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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9. 11:32

Renee Engeln. 2017. Beauty Sick: How the cultural obsession with appearance hurts girls and women. Harper. 356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그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여성들이 외모에 집착하는 관행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10~30대 연령에 속한 거의 대부분의 여성은 외모에 대해 강박적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체중에 대한 강박은 심각한 수준으로, 다이어트로 인한 부작용이나 심지어 거식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존감이 약하고, 우울증 등으로 고생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과도하게 신경쓰고 투자하는 것은 다른 생산적 분야에 써야 할 정신적 물질적 에너지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과 사회활동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성과를 덜 내는 원인이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집착하는 것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문화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의 몸이 항시 관찰되고 평가되는 환경 속에서 살면서, 이러한 시각을 내면화한다. 미국의 상업적인 대중문화와 광고는 여성의 몸을 대상화(objectification)하는 극단적인 무대이다. 이러한 무대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과 연예인은 통계적으로 예외적 범주에 속하며, 포토샵등으로 조작한 비현실적 몸매을 이상화시킴으로서, 일반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불만족하게 만들어,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등의 미용 헬스 용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자극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모든 여성은 각자 자기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득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왜냐하면 외모에 대한 문화적 기준을 개인의 의지로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나 티브이에 나오는 미모의 여성들은 예외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상업적 목적을 위해 시청자의 인식을 외곡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도 역시 도움이 안된다. 미디어의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부정한다고 해도, 그러한 미디어의 이미지에 자극받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몸에 관심이 끌리고,  비교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몸에 대한 관심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몸에 대한 논의를 의식적으로 줄여야 한다. 여성의 몸을 강조하는 광고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피하고, 자신이나 남들의 몸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대신 다른 주제에 관심을 높이면 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는 제한된 자원이므로, 다른 주제에 관심을 늘이면, 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몸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꺼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몸을 남에게 보이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몸에 대한 시각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대한 집착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그녀들은 어렸을 때 부모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모 자신이 여성의 몸에 집착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도록 격려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집착이 덜했다. 외모의 사회적 가치는 다른 능력의 가치보다 못하다. 왜냐하면 외모는 일시적이고 관찰자의 시각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은데, 외모는 이러한 중요한 일을 성취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데 관심을 쏟도록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인터뷰 결과를 많이 인용하면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집착을 생생하게 서술한다. 사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여성이 남성과 비교하여 사회적 권력의 위계에서 약자에 속하는 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여러 권력 자원 중 외모는 하나의 권력 자원에 불과하다. 여성이 사회적 위계에서 남성과 대등해 질 때, 여성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사라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자신의 외모에 신경쓰기는 하지만, 다른 자원에 신경쓰는 것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이는 남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여성이 체중에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음식에 지방과 설탕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미국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마른 몸을 우월하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마른 몸이 아니라 뚱뚱한 몸을 이상화하는 가치관이 존재한다. 미국인의 3분의 2가 비만이고, 중상층에서만 마른 몸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마른 몸을 유지하는 것이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차용되고 있다. 요컨대 여성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불평등 사회에서 보이는 지위에 대한 강박증의 일종이다. 이책에서 많은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을 읽는 장점이 있지만, 중복이 많은 것이 흠이다.

2020. 1. 10. 21:44

Matt Ridley. 1993. The Red Queen: Sex an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Harper. 349 pages.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인간의 성(sexuality)의 진화를 설명한 대중 과학서. 동화에 나오는 Red Queen의 비유를 사용하여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창과 방패의 비유와 유사하다. 종의 경쟁에서 한쪽이 앞서려고 변화하면 그에 맞추어 상대도 변화하여 따라맞추는 과정이 계속이어지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계에서 암컷과 수컷간 선택하고 선택되기 위한 경쟁은 양쪽 모두를 변화시킨다. 성적인 선택(sexual selection) 경쟁에서 같은 성의 경쟁자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올라서게 하는 형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반면 불리한 형질은 후손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후손에게 이어지지 못한다. 생물의 많은 형질은 오랜 세월 동안 성적인 선택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종의 상대 성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은 물리적인 생존을 위한 경쟁(natural selection)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컨대 숫공작의 아름다운 날개는 암공작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지만, 이것은 수컷의 물리적 생존 확율을 낮추는 요소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왜 무성생식이 아니라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된 유성생식을 하여 후손을 만들까? 유성생식이 가져오는 유전자의 다양성 덕분에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무성생식은 후손을 빠르게 증식시키는 이점은 있지만 부모와 자손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유성생식은 암컷과 수컷이 교배를 해야만 후손을 만들기 때문에, 적절한 섹스 상대를 찾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후손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무성 생식으로 부모와 그 후손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면, 만일 이 생물체의 면역력을 뚫는 병원균 유전자가 나타날때 피해를 면할 수없다. 반면 유성생식으로 후손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병원균의 돌연변이로 후손 모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

