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Wrangham and Dale Peterson. 1996. Demonic Males: Apes and the Origins of Human Violence. Houghton Mifflin Company. 258 pages.
저자는 생물자이자 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폭력성은 문화가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침팬지는 위계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수컷 침팬지들 사이에 지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힘으로 다른 수컷을 제압하여 최고의 지위에 올라선 알파메일은, 다른 동료를 마주칠 때마다 매번 그들로부터 굴종적 인사를 강요한다. 다른 수컷이 알파 메일의 권력에 도전하여 그를 권좌에서 몰아낼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하위의 침팬지가 알파 메일에 본격적으로 도전하여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권력의 전환기에는 침팬지 사회 전반에 폭력적 분위기가 흐른다. 침팬지의 권력 투쟁은 침팬지 사회 구성원 다수가 참여하는 집단적 게임이다. 알파 메일은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다른 동료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며, 알파 메일에 도전하는 하위의 침팬지들은 그에 대항해 연합 전선을 형성하여 싸운다. 침팬지 사회의 권력 투쟁은 폭력적이며, 종종 살상을 동반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계산적으로 행동하며 동족을 살해하는 행위는 인간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침팬지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수컷들이 무리를 지어 이삼일에 한번씩 경계를 시찰한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영역을 넘어 이웃 침팬지 집단에 원정 공격을 나선다. 이웃 침팬지 집단의 영역에서 홀로 돌아다니는 취약한 상대를 발견하면 집단적으로 공격하여 죽인다. 이러한 집단 공격에 참여하는 침팬지들은 집단적으로 흥분에 들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잔인하게 상대를 때리고, 물어뜯고, 살과 뼈를 찢고 부러뜨린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이러한 원정 공격의 목적은 복합적이다. 이웃 침팬지 집단을 약화시켜 자신의 집단의 영역을 확장하고, 때로는 살상한 침팬지 고기를 먹는다. 자신의 집단의 영역이 확장되면,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더 많은 자신의 후손을 길러낼 수 있다. 때로는 이웃 침팬지 집단의 수컷을 수차례의 원정 공격을 통해 차례로 제거한 다음, 그들의 아이를 모두 죽이고,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웃 집단의 영역을 포함하여 자신의 사회를 확장한다.
침팬지가 자신의 집단 내에서 및, 이웃 집단과 벌이는 폭력 투쟁은 전적으로 수컷의 몫이다. 암컷은 수컷들의 권력 투쟁에 소극적으로만 관여하며, 이웃 집단과 벌이는 원정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 침팬지 수컷에게 지위 추구는 삶의 유일한 목적이다. 권력을 쥔 수컷은 많은 암컷들을 차지하여 많은 후손을 낳는 반면, 권력이 없는 수컷은 자신의 후손을 만들 가능성이 제한된다. 침팬지 수컷이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이유는, 침팬지 암컷이 권력을 쥔 수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알파 메일이 기존의 알파 메일을 대체하면, 그는 기존의 알파 메일의 자식을 모두 죽이고, 기존의 알파메일의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침팬지 암컷에게, 권력을 가진 수컷은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는 존재이므로, 그들은 자신의 전남편의 자식들이 살해당하더라도 항시 권력을 가진 수컷을 선호한다. 침팬지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하며,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역할 때문에 수컷과의 힘의 경쟁에서 열위에 있으므로, 수컷의 권위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수컷은 자신의 의도에 저항하는 암컷을 겁박하여 힘으로 굴복하게 한다.
