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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27. 17:50

Spyros Makridakis, Robin Hogarth, and Anil Gaba. 2009. Dance with Chance: Making Luck Work for You. Oneworld Publications. 333 pages.

저자는 경영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네가지 영역, 즉 건강, 부, 성공, 행복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기존 시도들을 검토하고, 어떻게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실제보다 세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illusion of control).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들에게서까지 의미있는 패턴을 추정하는 오류를 낳는다.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두렵기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려 한다. 세상의 많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료, 투자, 기업 경영 분야에서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 객관적 자료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개입은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정기적으로 신체 검사를 하면 병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검사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 대비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 검사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설사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분야를 예로 들면,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단기 및 중기로 볼 때 랜덤 워크에 가깝다. 헤지 펀드와 같이 펀드 매니져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여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율은 랜덤하게 종목을 선택한 가상의 경우의 수익율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 주식 투자에서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뿐이다. 기업 경영 분야를 예로 들면, 장기적으로 계속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새로운 혁신이 계속 나오면서 과거에 성공하던 기업은 새로 부상하는 기업에 의해 대체된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그분야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이 패턴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extrapolate). 전문가들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됬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데는 무력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들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유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건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며, 위험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변화의 범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통근시간, 특정 시간대에 어느 지역의 전기 사용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의 불확실성, 즉 예측치의 분포의 변이 variation 는 정규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둘째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피해의 규모가 매우 큰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대비하기 어렵다. 대규모 지진, 금융 버블의 붕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도 집합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금융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앞으로도 발생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이 두가지 성격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뒤섞여 있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한 예측치들의 평균을 취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의견, 수리적인 예측 모델, 직관적인 예측,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의견을 모아 평균을 취하면 개별 출처에 의존할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이 걸린 결정의 경우, 한 사람의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기보다, 여러 전문가의 이차 의견을 구해야 한다. 둘째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가급적 단순한 패턴을 추출하여야 한다. 많은 변수의 복잡한 모델을 구축할 경우, 과거의 사건은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면 크게 빗나가게 된다. 이는 머신 러닝에서 "overfitting"의 오류라고 지칭한다. 몇개의 주요 변수만 포함한 단순 모델을 구축할 경우, 이것이 과거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했을 때 크게 빗나갈 위험 또한 줄어든다.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로 부터 몇개의 변수를 사용하여 구축한 단순 모델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사람의 직관을 이용해 예측한 것보다 더 정확하다. 사람들은 인간의 직관이 객관적인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을 파악한다고 느끼지만, 이러한 막연한 느낌은 사람들이 가진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에 불과하다. 인간의 주관적 평가와 직관은 상황에 쉽게 좌우되기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할 때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세번째 방법은, 관련 사건이 속하는 포괄적 범주의 평균을 추출한 다음, 이것에다 개별 사건의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위험의 확율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사건이 포함된 포괄적 범주의 변이에 두배를 곱하여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 방법은 예측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으로, 관련 범주의 기본 수치 base statistics 를 바탕으로 하여 ,개별 상황이나 추가적 정보에 맞게 약간씩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확실성을 줄이려 해도 세상과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위험이 큰 사안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큰 지진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내진 설계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업이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면 파괴적 혁신을 들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 망한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면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라온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큰 규모의 위험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위험에 휩쓸려도 망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처음에 우연의 힘을 막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선언한다.  이책에서 제공하는 지식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체계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인 분석으로 검증하고,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지혜롭게 의사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논의에 반복이 많은 것이 흠이다. 

2023. 1. 22. 13:52

박창식. 2017. 언론의 언어 왜곡, 숨은 의도와 기법. 커뮤니케이션북스. 109쪽.

저자는 한겨레신문사 기자이며, 이 책은 저자가 몸담은 한겨례말글연구소의 세미나에서 전개된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의 언론사들이 정치권력과 관련하여 어떻게 언어를 구사하는지 설명한다.

언어는 말 자체의 의미와 함께 사회에서의 권력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은 언어 조작과 통제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며, 이는 사람들이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릇되게 사고하도록 한다. 보수 언론은 권력의 편에서 언어의 조작과 통제에 가담하며, 진보 언론은 권력의 언어 조작 압력을 거부하려 한다. 근래 한국에서는 정치 권력 못지 않게, 대자본의 힘이 세기 때문에, 언론은 자본가의 눈치를 보며 언어 구사에 몸을 사린다.

