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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9. 14:29

데스번드 모리스 (이규범 옮김). 2017(1985). 바디 워칭. 범양사. 312쪽.

저자는 동물학자이며, 이 책은 머리카락에서 발끝까지 인체를 20개 부분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구조와 기능, 진화의 흔적, 성장과 운동, 자세, 표정, 몸짓 등등을 생물학, 의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하여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신체 각 부분에 대한 사회적 관습, 상징적 의미, 미신과 신화 등 사회 문화적 측면 또한, 서구사회에서 아프리카의 원시 부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신체 각부분과 연관된 설명을 다양한 사진과 그림과 함께 곁들여 제시하기 때문에 이해가 쉬우며 읽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 몸은 누구에게나 매우 친숙하지만,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실을 접하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이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인간의 다리 자세에 따라 이것이 발산하는 성적인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 번역도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2022. 11. 13. 03:27

Antonio Damasio. 2018.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Pantheon Books. 244 pages.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며, 이 책은 기분 혹은 느낌(feeling)이 생명 현상의 핵심이라는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 한다. 여기서 항상성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힘에 맞서서 주위 환경보다 높은 잉여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는 병에 걸리고 궁극적으로 죽는 것이다. 즉 주위 환경과 에너지 수준이 같아지는 것, 이는 죽음, 즉 생명의 반대 상태이다.

느끼는 것(feeling)은 생명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이다. 안좋은 느낌은 생명체의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던가, 컨디션이 안좋다던가, 힘이 없다던가, 막연하게 기분이 안좋다던가 하는 것은 무언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기분이 좋고, 즐겁고, 힘이 솓구치는 느낌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더 높은 에너지 수준에 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기분이란 생명체의 현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중립적인 느낌이란 것은 없다.

우리의 몸의 내부로부터 항시 느낌이 나온다. 생명체는 이러한 몸의 내부 기관에서 포착하는 느낌에 무관심할 수 없다. 생명체는 나쁜 느낌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소하려 하며,  좋은 느낌의 원인이 지속되도록 노력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느낌을 통해 관리된다. 기분은 우리를 움직이고 노력하게 만든다.  기분은 우리에게 행동의 동기(motivation)를 제공하며, 행동을 관리(monitor)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내는 느낌을 따라 행동한다. 느낌이 없다면 행동을 해야 할  욕구 혹은 힘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성의 힘으로만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생물체의 삶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은 느낌에 보조적인 존재이며, 느낌 만큼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두뇌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 환경에 대한 느낌을 종합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우리 몸에게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두뇌와 몸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몸에서 나오는 느낌은 두뇌를 움직이고, 두뇌는 몸에게 행동을 계속 지시하면서, 느낌의 변화를 통해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조절한다. 두뇌와 몸의 관계에는 의지로 통제할 수있는 수의기관과 의지로 통제 불가능한 불수의 기관 양쪽 모두 포함한다. 느끼지 못한다면 몸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방향을 가름할 수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죽을 것이다. 

몸이 내는 느낌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은 단순한 생물체나 고등 생물체나 비슷하게 작용한다.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라 행동한다. 빛의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위험한 포식자를 피하는 행위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른 행동이다. 우리의 척추와 두뇌의 뿌리(brain stem)에 있는 신경들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 따른 반응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의식하지 않고 직접 몸에 행동하도록 지시한다. 우리의 몸의 내부 기관은 신경망을 통해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두뇌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두뇌가 이를 직접 감지하는 경로를 통해서도 느낌을 수신한다. 화학물질을 통해 몸의 내부 기관이 내는 느낌을 수신하는 것은 단순한 생물체가 가진 메커니즘인데, 고등동물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포착하는 주체이다. 느낌이 없다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느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몸이 내는 막연한 느낌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급의 사고 작용을 담당하는 두뇌 피질은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에 대해 받는 느낌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직접적인 반면, 외부의 환경에 대한 느낌은 간접적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몸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서 인간의 문화 활동과 문화적 성과도 유래한다. 언어, 법률, 예술, 과학 등 모든 인간의 아이디어, 즉 지적 산물은 궁극적으로 인간 각자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이 모든 행동, 즉 삶의 궁극적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독창적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인간의 느낌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인간이 느끼는 느낌을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서 뿌리를 찾는 그의 연구는 참신하다. 인간은 결국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좋은 느낌을 갖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주장이나, 나의 몸이 내는 느낌에 인간은 한 순간도 무관심할  수 없으며, 그 느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몸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느낌이 인류의 모든 문화 산물의 근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게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그의 글은 장황하게 쓰여져 읽기 어려웠다. 꾹참고 읽기는 하지만 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지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 듣고 나서야 그의 주장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연에서도 젠체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래서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함에도 글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솔직 단백하게 쓰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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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30. 22:36

Randolf M. Nesse and George C. Williams. 1996. Why We Get Sick? Vintage Press. 249 pages.