침팬지와 매우 유사한 종으로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으며 힘이 약한 보노보가 있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달리 수컷과 암컷의 체구가 대등하며, 수컷 또한 폭력적 행태를 거의 보이지 않고 온순하다. 보노보 사회에는 수컷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없으며, 알파 메일이 존재하지 않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이다. 보노보는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는 물론, 이웃 집단과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일도 없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상이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먹이의 차이에 있다. 침팬지는 과일과 육식에 의존함에 비해, 보노보는 과일과 잎사귀를 주식으로 한다. 과일은 드물기 때문에 소수의 작은 집단으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반면, 잎사귀는 풍부하기 때문에 큰 무리를 형성하며 산다. 큰 무리를 짓고 사는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들은 서로 친밀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수컷의 도발을 집단적으로 제어한다.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수컷은 암컷들이 연대하여 벌을 가하거나 집단에서 쫒아내버리기 때문에, 침팬지 사회에서 보는 수컷의 폭력성은 보노보 사회에서는 행사될 수 없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화되었다. 침팬지의 행태는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 인간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된 이후 빠르게 변한 반면, 침팬지의 행태는 오랜 세월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 침팬지들이 보이는 폭력성은 공통조상의 행태에 가깝다. 인간은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으며 힘이 약한 반면 두뇌가 발달하였다. 과거 수렵채취 시대에 인류의 집단 사회에서 알파 메일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어떤 남성이 권위적으로 행동하여 타인을 지배하려 들거나, 폭력을 행사하여 남의 것을 탈취하려 하면, 집단적으로 그를 제재하며, 최악의 경우 그를 집단에서 축출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행태는 보노보와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보노보와 달리 남자가 여자보다 체구가 크고 힘이 세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 patriarchy 를 형성해 왔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보노보보다 침팬지에 가깝다.
인간의 폭력성이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요인, 즉 유전자에 기인한다고 하여, 인간의 폭력성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폭력성을 집단적 연대를 통해 제어할 수 있음을, 수렵채취 시대의 인류 사회에서, 또한 보노보 사회에서 확인한다. 집단적 접근으로 개인의 폭력성을 제어하는 것은 사회 제도를 통해 구성원의 폭력성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의 폭력성을 집단적으로 제어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결국 민주주의 제도로 발전하였다. 즉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수컷의 폭력성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나,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를 통해 이를 부분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연구자인 제인 구달을 도와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를 오랜동안 관찰하며, 인간과 침팬지의 놀라운 유사성에 눈뜨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작품으로, 자신이 필드워크를 통해 관찰한 것, 평소의 생각, 다양한 독서 경험 등을 망라하여 뒤섞었다. 논리의 비약이 눈에 띠고, 때로는 논의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반복이 많은 흠이 있지만, 저자의 모든 것을 쏟아 놓은 느낌이 들었다.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 행동의 이해: 진화심리학의 접근 (0) | 2023.10.18 |
---|---|
중국은 왜 서양에 뒤졌을까 (0) | 2023.10.10 |
어떻게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일까 (0) | 2023.09.27 |
친밀한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0) | 2023.09.22 |
왜 대부분의 회사는 망하는가 (0) | 2023.09.16 |
Frans de Waal. 2019.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Norton. 278 pages.
저자는 침팬치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의 감정을 인간의 감정과 비교하면서 근본적으로 둘은 서로 같다는 점을 밝힌다.
감정(emotion)이란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진화과정을 통해서 발달된 장치이다. 동물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부딛치면 두려움을 느낀다. 이 감정은 동물이 특정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두려움을 느끼는 동물은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행동을 취한다. 감정은 인지 능력보다 특정 상황을 더 효율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 내부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emotion)과, 이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느낌(feeling)을 분석적으로 구분한다. 감정이란 언어적 표현 이전의 것이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한다면, 인간과 동물은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옳다. 인간은 자신의 내적인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반면, 동물은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내적인 상태가 없다거나 인간과 다르다는 주장은 틀리다.
