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Shiller. 2019. Narrative Economics: How stories go viral and drive major economic events. Princeton Univ. Press. 287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처음에는 미미하게 시작하여, 점차 세력을 넓혀가다가, 최고조에 도달한 뒤, 점차 세력이 소멸된다. 19세기말 은을 금과 함께 통화로 하자는 bimetalism의 열풍, 1980년대에 세금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세수를 늘리는 길이라는 Laffer's Curve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경제 현상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경제 현상을 촉발하고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한동안의 시간적 격차를 두고 다시 유행하는데, 새로 유행할 때에는 내용이 약간 변형되거나 다른 의미를 담고 퍼진다. 이야기의 영향력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와 무관한 경우도 많다.
저자는 지난 약 이백년 동안 경제와 관련하여 유행한 주요 이야기 9개를 소개한다. 이 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첫째, 패닉 대 자신감 panic vs. confidence. 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은, 사람들이 당시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갖는 감정에 크게 좌우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섞인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퍼뜨리는데, 바로 이것이 소비, 저축, 투자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검소함 대 과시적 소비 frugality vs. conspicuous consumption.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검소한 생활이 장려되는 반면, 경제가 잘 나갈 때에는 과시적 소비를 성취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절제하는 태도는 불황을 더 오래가게 만드는 반면, 과시적 소비는 호황을 촉진시키는 되먹임장치 feedback loop 로 작용한다. 셋째, 노동절약 기계, 자동화,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이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이야기. 19세기 초반 러다이트 운동에서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열풍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기적으로 환기되며, 이는 사람들의 소비를 위축시켜 불황을 가져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넷째, 부동산 버블과 주식시장 버블.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며, 부동산을 사고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흥분시켜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낸다. 주식시장도 비슷하게 이야기가 퍼지고 버블이 형성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1929년의 대폭락과 대공황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에 깊숙히 박혀 있다가 수시로 머리를 내민다. 이외에도 기업가들이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역으로 이용하여 비도덕적으로 큰 이익을 취한다는 이야기, 이기적인 노조가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이야기, 등이 제시된다.
근래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경제현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기제에 변화가 왔다.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취급할 뿐, 사람들의 생각은 무시하였는데,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가 경제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근래 행동경제학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텍스트 분석을 많이 하는데, 이야기가 경제에 미치는 힘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이 현실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산투기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저자가, 자신의 연구 경험을 일반 경제현상으로까지 확대하는 취지에서, "이야기 경제학 narrative economics" 라고 명명한 연구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계량적인 접근을 강점으로 하는 경제학이 그의 아이디어를 실제 연구로 적용하기에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이 책에서도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느슨하게 간략히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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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Buchholz. 2011. Rush: Why we thrive in the rat race. Plume. 244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배경으로, 사람은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다양한 예를 들면서 펼친다.
인간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서로 경쟁을 하며 필요한 자원을 얻고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경쟁을 기피하거나 경쟁에서 거듭하여 패한 사람은 도태되어 우리에게까지 자손을 잇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경쟁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경쟁은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만들며, 성취를 낳으며, 물질 문명의 진보를 가져왔다.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경쟁에 처했을 때 머리가 빨리 돌고 의욕이 넘치며 성취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반면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고, 자신의 행위의 결과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일은 사람들에게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 자존감, 자신의 가치 확인 등을 가져다 준다. 사람들이 경쟁하여 무엇을 성취하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욕망을 버리고, 자조하고, 물러나 관조하고, 자제함으로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인간의 본성과 맞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
이세상의 삶에서 유토피아를 찾으려는 꿈을 버려야 한다. 삶은 긴장과, 도전과, 실망과, 초조함과 안타까움으로 점철되며, 간혹 성취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정상이다. 서로 경쟁을 하면서 이방인과 반복적으로 거래를 하고 협력을 하는 가운데 자본주의가 발달했다. 경쟁이 없다면 새로운 발명이나 제도의 개선은 없었을 것이며, 산업혁명은 없었을 것이며, 인류는 과거와 같이 빈곤과 질곡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이 다람쥐 쳇바퀴와 같고 무한의 경쟁 rat race 에 던져졌다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결핍과 부정의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갔다. 경쟁하는 현대인의 삶이 과거보다 더 살만해진 것은 분명하다. 인류는 경쟁을 통해 진보 progress 했다.
