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택. 2018. 90년생이 온다. 웨일북. 336쪽.
저자는 기업체에서 인사관리 업무에 종사했으며, 경영관련 작가로 활동한다. 이 책은 1990년대에 출생하고 2000년대에 들어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의 성향을 구세대와 대비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서술한다.
한국에서 199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였다. 한국이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높아진 시기에 성장했으며, 민주화된 이후에 성장했으며, 출생율이 급격히 떨어져 한명 내지 두명의 아이를 가진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권위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구세대와 달리, 이들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1997년의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평생고용의 관행이 사라지면서, 조직에 충성하고 과거의 관습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개인의 역량 개발과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복잡한 것보다 간단하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며, 재미 없는 것을 참지 않으며,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것보다 솔직함을 선호한다. 과거 세대와 구별되는 이들의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성향은, 직장에서는 물론 소비 행동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의 상이한 가치관은 온라인 문화와 결합하여, 과거 세대와 다른 사고와 행동 특성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저자의 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독서과 주변 관찰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켓팅 업계에서 시작된 세대 담론이 그렇듯이, 깊이있는 설명은 없지만 가볍게 세상 변화에 대한 감을 제공한다.
시어도어 그래이 (꿈꾸는 과학 옮김). 2015. 세상을 만드는 분자. 다른 출판사. 231쪽.
저자는 과학 저술가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물건의 화학적 특성을 분자식과 사진을 곁들여 흥미롭게 설명한 도감이다. 산과 염기, 유기화합물과 무기물의 차이, 물과 기름, 극성과 무극성, 비누, 섬유, 광석, 진통제와 마약, 당류, 인공감미료, 방향제, 염료, 독성 물질, 식품첨가제, DNA, 등을 다룬다. 저자의 풍부한 화학 지식을 종횡무진으로 구사하면서, 세상을 화학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 재미있는 그림 책이다.
배나무 책 목록(50권), 2024.2.2. ~ 2025.1.19.
1. Edmund Russell. 2011. Evolutionary History: Uniting History and Biology to understand life on earth. Cambridge Univ. Press. 165 pages.
2. Richard Sennett. 2006. The Culture of New Capitalism. Yale University Press. 197 pages.
3. Ray Fishman and Tim Sullivan. 2016. The Inner Lives of Markets: How people shape them -and they shape us. Public Affairs. 182 pages.
4.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이영래 옮김). 2024. 인생의 의미 (Seven meanings in life). 더퀘스트. 305쪽.
5. Michael Sandel. 2022. Democracy's Discontent. Belknap. 341 pages.
6. Jordan Ellenberg. 2014.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matical thinking. Penguin books. 437 pages.
7. 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8. 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2.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How Music Works). 뮤진트리. 318쪽.
9. Daniel Levitin. 2006. This is your brain on music: the science of a human obsession. Plume. 267 pages.
10. 마크 E. 윌리엄스 (김성훈 옮김). 2017(2016). 늙어감의 기술: 과학이 알려주는 나이드는 것의 비밀. 현암사. 348쪽.
11. 크리스토프 드뤼서 (전대호 옮김). 2009(2015). 음악본능: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해나무. 466쪽.
12. David Tuckett. 2011. Minding the Markets: An Emotional Finance View of Financial Instability. Palgrave Macmillan. 206 pages.
13. Dieter Helm. Net Zero: How We Stop causing climate change. William Collins. 240 pages.
14. 시어도어 그레이. 2010. 세상의 모든 원소 118. 영림카디널. 235쪽.
15. Robert Jourdain. 1997. Music, the Brain, and Ecstasy: How music capture our imagination. Avon Books. 333 pages.
16. Wayne Leighton and Edward Lopez. 2013. Madmen, Intellectuals, and Academic Scribblers: The Economic Engine of Political Change. Stanford University Press. 190 pages.
17. 키트 예이츠. 2019.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웅진 지식하우스. 356쪽.
18. 전봉근. 2023. 한반도 국제정치의 비극: 동북아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박영사.444쪽.
19. Daniel Levitin. 2014. The Organized Mind;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Dutton. 383 pages.
20. 키트 예이츠 (노태복 옮김). 2023. 어떻게 문제를 풀것인가 (How to expect the unexpected). 웅진지식하우스. 494쪽.