의학에 진화생물학을 결합한 진화의학 (Evolutionary Medicine) 분야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 의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책의 첫 두 장은 진화와 진화의학 이론을 소개하며, 이후에는 구체적 질병이나 인간의 몸과 기능을 예로 들며 이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진화 의학이 자칫 현재의 질병과 대응 상태를 정당화 하는, 즉 진화의 결과 선택된 것으로 합리화될 것을 우려하여, 저자는 진화의학의 가설의 검증 가능성에 관해 먼저 논의하면서 진화 의학의 과학성을 역설한다. 

인간이 겪는 질병과 이에 대한 대응은 진화적 선택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 감염성 질환, 부상, 독성 물질, 유전적 질환, 노화, 알러지, 암, 성인병, 정신병 등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설명을 제시한다. 건강한 상태에 대해서도 왜 그러한지를 설명한다. 성과 출산 양육, 장기의 구조와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인간과 병원균의 진화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병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진화론은 유용하다. 예컨대 병원균과 숙주의 관계는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병원균의 전략에 따라 다양하다. 모기와 같은 매개체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은 숙주의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증세를 유발하나, 사람들간에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병원균은 숙주가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만 공격하는 전략을 취한다. 숙주가 죽어도 병원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지장이 없는 전파 경로를 갖는 병원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숙주에 훨씬 심한 해를 가한다. 병원균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숙주를 조정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 병이 날 때 열이 높아지는 이유는 높은 온도가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감염성 병원균과 우리 몸의 방어 체계는 서로 간에 창과 방패와 같은 경쟁을 한다. 방어 체계가 높아지면 그것을 뛰어넘는 병원균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우리 몸은 다시 이것을 뛰어넘는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방어 체계는 다중으로 복잡하게 되었다.

어떤 유전 형질은 우리가 젊을 때에는 생존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나 나이가 들면 생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요산 과다가 그것으로 젊은 나이에는 과다한 요산 분비가 방어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나, 나이가 들면 통풍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구석기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30~40이었으므로 요산의 부작용이 발현될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유전적 형질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기타 유전 병들 또한 과거 수명이 짧을 때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이익을 주던 형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생식이 종료되기 이전 젊은 나이에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반면, 종료된 이후에 해를 끼치건 말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은 후에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용 기제가 복잡할 수록 시간이 지나면 오류가 발생하고 오류가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모한 일이 잘 안되었을 때나 사회 위계에서 억압된 위치에 있을 때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은 그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데, 이는 주위 환경에 대해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다. 일이 잘 안되는 상황이고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넘쳐서 날뛰는 것은 헛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길일 것이다. 일이 잘 풀리고 지위가 높아질 경우 우울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자연 세계의 생물체는 다양한 종류의 독성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을 방어한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포식자로부터 도망 칠 수없으므로 먹히지 않는 수단으로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가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는 이유는 독성물질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되었을 수 있다. 배아 발달의 초기에 독성 물질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우리 몸의 기관이 오래 사용하면 망가지는 경향이 모든 기관에 고르게 전개되며 이를 노화 현상이라 한다. 즉 노화 현상은 특정한 질병이 아니며, 어느 특정 기관을 고친다고 하여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식활동이 지난 몸체는 버리고 다음 세대의 몸에서 유전자를 이어가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이익이다. 우리 개체의 이익과 유전자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오래 살면서 생식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과 짧게 살면서 생식 하는 두가지의 전략이 있다. 전자의 경우 자손을 많이 낳지 않는 반면, 후자의 경우 자손을 많이 낳는 전략을 취한다. 어느전략을 취하건 유전자의 생존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암이란 우리 몸 세포의 자가 복제 기능이 통제를 벗어나 무자비하게 전개되는 현상이다. 우리 몸의 다양한 기관의 수많은 세포를 각 기능에 맞게 계속 자가 복제하여 갱신해야 일이 매우 복잡하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나이가 먹을 수록 유전자의 복제 기능에 오류가 나타난 것이 쌓이기 때문에 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몸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생식 기관, 즉 자궁, 유방, 난소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석기 시대와 달리 오늘날의 여성은 아이를 자주 낳지 않고 수유 기간도 짧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월경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결과 발생한 문제이다. 즉 과거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정 물질에 대해 알러지가 왜 일어나는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면역활동이 왜 전개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특정 물질이 우리 몸에서 독성으로 잘못 인식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그 물질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몸에 해로운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 모른다.  그 물질에 대해 거부 반응을 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성인병은 과거 구석기 시대에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한 우리 몸이 주위의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욕구에 따라 마구 먹고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나게 다양한 질병과 임상 사례를 들어 진화론에 바탕을 둔 이론적 설명을 제시한다. 진화 의학이 최근에 나타난 의학 분야로서 연구가 미흡하지만 이론적 설명력은 높다고 주장한다. 이론보다는 치료에 치중하는 의학의 경향 때문에 진화 의학은 발전이 더디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하도록 유도하면서 진화 의학의 발전을 촉구한다. 흥미로우면서 내용이 풍부하다. 두번 읽을만한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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