저자는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쓴 것이 분명하다. 경쟁에서 실패하고 좌절에 빠진 사람에 대한 조언이나 동정의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물림되는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경쟁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다는 그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경쟁에서 패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는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이 언제까지나 가만히 죽어지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사회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취하도록 하는 사회이면서, 동시에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을 보듬는 사회이다. 전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후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여하간 이 책은 유머와 활력에 넘치는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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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Akerlof and Robert Shiller. 2009. 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6 pages.
저자들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며,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경제현상에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정이 주요 경제 현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서술한다.
고전 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형을 상정하고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경제모델을 만드는데, 이러한 경제 모델은 현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따라 움직이며, 이익을 계산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케인즈의 뒤를 따라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동물적인 정서" Animal spirits 라고 지칭한다. 경제에 작용하는 다섯가지 주요 감정을 제시한다.
첫째, 자신감 confidence. 자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의 과도한 자신감 때문이며, 경제에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존재하는 이유 역시 자신감의 과다 혹은 결핍 때문이다. 자신감은 피드백 기제를 통해 급속히 증폭, 확산된다. 둘째, 공정성 fairness. 사람들은 이기적 이익만이 아니라 공정성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예컨대 임금이 결정되는 데에는, 단순히 노동의 수요 공급뿐만 아니라 공정성의 감정이 개입한다. 셋째, 부패 혹은 부도덕 corruption.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쉽게 부패와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다. 상대에게 해가 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도모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엔론의 회계부정, subprime morgage에 근거한 자산 유동화와 신용평가사의 태만, 등을 들 수 있다. 넷째, 화폐 환상 money illusion. 화폐의 실질 가치는 명목 가치와 다른데, 사람들은 실질가치보다는 액면가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예컨대 디플레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명목 임금액을 고수하려 한다. 다섯째, 이야기 stories. 사람들은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사정이 어떠한지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아이디어에 의해 움직인다. 예컨대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는 이유는 부동산이 앞으로 계속 오르리라는 주관적 전망, 부동산을 사고 팔아 크게 돈을 번 사람에 대한 소문 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섯가지 인간의 감정은 다음의 중요한 경제 현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해준다. 왜 경제공황이 발생하는지, 왜 중앙은행이 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2007년의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는지, 왜 실업이 발생하는지, 장기적으로 인플레와 실업은 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사람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은 왜 충분치 않은지, 자산 가격과 기업의 투자는 왜 큰 폭으로 변하는지, 왜 부동산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지, 왜 소수자 집단 사람들은 특별히 가난한지.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주장하듯이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움직이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잘 굴러간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의 감정은 시장을 왜곡하고, 비참과 부정의와 분노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를 통해 경제에 작용하는 인간의 감정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수리경제학 분야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후, 행동경제학 분야로 관심을 옮겨서 이 책을 썼다. 감정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감정이 경제에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엄밀한 인과 모델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저자들 또한 인정한다. 