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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에 해당되는 글 2건
2024. 5. 22. 17:17

Hein De Haas. 2023. How Migration Really Works: the facts about the most divisive issue in politics. Basic Books. 372 pages.

저자는 네덜란드의 사회학자로 이민문제 전문가이다. 이책은 이민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제기되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객관적인 데이타를 사용하여 이민 문제의 실상을 밝힌다.

국제 이민이 근래에 폭증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이민자의 절대수는 증가했으나, 인구 비율로 볼 때에는 전체 인구의 3% 부근에서 매우 안정적이다. 이민자의 대부분은 언어와 문화가 유사한 같은 지역 내에서 이동하며,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소수이다. 근래에 선진산업국에서 불법이민자들이 폭증했다고 대중영합 정치인들이 주장하면서 대중을 선동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함이지, 실제 불법 이민자들이 폭증했기 때문은 아니다. 시민단체나 매스컴 역시, 불법 이민자들의 고통과 폭증을 자극적인 말과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크게 부각시키는데, 이 역시 그들 자신의 이익, 즉 대중의 지원과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소득 격차가 엄청남에도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만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살려고 한다. 국경을 넘어 먼거리를 이동하는데에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큰 투자가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모험을 감행할 때 치러야 할 재정적 비용이나 신체적 위험은 엄청나며, 설사 목적지에 도착해도 낮선 환경에서 주변의 차별과 무시와 외로움을 버텨내며 지내는 것은 엄청난 시련이다. 국경을 넘어 이주를 감행하는 사람들은 출신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재력이 있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이 오랜 고민과 계획 후에 신중하게 실행에 옮긴다. 이민자의 대부분은 극빈한 나라가 아닌 어느 정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되는 개도국, 예컨대 멕시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국가 출신이다. 재해, 빈곤, 전쟁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같은 나라 내에서 이웃 지역이나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데에 만족한다.

큰 비용과 위험을 무릅쓰고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뚜렷한 이유가 있다. 선진국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자신의 나라에 머무는 것보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미래, 즉 지위를 상승시키는 데 훨씬 낫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일할 기회가 적으면 이동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기와 이민자의 수는 함께 움직인다. 이민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이다. 불법 이민자들은 극심하게 착취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진국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는 것일 뿐, 가난한 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동 중에 착취당하고 도착해서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 노동조건으로 착취를 당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나라에 머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그리한다.

선진국에서 얻는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라는 유인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국경 장벽을 높이 세워도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을 수 없다. 선진 산업국은 노령화, 교육수준의 상승, 여성의 노동 참여 확대, 소득 수준의 상승, 등의 요인 때문에 개인 서비스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소위 3d 업종, 즉 더럽고 힘들고 낮은 임금의 노동을 하려는 사람은 내국인 중에 거의 없다. 내국인은 차라리 놀면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지언정, 그렇게 열악한 지위의 일자리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이 없다면 다양한 개인서비스나, 농업 노동의 수요를 채울 수가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말로는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고 하지만, 막상 불법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주를 처벌하는 조치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미국 전체에서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고용주를 처벌한 사례가 일년에 10~30건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실증한다. 

진보 혹은 보수 성향의 어느 쪽이 정부를 장악하던 이민자에 대한 실제 정책의 차이는 거의 없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합법 이민자의 규모 사이에 괴리가 있는 한, 그 간극을 불법 이민자가 채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 이민 노동자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사실 이민자의 90%는 합법 이민자이며, 10%만이 불법 이민자이다. 불법 이민자의 대분은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비자 기한을 넘기는 등의 방편으로 불법 이민자가 된 경우가 다수이므로, 국경을 막는데 엄청난 돈을 들이는 것은, 보안 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 실제 별 효과가 없다. 국경을 넘는 것을 어렵게 만들수록, 불법 이민자가 치르는 재정적 신체적 희생이 커질 뿐이다. 

정부의 이민 정책은 일관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보수당과 진보당 모두, 각각 자신의 지지층 내에  이민에 대해 서로 다른 이익을 가진 집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보수당 지지자 중 기업가와 부자는 이민의 문호를 확대하기를 원하는 반면, 인종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보수적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은 이민을 줄이기를 원한다. 진보당 지지자 중, 노동자들은 이민자가 확대되는 것을 반대하나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이민이 확대되어 인간적으로 핍박받는 개도국 사람을 돕고 사회의 다양성이 높아지기를 원한다. 따라서 선진국 정부가 제시하는 이민 정책은 수시로 바뀌며, 실제 문제를 정면으로 부딛치기보다, 국민들에게 내세우는 인상을 중요시하고 피상적인 접근에 머무른다. 