21. Eric Hobsbawm. 1975. The Age of Capital (1848~1875). Vintage Books. 308 pages.
22. John Ikenberry. 2020. A World Safe for Democracy: Liberal Internationalism and the Crisis of Global Order. Yale University Press. 311 pages.
23. Eric Hobsbawm. 1962. The Age of Revolution: 1789-1848. Vintage. 308 pages.
24. John Mearsheimer. 2014(2001). Tradegy of Great Power Politics. W.W. Norton. 411 pages.
25. 김경렬. 2009. 화학이 안내하는 바다탐구. 자유아카데미. 463쪽.
26. Gerd Gigerenzer. 2022. How to stay smart in a smart world: Why human intelligence still beats algorithms. Penguin Books. 247 pages.
27. Satoshi Kanazawa. 2012. The Intelligence Paradox: Why the intelligent choice isn't always the smart one. John Wily & Son. 208 pages.
28. Nicholas Christakis and James Fowler. 2009. Connected: How your friends' friends' friends affect everything you feel, think, and do. 2009. Little, Brown Spark. 306 pages.
29. Gerald Davis. 2009. Managed by Markets: How finance reshaped America. Oxford University Press. 255 pages.
30. Phillip Tetlock. 2005. Expert Political Judge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Princeton University Press. 238 pages.
31. Daniel Markovits. 2019. The Meritocracy Trap: How America's foundational myth feeds inequality, dismantles the middle class, and devours the elite. Penguin Press. 286 pages.
32. 데스번드 모리스 (이규범 옮김). 2017(1985). 바디 워칭. 범양사. 312쪽.
33. 엔도 슈사쿠. (공문혜 옮김). 1982(1966). 침묵. 홍성사. 295쪽.
34. Eric Hobsbawm. 1994. The Age of Extremes: A History of the World, 1914~1991. Vintage Books. 585 pages.
35. 이나가키 에미코 (박정임 역). 2022.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알에이치코리아. 227쪽.
36. Monty Lyman. 2021. The Painful Truth: the new science of why we hurt and how we can heal. Bantam Press. 218 pages.
37. J. Bradford DeLong. 2022. Slouching Toward Utopia. Basic Books. 536 pages.
38. DK 식물 편집위원회 (박원순 옮김). 2020. 식물 대백과사전. 사이언스 북스. 343쪽.
39. Hein De Haas. 2023. How Migration Really Works: the facts about the most divisive issue in politics. Basic Books. 372 pages.
40. Robert Tignor, et al. 2011. Worlds Together, Worlds Apart, book 1. 3rd ed. W.W. Norton. 361 pages.
41. 와다 하루키. (김동연 옮김). 2022. 80세의 벽. 한스 미디어. 221쪽.
42. Leonard Mlodinow. 2018. Elastic, Unlocking your brain's ability to embrace change. Vintage books. 220 pages.
43. 리타 카터 (장성준, 강병철 옮김). 2020(2019). 인간의 뇌. 김영사. 249쪽.
44. Paul Krugman, Maurice Obstfeld, and Marc Melitz. 2012. International Economics, Theory and Policy. 9th ed. Pearson. 690 pages.
45. 구마겐고 (이정환 옮김). 2020.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무생각. 291쪽.
46. Ezra Klein. 2020. Why We're Polarized. Avid Reader Press. 282 pages.
47. Robert Tignor, et.al. 2011. Worlds Together, Worlds Apart. Vol 2. From 1000 CE to the Present. 3rd ed. W.W. Norton. 481 pages.
48. 필립 볼 philip Ball. (조민웅 번역). 2019. 자연의 패턴: 필립 볼의 형태학 아카이브. 사이언스 북스. 283쪽.
49. Sheldon Solomon, Jeff Greenberg, and Tom Pyszczynski. 2015. The Worm at the Core: On the Role of Death in Life. Penguin Books. 225 pages.
50. Ashoka Mody. 2023. India is Broken: A People Betrayed, Independence to Today. Princeton University Press. 411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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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und Russell. 2011. Evolutionary History: Uniting History and Biology to understand life on earth. Cambridge Univ. Press. 165 pages.
