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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1. 10:11

   우리나라의 안철수, 일본의 토루 하시모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파키스탄의 임란 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기성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 각 나라의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과거에 정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관행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권자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http://www.economist.com/node/21563719

Fighting monsters: Political outsiders are challenging Asia’s traditional elites


   일본을 제외하고 민주주의의 역사가 깊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는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되어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욕을 취하고, 반칙을 일삼고, 기업가와 결탁하여 자신들만의 특권 집단을 만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랏돈으로 자식에게 집을 사준 일이나, 부유층이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식을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행태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혼인과 직장 이동을 통해 재벌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것, 국회의원이 되면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것, 판사와 검사는 재벌의 반칙 행위에 대해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면서 국민의 복리보다는 권력 획득에만 관심을 두고 자신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한 통속이라는 느낌.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라니, 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보통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들 사이에도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려 한다.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반칙을 저지른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면 뻔뻔하게 끼어들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흔히 본다. 기업들은 속임수를 써서 고객의 돈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곧이곧대로 규칙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기에 기회만 닿으면 반칙을 저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전혀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성인이거나 아니면 아예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부패와 무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다. 모두들 반칙을 저지르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은 약화되는데, 바로 이것이 후진국인 이유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한다. 능력이 있고, 떳떳하고 정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노력으로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성취한 사람을 찾는다. 안철수 현상은 바로 그러한 갈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므로 사회의 관행과 완전히 동떨어져 행동할 수는 없다. 한국의 중상류층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기에, 안철수도 그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남들이 하는 반칙의 행위에 손을 적셨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 문화가 술 접대를 하지 않고는 일을 성사시킬 수 없는 관행이기에, 안철수도 룸살롱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면서 거래처를 접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군대가 상관이 부하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문화이기에, 안철수도 그러한 군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는 혼자 할 수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정치를 하려면 세력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권과의 타협과 연대 없이 정치 아마추어들만 모여서 선거라는 게임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거가 그렇게 간단한 게임이었다면, 기성 정치인들이 이전투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또한 어떻게든 기성 정치권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과정에서 기성 정치권의 요구에 일정부분 양보할 것이다.

   기성 정치권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들 유권자이다. 유권자들이 그런 정치 관행을 용인하고 표를 통해 지지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정치판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유권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안철수는 기존 유권자들의 관행과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자신들의 좁은 집단 이익을 우선시 하는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전체의 대의를 생각하라는 구호는 별반 설득력이 없다. 사람들은 겉으로 말은 어떻게 하든 자신의 좁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유권자가 변해야 정치가 변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그 반대로, 정치가 변해야 유권자가 변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안철수가 우리나라의 정치판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과거보다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기성 정치권에 충격을 가져오는 신인 정치인의 등장은 성공하던 실패하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권자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듯이 정치권도 한 번에 바뀔 수 없다. 여하간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은 기성 정치권의 관행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민주화 된지 30년이 안되었는데, 이렇게 정치가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이다. 흥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바퀴는 일단 굴러가면 좀처럼 되돌려 후퇴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니,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 기대하며 마음 편히 정치판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