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on Acemoglu and Simon Johnson. 2023. Power and Progress: Our thousand-year struggle over technology and prosperity. Public Affairs. 422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와 경영학자이며, 이 책은 역사적으로 기술발전의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특히 근래에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발전이 내포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 발달이 노동자의 삶에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높아진 생산성의 과실을 권력자들이 독차지 했을뿐, 농민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19세기 초반까지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공장 노동자의 삶은 나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더욱 비참해졌다.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자본가들이 쥐고 있었기에,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 통제를 강화하여 노동자의 노동력을 더욱 착취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였다. 기술 발전에 대한 비젼에 노동자의 삶의 향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면, 소득이 높아지고, 수요가 증가하여,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고, 기술발전의 혜택이 전계층에게 널리 퍼진다는 주류 경제학의 전형적인 발전모델 (productivity bandwagon effect)은 실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
사회는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데, 19세기 중반까지 기술 발전은 노동 친화적이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도시 공장의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본가에 대항하는 세력을 형성하면서 노동조건과 임금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가에 대항하는 세력화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2차대전후 1970년대까지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는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모든 계층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갔다. 일반 노동자에게까지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고루 돌아간데에는, 1930년대 뉴딜정책의 영향과 전쟁후 관대한 복지정책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반노동정책과,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구조조정은, 노동자의 힘을 크게 약화시킨 반면 대기업 집중을 심화시켰다. 이 시기 이래 노동자의 소득은 정체하거나 감소한 반면, 고급 기술을 보유한 엘리트들에게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집중되었다.
1990년대 이래 정보기술의 발달은 소수의 대기업에 산업이 집중되고 엘리트들이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독점하는 경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정보 기술의 발전 방향은 일반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자동화와 노동 통제에 맞추어졌으며, 데이터의 중앙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와 같이 기계가 노동자를 대치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자가 기계를 이용하여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새로운 연관 업무가 생겨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기술 발전 방향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의 이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기술 발전에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세금이나 규제를 동원한 정부의 개입 및 노동자의 세력화를 통해, 노동 친화적인 방향으로 기술 발전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가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거나, 노동 친화적인 기술 발전에 대한 그들의 아이디어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고, 그들이 제시하는 대응 방안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역사적인 검토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구에서 노동자의 임금 향상과 복지제도의 발전은, 그들의 지적과 같이 노동자들의 정치 세력화의 결과였다. 물론 앞으로도 노동자의 힘이 반영된 정치적 개입이 정보기술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why nations fail 이라는 좋은 책을 썼기에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서술하는 내용의 깊이가 얕아 읽는 내내 의아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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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Steiner. 2012. Automate This: How Algorithms took over our markets, our jobs, and the world. Penguin Group. 220 pages.
포브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그동안 쓴 글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흥미를 북돋우는 사례 중심으로 서술한다. 기존에 인간이 하던 분야에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변화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증권 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책의 중심을 차지하며, 기타 분야는 서술의 양이나 깊이가 얕다.
헝가리 이민자인 토마스 피터피가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증권 거래에 알고리즘 거래 방식을 도입하여 엄청나게 큰 돈을 번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알고리즘 거래 전문회사를 설립하여 미국 증권가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데, 그의 회사는 특이하게도 엔지니어와 수학자를 주로 고용하여 알고리즘을 고도화시키는데 전문인 회사이다. 알고리즘 거래와 연관된 이야기로, 시카고에서 뉴욕에 걸쳐 직선거리의 광통신을 깔아 속도를 매우 중요시하는 알고리즘 거래 회사를 상대로 크게 돈을 번 이야기를 한다.
두번째 사례로는 알고리즘으로 음악을 분석하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작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성공한 이야기와, 알고리즘으로 고전 음악을 작곡하여 인간이 만든 작품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으나 비판에 직면한 이야기를 한다.
세번째 사례로는 게임 이론을 적용한 알고리즘의 세계를 소개한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알고리즘으로 예측하여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이야기, 포커게임을 개발하거나, 신장이식 기부자와 수용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개발한 이야기를 한다.
