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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 해당되는 글 2건
2022. 7. 12. 12:20

Randolf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 from the frontier of evolutionary psychiatry. Dutton. 269 pages.

저자는 정신의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 슬픔, 걱정, 죄책감, 약물 중독, 정신분열 등의 부정적 감정과 정신병의 원인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우리의 몸/마음이 병에 취약한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음 여섯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리 몸이 현대의 생활방식에 맞지 않기 때문(mismatch), 병원균이 우리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infection), 자연의 선택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constraints), 우리 몸의 모든 요소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trade-offs),  자연의 선택과정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손을 최대로 번식시키는 쪽으로 맞추어져 있기때문(reproduction), 고통과 걱정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유용하기 때문(defensive responses).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 자체가 생존에 유리한 기능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생존에 유리한 특성의 부작용으로 부정적 감정이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한 감정은 자신의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나, 어떻게 해도 도달하기 힘든 현실에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데, 이는 더이상의 무모한 투자를 중단하게 만드는 적응 기제이다. 동물의 감정이란, 진화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기제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죽는다.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좌절하고 우울에 빠져 움츠러들고 행동을 멈추는데,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기회가 보이면 에너지가 솟아 오르며 다시 행동에 착수한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계속 에너지를 투입하는 사람은 진화의 과정에서 퇴화했다. 어느 정도 하다가 아무래도 효과가 나지 않으면 부정적 감정이 점점 커지는데, 이는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은 왜 애시당초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추구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원하는 "희망" 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다. 높은 목표를 희망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자족하여 사는 성질을 가진 인간은, 비록 희망이 많은 경우 꺽이더라도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성질을 가진 인간과의 생존경쟁에서 패하여 도퇴했을 것이다. 요컨대,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우울이란 감정은, 생존경쟁에 유리한 능력, 즉 높은 목표를 희망하고 이를 향해 노력하는 능력의 부작용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과 번뇌의 근원을 욕망에 두고, 욕망을 버리면 번뇌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합당한 주장이 아니다. 욕망이 없는 동물은 오래전에 생존경쟁에서 도퇴되었을 것이다. 즉 사람들이 도달하기 힘든 것을 원하고 좌절과 우울을 맛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인간은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항시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원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적든 많든 좌절과 우울을 맛보며 살 수 밖에 없다.

슬픔이나 후회란, 미래에 유사한 상황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다. 슬픔을 느끼고 후회를 할 수록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잘못했는지, 왜 그런 결과가 빚어졌는지를 반추하게 되고, 이러한 반추를 통해 얻어진 교훈은 미래에 생존능력을 높인다.

진화의 과정은 숙주의 건강과 행복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후손을 최대한 많이 번식시키는데 목표를 둔다. 후손 번식과 숙주의 건강/행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불확실한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결과인데, 이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숙주의 행복을 감소시킨다. 반대로 지나치게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확실한 위험에 무모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만일 불확실한 위험이 만에 하나 진짜 위험일 경우 돌이킬 수 없이 큰 낭패를 당하게 되어, 진화의 과정에서 결국 도퇴된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과 같은 신경 질환은 인간의 복잡한 두뇌 활동의 부작용일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복잡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능력은 잘못될 위험성 또한 높다. 인간의 두뇌 능력이 덜 고도화되어 있다면 신경 질환에 걸릴 위험도 덜하겠지만, 이는 숙주의 생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이유로 하여, 인간의 면역능력은 매우 우수하여 외부로부터의 병원균을 공격하고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데 효율적이지만, 또한 때때로 자신의 몸에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인간의 몸/정신은 생존 능력과 이러한 능력에 부수되는 위험성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데, 이 균형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병이 된다.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을 인간의 병리현상에 적용한 의학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일상적인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나, 상당히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많은 연구들을 인용하면서 논의를 세세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일일이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어내리는데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읽다보니 얼마 읽지 않아 내가 두번째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끝까지 다시 읽었다. 두번을 읽어 이해도가 처음보다 더 높아진 것 같지는 않지만, 여하간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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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lph M.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s from the fronter of evolutionary psychology. Dutton. 269 pages.