문제는, 버블이 언제 터질지, 호황이 언제 불황으로 바뀔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엄밀한 모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여하간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흥미있는 읽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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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2015. 국가는 왜 싸우는가: 전쟁과 평화의 경계에서 마주한 질문. 사회평론아카데미.299쪽.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국제정치 이론을 관련 사례와 함께 서술한 소개서이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제 1부에서는 주권국가의 등장과 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현실주의 realism 정치이론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세력 균형, 자강 대 동맹 전략을 비교한다. 제2부에서는 국제 분쟁을 설명하는 이론을 소개한다. 상대와 자신의 힘과 의도에 대한 오인, 이웃 나라와 오랜기간 이어온 쟁점, 국가들 간 상대적인 힘의 변화, 국내정치적 요인, 정체성 문제, 등이 전쟁을 발생시키는 요인다. 3부에서는 국제협력을 자유주의 liberalism 정치이론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패권국이 주도하는 질서, 경제적 상호의존, 민주주의 체제의 평화 선호, 등이 국제협력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4부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 팬데믹 및 기후변화, 등, 개별 국가의 경계를 넘는 초국가적 도전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국제정치 환경을 간략히 검토한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와 강의의 경험이 농축된 산물이다. 근래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과 국제정치의 이슈, 한국의 상황을 풍부하게 예로 들면서 국제정치 이론의 이해를 높인다. 한국의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국제정치이론이 강대국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간, 저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반드시 한국의 상황과 관련하여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이러한 질문들이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히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의 한국을 살아가는 국제정치학자로서 저자의 의견을 덧붙였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제정치 이론의 전체적인 윤곽을 쉽게 파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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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스튜어트(장영재 옮김). 2020.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 확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해온 수학의 역사. 북라이프.445쪽.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확률과 통계를 적용하여 불확실성을 계측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확률이론은 도박사들에 의해 창안되어, 통계이론으로 발전했으며, 불확실성을 계측하고 예측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동전던지기와 이항분포, 계측의 오차에 대응하는 최소제곱법, 상관관계, 베이지안 정리를 이용한 추론의 향상, 카오스 이론과 불확실성의 확장, 확율적인 기상예보, 의료 연구에서 확율적 의사결정 모형, 자산 가격의 예측에 적용되는 확율 모형, 양자 역학의 불확실성, 몬테카를로 기법, 등등,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전 영역에 걸쳐 확율 모형을 사용하여 불확실성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이 책은 수학적으로 복잡한 개념을 일반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서 저자의 논리적 서술을 따라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룬 때문도 있겠고, 번역의 한계도 한 원인이다. 개념이 쉬운 부분은 번역한 글이 무리없이 이해되나, 설명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두세번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제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데, 한국말 번역의 전달력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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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핸드 (전대호 옮김). 2016.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더퀘스트. 302쪽.
저자는 통계학자이며, 이 책은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일들이 주위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이유를 확률 이론을 동원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은 일들에 접하면 무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저자는 이러한 많은 경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그리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불가능해보이는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섯 가지 수학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필연성의 법칙이다. 일어날 확율은 낮지만 논리적으로 가능한 경우는 반드시 언젠가 어디에서 누구에겐가는 일어난다. 예컨대 특정인이 로또에 당첨될 확율은 낮지만, 특정 회차에 가능한 일련번호 중에 하나는 반드시 당첨된다. 둘째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아주 큰 숫자의 표본을 뽑으면 아주 작은 확율의 사건도 일어난다. 예컨대 특정인이 벼락에 맞을 확율은 낮지만, 지구의 70억 인구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벼락에 맞는다. 또다른 예로는, 네잎 클로버를 찾을 확율은 낮지만,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찾아 헤메면 누군가 언젠가는 반드시 발견한다.
