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Fishman and Tim Sullivan. 2016. The Inner Lives of Markets: How people shape them -and they shape us. Public Affairs. 182 pages.
저자들은 경제학자와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시장과 관련된 경제학계의 주요 아이디어들을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과 적용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아담스미스가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한정된 자원의 생산과 배분을 조정한다고 지적한 이래, 20세기에 들어와 구체적으로 시장의 작동원리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1950년대에 케네스 애로우 Arrow 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수리적으로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이후 애컬로프 Akerlof 는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시장이 붕괴되는 현상을, 중고차 거래 시장의 예를 들어 제시하였다.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상품(lemons)이 질이 좋은 상품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때문에 결국 시장이 붕한다. 시장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에 대응하여, 구매자에게 추가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를 덧붙임으로서 시장이 작동할 수 있게 한다.
노동시장에는 '신호 이론' signal theory 이 작동한다. 고용주는 구직자의 진실한 노동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대리 지표를 사용하여 구직자의 노동 가치를 평가한다. 학력과 같은 자격증 credentials 은 바로 이런 대리적인 가치 지표로 활용된다. 광고주가 자사의 상품 광고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광고주는 광고의 비싼 비용이라는 대리적 신호를 통해 상품의 고급성을 잠재 소비자를 설득한다.
'경매 시장' auction market 과 관련하여 경제학자 Vickery 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경매에서 최고가를 써서 경매를 따낸 사람에게 차점자가 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디자인이다. 이렇게 하면, 경매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경매 대상의 가치를 주저없이 써내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경매 참가자들 사이에 공모 collusion 가 있을 때, 이런 경매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플랫폼 시장 platform market 은 서비스의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에 자연 상태에서는 매칭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일 때 조성되는 시장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구매자가 많을수록 시장의 가치가 높아지지만, 닭과 달걀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공급자가 적으면 구매자가 참여하려하지 않고, 구매자가 적으면 공급자가 참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일정 규모 이상 시장에 참여하도록 시장 디자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초중고생들의 학교를 배정하는 문제는, 구매자와 공급자 각각의 선호를 만족시키면서 어느 누구도 더 나은 선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매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문제이다. 이는 의사 수련생과 수련 병원을 매칭하는 문제, 법률서기 지원자를 판사와 매칭하는 문제, 졸업 무도회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참가자를 매칭하는 문제, 등과 유사하다. 이러한 문제는 "defferred acceptance algorithm"을 적용하여, 각자 선호의 우선순위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순연하여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하여 집단적으로 최선의 매칭에 도달할 수 있다.
시장은 희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만들어 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가격기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인간의 장기를 원하는 사람과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을 매칭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장기의 수요공급을 시장 원리에 맡긴다면 희소 자원의 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되겠지만, 사람들의 윤리 관념이 인간의 장기에 가격을 매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이익, 착취, 불평등 현상을 낳지 않으면서, 시장기구에 의해 효율적으로 희소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질 수있다. 무료로 식량을 기증하는 기관과 푸드 뱅크를 연결시키는 일을 시장 기구를 통해 수행되게 하는 것이다. 시장기구와 점수 credit 시스템을 적용하여, 각 푸드 뱅크가 각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필요한 기증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시장 기구가 반드시 불평등과 부정의을 낳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성향을 바꾸어 놓는다.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은 공동체 관계의 참가자에 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보듯이, 시장 참가자 각각이 최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돌보면, 전체의 복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시장은 참여자들 사이에 불평등을 낳는다. 시장은 적절하게 규율될 때에만 제대로 돌아간다. 부작용은 있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희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수행하는 데 다른 어느 시스템보다 낫다.
이 책은 경제학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경제학 이론은 대부분 많이 알려진 것인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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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rugman, Maurice Obstfeld, and Marc Melitz. 2012. International Economics, Theory and Policy. 9th ed. Pearson. 690 pages.
저자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 이 책은 국제경제학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문, 즉 무역 부문과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부문은 다시 이론적 논의 분야와 정책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이론적 설명이 때로 어렵지만, 현실로부터 다양한 사례를 가져와서 설명하기 때문에, 국제경제의 현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
무역 부분은 상대적으로 이해가 쉬우나, 환율과 거시경제 부분은 실물 부문보다 훨씬 복잡하여 이해가 쉽지 않았다. 결국 무역 부분만 꼼꼼히 읽고 이해한 반면,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은 앞부문과 달리 제대로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무역부문을 읽느라 진이 빠져,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을 읽으면서는 집중을 하기 어려워서 일 수도 있다). 평소에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대강 알고 있던 사항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론적으로 보다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연구와 통찰력이 집약된 대단한 교과서라고 감탄하며 읽었다. 나중에 여력이 나면, 환율과 거시경제에 관해 다른 쉬운 책을 먼저 읽고, 이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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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ory Mankew. 2021. Principles of Economics. 9th ed. Centgage. 789 page.