언어를 통해 대중의 인식을 통제하는 다양한 방식이 소개된다. 완곡어 사용, 프레임 설정, 의도적인 방향의 은유, 선정적 측면만 선택적으로 부각하기, 등이 권력자의 편에서 흔히 사용된다면, 진보 측면에서는 정치적 올바름, 정치적 사과 등이 사용된다. 그외, 이념적 색채가 담긴 용어, 피동형 문체, 등도 권력자의 편에서 자주 사용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정치부 기자 경력이 곳곳에 잘 뭍어나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례를 사용하며, 읽기 쉽게 쓰였다.

2020. 7. 31. 21:58

Douglas C. North, John Joseph Wallis, and Barry R. Weingast. 2009(2013). Violence and Social Orders: A Conceptual Framework for Interpreting Recorded Human Hist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2.

저자는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이다. 이 책은 사회가 폭력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전문 학술서이다.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폭력을 내포한다. '사회가 어떻게 사람들의 폭력을 제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회과학의 핵심적인 질문이다. 토마스 홉스는 만인이 만인에 대한 폭력을 자연상태로 상정하고, 사람들이 강력한 군주에게 통제를 맡김으로서 질서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정치학의 이론이 국가를 단일체로 보는 오류를 범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국가란 단일체아니라 엘리트 간에 연합체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는 경제적 및 정치적 자원에 대하여 제한된 접근만을 허락함으로서 특권 혹은 이권을 만들어 낸다. '자연상태의 국가'(the natural state)에서 엘리트들은 각자 폭력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하는 만큼 이 특권을 나누어 가진다. 특권을 나누어 가지는 연합이 바로 질서를 유지하는 기제이다. 자연 상태의 국가 체제에서 폭력의 동원 능력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중세 봉건 시대에 귀족들이 각자 군사력을 보유하며, 왕을 정점으로 한 이들의 연합이 바로 국가였다. 민주주의가 제도화되지 않은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이다. 폭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엘리트가 핵심에 있고,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정치, 경제, 종교, 교육 엘리트의 연합을 통해 질서가 유지된다.

자연 상태의 국가에서 엘리트는 각자 세력의 규모에 따라서 특권을 나누어 갖는다. 엘리트간 세력 배분에 변화가 생기면 그에 맞추어 특권의 배분도 바뀌어야 한다. 만일 이 둘이 어긋날 경우 갈등이 폭발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까지 투쟁이 지속된다. 토지가 부의 원천이었을 때에는 지주계층이 통치 엘리트의 근간이었는데, 상업 및 산업자본가가 성장하면서 이들 새로운 엘리트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특권 지위를 요구했을 때, 기존 엘리트와 신흥 엘리트 간에 갈등과 투쟁이 벌어졌다. 질서, 즉 폭력이 없는 상태란, 엘리트간 폭력 행사 능력과 이권간에 균형이 맞아 엘리트 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이 체제에 동참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엘리트 간에는 상호간 견제와 감시를 통해 폭력의 행사를 통제한다. 

자연 상태의 국가, 즉 '자원에 대한 제한된 접근만을 허락하는 질서'(limited acess order)에서는 모든 관계와 거래가 개인적(personal)이다. 각 사람의 능력과 특성과 변덕에 따라 관계와 거래가 좌우된다. 특정인이 죽거나 변화가 있을 경우, 그와 관계된 모든 거래는 무효화되거나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서에서 정치와 경제는 한 몸이다. 경제적 이권은 정치적 지위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며, 정치적인 지위는 경제적 이권을 수반한다. 이러한 질서에서는 정치적 지위와 독립된 경제 활동이란 있을 수 없다. 정치행위란 이권, 특권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국가를 제도화의 정도에 따라 세개로 구분할 수있다. 가장 취약한 국가에서는 엘리트에게 특권이 배분되는 데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 모든 엘리트의 특권은 개인적 관계에 따라 임의로 결정된다. 이러한 질서에서는 특정 엘리트가 죽거나 변화가 생기면 엘리트들 사이에 특권의 재조정을 향한 갈등이 발생하므로, 매우 취약한 질서이다. 둘째는 기본적인 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조직이 형성된 상태이다. 그러나 그 제도와 조직이란 여전히 특권을 차지하는 개인에 궁극적으로 좌우되므로 불안정하다. 세번째는 성숙한 단계로, 국가의 통치 조직이나 경제활동의 조직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조직이 형성되어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조직에의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개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에 대한 개방된 접근을 허용하는 질서'(open acess order)는 19세기 중반에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현하였다. 이 질서는 '법에 의한 지배',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제도의 영속성', '누구에게나 개방된 익명적인 거래' 등을 특징으로 한다.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누구를 아는지, 출신 배경이 어떠한지, 성, 인종, 민족, 종교 등과 상관없이 능력과 자격이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조직 자원에 접근할 수있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지위와 자원이 배분된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사람은 법을 만드는 데, 즉 정치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있다. 폭력은 국가에 의하여 독점되어 관리되며, 폭력을 통제하는 사람은 선거와 의회 등 정치과정을 통해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폭력을 통제하는 기구와 그 기구에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분리되어 있다. 그 사람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임기가 끝나면 물러난다. 이 질서에서 국가의 역할은 소극적인 폭력의 통제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원에 접근할 수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미친다. 보통 교육, 사회보장제도, 공정한 시장의 관리 등이 그것이다.   