 어떤 생물체가 일부일처에서 난교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짝짓기 행태 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는, 군집해 사는지 혹은 각자 떨어져 사는지, 후손의 양육에 수컷이 간여하는지 혹은 암컷이 전적으로 혼자 담당하는지에 달려 있다. 모든 생물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군집해 살면 엄격한 일부일처는 어려우며 여러 상대와 섹스를 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행태가 자리잡는다. 후손을 양육하는 일을 암컷이 전적으로 담당하면, 암컷은 여러 수컷과 섹스를 하는 것보다 적은 수의 강한 수컷을 골라 섹스를 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수컷은 가능한한 여러 암컷과 섹스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인간은 일부일처를 기본으로 하며, 보조적으로 결혼 관계 밖의 상대와 바람을 핀다. 인간의 오랜 양육기간 때문에 여성은 자신과 자녀의 부양을 책임질 남자가 필요하며, 남성 역시 상대 여성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지 않고 오랫 동안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는데 유리하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일처 다부의 성향을 지니며, 여자는 일부일처의 성향을 지닌다.

남성은 여성에게서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찾고, 여성은 남성에게서 부와 지위를 찾는다. 여성의 육체적 미는 건강한 후손을 만드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며, 남성의 부와 지위는 오랜 기간 동안 자녀를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심리적 특성의 차이를 낳는다. 남성은 공격적이고 공간감각이나 수리력이 높은 반면, 여성은 남을 잘 이해하고 교류하는 사회성과 언어능력이 앞선다. 남성은 낯선 여자와도 섹스를 쉽게 할 수있지만, 여성은 다양한 남성과 섹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간이 생물계에서 독보적으로 두뇌가 크고 지력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보다 배우자를 선택하고 선택받는 게임에서 인간관계를 읽는 기술이 고도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생물의 생존의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퍼뜨리는 것이므로,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형질인 지력은 가장 우수한 배우자를 차지하는 게임에서 승리자가 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동물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성질을 유추해내는 작업은 복잡하다. 실험을 통해 입증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유추한 가설에 대해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기에 논리를 쫒아가기가 버겁다. 이 작가의 스타일은 많은 사례와 논쟁을 계속하여 소개하고, 서술을 맛깔나게 하기 위해 이중부정과 이중 비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적 사실을 직설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서술하려고 이야기를 굴곡지게 하는 약점은 있지만, 흥미로운 주제와 관련된 상반된 논쟁을 모두 검토하는 부지런함은 살만하다. 인간의 성과 관련되 생각할 수있는 모든 주제를 건드린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동물의 행태에 관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인간의 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2012. 9. 4. 23:01

  요즈음 미국에서 여대생이 남자를 사귀는 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한다. 미국 여대생들은 남성과 가볍게 사귀며 즐기다 쿨하게 헤어지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사정이 달랐다. 여성이 남자와 만나면서 결혼으로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었다. 과거에는 자신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남성과 만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요즈음 여대생들은 이런 만남을 부담스러워 하고 기피하기까지 한다.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Atlantic_HookupCulture.hwp





  이유인즉 근래의 여대생들은 남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들은 일의 세계에서 성공하는데 삶의 우선순위를 둔다. 일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냉혹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질을 키워야 한다. 교육과 훈련을 많이 받고, 대인 기술을 익히고 인맥을 쌓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모임에 참여하며, 일에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에라도 기꺼이 가며, 일을 위해서는 가족생활까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직장에서 성공한 남자들의 생활 방식이었다. 여대생들이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해서 성공하기 위해 남자들의 삶의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내동댕이 친 여성의 미덕이란 어떤 것이었던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며,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물러서서 기다리며, 사회적으로 닳고 닳기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진함을 지키며, 무엇보다 너무 똑똑해지지 않으며...  여성적인 삶이란 일보다는 가정을 더 소중히 하고,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을 삶의 최고의 낙으로 삼으며, 남편을 잘 뒷바라지 하며, 경쟁보다는 양보와 희생을 택하며, 나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남을 배려하며, 등등. 이렇게 한다면 과연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잘 할 수 있을까? 요즈음 여성들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과거에 여성은 남편을 잘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여성은 남자와 만날 때 상대가 자신을 고생시키지 않고 잘 부양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핀다. 능력 있는 상대가 자신과 결혼하도록 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 붓는다. 여성은 남성의 심리를 조정하여 자신을 좋아하도록 내지 자신에게 걸려들도록 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너무 헤퍼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튕겨서는 더욱 안된다. 남성의 성적 욕구에 대응해 줄듯 줄듯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주지 않는 줄타기 묘기를 구사해야 한다. 상대가 능력이 없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모호한 말을 남기고 버려야 한다. 더 좋은 패를 찾아서. 정말 힘든 일이다. 한번의 잘 못된 판단이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다. 결혼한 많은 여성은 이런 시간을 다시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50대의 안정된 삶을 누리는 어떤 여성이 혼돈과 불안으로 점철된 젊은 시절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이해할만 하다. 남녀관계가 삶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과거 젊은 여성들에게 남녀관계를  잘 푸는 것은 삶의 전부였다.   