이 책은 세계에서 아마 가장 많이 팔리는 교과서일 것이다. 오랜만에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으니 대학 시절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잘 쓴 책이란 것을 실감하다. 이론에 대한 설명이 쉽고 친절하며, 근래에 벌어지는 현상을 풍부한 사례로 제시하여, 추상화된 이론을 공부하면서도 현실감각을 익히게 된다. 거의 모든 이론의 설명을 구체적인 예로 설명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경제 현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데 충실하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과 사례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갖추어야 필수 지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첫째는, 전반부에 미시 경제학 분야는 친절하고 사례도 풍부해서 읽는 것이 즐거웠으나, 후반에 거시 경제학 분야는 이론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으며 사례가 풍부하지 않아, 이것만을 읽어서는 한계가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거시 경제 분야가 미시 이론보다 어렵고, 이론적으로도 덜 정치하고 논란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거시경제 부분의 뒤로 갈수록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소개하는 데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아마 현재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신고전 경제학의 교과서 답게 경제의 기본 현상이나 기본 변수를 설명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경제 경험과는 약간 유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어딘지 모르게 들었다. 신고전 경제학 이론의 성격상 분배에 대한 논의는 거의 빠져 있는데, 이는 경제 활동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만 설명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맑스의 갈등론이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추상적인 이론이 사람들의 실제 경제 활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느낀다. 이것은 주로 단순화한 이론 모델로 경제 현상을 접근하는 것의 한계이고, 인간의 심리적 비합리성을 반영하는 행동 경제학이 나타난 이유이다. 셋째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이해하는데에는, 이 교과서에서 가정하는 폐쇄 경제 closed economy 모델의 지식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다. 거시경제 부분에서 개방 경제 분야를 설명하지만, 간략히 설명하여 부족한 느낌이다. 경제학 기본 이론을 소개하는 개론서이고, 미국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개방 경제에 대해는 많은 설명과 사례를 추가하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한계를 느꼈지만, 그럼에도 정말 잘 쓴 교과서라는 감탄을 거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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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yamin Appelbaum. 2019. The Economists' Hour: False prophets, free markets, and the fracture of society. Little, Brown and Company. 332 pages.
저자는 기자이며, 이 책은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경제학자가 미국의 정책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케인즈의 이론, 즉 정부가 적극적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이론은 1960년대 이후 시장주의, 즉 경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에 의해 대체된다. 20세기초까지 정부의 정책 형성에서 경제학자의 역할은 미미했으나, 1960년대 이래 경제학자의 영향은 꾸준히 확대되었다.
1970년대에 미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결합된 어려움 속에서 시장주의 노선을 택하게 된다. 그때까지 경제 전반에 지배했던 규제를 폐지하고 시장경쟁에 의해 생산성을 높이고 실업율을 줄이는 전략은, 1980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가속화된다. 대규모의 세금 철폐를 통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공급경제학 이론이 등장했으며, 노조의 세력을 무력화시키고 복지 지출을 감축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80년대에 경기를 진작시키는데 기여했으나,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1980년대 이래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규제 강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때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규제에 대한 비용손익분석을 실시하여, 경제적 이해에 따라 규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접근의 문제는 경제적 이해와 사회적 정의는 반드시 함께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조치가 아무리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될 경우, 과연 이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비용손익분석의 두번째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 비용손익을 분석하는 것은 객관적인듯 하지만 주관적인 요소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구성 요인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고 어떻게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통화주의자(moneterist)의 이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업율이 어느 정도 올라가더라도 인플레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통화주의자의 믿음은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 연방지준은행장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이후 중앙은행은 정부와는 상대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매입하거나 시중은행에 대한 지준율을 조정함으로서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이는 케인즈 이론에 따른 정부의 확장/긴축 재정정책과 함께 정부가 경제를 관리하는 중요한 정책도구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은 2차 대전 이래 유지했던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 시절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90년대 초반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 파동을 겪고, 2008년 대규모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는 모두 금융기관의 무모할 정도로 위험한 투자와 대출 행태가 빚어낸 파국이다. 정부는 그들의 무모함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때 경제학자들은 어떤 조치가 해당 행위의 결과에 더하여 그와 연관된 사태에 미치는 영향(collateral effects)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금융위기를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과 세계에는 시장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화가 전개되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전반적으로 소득이 높아졌지만, 불평등이 확대되고, 대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하고, 제조업 대신 확대된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를 이민자로 채우면서, 이민자를 배격하는 파퓰리즘이 득세하였다. 이제 정치와 정부 정책에서 경제학자의 역할은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 책은 기자의 시각에서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근래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의 전개를 서술한다. 이는 학자들이 분석적, 체계적으로 사안을 접근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경제학자의 의견이, 그 당시 다른 관련 요인들과 비교할 때,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하는 식으로 체계적 논의를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했다. 시장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겨있지 않아 진부하다. 어느 경제학자가 기르고 있는 고양이의 이름, 젊을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 특이한 냉소적 발언, 등 수많은 사소한 서술은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엄청나게 많은 고유명사가 등장하여 읽는데 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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