저자는 환경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이 자연 세계에 영향을 미쳐 자연세계가 진화해왔으며, 거꾸로 자연 세계가 인간의 진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이 유발시킨 진화는 anthropogenic evolution 은 인간이 아닌 자연세계는 물론 인간 자신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은 의도적으로 intentionally, 혹은 인간이 의도하지 않는 와중에 자연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동물과 식물의 진화를 가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동물을 길들이고, 인간을 위해서 유용한 형질의 식물을 발전시킨 것이다. 또한 인간은 많은 동식물을 멸종시켰다. 인간이 길들인 동식물은 거꾸로 인간사에 영향을 미쳤다. 식물을 길들임으로서 가능해진 농업은 이후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어업과 수렵은 주로 몸집이 큰 규모의 생물체를 잡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몸체의 생물들만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종 내에서도 몸체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진화를 가져왔다. 아프리카에서 상아채취를 위해 코끼리를 대량으로 살육한 결과, 현존 코끼리 중에는 상아가 없는 형질이 지배종으로 자리잡았다.
인간과 병충해간 영향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함께 진화하는 과정 coevolution 이 전개되었다. 인간이 만든 항생제와 농약에 대응하여 병원균과 해충은 이것에 저항성을 갖는 새로운 형질을 진화시켰으며, 인간은 이것들의 출현에 대응하여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면역 형질을 발전시켰다. 병원균 및 해충과 인간 사이의 상호적인 진화의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전개될 것이다.
서구에서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에는, 그 이전 오랫동안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들이 선택적 교배 selective breeding 를 통해 만들어낸 장섬유 면화종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전까지 구대륙에는 인도와 이집트에서 재배된 단섬유의 면화종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산되는 단섬유는 기계화에 적합치 않았다. 요컨대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입된 장섬유는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필요조건이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이외의 자연세계 사이에 공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주장한다. 진화역사학 evolutionary history 이라는 환경 역사학의 한 하위 영역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인간이 아닌 자연세계에 미친 인간의 진화적인 영향은 사례가 많으나, 거꾸로 자연세계에 의해 인간이 진화한 부분에서는 근래에 전개된 사례가 적다. 특정 형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후손을 남겨야 인간의 진화가 전개될 텐데, 근대에 들어 집단간 출생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인간의 진화는 어떻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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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Sennett. 2006. The Culture of New Capitalism. Yale University Press. 197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1980년대 이래 미국사회문화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그린다. 세계화와 자동화의 흐름 속에서 다수의 미국인들은 불안한 상태이다. 일자리는 불안정하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얕으며, 자신의 일에 대한 진지함이 결여된 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1980년대이래 기업들이 효율성과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일자리의 안정성과 인간적인 따뜻함은 사라졌다. 장기적인 관점과 계획은 단기적인 실적과 끊임없는 변화(perennial churning)로 대체되었다. 1960년대까지 미국 사회를 지배하던 강고한 관료체제의 인간성을 질식시키는 정체된 문화 대신에, 불안정하고 피상적인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기업은 수시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노동자의 일자리는 불안정해졌으며, 조직에 대한 노동자의 충성과 헌신 또한 사라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일의 자동화가 전개되고, 조직이 슬림화되고, 과거에 존재하던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하거나 없어졌다. 오랜 경험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으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자동화와 함께, 개발도상국 노동자들과 능력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선진산업국에서 자신의 노동 가치가 쓸모없어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품게 되었다. 수시로 조직과 사람이 바뀌기에 노동자들 사이의 관계는 얕으며, 조직의 보호가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은 각자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장인적 기술 craftmanship 은 사라져버리고, 피상적이고 낮은 수준의 기술만이 남게 되었다. 일부 전문직을 제외한다면, 일 자체가 좋아서 깊이 파고 드는 식으로 몰두하는 것은 이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일에서 삶의 의미와 따뜻한 인간관계를 찾지 못하며,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하였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가족과 학교 등의 네트워크 덕분에 수시로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며 풍요롭고 인간적으로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는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족과 직장의 네트워크가 사라진 환경 속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야 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는 1960년대 신좌파 New Left 대학생들이 관료제의 부조리에 저항했듯이, 지금의 미국인들도 이러한 사회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비평가로서 거시적인 사회비평을 할 뿐, 구체적인 문제의 진단과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엄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아니라, 인상적인 스케치에 머물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래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변화의 시기를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과거의 삶의 방식을 그리워하면서 현재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삶의 방식이 다가올지에 관해서는 별반 아이디어가 없다. 앞으로 100년후에 사람들은, 마치 현재의 우리가 1800년대 후반 사회를 대하듯이, 21세기 초반의 사회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100년후의 미래의 삶의 방식을 안다고 하면서 글을 쓴다면,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일 것이다. 19세기 중반 사람들이 20세기 후반에 어떻게 살지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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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Fishman and Tim Sullivan. 2016. The Inner Lives of Markets: How people shape them -and they shape us. Public Affairs. 182 pages.