네번째 사례로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하는 세계를 소개한다. 심리 검사와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 자료를 이용해 NASA에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우주여행이나 업무에 적합한 성격의 사람을 가려내고 갈등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활용한다. 알고리즘으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식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자료로 활용하는데 콜센터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데 적용하며, 고객을 분류하고 그에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데 사용한다. 사람들의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에서 쓰는 언어를 분석하여 고객이나 직원의 성격을 파악하고 문제의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적절한 세일즈 전략을 선택하는데 사용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고 있는데, 의료 영역에서 환자를 진단을 하고 투약을 하는데 활용하며, 스포츠에서 선수를 선발하는데 사용하며, 법률회사에서 적절한 법규나 판례를 찾아내는 데 활용하는 등등.
마지막으로 월스트리트와 실리콘 밸리가 우수한 엔지니어와 수학자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양상을 서술한다. 1990년대 알고리즘 거래가 붐을 이룰때 월스트리트로 인재가 몰렸으나,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실리콘 밸리로 인재가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알고리즘을 정교화하는 일은 돈은 많이 받지만 그들의 재능이 사회를 바꾸는 데 활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유감이라고 서술한다.
이 책에 나온 사례는 저자가 탐사보도 기사를 쓰기 위해 직접 인터뷰한 것에 바탕을 두었다.그래서 현장 감각이 살아 있으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논의의 깊이는 깊지 않으며,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열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알고리즘이 얼마나 어떻게 활용되며, 알고리즘 적용에서 어떤 문제를 노출하며, 어떻게 인간과 협업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증권 거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가 있으나 다른 분야는 인상적인 서술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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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서구인의 생활 방식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도시가 확장되고,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공간이 넓은 미국에서 자동차의 영향은 두드러진다.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실용 이상의 그 무엇이다. 자동차를 벗어나지 않고 식사하고, 영화 보고, 사랑한다. 미국 문화에서 자동차를 타고 정처 없이 전국을 헤매며 여행하는 것은 젊음의 상징이다.
The driverless road ahead Carmakers are starting to take autonomous vehicles seriously. Other businesses should too
운전사 없이 가는 자동차를 조만간 주위에서 볼 것 같다. 요즈음 외신에서는 생산의 기계화, 컴퓨터화하는 주요 분야로 운전의 자동화를 언급한다. 운전사가 필요 없는 자동차는 생산 방식과 삶의 양식 모두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고통이 감소되면 사람들의 행동반경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잠을 자면서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인간 운전수의 결함이 없기에 교통문제는 많이 해결될 것이다. 고질적인 도로 정체는 해결될 것이고 교통사고도 거의 없을 것이다. 운전수 없는 자동차는 직업과 산업의 양상을 바꾼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상당 부분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차지할 것이다. 물류 운송에서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고, 교통경찰은 대부분 사라지며, 신호등 또한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필요로 할 때 언제 건 자동차가 스스로 올 것이기에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도 바뀔 것이다. 현재 자동차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머물고 있는데, 이렇게 비효율적인 소유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동차가 사용가능하다는 면에서는 지금과 차이가 없겠으나, 자동차 사용 비용은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다. 지위 과시용으로 큰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이런 시대에도 계속될까? 인터넷의 등장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자동차에 덜 관심을 갖는다고 미국의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걱정하는 데, 운전수 없는 자동차의 등장은 자동차 제조회사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운전사가 없는 자동차의 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는 않는다. 지금도 컴퓨터로 제어되는 운전은 부분적이나마 실제 활용되고 있다.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능이라던가, 충돌 위험에 처할 때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여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은 고급차에 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다. 구글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를 지금까지 1년 이상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차가 지금까지 사고를 딱 한번 냈는데 그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동승한 운전자가 수동 운전 기능으로 바꾸어 운행했을 때에 발생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가 나오면 그런 자동차를 타고 정처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다. 각자의 여행 취향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길을 안내하면서 우리를 즐겁게 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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