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Ormerod. 2005. Why Most Things Fail: Evolution, Extinction and Economics. Pantheon Books. 245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부분의 회사가 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생물계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이 소멸한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나타나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의 복잡성이 궁극적 원인이다.
회사들이 망하는 것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 중 10%가 첫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 창업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초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면, 이후에는 창업 이래 흐른 시간과 망할 위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여하간 대부분의 회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망한다. 미국에서 100년전에 상위 100대 회사 중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회사는 절반에 불과하며, 여전히 상위 100대 기업에 든 경우는 겨우 19개이다.
회사가 망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 자체의 결함 때문이기보다는, 회사들 사이에 상호작용 속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는데,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수시로 조정한다. 문제는 나의 행위에 대해 상대가 취할 선택지가 다양하고, 여러 상대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속에서 특정 행위자가 추진하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어그러질 가능성은 무척 크며, 회를 거듭하며 상호작용하다 보면 결국 이러한 위험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어진 상황에 아무리 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행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각 참가자에게 최선의 전략이 참가자 전체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행위자들은 게임의 규칙을 수시로 바꾸면서 자신에게 최선의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위를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한 행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러한 행위 방식은 사람들 사이에 선호가 연결되는 preference attachment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선호 대상의 객관적인 질과는 관계없이 열악한 선택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행위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선택한 결과는 랜덤하게 선택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행위자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 적응력 fitness에서 상호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다. 외생적인 충격과 내생적인 요인 때문에, 생물 종이나 회사의 생존 가능성에 굴곡 fluctuation 이 발생한다. 어떤 종에서 우연히 약간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다른 종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이 파급되고, 그것이 다시 원래의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와중에 일부 종이 멸종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약간의 종 혹은 회사가 멸종하는 일은 항시 일어나는 반면, 많은 종 혹은 회사들이 한꺼번에 멸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가끔씩 발생한다. 그 당시 생존하는 종 중 20% 이상이 멸종하는 대규모 멸종이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발생하였다. 종이 멸종하는 규모와 빈도 간의 관계를 보면 지수의 법칙 power law 이 작용한다.
행위자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일부가 멸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멸종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의 네트워크에 속한 행위자들에게 익숙한 것,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을 들고나오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즉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존에 상대의 대응을 넘어서는 새로운 충격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러 상대의 다양한 대응이 초래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을 넘어서는 길은, 내 쪽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충격파를 만들어 내어 복잡한 상황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상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의 복잡계 complex system 현상을 회사라는 경제행위에 적용한 흥미로운 글이다. 책 자체는 산만하게 쓰여서 저자의 서술이 그리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데, 이는 아마도 이 주제에 관한 논의가 아직 거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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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Laszlo Barabasi. 2014(2002). Linked: How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and what it means for business, science, and everyday life. Basic Books. 238 pages.
저자는 물리학에 배경을 둔 Network Science 학자이며, 이 책은 네트워크의 속성과, 실제 세계에서 네트워크가 적용된 사례를 설명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노드(node)와 링크(link)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일까? 학자들은 노드가 연결되는 방식은 랜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World Wide Web에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이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결된 모습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생각은 틀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의 네트워크는 허브(hubs) 들의 위계체계로 되어 있다. 몇개의 웹페이지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웹페이지들로부터 링크가 집중된 반면 다른 페이지와 링크가 거의 걸려있지 않은 것에 이르기까지, 웹페이지의 링크의 빈도는 연속적인 위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많은 수의 웹페이지와 연결된 노드를 허브(hub)라 하며, 허브는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속성의 네트워크를 전문용어로 scale-free networks 라고 한다.
만일 노드가 연결되는 방식이 랜덤하다면, 링크의 빈도 분포는 정규분포 곡선을 따를 것이다. 즉 대부분의 노드는 비슷한 수의 링크를 가지고 있고, 소수의 노드들만 아주 많거나 혹은 아주 적은 링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에서 링크의 빈도분포는 지수분포(power law)를 따른다. 소수의 노드는 엄청나게 많은 링크를 가진 반면 대부분의 노드는 매우 소수의 링크만을 가지고 있다.