저자는 'Why we get sick'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정신 의학자로 이 책에서는 진화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설명한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정신 작용이 왜 그렇게 발달하였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고통과 불안은 그러한 상황이나 대상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줄 때 이를 피하도록 우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이다. 인간의 감정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작용하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진화적 자연 선택은 인간의 건강이나 행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후대로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건강이나 행복 추구와 유전자의 번식을 추구하는 것은 불일치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바람을 피며, 인간의 높은 두뇌작용과 욕망은 불안과 고통을 낳는다. 욕망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우리를 몰아가지만, 그러한 욕망에 따를 때 우리는 마음이 평온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불교에서 욕망을 없애면 번뇌가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진화를 통해 선택되온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고통, 불안, 걱정은 정상적인 정신의 작용이다. 화재감지기와 유사하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비적으로 우리를 조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이 없다면 위험 상황에 무모하게 처신하다가 사라졌을 것이기에, 진화적 선택은 이러한 감정을 가진 유전자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울증 또한 정상적인 것이다. 상황이 긍정적이면 기분이 뻗쳐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상황이 부정적이면 기분이 침잠하여 노력을 줄이도록 만든다. 의식상으로는 이러한 실패와 좌절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도, 우울한 감정이 그를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헛되게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상황이 나쁠 때 우울한 감정이 들고 뒤로 물러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나 목표가 많으므로 우울증은 이에 대처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기제이다. 불가능한 역경에 처해 우울증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계속 열심히 밀고나간 사람은 결국 쇠해서 퇴출되었을 것이기에, 그러한 유전자는 우리에게 남겨지지 않았다.

많은 정신적인 문제는 두뇌나 유전자의 특정한 결함이나 병원균과 같은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정신적 문제를 낳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족이 학대를 한다거나, 직장 일이 좌절된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거나, 신뢰하던 사람으로부터 배반을 당했다거나, 피할 수없는 곤경에 빠진 경우, 우울증, 집착, 질투, 슬픔, 분노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이 되는 상황이 해결되면 정신적 문제가 사라진다. 약으로 이런 정신적 문제가 치료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심리적인 적응의 전략으로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나의 의도를 숨기고 가장하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여 대응하는 복잡한 두뇌작용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나의 실제 의도를 숨기는 자기 기만이다. 진화적 선택은 인간이 자기기만을 능숙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 기만은 완벽치 않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유발한다. 자기 기만은 무의식을 억압하는데, 무의식의 감정과 생각이 외곡된 형태로 나타나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인간의 성적인 행위는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에 종종 부적절한 성관계와 성욕구로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강력한 질투심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감정이다. 거식증은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욕망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느 정도에 이를 때까지는 진화적 생존을 높이는 순기능을 초래하나, 감정이 지나칠 경우 당사자를 해치는 역기능을 가져온다. 왜 어떤 사람은 감정이 지나치게 흐르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결합하여 그러한 변이를 낳는다.

다이어트를 할 수록 우리의 몸은 기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생리작용의 강도를 늦추고 영양소를 더 갈구하도록 만든다. 주위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다이어트를 실패하도록 만드는 환경이다. 비만이란 우리의 조상이 살던 환경에 맞추어 만들어진 우리의 몸이 현대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상황과 맞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신분열증과 자폐증은 복잡한 사고와 감정의 작용을 처리하도록 우리의 두뇌가 진화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두뇌를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복잡한 것을 처리하도록 만들수록 소수에게지만 그것이 잘못될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 책은 주석만 70쪽이 넘으며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이 제시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분명하지만 상세한 이론과 설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정신 의학이 '왜 그렇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타당성이 부정된 상황에서- 증상에 대응하는데만 주력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원인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에 새삼 눈뜨며,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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