말로 표현할 수있는 감정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감정이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것으로서, 몇 가지로 단순히 구분할 수 없다. 예컨대 두려움(fear)과 걱정(anxious)이 복합된 미묘하게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생리적 변화로 볼 때 유사한 반응을, 상황에 따라 두려움 혹은 걱정으로 구분하여 지칭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거친 범주로 재단되지 않는다. 고통, 두려움, 걱정과 같은 기본적 감정만이 아니라, 공감, 혐오, 수치심, 죄의식, 등 복잡한 감정들 또한 동물은 인간과 다름없이 가지고 있다. 분노, 공정함, 복수의 감정, 좌절감, 우울, 등도 동물에게서 관찰된다.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문제와 얽혀있다.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싶어한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하는 현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은 생물적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지만, 어떻게 동물을 취급하는지를 투명하게 모두가 알도록 하는 것이 동물 윤리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우리가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동물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잔인하게 취급할 때 이를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상황을 투명하게 알도록 한다면, 인간은 타인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할 수 없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침팬지는 권력, 지위, 섹스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인간을 그러한 관점에서 들여다본다고 하여 인간이 더 사악하게 보이지는 않음을, 침팬지에 대한 그의 관찰에서 읽을 수 있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을 느낀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는 어떻게 생성되었나 (0) | 2022.07.25 |
---|---|
특이한 정신병 사례들 (0) | 2022.07.19 |
사람은 왜 우울해질까 (0) | 2022.07.12 |
민주주의의 조건 (0) | 2022.07.06 |
침팬지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 (0) | 2022.07.04 |
Frans De Waal. 2005. Our Inner Ape: A leading primatologist explains why we are who we are. Riverhead Books. 250 pages.
저자는 유인원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유인원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인간의 특성과 비교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침팬지와 보노보인데, 둘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침팬지는 엄격한 위계사회를 이루며, 힘이 세고 폭력적이며, 수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반면 보노보는 위계가 엄격하지 않으며, 폭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평화적이며,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침팬지는 하위자가 상위자와 마주칠 때 반드시 존경을 표시해야 하는데, 상위자는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하위자들을 순회하면서 매일 위계를 확인시킨다. 침팬지들은 엄격한 위계 사회에서 살아가느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반면, 보노보는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삶을 살기에 침팬지보다 오래 산다. 침팬지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위를 쟁취하는 사회이기에 침팬지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빈번하며 지위변동이 심하다. 반면, 보노보는 엄마의 지위에 따라 자식의 지위가 좌우되기에 보노보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적고 지위 변동이 심하지 않다.
침팬지들은 연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최강자에 대항해 다음 강자들은 서로 연대하여 최강자의 권력을 견제한다. 가장 강한 놈이 홀로 힘을 행사하면서 오랫동안 지배자로 군림하기는 어렵다. 연대를 통해 뒷받침된 권력이 아니면, 다른 수컷들이 서로 연대하여 지배자를 힘으로 누르기 때문이다. 최고 지위에 오른 침팬지는 많은 암컷과 교미하면서 자신의 후손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는 수년이상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침팬지들이 호시탐탐 도전하지 때문이다. 권력의 교체기에는 침팬지 사회에 긴장이 흐르며, 새로운 권력자가 완전히 평정하고 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긴장이 사라진다. 침팬지 암컷은 침팬지 수컷과 달리 서로 힘을 합하여 수컷의 폭력에 대항한다. 수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가장 힘센자가 최고의 지위에 오르나, 암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연장자가 최고의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암컷들 사이에서는 수컷의 경우와 달리 권력의 행사가 두드러지지 않다.
보노보는 관계를 원활히 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수컷과 수컷간, 암컷과 수컷간, 암컷과 암컷간 성적 자극을 교환하면서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한다. 화해의 수단으로, 긴장을 풀 목적으로, 화합의 목적에서 서로 성적 자극활동을 자주 한다. 성별 구분 없이, 연령의 차이에 관계 없이 사회활동의 일부로 성적 교환을 한다. 다만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간, 형제간에는 상호간 성적 자극활동을 하지 않는다. 침팬지 사회에서 수컷과 암컷 사이의 섹스는 교환관계이다. 암컷은 수컷에게 섹스를 허락하는 대신 수컷으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는다.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암컷과 수컷이 여러 상대와 섹스 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 보이는, 수컷이 새로이 암컷을 차지하면 이전에 태어난 아이를 모두 죽이는 영아살해 관행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세계에서 의붓아버지가 의붓 아들을 학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은 일부일처 제도를 통해 이러한 영아살해 관행를 예방할 수 있었다.