왜 세상의 많은 네트워크는 허브의 위계체계라는 속성을 지닐까? 그는 네트워크가 두가지 원칙을 따르면, 이러한 속성의 네트워크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짐을 증명했다. 첫째 원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하나씩 덧붙여져 성장하며, 두번째 원칙은 이렇게 새로이 출현하는 노드가 기존의 노드들 중에 가장 링크가 많이 걸린 것에 새로운 링크를 건다는 원칙이다. 기존의 노드들 중에 링크가 가장 많이 걸린 것이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새로 출현한 노드가 이것에 링크를 걸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노드와 링크를 하나씩 더해 나가는 실험을 하면,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가 출현한다. 이를 복잡계(complexity), 즉 몇가지의 단순한 원칙이 자기 반복적으로 적용되면서 복잡성이 높아지는 체계라고 한다.
그가 이러한 네트워크의 원칙을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인터넷 세계뿐 아니라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네트워크들이 이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항공노선의 망, 과학세계에서 학자들 사이의 인용의 망, 공동 영화출연을 통해 헐리우드 배우들이 서로 연결된 망, 사람들 사이에 친소관계의 망, 전염병이나 유행이 확산되는 망, 등은 모두 이러한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이다. 물론 모든 네트워크가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는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보면,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의 링크가 지수분포를 보이지 않는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매우 강하다. 웬만큼 많은 수의 노드들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노드들 사이에 연결을 유지한다. 반면, 허브들만 골라서 체계적으로 공격을 한다면, 이러한 네트워크들도 파괴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이러한 속성을 알면, 조직의 운영이나 여론과 유행의 전파 등 여러 경우에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있다. 소수의 허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지도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문제해결 능력의 차이는 크다.
이책은 저자의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월드와이드웹을 분석하여 네트워크의 특성을 발견한 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책 후반에 이러한 네트워크의 속성이 다른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되는 것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약간 피상적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네트워크와 복잡계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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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저자는 물리학자로 통섭학문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이 책은 생물체와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근본 원리를 찾는 노력의 결과물로, 그는 생물체와 사회현상이 규모에 비례한다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생물체의 성장, 도시의 성장, 회사의 성장 등은 지수적 분포 곡선 exponential curve 를 따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며, 소수의 것은 규모가 매우 큰 반면 이와는 큰 격차를 보이면서 작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정규 분포 곡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 지수적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생물체, 도시, 회사가 자기 복제적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랙탈 fractal 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생물체의 지수적 속도의 성장은 무한히 지속될 수없다. 왜냐하면 생물체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즉 세포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진대사 기능은 규모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결국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유기체의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되며,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여력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된다. 세포의 수가 증가하면 신진대사를 위한 세포간의 네트워크의 복잡성도 지수적인 속도로 증가하며, 더이상 복잡성이 발달하기 어려운 극치점에 도달한다. 이러한 극치점에서는 규모와 신진대사 기능간에 균형을 보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으로도 이 균형이 깨어져 쇠퇴의 길로 접어 들며 마침내 사멸한다. 이것이 바로 생물체의 성장이 멈추고 수명이 제한된 이유이다.
생물체의 규모가 크면 신진대사율은 낮은 대신 오래 산다. 반면 생물체의 규모가 작으면 신진대사율은 높은 대신 빨리 죽는다. 규모에 따라서 가용한 힘도 결정된다. 규모가 크면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힘을 필요로 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신진대사의 비효율이 압도하여 생존할 수없다. 생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의 속도가 높아진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후손을 낳고, 빨리 죽는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체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 또한 생물체와 유사하게 지수적 성장의 속도와 분포를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며, 소수의 매우 큰 도시와 다수의 작은 도시들로 구분된다. 한편, 생물체의 신진대사와 달리 도시는 세포, 즉 주민 각각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진대사의 효율이 규모가 클수록 커지는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를 보인다. 클수록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들 사이에 연결이 높아지고, 아이디어의 생산 효율이 커지고, 삶이 풍요로와진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의 특성이나 기능의 전문화가 높아지며 다양성이 커진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아이디어와 부의 생산이 증가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도시가 커지면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범죄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자원소비가 높아지고, 오염과 질병이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삶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지수적 성장은 무한히 계속될 수없으며, 결국 성장이 중단되고 쇠퇴로 접어드는 극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수적 성장의 파국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혁신을 통해 성장 곡선을 매번 새로이 그려왔다. 그러나 지수적 성장의 극치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혁신의 속도를 빨리하여 파국을 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속적 페이스의 끝이 무엇일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책은 단일 원리로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자의 야심찬 시도이다. 생물체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있는데, 사회현상으로 넘어오면서는 비약이 심하다. 인구 규모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설명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곳곳에 주제의 진행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많이 깔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에 번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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