셋째는 선택의 법칙이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선택을 하게 되면 일견 매우 드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회사의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직후에 주가가 폭등하여 큰 이익을 얻는 경우, 그들이 주가의 변이를 보고 사후적으로 스톡옵션 행사일을 지정하지 않았나 의심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는 화살을 벽에 쏜다음에, 벽에다 화살 주위로 과녁을 그리면 백발백중의 사수가 된다. 넷째는 확율 지렛대의 법칙이다. 사건이 발생할 조건을 약간만 바꾸어도 사건의 발생 확율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금융시장이 크게 폭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 시장을 왜곡시키는 시장 행위가 존재한다면 조그만 불균형에도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 또다른 예로는, 특정인이 벼락에 맞을 확율은 낮지만, 벼락이 칠 때 야외에 있어야 하는 직업 환경이라면 벼락 맞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다섯째는 충분히 유사함의 법칙이다. 특정 사건과 유사한 범위를 넓게 잡으면, 두개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확율이 크게 높아진다. 예컨대 두 가까운 친지가 몇년을 사이에 두고 열차 사고로 사망한 경우, 가까운 친지의 범위를 넓게 잡거나 두 사건 사이의 기간을 넓게 잡으면, 우연의 일치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에서는 이러한 다섯가지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좌우하는 법칙이 중복하여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가능해보이는 우연의 일치가 발생할 확율이 실제는 그리 낮지 않다.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우연의 일치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여러 원칙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확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즉 많은 일에는 어느 정도의 우연이 작용한다는 명제는 참이다. 사람들은 우연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대하게 상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편향 때문에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예컨대 긍정 편향 affirmation bias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유사한 견해나 사건을 더 잘 기억한다. 사람들은 확실함을 원하기 때문에, 확율적인 세상에서 확실한 패턴을 찾고자 노력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접할 때, 일견 우연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접할 때 사람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 확율, 두 사건이 잇달아 일어날 확율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알려고 노력한다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통계학자로서의 내공과 연구 경력이 잘 묻어난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추상적인 이론의 설명력을 높였다. 후반으로 가면서 번역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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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Duhigg. 2012.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Random House. 274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습관이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의 두뇌는 최소한으로 일하려 한다. 오랫동안 반복하여 익숙해진 습관은 두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러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기는 매우 힘들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많은 일들은 습관에 의해 작동된다. 습관이 작동하는 기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특정 행위를 유발하는 사건이나 상태(cue), 습관적 행동(routine), 그러한 행동으로 얻게되는 보상(reward)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큐를 만나면, 행동을 하며, 보상을 얻는다.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습관을 고치려는 의지(will power)를 가지고 습관의 구성부분을 분석적(analytically)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이 고치려고 하는 습관을 유발하는 큐와 보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단계이다. 그러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행동 찾아보기, 습관적 행동을 유발하는 큐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기존의 습관으로 얻는 보상을 대체할 다른 보상을 찾기, 등이 분석적 접근법이다. 이렇게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얻으려고 습관적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습관적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습관을 고치려면, 대안 없이 중단할 수는 없으며, 새로운 습관으로 대치하여야 한다.
습관은 개인의 행위 수준에서뿐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의 수준에서도 존재한다. 조직의 문화는 습관의 다른 이름이다. 사회의 규범 역시 습관과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조직이나 사회의 나쁜 문화와 규범을 바꾸려면, 새로운 좋은 것으로 대치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는 본인의 나쁜 습관을 깨닫고, 이것을 고치려고 하면서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 주제의 연구서를 읽고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분석의 깊이가 얕으며, 이야기의 전개가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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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idel, Walter. 2019. Escape from Rome: The Failure of Empire and the Road to Prosperity. Princeton Univ. Press. 527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왜 서구가 세계를 앞서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중국과 비교하면서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저자의 설명의 핵심은, 로마 제국이 망한 이후 서구 유럽은 여러 국가로 쪼개졌으며 (fragmentation),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세력들 사이에 권력이 분산되면서, 다양한 주체들간에 경쟁과 타협이 이루어지고, 기득이권과 관행을 지키기보다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제도적 인센티브 시스템이 들어서게 된 데 있다.
서구 유럽의 전 역사를 통털어, 로마 제국은 유일하게 전지역을 통괄하는 단일 권력체였다. 로마가 망한 후 유럽에는 로마에 필적할만한 단일 권력체가 들어서지 못했다. 반면 중국에는 한 제국의 멸망이 다른 제국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지역을 총괄하는 단일 권력체가 꾸준히 지배하였다. 단일 권력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생기지 않고, 안정과 전통을 중시하는 이념이 지배한다. 중국에서는 땅에 붙박힌 농업과 지주층을 중시한 반면, 움직이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는 상업과 공업을 억눌렀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부의 출현은 엄격히 통제되고 제한되었다. 중앙의 정치체가 모든 권력, 부, 이념을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성공하는 길은 권력과 결탁하여 관료와 지주가 되는 길밖에는 없었다.