침팬지들은 자신의 영역을 집단적으로 지키고, 이웃한 타집단을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는 행위를 일삼는다. 타집단의 구성원을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부족주의'는 침팬지와 인간 모두에게 공통이다.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지만, 집단 전체의 안정을 위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타협하는 관행이 잘 발달되어 있다. 상위의 암컷이 수컷들 사이에 갈등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침팬지들에게 상호주의(reciprocity)의 개념은 잘 각인되어 있다. 침팬지들도 서로 공감(empathy)한다. 상호주의와 공감 능력은 도덕적 감정의 바탕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상대에게 친절을 배푸는 것은 상대로부터 나중에 보상을 받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및 막연한 미래의 상황에 상대로부터 해를 입지 않으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상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느끼는지, 상대가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상대의 마음을 읽는' (theory of mind) 능력을 침팬지는 인간 못지 않게 가지고 있다. 상대의 생각을 짐작하고, 상대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자신도 함께 하는 능력은 집단 생활에서 필수적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침팬지와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놀랄만큼 공유한다.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정성(fairness)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분배에는 분노하고 참여를 거부한다.
인간은 폭력적인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보노보를 보면 평화를 사랑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폭력적이거나 화합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은 포용하고 서로 화합하는 반면, 타집단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하하며 잔인한 폭력 행사를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은 양극 모두를 자신의 본성으로 가지고 있다.
저자는 수십년 동안 네덜란드의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구체적인 사례를 적절히 언급하면서 유려하게 글을 쓰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 또한 뛰어나다. 인간에게는 가식으로 가려져 있는 것을 침팬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침팬지 연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한다고 주장한다. 두번 읽을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왜 우울해질까 (0) | 2022.07.12 |
---|---|
민주주의의 조건 (0) | 2022.07.06 |
근대 서양음악의 발달 과정 (0) | 2022.06.29 |
서양 음악은 어떻게 시작됬을까 (0) | 2022.06.28 |
민주주의 정치는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나 (0) | 2022.06.26 |
Frans de Waal. 2007(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John Hopkins University Press. 215 pages.
저자는 동물행동학자(ethologist)이며, 이 책은 네덜란드의 침팬지 동물원에서 3년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회 활동을 권력 갈등이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를 연구자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 추구 행위는 인간의 가식이 벗겨진 상태에서 전개됨으로 훨씬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이야기는 침팬지 집단의 최고 연장자 수컷인 예로인(Yeroen)이 위계서열의 정상을 차지한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상하는 도전자인 류이트(Luit)에게 권좌를 빼앗긴다. 그러나 류이트의 권력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혈기 왕성한 젊은 도전자인 니키(Nikki)에게 권좌를 내주게 된다. 니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 예로인의 협력이 필수적이었으므로, 그의 권력은 불안정하다. 예로인은 니키와 류이트 간의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이 니키보다 명예와 섹스를 더 많이 차지하는 노회한 정치를 구사한다. 침팬지들은 평소에 서로 마주칠 때마다 지위 위계에 따라 굴종과 과시를 교환하는 의례를 수행하는데, 권력 관계에 변화의 조짐은 이러한 굴종의 의례의 변화에서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예로인의 권력이 류이트에게 넘어가서, 굴종 인사를 하는 측이 류이트로부터 예로인으로 완전히 바뀌는데 거의 반년이 소요되었다.
침팬지 집단은 성인 수컷 4명, 성인 암컷 10여명, 청소년과 아이들 여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지위는 연령, 권력의 연합 관계(coalition), 물리적인 힘, 지혜와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힘이 가장 센 침팬지가 반드시 위계 서열에 가장 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암컷은 집단의 화목을 추구하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한다. 예컨대 권좌를 차지한 수컷은 자신의 개인적 선호나 사소한 이익을 넘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반면, 암컷은 개인적 선호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암컷들 사이에도 지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컷들 만큼 지위 추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지위 갈등의 빈도가 훨씬 덜하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물리적 힘과 함께 집단의 다른 구성원의 지지에 의존한다. 암컷들은 특정 수컷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지지 세력이다. 권력의 찬탈을 도모하는 수컷은, 암컷들을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권좌에 있는 수컷은 항시 다수의 암컷의 지지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로인은 니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존재인데, 젊고 거칠어서 암컷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니키보다 암컷들로 부터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한다.