저자들은 경제학자와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시장과 관련된 경제학계의 주요 아이디어들을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과 적용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아담스미스가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한정된 자원의 생산과 배분을 조정한다고 지적한 이래, 20세기에 들어와 구체적으로 시장의 작동원리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1950년대에 케네스 애로우 Arrow 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수리적으로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이후 애컬로프 Akerlof 는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시장이 붕괴되는 현상을, 중고차 거래 시장의 예를 들어 제시하였다.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상품(lemons)이 질이 좋은 상품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때문에 결국 시장이 붕한다. 시장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에 대응하여, 구매자에게 추가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를 덧붙임으로서 시장이 작동할 수 있게 한다.
노동시장에는 '신호 이론' signal theory 이 작동한다. 고용주는 구직자의 진실한 노동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대리 지표를 사용하여 구직자의 노동 가치를 평가한다. 학력과 같은 자격증 credentials 은 바로 이런 대리적인 가치 지표로 활용된다. 광고주가 자사의 상품 광고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광고주는 광고의 비싼 비용이라는 대리적 신호를 통해 상품의 고급성을 잠재 소비자를 설득한다.
'경매 시장' auction market 과 관련하여 경제학자 Vickery 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경매에서 최고가를 써서 경매를 따낸 사람에게 차점자가 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디자인이다. 이렇게 하면, 경매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경매 대상의 가치를 주저없이 써내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경매 참가자들 사이에 공모 collusion 가 있을 때, 이런 경매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플랫폼 시장 platform market 은 서비스의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에 자연 상태에서는 매칭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일 때 조성되는 시장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구매자가 많을수록 시장의 가치가 높아지지만, 닭과 달걀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공급자가 적으면 구매자가 참여하려하지 않고, 구매자가 적으면 공급자가 참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일정 규모 이상 시장에 참여하도록 시장 디자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초중고생들의 학교를 배정하는 문제는, 구매자와 공급자 각각의 선호를 만족시키면서 어느 누구도 더 나은 선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매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문제이다. 이는 의사 수련생과 수련 병원을 매칭하는 문제, 법률서기 지원자를 판사와 매칭하는 문제, 졸업 무도회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참가자를 매칭하는 문제, 등과 유사하다. 이러한 문제는 "defferred acceptance algorithm"을 적용하여, 각자 선호의 우선순위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순연하여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하여 집단적으로 최선의 매칭에 도달할 수 있다.
시장은 희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만들어 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가격기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인간의 장기를 원하는 사람과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을 매칭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장기의 수요공급을 시장 원리에 맡긴다면 희소 자원의 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되겠지만, 사람들의 윤리 관념이 인간의 장기에 가격을 매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이익, 착취, 불평등 현상을 낳지 않으면서, 시장기구에 의해 효율적으로 희소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질 수있다. 무료로 식량을 기증하는 기관과 푸드 뱅크를 연결시키는 일을 시장 기구를 통해 수행되게 하는 것이다. 시장기구와 점수 credit 시스템을 적용하여, 각 푸드 뱅크가 각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필요한 기증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시장 기구가 반드시 불평등과 부정의을 낳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성향을 바꾸어 놓는다.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은 공동체 관계의 참가자에 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보듯이, 시장 참가자 각각이 최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돌보면, 전체의 복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시장은 참여자들 사이에 불평등을 낳는다. 시장은 적절하게 규율될 때에만 제대로 돌아간다. 부작용은 있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희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수행하는 데 다른 어느 시스템보다 낫다.