반면 서구 유럽에서는 로마가 망한 후 각 지역은 뿔뿔히 흩어졌으며 단일 정치체로 권력이 모아지지 않았다. 세속 권력체들의 분열에 더하여, 세속 권력에서 독립된 기독교 권력이 성장하였다. 각 정치체들은 서로 치열히 경쟁하였으며, 경쟁에 우위를 가져올 좋은 제도나 관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존의 관행에 기반을 둔 기득이권 집단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럽의 분열된 사회는 변화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한 국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국가는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패하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성과를 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를 찾는 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서구 유럽에서 중국이나 인도/중동 등과 달리 로마가 망한 후 전지역을 포괄하는 단일 정치체가 들어서지 못한 데에는 지정학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중앙아시아의 대초원 지역에는 막강한 기동력과 무술을 보유한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수시로 주변에 있는 농업 정착 민족을 침탈했다. 농업 정착민족은 생산력은 높지만 무력에서는 이들에 뒤지기 때문에, 유목민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하여, 중국, 인도/중동에는 강력한 권력으로 막강한 자원을 동원하는 정치체가 지배하였다. 반면 서구 유럽은 대초원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유목민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었다. 또한 유럽은 중국과 달리 지리적으로 산맥, 강, 해안선이 복잡하여 전지역을 통괄할 수 있는 정치체의 출현이 방해받았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주변에 있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상공업이 발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유럽 권력의 중심지인 프랑스나 합스부르크 독일/스페인에서는 기득 이권과 기존 이념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서기 어려웠다. 유럽에서는 국가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상공업은 장려되고 상공업자들은 정치인에 비견할 권력을 획득하였다. 상공업자들은 왕과 귀족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할 의회를 만들었으며, 지식인과 기술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을 길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주하였다. 왕과 귀족, 상공인, 지식인, 종교인 등이 권력을 분점하면서 서로 조정하고 타협하는 제도가 자리잡았다. 단일 권력체와 이념이 전 지역을 지배하는 중국과는 전혀 달리, 유럽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지식 등 모든 면에서 파괴적 혁신 distructive innovation 의 역동성이 지배하였다.
저자는 로마의 영광을 칭송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로마의 멸망과 이후 이에 필적할 강국이 유럽에 출현하지 못한 것이 유럽의 성공, 나아가 인류 전체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권력의 분열과 경쟁은 많은 갈등과 파괴와 인명의 희생을 낳는다. 그러나 중국의 평화와 안정은 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에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지 못했다. 변화에는 희생이 따르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논의를 모두 포괄하는 대단한 분량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저자의 노력과 통찰력과 서술 능력에 감탄을 거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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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Thaler. 2015.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 Economics. W.W.Norton. 358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학문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그의 개인적인 지적 여정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며, 이 학문 분야의 발달 과정을 주요 이슈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그는 행동 경제학의 대부로서, 이 학분 분과가 어떻게 시작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서술한다.
경제학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상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은 효율을 중시하며,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이유로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박사 과정생 시절부터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는 전제가 실제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에 흥미를 가졌다.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 유의미한 패턴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출발한 행동경제학자인 칸네만과 트베르스키와의 만남은 그의 이러한 의심을 학술 활동으로 구체화하는데 크게 작용하였다.
첫번째로 그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 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것에 대해서 자신이 그것을 소유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그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긴다. 이는 동일 물건은 시장에서 동일 가치를 가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명제에 어긋난다. 그는 다양한 실험과 실재 상황을 통해 그의 주장이 맞음을 증명한다. 이 주제 이외에도 여러 흥미 있는 이슈들이 소개된다. 사람들이 사용처에 따라 심리적으로 계정을 구분하여 돈을 운용하는 현상(mental accounting), 공정성을 고려하면서 효율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현상,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가치가 반드시 대상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현상, 프로 스포츠 업계에서 선수를 스카웃할 때 팀에게 최고의 승률을 가져오도록 결정하지 않는 경향,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소홀히 하는 성향 등이다.