일반인들의 이민자에 대한 태도 또한 일관적이지 않다. 선진국의 일반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나 핍박받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밑에 깔고 있으며, 실제 주위에서 이민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민자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저임금으로 파고 들어오면서 노동시장의 상황이 열악해지는 것을 염려한다. 많은 사람은 이민자들이 식당 뒤에서 일하며, 노약자를 돌보고, 아이를 돌보고, 청소하고, 정원 관리하는 것을 일상에서 항시 경험하면서 그런 일을 도맡아 하는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이민을 막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합법적인 이민자의 유입까지 막는 것은 반대한다. 국경은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지만, 선진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젊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력은 어느 정도 규모로 계속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상이 위와 같다면, 근래에 "이민의 위기" immigration crisis 라고 외치면서, 이 문제에 대해 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는 정치인, 미디어, 시민단체의 주장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저자는 이민 문제의 사실을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일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할 의향은 없다고 말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높은 물가, 낮은 성장율, 낮은 삶의 수준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민자의 유입을 막는 어떤 방안도 효과를 볼 수 없다.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 조건의 일자리 덕분에 선진국 사람들은 큰 혜택을 보고 있으며, 저소득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 또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한 이민자는 존재할 것이고, 만약 이들의 이동을 막으려 한다면, 이민자들의 희생만 커질 뿐이다.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여 사람들을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하는 방안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선진국에서 이민자로 인한 이익은 중상류층에게 주로 몰려있는 반면, 노동계층은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 계층이 이민자가 주위에 넘쳐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국경의 완전한 개방은 정치적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 선진국 국민이 합의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규모 만큼의 이민자를 합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상의 정책으로 보인다. 내국인은 일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반드시 채워져야 할 일자리를 합법적으로 유입된 이민자가 채우도록 하는 정책이다. 만일 그렇게 하면 개도국 이민자가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해, 저자는 일자리가 없다면 이민자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순환이동" circular movement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으리라고 본다. 정치인들은 이민의 실상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을 이해시키면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위선적으로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정치는. 이민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 책은 저자의 30년간의 연구가 집약된 결과 답게 논의가 분명하다. 저자의 연구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다만 맨 뒤편에 정책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모호한 서술이 보인다. 이민은 사회변화의 일부이므로, 사회변화 전체의 맥락에서 이민을 바라보아야 하고, 이민에 대한 접근 또한 보편적인 노동의 문제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학자의 냄세를 풍긴다. 여하간 서술이 명료하고 솔직한 인상을 풍기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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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7. 15:05

Abhijit V. Banerjee and Esther Duflo. 2019.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Public Affairs. 326 pages.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자가 오늘날 세계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경제학의 해결책을 체계적이며 비판적으로 정리한 책. 이민, 무역, 차별과 빈곤, 성장, 환경, 불평등, 정책적 개입, 복지 등 각 영역의 주요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검토하면서,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고 어떤 대응이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한다.

이민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민자들이 맡는 일자리는 기존 노동자들이 맡기를 꺼려한다. 이민자들이 맡는 일과 그들의 소비 덕분에 기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민자는 모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이민자는 경제에 활력을 주며 혁신을 촉진한다. 이민자들이 경제적으로 플러스 요인임에도 사람들이 이민자의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비경제적 비합리적인 이유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흡사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정이 안 좋은 경우 국외자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미국의 중하층 백인의 사정이 안좋기에 이들이 주로 이민자를 배격하며, 덕분에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당선되었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가 안좋거나 일을 찾을 가능성이 적으면 스스로 오지 않으므로, 과도하게 이민을 제한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 해를 입히는 조치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 가설은 무역에 종사하는 쌍방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역의 혜택은 모두에게 고루가지 않는다. 각국 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중국과 무역이 늘면서 교육수준이 낮은 미국의 생산직 노동자는 패자가 되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며, 일자리를 잃고 실업과 좌절 속에서 기대수명이 줄었다. 반면 교육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은 높은 부가가치의 산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소득이 증가하였다. 지난 사십년간 최고위 1%의 사람들이 성장의 과실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들은 주로 금융분야에 종사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이다. 무역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는 무역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도록 활용해야 한다.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전할수 있도록 직업훈련, 실업수당, 이사 지원, 직업 알선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훨씬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있는 일자리로 이전하도록 지원을 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은 자신이 일생 종사한 직업과 일생 살던 곳을 떠나 직업 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과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이들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이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쟁 원리를 따를 때 차별은 저절로 해소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익 계산만을 좆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선호가 감정적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미국이나 인도의 소수자 우대 정책은 소수자가 시장에서 처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장치로 효과적이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 사람들의 선호를 공정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아 갈 수 있다.