이 책은 경제학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경제학 이론은 대부분 많이 알려진 것인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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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이영래 옮김). 2024. 인생의 의미 (Seven meanings in life). 더퀘스트. 305쪽.
저자는 노르웨이의 문화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그가 암을 겪고 난 후에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서술한 수필집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대 도시 산업사회의 삶이, 경쟁, 효율, 속도, 풍요, 환경파괴, 발전, 기술, 개인주의, 등에 매진하고 있는데, 진정한 삶은 이것의 반대, 즉 관계, 조화, 느림, 결핍, 자연 속에서, 균형, 전통, 집단,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생의 의미는 남과, 세상과, 과거 및 미래와, 자아보다 큰 무엇과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체계적인 서술보다는, 저자의 머리속에 스쳐지나는 감흥과 독서의 기억들을 비체계적으로 망라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노르웨이의 환경주의자다운 발상과 서술 방식이다. 글쎄 지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그가 현지조사를 하고 곳곳에서 인용하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부족 사람들의 삶을 저자가 직접 살아볼 의향이 정말 있는지 묻고 싶다. 서구 선진 산업국에 살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보는 인류학자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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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andel. 2022. Democracy's Discontent. Belknap. 341 pages.
저자는 사회철학자이며, 이 책은 민주주의 정치 원리와 자본주의 시장 원리 간에 긴장관계가 미국 역사에서 건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시민의 자율적 통제(self-government)와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community virtue)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는 미국에서 19세기 말까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확장을 견제하면서 시민 공화주의 (Civic republicanism)를 지켜 왔다. 그러나 이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해 중립적(neutral) 태도를 취하게 되었으며, 경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오로지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치중하게 되었다.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주의 경제의 힘이 정치를 압도하게 되었다. 세계화된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분노가 쌓였으며, 급기야 엘리트에 반기를 들고, 대중 영합주의 정치인의 솔깃한 선동에 휩쓸렸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 잡으려면 시민의 참여와 도덕을 회복하기 위해 정치가 경제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건국 초기 정치 지도자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적 통제권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조업보다는 농업을, 대기업보다는 소규모 자영업을 선호하였다. 이러한 이상은 19세기 산업화와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현실에 부딛쳐 지키기 어려워졌지만, 산업화 과정 속에서도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을 제안했으며, 정부는 대기업의 집중이 커지면 일반 노동자와 시민의 통제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기업 집중과 독점을 막으려 했다. 요컨대 19세기 말까지 미국의 정치권은 노동의 의미와 시민의 자율적인 통제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를 견제하려 하였다.
20세기 들어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에서 노동의 의미는 단지 임금을 받고 소비를 하는 측면만 부각되었다. 노동은 삶의 중심이며 인간성을 함양하는 역할을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노동자란 생산의 부속품에 불과하며, 노동이란 오로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경제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노동자는 자신의 일의 과정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자율적인 통제권을 상실한 채, 수동적인 존재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일에서 의미를 찾기 보다는 소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세계화가 진행된 결과 미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들은 이러한 번영에서 제외되었으며, 자신의 일터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화를 통해 날개를 단 엘리트와 일반 노동자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엘리트들은 구제금융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면책받은 반면, 일반인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것을 보고, 그들은 마침내 Occupy Wallstreet movement, Teaparty movement 등의 사회운동을 통해 엘리트와 이들이 구축한 금권정치 구조에 분노를 표출했으며, 기성 정치체제에 반기를 드는 발언으로 선동한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되려면, 일반 노동자의 분노를 초래한 원인에 대응해야 한다. 일반 노동자에게 노동의 의미와 삶의 통제권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정치가 경제를 변화시켜야 한다. 자본의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쫒는 경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우선시하는 경제 쪽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정치가 개입해야 한다.