약자들 사이에 연합을 통해 강자의 권력을 견제하는 행위는 항시 관찰된다. 예로인이 권좌에 있을 때, 류이트와 니키가 연합했으며, 류이트가 권좌를 차지했을 때 예로인이 니키와 연합했으며, 니키가 권좌에 있을 때 예로인은 공식적으로는 니키와 연합하고 때때로는 류이트와 연합하는 방식으로 양 쪽을 번갈아 이용함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로 했다. 또한 니키와 류이트는 예로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섹스를 할 때만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예로인을 견제하였다.
섹스의 권리는 권력 위계와 동전의 양면이다. 수컷 사이에 권력 위계에 따라 섹스의 빈도가 비례적으로 분포한다. 니키보다 예로인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공식적 지위와는 별개로 실질적 영향력에서 예로인이 니키를 앞섬을 의미한다. 아이러니는, 예로인이 세명의 수컷 중 섹스빈도가 가장 높지만 그는 성불구이므로 자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로인을 포함한 침팬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수컷에게 섹스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는 암컷이 결정한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약하지만 수컷이 암컷을 섹스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암컷의 의지를 거슬러 수컷이 강제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 권력 갈등 때문에 암컷의 감정에 거슬리는 행위를 꺼려한다. 수컷이 암컷과 아이들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서와 달리 암컷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으며, 공격하더라도 송곳니가 아닌 앞니만을 사용하므로 상처가 깊지 않다.
침팬지들 사이에는 행위 규범이 존재한다. 수컷은 암컷이나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수컷들 사이의 싸움에서도 다리나 팔을 공격하는 정도이지, 머리나 어깨와 같이 치명적 해를 입히는 공격은 하지 않는다. 침팬지들은 행위의 결과를 예상하여 전략을 짜고, 자신의 의도를 감추는 기만 행위를 구사하는데 능하다. 평소에 도움을 주고받는 계산적 행위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필요할 때에 도움을 요청한다. 침팬지들은 수컷은 물론 암컷도 개개인의 성격에 차이가 크다. 섹스를 거부하고 동료 암컷보다 수컷과 주로 어울리는 수컷같은 암컷이 있는가 하면, 영향력이 크고 지혜를 발휘하는 노련한 암컷이 있다. 일생동안 한결같은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유대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을 바꾸는 약한 유대도 있으며, 외톨이 암컷도 있다. 수컷들 사이의 관계는 항시 긴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 언제건 수컷들 사이에 연합이 바뀌면서 권력의 위계가 바뀔 위험이 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이 포괄하는 관찰 기간 이후에 침팬지 집단에 새로운 권력 교체가 발생했다고 간단히 언급한다. 그 동안 거의 무시당했던 젊은 수컷인 댄디가 예로인의 도움으로 니키로부터 권좌를 찬탈한 것이다. 그 결과의 충격으로 니키는 물에 뛰어 들었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예로인으로부터 권좌를 찬탈했던 류이트는 니키와 예로인의 공격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었다. 예로인은 노회한 정치가 답게, 시일이 흐른뒤 늙어서 자연사했다.
저자는 침팬지의 사회활동을 서술하면서, 인간들 사이의 행위와 대비하여 흥미롭게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한다. 침팬지들의 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저자의 촛점이 뚜렷한 서술 능력이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심지어 미국의 국회의원들 사이에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책이 처음 나온지 40년이나 되었는데, 수십 판을 거듭하면서 유명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과일나무 > 호두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 산업의 경제적 분석 (0) | 2021.10.08 |
---|---|
인생의 마지막 역시 불평등하다 (0) | 2021.09.30 |
기술발달은 필연적이다. (0) | 2021.09.29 |
질병에서 인간과 동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0) | 2021.09.26 |
왜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싸울까 (0) | 202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