   요즈음 미국 여대생들은 여성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 여성도 직업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자신을 부양할 수 있고, 여성에게도 어떤 일을 하는지가 남성 못지않게 중요해지면서, 여성의 남성에 대한 의존 성향은 점차 사라져 간다. 대신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신중히 관리하고, 자신의 시장 가치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예전처럼 여성이 남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남녀관계는 더이상 여대생들의 삶의 전부가 아니다. 

   한 남성에게 일찌감치 자신을 몰빵하며 연애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하고, 결혼하면 가사와 자녀 양육의 부담을 자신에게 덤탱이 씌우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꽃 피워보기도 전에 좌절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자신의 기회를 시험해 보기도 전에 아이를 낳고 주저 않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조심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을 때까지는 남성의 진지한 사랑을 사절한다. 아무리 훌륭한 남성을 만나도 그의 성공은 그의 것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훌륭한 남성을 만나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훌륭해져야 훌륭한 남성과 만날 수있고, 그와 결혼하게 되어도 오래 함께 지낼 수있기때문이다. 자신이 그에 못미치면 죽어 살아야 하거나 혹은 버림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여대생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인다.  결혼해도 언제 이혼하자는 말이 나올지 모르기때문이다. 훌륭한 남성을 낚아채는 것이 게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그렇다고 남성을 멀리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다양한 남성들을 가볍게 만나서 즐기면서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대인 관계의 기술을 습득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남자건 여자건 사람을 많이 만나 봐야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느는 것이다. 일찍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주지 않고, 자신이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남자의 마음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여러 남자를 경험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피차 상처받지 않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을 테니까.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은 애시당초 없으니 적절한 상대를 만나면 성적인 즐거움을 사양할 이유도 없다. 애를 가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어차피 결혼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젊은 시절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상대와 만나면서 헤어질 것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영악한 행위라고 비난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서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한들, 애틋하고 순진한 사랑을 모르면 세상 헛사는 것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다. 여러 남자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여성은 아무도 자신의 것으로 차지할 수 없을 거라고  조언할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남성들은 순진하고 나만 바라보고 사는 여성 쪽으로 마음이 흐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쨌든, 내가 여자라면 영악하고 쿨한 삶을 택하겠다. 사회적으로 능력있는 여성이 순진한 여성보다는 함께 일하기 좋고, 말도 잘 통하고, 어려울 때 도움도 청할 수 있다. 그런 여성이 함께 일하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나와 인생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순진한 쑥맥의 여성을 찾는 남성은 아마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아내를 일생 혼자서 벌어 먹여살리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남성의 길을 가야 한다.  

   한국은 여성에게 사회적인 참여의 기회가 공평하게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의존하는 전략이 더 행복하게 사는 길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여성에게 그리 행복한 사회는 아니다. 남성은 활개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여성은 다소곳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일제 시대에 신여성이었던 나혜석이 혼자서 빈곤에 허덕이다가 길거리에서 객사했다고 한다. 그녀는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 남성에 의지해서 사는 삶을 거부했기에 어떤 남성도 그녀를 거두어 주지 않았다. 그 시대에는 여성이 혼자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말이다. 

   미국 여대생들의 변화된 남녀교제 방식은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성의 문제에서도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돌아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의 열매가 삶의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결실을 맺고 있다.  

2012. 4. 8. 13:31

  선진국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이 크게 증가하였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성역할 분업, 즉 여성은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고 남성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물론 경제형편이 어려운 계층은 이러한 사회적 이상형을 실천하기 어려웠다. 가난한 집의 부인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생계를 위해 돈벌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중류층에서 기혼 여성이 돈벌이를 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Economist_Women&Work.hwp



  세상은 변해 이제 서구사회에서는 70% 이상의 기혼 여성이 경제활동을 한다. 물론 그들 중 절반 이상은 전업직이 아니며, 남녀간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30%이나 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만일 어떤 여성이 밖에 나가 일 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되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것이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날도 멀지 않다.

  여성이 밖에서 일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기반을 가지면 남성과 여성간의 권력차이는 좁혀진다.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가 늘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고, 이혼하고 재혼하는 사례가 늘고,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가 정착한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 본인의 의지도 작용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 인구가 노령화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의 활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충하려면 여성의 참여를 늘릴 수밖에 없다. 여성의 교육이 남성과 동등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 여성 인재를 집에 모셔둔다면 자원의 낭비가 엄청나다. 여성 인재를 놀리는 나라는 여성 인재를 활용하는 나라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며, 우수한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뒤질 것이다. 

  여성의 경제력이 늘고 사회적 역할이 남성에 근접하면, “여성다움”이라는 문화적 상징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자신을 치장하고 남성에게 잘보이는 데 과도한 노력을 쏟아야만 하는 “여성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이고 능력있는 여성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는 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환상, 남성에 대한 여성의 환상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컴퓨터가 없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듯이,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없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어떨지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게 더 낳은 방식의 삶이고 인간성을 존중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방식은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호도해도 비인간적이다. 물론 각자가 자신의 삶에 책임지면서 사는 것이 더 편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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