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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9. 2. 22:32

Diego Olstein. 2021. A Brief History of Now: The Past and Present of Global Power. Palgrave Mcmillan. 354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9세기 영국의 제국주의에서부터 시작해 근래까지, 미국의 패권과 이에 대항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분석적으로 서술한다. 각 시기별로 각 세력 집단을 유형화하여 설명한다.

영국은 18세기 말 이래 산업혁명으로, 19세기 중반 경제적 군사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대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산업화가 결합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밀어붙였다. 독일과 미국은 영국의 압력에 맞서 보호무역 정책을 강력히 실시하면서, 19세기 후반 후발 산업화와 민주주의 확대에 성공하면서, 20세기에 들어 영국에 대항하는 강국으로 올라섰다. 반면, 러시아, 오스만 터키, 중국 등, 자국의 신민을 권위적으로 억압하는 전통적인 제국들은, 영국이나 독일과 같이 산업화를 통해 군사력을 높이고 싶었으나, 국민의 참여를 높일 경우 권력자들이 권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여, 결국 개혁이 좌절되고 강국으로 올라서는데 실패하였다.

독일은 후발 산업화를 통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그에 걸맞게 식민지를 확보하지 못하여 불만을 가지고, 결국 1914~18년, 1939~45년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두차례의 전쟁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국력은 소진되고 식민지를 잃은 반면, 미국은 영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강국으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일차대전 중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공산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영국과 미국이 대표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미국은 영국과 달리, 식민지를 직접 지배하는 제국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다. 대신 압도적 군사력과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를 구축하여 정치군사적으로 세계 국가들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차대전후 유럽의 복구를 지원하고, 무역과 투자, 다국적 기업 등을 통해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했으며, 미국의 대중문화와 미국인의 꿈 이념을 통해 세계인의 의식을 사로잡는 등, 세계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였다.

제이차대전 이후 서구의 제국주의으로부터 독립한 식민지 국가들은 민족자결 원칙을 기반으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적 국가주의가 결합된 체제를 채택하였으며, 미국과 소련의 패권에 추종하를 거부하고 비동맹의 제삼세계를 지향하였다. 중남미,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가나 등이 이러한 나라들이다. 이들은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고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려고 하였으나 산업화와 민주주의에 실패하였으며,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민주주의 형식을 갖춘 권위주의 체제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들 제삼세계 국가들은 1990년대의 세계화에 편승하여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경제적으로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미국의 패권에 포함된 서구 국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속에서 케인즈의 경제정책을 따라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였으며, 이차대전 이후 고도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후 미국은 정보통신기술과 운송기술의 발달과 함께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장을 지속하였다.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금융, 서비스, 리서치 등에 주력하는 국제분업 세계화의 선두에 올라섰다. 그 결과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소련은 중앙집중 경제와 권위주의 체제의 비효율이 갈수록 악화되었으며, 1980년대에 고르바초프가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이미 늦었다. 1980년대 후반, 폴란드, 헝가리, 동독, 등에서 소련의 장악에서 벗어나 민주화 시도가 진행되어 결국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다. 동구권은 서유럽에 편입되었으며, 러시아는 1990년대의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결국 민족주의와 권위주의가 결합된 약화된 강국으로 복귀하였다.

중국은 1949년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이후 모택동 치하에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후 1978년 등소평이 집권하여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사십년간 고도 성장을 통해 미국 다음의 강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과 선진산업국에서 1980년대 이래 구조조정으로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한 것과 절묘하게 맞물려 성공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책과 국제분업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선진 산업국에서는 불평등이 높아지고 성장에서 소외된 집단의 불만이 커졌다.  그 결과 민족주의와 반세계화의 목소리가 높아져 트럼프와 같은 극우 정치인이 등장하고, 세계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은 약화되었다. 1960~70년대의 베트남 전쟁의 실패, 2003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쓴 이라크 침공, 아프간 전쟁의 실패 등으로 미국의 정치 군사력에 대한 세계의 존경은 사라졌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비중이 줄었으며, 미국의 이념과 문화의 매력 또한 빛바래게 되었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면서 각 나라들은 각자 도생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높아지고 세계 질서는 다극체제로 이행하였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industrial revolution 이래 세계는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20세기 후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혁명 information revolution 에 접어들었으며, 근래에 한단계 더 높아진 인공지능 혁명 Artificial Intelligence Revolution 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간의 지적인 분야를 기계가 맡게 되면서 인류의 삶의 방식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다.

저자는 미국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아마도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추측되는데, 중남미의 변화에 깊이있는 이해를 보인다.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른 나라들, 특히 제삼세계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하는 드문 역사 서술이다. 후반부에서는 분석의 정치성이 떨어지지만, 전반적으로 세계의 흐름에 대해 높은 통찰력을 제시한다.

2020. 7. 7. 18:20

Jeffry A. Frieden. 2006. Global Capitalism: Its fall and rise in the twentieth century. W.W. Norton. 476 pages.

저자는 하버드의 정치경제학 교수로, 이 책은 지난 백년간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팽창과 수축을 거듭한 과정을 기술한 경제사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왜 지난 백년간 세계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겪었는지 경제적, 정치적 원인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내재된 문제를 진단한다.

