가 계속 높아지는 방향인데, 우리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힘에 거슬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회사를 만들고,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사회 체계를 만들어 냈다. 경제 발전이란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책은 '인간의 경제활동은 정보 생성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 사회를 물리학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데 성공하였다. 논지는 간단하지만 통찰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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