'개방된 접근을 허용하는 질서'는 '제한된 접근만을 허용하는 질서'보다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하므로 경제성장율이 높으며,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이 크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있는 아이디어와 능력을 가진 사람과 조직이 경쟁을 통해 선발되기때문이다. '개방된 접근을 허용하는 질서'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을 통해 발전할 수있다. 반면 '제한된 접근만을 허용하는 질서'에서는 기존에 특권을 누리는 엘리트 개인의 역량에 따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제한되며, 위기에 대한 대응과 함께 엘리트들 사이에 세력의 재조정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개방된 접근을 허용하는 질서'는 '제한된 접근만을 허용하는 질서'보다 훨씬 안정되며, 실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지위를 차지한 사람과 조직과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이들에 도전하는 것이 상시적인 기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야당이, 경제에서는 경쟁 기업이 항시 감시하고 경쟁하므로, 특권이나 이권이 생겨난다고 해도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제한된 접근만을 허용하는 질서'에서 '개방된 접근을 허용하는 질서'로 어떻게 이전할 수 있을까? 자연 상태의 국가의 엘리트가 '법에 의한 지배'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과 독립되어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을 인정하는 것이 개인적 지배나 특정 개인에 좌우되어 조직이 운영되는 것보다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이러한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게 된다. '법에 의한 지배'를 허용한다는 것은 법에 의해 자신을 구속하는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트들 간에 관계가 안정적일 때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밀고당기기를 하는 것보다, 예측 가능한 규칙을 만들어 서로간에 이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될 수있다. 개인으로부터 독립되어 존재하는 조직을 통해 정치와 경제적 거래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이견을 조정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해내는 상황에서만 엘리트들은 개인과 독립된 조직을 인정한다. 폭력 행사력 즉, 군사력이 엘리트들에게 분산되지 않고 중앙에 집중되어 있을 때, 엘리트들은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성향을 내려놓는다. 엘리트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자유롭게 조직을 만들 수있고, 엘리트들과 그들의 조직간에 경쟁에서 패한다고 하여도, 폭력의 위험을 느끼지 않고 완전히 게임에서 배제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때에만 엘리트들은 그러한 경쟁에 참여한다.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급격하게 일시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정도를 높여 발전해 가는 과정이다. 모든 사회가 반드시 이러한 발전과정을 밟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사회는 자연상태의 국가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그 단계 내에서도 제도화의 정도가 다양하고 퇴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엘리트들이 자신의 특권을 내려 놓고 공정한 경쟁의 룰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자신에게 폭력이 행사될 위험을 느끼지 않으면서 반대를 할 수 있는 제도와 믿음을 정착시키는 일은 형식적인 선거나 의회의 존재만으로 되지 않는다. 

저자는 자연상태의 국가에서 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질서를 설명하는 예로 중세시대 영국의 토지소유제도를 분석하며, 자연상태의 국가 중에서도 성숙한 제도화의 단계에 도달한 영국이 그렇지 못한 프랑스에 비해 전쟁을 위한 동원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기에 영국이 프랑스를 제압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자원에 대한 접근이 개방된 질서'가 '접근이 제한된 질서'보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기에 서구가 세계의 다른 지역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매우 독창적인 이론과 분석을 제시한다. 기존의 정치학의 이론을 뛰어 넘어 눈을 확 뜨게 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사회과학의 핵심 질문에 대해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여러번 읽으며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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