이야기는 19세기말 20세기 초반 서구에서 무역과 금융의 자유 이동을 허용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상당한 정도에 도달했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국가간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은 각 나라들이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에 전문화함으로서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이며 부의 빠른 증가를 가능케 했다. 금본위제 덕분에 환율이 안정되고 국제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졌으며, 운송수단의 발달로 국제간 교역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장 먼저 산업화되었고 금융이 발달한 영국의 주도로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이루어졌다. 제1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시장의 통합이 상당히 진전되었으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통합은 각 나라에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유발했다. 또한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한 미국과 독일은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 쳐서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을 추구하는 영국과 보호무역 주의를 추구하는 독일간에 세력 싸움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 나라들은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했으며, 미국이 특히 그러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유럽의 금융 위기를 불러왔고,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전세계로 퍼졌다. 대공황 이후 서구는 전쟁 전의 시장 통합을 버리고 각자 도생을 추구하며 각국이 고립된 경제 체제로 후퇴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IMF와 IBRD(World Bank)를 설립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서구 세계에 점차 확대되었다. 미국은 시장 개방을 주도하면서 GATT를 통해 국제적으로 무역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국제 무역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2차 대전 이후의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 노력은 미국은 물론 서구 세계 전반에 큰 번영을 가져왔다. 자본의 효율성을 쫒아 국제 자본 이동이 활발해 졌으며, 국제 무역이 활발해 지면서 세계 시장에 참여한 모든 나라들에게 전문화의 이익이 높아졌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서구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미국 시장에서 미국 산업을 위협하였으며, 미국 정부는 확대된 복지지출과 베트남 전쟁의 전비 때문에 적자 재정에 빠져들었다. 이에 더하여 1973년 중동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가 폭발하고 원유 가격이 폭등했을 때, 전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불황의 골이 깊어 졌다.

미국은 1980년대의 구조조정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도려내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1990년대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 덕분에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유럽 역시 미국보다는 정도는 덜하지만 구조조정을 겪었으며 이후 생산성의 향상을 기록하였다.  미국은 노동자의 세력이 약하여 사회보장 수준이 낮은 덕분에 경제 구조조정 이후 열악한 질의 일자리나마 높은 고용율로 복귀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은 노동자의 세력이 강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와중에도 높은 사회보장 수준을 유지해야 했으며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하였다. 그 결과 유럽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실업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댓가를 치뤘다.

1980년대의 구조조정에 이어 1990년대의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과 운송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전에 볼수 없었던 정도로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자본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전세계적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라 불리는 국제 분업 생산 체계는 생산성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국제적 분업 생산체계의 규모와 심도는 20세기 초의 국제화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국제적 분업 생산체계의 혜택은 선진 산업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게도 넓게 미쳤다.

1970년대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의 국가들과 인도는 국제 경제 체계에 연결되지 않고 각국이 자립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추구했었다. 국제 경제에 종속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크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수입과 수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해 국제경제에 의존하지 않는 발전 전략을 택하였다. 한국에서도 한때 '민족주의 경제론'이라 하여 이러한 발전 전략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국제경제에 연결되지 않는 고립적 산업화 노력은 자본부족, 기술부족으로 벽에 부딛쳤으며, 경제 불황에 정치적 불안이 중첩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소련을 필두로 공산주의 국가들 역시 중앙집중 계획 경제의 비효율이 누적된 결과 결국 1990년에 붕괴되고, 이후 모두 국제 자본주의 경제에 연결된 경제 발전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세계는 선진 산업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도 모두 국제 자본주의 경제에 연결된, 즉 국제적 자본과 국제 무역에 크게 의존하여 경제를 운용하는 모델로 수렴하였다.

국제 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전략은 국제 자본과 선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효율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가진 부문에 특화하게 함으로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갖는다. 반면 국제 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전략은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부문,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한 부문을 도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연결된 댓가는 냉혹하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국내의 경제 참여자의 복지를 위하는 것과 상충될 수있다. 국내 경제가 침체되면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고 돈을 풀고 적자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는데, 이렇게 하면 해외 자본이 이탈할 위험이 커진다. 정부가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을 인위적으로 지원한다면, 국제 자본은 이 나라를 버리고 해외에 더 효율적인 곳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선진 산업국에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은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들은 선진국의 공장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자본가에 대항하는 협상력이 떨어지고, 임금이 하락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반면 국제적 분업 생산 전략을 고도로 구사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높은 기술의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과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수익을 독차지 하면서 높은 임금을 구가했다. 자본의 국제 이동이 자유화되면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나 금융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익은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선진국의 소득 불평등은 크게 높아졌다. 누진적 세금과 사회보장 제도를 통한 완충 기능이 약한 미국은 불평등 정도가 유럽보다 훨씬 심하다. 

국제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개발도상국에서 역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국제 경제와 연결된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중 중산층이 늘어난는 반면, 농촌이나 전근대적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산업화의 희생을 강요당하고 근대화의 과정에서 낙후되었다. 도시와 농촌간, 근대적 산업 노동자와 전근대적 부문의 노동자간의 격차는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21세기에 들어 다시 국제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후퇴하는 징후를 보인다. 선진국에서 세계화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서구의 각국은 비관세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본 이동을 제한하고, 이민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질 수록 선진 산업국에서 기술 수준이 낮아 세계화에 낙오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중국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인 중 중국의 부상을 반대하고 세계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선진 산업국에서 세계화가 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경제 효율성 증대의 혜택이 구성원 다수에게 돌아가는 한 세계화는 지속될 것이다. 반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세계화의 혜택을 다수가 배제된 채 소수가 독점하고, 소득 수준이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계화를 거부하는 목소리는 크게 힘을 받을 것이다. 자본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쏠림 현상의 부작용으로 불황에 빠질 위험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자는 20세기 경제사를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잘 정리하였다. 저자는 특히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국제 자본주의 시장의 변화에서 금융의 측면에 많은 논의를 할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서 금본위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벌어진 일이 많지만, 이책은 20세기 말까지만 커버하고 있어 아쉽다. 다시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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