이책은 사회과학적 접근이 아니라 사회철학적 접근을 한다. 정치인의 발언과 생각을 주로 인용하면서, 규범적인 논의를 주로 한다. 일이 왜 그렇게 전개되었는지, 저자의 주장이 실현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미국의 국내 정치 맥락에서 문제를 진단하는데, 세계화와 함께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미국 국내 정치의 필요에 따라 미국 경제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자는 미국 노동자의 입장에서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세계인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화를 통해 엄청난 규모로 빈곤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평가가 더 타당하다. 미국 노동자의 어려움과 세계인의 빈곤 퇴치라는 세계화의 양면을 균형있게 봐야 하지 않을까? 중복된 서술이 많아 읽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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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Ellenberg. 2014.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matical thinking. Penguin books. 437 pages.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세상사를 이해하는 데 수학적 사고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양한 예를 통해 입증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선형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데 익숙하다. 즉 가 증가 혹은 감소하면 B가 비례적으로 증가 혹은 감소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형적이지 않은 관계가 적지 않다. 예컨대 세율과 세수의 관계는 곡선의 관계이다. 국지적으로 보면 선형관계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곡선의 관계인 경우도 있다. 집합적으로는 선형관계이지만, 그 집합의 부분 범주에 한정하면, 선형관계가 아닌 경우도 있다. 상관도는 선형 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여러 변수들 간의 관계가 복잡할 경우, A와 B가 선형 관계이고, B와 C가 선형관계이나, A와 C가 관계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우리의 상식에 맞지 않지만, 의학 분야에서는 자주 발생한다.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확률의 사건이라도, 언젠가 어디에서 누구에겐가는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매우 드물게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추론하는 것은 오류이다. 통계 추정(inference)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을 귀무가설(null hypothesis)로 설정하고, 현실에서 그 귀무가설과 반대되는 사건, 즉 대립 가설(alternative hypothesis)을 접하게 될 때, 그 귀무가설을 기각하고 대립 가설을 채택한다. 이때 이러한 판단이 오류일 가능성을 유의도(p-value)라 하는데, 유의도를 낮게 잡으면 잡을수록, 다시말하면 귀무가설이 옮음에도 이것을 기각하고 대립 가설을 채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문제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확률의 사건이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유의도를 낮게 잡더라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은 사건(예컨대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샘플 표집을 통해 통계적 추정을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확율적인 사건에 대해 기대값을 계산하여 판단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론적 확율에 근사한 값을 얻으려면 많은 수의 사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주사위를 던지면, 연달아 6이 여러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전 시도에서 6이 여러번 나왔다고 하여, 그 다음 시도에서 6이외 다른 숫자가 나올 확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에 따라, 시도를 많이 할 수록 이전에 한쪽으로 쏠렸던 결과가 점차 희석되어(diluted) 이론적 확률에 근접한다. 복권은 가격 대비 기대값이 적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복권의 설계를 잘 못하여 6년 동안이나 기대값이 복권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었다. MIT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복권을 대량 매집하여 큰 돈을 벌었다.
평균에 회귀하는 (regression to the mean) 현상은 종종 나타난다. 예컨대 부모가 우수해도 그 자식들이 우수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는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우연적 요인이 추가될 때 나타난다. 지적인 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결합하여 지적인 능력을 만들어 내는데, 환경적인 요인에는 우연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세대가 지날수록 부모 세대의 예외적 특성은 점차 희석되어 전체의 평균으로 회귀한다. 같은 논리로, 예외적으로 우수한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 평균적인 기업으로 변화한다. 사업의 성과는 우수한 기술이나 기업가 정신이라는 본원적인 요인과 운이 함께 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우수한 실적의 펀드 역시 시간이 지나면 시장 평균 성적에 근접한다. 예외적인 실적을 기록한 다음 해에는 예외적이 아닌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에는 수학을 활용한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일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수치를 이용한 설명이 복잡하여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수학적 논리를 설명하는 서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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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음악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쇼핑센타의 배경음악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쉽도록 돕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하고, 그리움에서 기쁨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친숙한 음악을 선호한다. 한 곡조 내에서도 반복을 선호한다.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청각 경험은 동시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경험에 비해서 반복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음악은 한 곡조 내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음에서 약간의 변화를 첨가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AA'BA의 패턴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청각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패턴과 흡사한 음의 진행에서 약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이는 한 곡조내에서도 음의 도약이 크면 중간음 쪽으로 회귀하는 음이 이어지는 작곡 규칙에서도 입증된다.
이 책은 음악 심리학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간간히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서술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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