저자가 쓴 책인 "Nudge" 은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여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먼 미래에 닥칠 위험에는 비중을 적게 두기에 미리 대비하는 행위를 소홀히 하며, 당장의 소비를 저축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결국 노년이 되면 궁핍에 빠지게 된다. 직장에 들어갈 때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을 '기본 선택 default' 항목으로 하여 자동 가입되도록고, 미래에 임금이 오르면 오르는 부분의 일부를 자동으로 더 많이 저축하도록 연금저축을 설계함으로서, 심리적 저항감 없이 사람들의 노후 대비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낸 뒤 영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너지 효과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정책으로 개발하는 팀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후 그의 아이디어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행동경제학은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가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성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완벽한 설명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정도나 맥락은 다양하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의 현실 정합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행동경제학이 해야할 일은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언제 어떻게 특정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는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적인 학술 연구 활동으로 발전시켰는지,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아이디어를 낳았는지 등을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행동경제학에 대해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학술 연구 활동이란 것이 무엇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노벨상을 수상한 한 분야의 대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으며,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읽은 드문 책이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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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와프닉. (김보미 옮김). 2017. 모든 것이 되는 법: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웅진 지식하우스. 231쪽.
저자는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이며, 이 책은 한가지 전문 직업에 종사하기보다 여러 가지 다른 성격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논의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성인이 되어서까지, 무엇을 하면서 살지에 관해 생각할 때, 한가지 전문 분야에 자신을 몰입하여 사는 삶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천성적으로 한가지에 관심을 고정하지 못하고, 다양한 관심을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전전하도록 생겨먹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가지 관심, 한가지 직업에 일생을 매몰하라는 사회적 요구는 큰 심리적 육체적 갈등을 유발한다.
다양한 관심과 일을 하면서 살도록 생겨먹은 사람은, 그러한 자신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관심을 가진 사람은 한가지도 제대로 못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그러한 사회적 통념을 무시해야 한다. 다양한 관심과 일을 하는 것은 한가지 전문 분야에 매진하는 것과 비교해 강점이 있다. 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창의적 방법을 만들 수 있으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로운 분야를 더 빨리 배우며, 변화하는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하는 사람은 일생 한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보다 전문성이 덜하며,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로 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기질에 따라 사는 대신에 깊이있는 전문성을 희생해야 한다.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한다면 유의해야 할 점이 세가지 있다. 첫째는, 어떻게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것인가이다. 자신이 관여한 여러가지 일 모두에서 돈을 벌기를 기대하기보다, 돈을 버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혼합된 것이 좋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돈을 벌 수 없다면,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사는 것은 일단 보류해야 한다. 둘째, 여러가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서 그리하는 것일텐데,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 자신의 삶 전체로 볼 때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아무리 일시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특정한 일에 자신을 헌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관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을 압도하여 지치게 하지 않도록, 다양성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일을 하는 몇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는 여러가지 관심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몇가지 일을 스위치하면서 동시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한가지 일을 주로 하되, 다른 관심은 부차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일부 할애하여 간여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매번 한가지 일에 전적으로 몰두하되, 순차적으로 새로운 일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 네가지 중 어느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낭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꾸준히 참고 일을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특정한 사람의 기질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의심스럽다. 다양한 관심을 추구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칼 맑스가, 아침에 일하고 오후에 낛시하고 저녁에 독서하는 삶을 가장 인간적인 삶으로 그리지 않았던가. 일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일에 숙달하는 데 많은 지식과 오랜 훈련이 필요하고, 일을 제대로 하려면 큰 헌신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 산업사회는 전문화와 분업의 결과 높은 생산성을 거두고 지금의 풍요 도달했다. 자신의 관심이 흘러가는 대로 재미와 의미를 찾으면서 사는 삶을 지향한다면, 엄청나게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풍요하게 살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다기능인의 예로 든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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