빈곤은 물리적인 절대적인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고, 삶의 권태로부터 벗어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빈곤자의 인간적인 욕구를 무시하고 그들을 물리적으로만 구제하려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1970년대 중반 이래 둔화되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을 개발도상국에 넘기고 금융과 서비스업 분야로 중심을 이동하였다. 중국의 경제는 1979년 개방이래 근래까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였지만, 선진국을 따라잡는 거리가 좁혀질수록 성장율은 둔화될 것이다. 생산성을 증대하는 길은 기술 발전도 있지만, 기존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그못지 않게 중요하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을 배치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일수록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치가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줄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기술 발달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여하간 자동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생산적인 다른 지역의 다른 일자리로 이전시키도록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온난화의 영향은 모든 나라에 동일하지 않다. 서늘한 지역에 사는 선진국 사람보다 더운 지역에 사는 개발도상국 사람에게 피해는 훨씬 크다. 선진국 사람들이 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현재도 그러한데, 피해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는 이산화탄소 규제를 반대해 왔지만, 이 나라에서 대기 오염이 심각해 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탄소세와 같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차대전 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모든 계층에 성장의 과실이 돌아갔지만, 1980년대 이후의 성장은 과실이 최상위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영국에서 심한 반면, 유럽 대륙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미국의 부자들은 정치를 포섭하여 자신들의 축재가 계속되도록 정책을 유도하였다. 최상위 소득자에게 축재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위해 최고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 미국은 30%의 최고 세율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1970년대 처럼 70%로 하면 엄청난 소득을 거두려는 압력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1~2%의 부유세를 거둔다면, 재산의 증식분을 재투자함으로서 세금을 회피하는 현재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다. 부자들은 돈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므로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하여 지금보다 덜 열심히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평등이 확대되면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므로, 부자들의 힘으로 불평등이 확대되는 지금의 추세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그대로 방치하면 부자들에게 불행한 방식으로 사정이 돌아갈 것이다. 

미국인은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지만,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에 대해 정부의 개입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정부에게 자원의 분배를 맡기면 부패와 비효율을 염려하지만, 민간의 자원 분배의 기능에도 비효율이 많다. 정부는 절대적인 악이고 시장은 절대적인 선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무역과 기술 발달으로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치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도록 도와야 한다.

복지 지원은 수혜자의 의존성을 높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복지 지원 여부에 관계없이 실업자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가난한 사람의 이성과 의지를 불신하여 그들의 의사결정권을 뺏는 방식으로 설계된 복지 지원은 비효율적이다. 가난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들 가장 잘 알기에 현금 지원을 가장 잘 처리할 수있다.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효과가 없다. 선진국에서 실업자는 물리적 생존이 아니라 인간적 자존심을 가져다주는 '일'을 원한다. 비용이 더 많이 들지라도 그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가져다 주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들이 아동 돌보기, 노인 및 병약자 돌보기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맡도록 제안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인간적인 보람을 주는 노동이며, 고도의 장기적 기술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며, 수요가 증가하는 서비스이다. 

결론으로, 사람들의 경제 행위는 합리적 이익추구 모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나이가 많이 든 실업자에게 직업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가난한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물리적 욕구만을 충족하도록 지원하는 방식 역시 효과적이지 않다.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 자존심, 삶의 의미와 보람 등을 고려한 경제적 조치만이 효과를 발휘한다.

이 책은 근래에 논쟁이 되는 대부분의 문제를 건드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지 체계적으로 섭렵할 수 있다. 저자가 미국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도인과 프랑스인- 미국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적 관점, 특히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선진국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엄청난 리서치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대단한 책이다. 그들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그들의 목소리로 하는 강의를 듣는 듯하며,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헌신하는 사람의 사명감과 열정이 느껴지며, 기존 경제학자의 주장을 비교하고 비판하는 데에서 학자로서 그들의 솔직함과 겸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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