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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에 해당되는 글 2건
2022. 7. 19. 17:46

Oliver Sacks. 1998(1970).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and other clinical tales. Touchstone. 233 pages.

저자는 정신의학자이며 작가로 유명세를 거둔 사람이며, 이 책은 두뇌가 손상된 환자를 보는 그의 정신의학 임상 경험 중에서 특이한 사례들을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한다. 크게 네 범주로 구분하여 사례들을 서술한다. 첫째는 정상적인 정신 능력이 결여된 사례이며, 둘째는 정신 능력이 지나친 사례이며, 셋째는 정신적으로 변화를 겪는 사례이며, 넷째는 지극히 단순화된 세계에서 사는 사례이다.

첫째, 정상적인 정신 능력이 결여된 경우를 보면,  한 측면에서 보면 결핍으로 인한 장애에 불과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기이한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예컨대 추상적인 패턴 인식은 가능하지만 대상에 대한 구체적 종합적 인식이 결여된 경우, 모자를 잡는 대신 아내의 머리통을 잡는다. 과거 상당기간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여, 수십년전 마지막 기억이 남아있던 그때로 현재를 인식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여, 자신의 다리나 팔을 자신의 것이 아닌 객체로 인식한다. 평형 감각을 상실하여 주위의 세계가 계속 출렁이는 느낌을 갖는다.

둘째, 정상적인 정신능력이 과잉인 사례는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투렛(Tourette)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여진, 과잉 에너지 과잉 감정으로 넘쳐나는 환자, 70이 넘었는데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절실한 감정을 주체못하는 환자, 자신이 누구인지가 순간순간 바뀌면서 쉴새없이 이야기를 하는 환자, 주위에 있는 다수 사람들을 모방하는 행위를 쉴 새 없이 하는 환자. 이들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감정에 대해 긍정적인 눈길을 보낸다.

셋째, 정신적으로 변화를 겪는 사례들은 양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 과거 어릴 때의 일을 놀랄만큼 또렷이 기억해내는 환자, 주위의 세계에 대한 감각이 매우 예민해져 정상인은 상상할 수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구체적으로 주위 세상을 파악하는 환자, 과거 자신이 살인했던 기억이 구체적 행동의 세밀한 부분까지 생생히 생각나서 괴로워하는 환자, 종교적 이미지를 꿈에서 생생하게 보고 그림으로 재현해낸 수녀 등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들은 이러한 과잉 감정이 약물에 의해 진정되고 사라졌을 때 한편으로 아쉬워한다.

넷째, 단순화된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주로 자폐증(autism) 환자이다. 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정신적 섬에서 살기 때문에, 주위 세상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 반면 자신의 세계 안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자연과 완전히 합일을 이루는 경험을 하는 환자, 음악적 감수성이 놀라운 환자, 수에 대한 특이한 능력을 가진 환자, 그림으로 대상을 소화하는 뛰어난 표현력을 가진 환자, 등이 소개된다. 자폐증 환자 모두가 초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잡음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 몰입하여 살아가는 자폐아의 특성이 이를 가능케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임상 경험을 소재로 흥미있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서술은 과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성향을 보인다. 어디까지가 경험과학적 보고이고 어디까지가 문학적 서술인지 헷깔린다. 그의 서술에서 사실과 허구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 신비한 미적 느낌이 나도록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쓴다는 인상이 들었다.

 

2020. 2. 2. 10:43

Randolph M.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s from the fronter of evolutionary psychology. Dutton. 269 pages.

저자는 'Why we get sick'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정신 의학자로 이 책에서는 진화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설명한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정신 작용이 왜 그렇게 발달하였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고통과 불안은 그러한 상황이나 대상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줄 때 이를 피하도록 우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이다. 인간의 감정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작용하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진화적 자연 선택은 인간의 건강이나 행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후대로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건강이나 행복 추구와 유전자의 번식을 추구하는 것은 불일치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바람을 피며, 인간의 높은 두뇌작용과 욕망은 불안과 고통을 낳는다. 욕망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우리를 몰아가지만, 그러한 욕망에 따를 때 우리는 마음이 평온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불교에서 욕망을 없애면 번뇌가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진화를 통해 선택되온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고통, 불안, 걱정은 정상적인 정신의 작용이다. 화재감지기와 유사하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비적으로 우리를 조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이 없다면 위험 상황에 무모하게 처신하다가 사라졌을 것이기에, 진화적 선택은 이러한 감정을 가진 유전자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울증 또한 정상적인 것이다. 상황이 긍정적이면 기분이 뻗쳐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상황이 부정적이면 기분이 침잠하여 노력을 줄이도록 만든다. 의식상으로는 이러한 실패와 좌절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도, 우울한 감정이 그를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헛되게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상황이 나쁠 때 우울한 감정이 들고 뒤로 물러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나 목표가 많으므로 우울증은 이에 대처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기제이다. 불가능한 역경에 처해 우울증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계속 열심히 밀고나간 사람은 결국 쇠해서 퇴출되었을 것이기에, 그러한 유전자는 우리에게 남겨지지 않았다.

많은 정신적인 문제는 두뇌나 유전자의 특정한 결함이나 병원균과 같은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정신적 문제를 낳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족이 학대를 한다거나, 직장 일이 좌절된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거나, 신뢰하던 사람으로부터 배반을 당했다거나, 피할 수없는 곤경에 빠진 경우, 우울증, 집착, 질투, 슬픔, 분노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이 되는 상황이 해결되면 정신적 문제가 사라진다. 약으로 이런 정신적 문제가 치료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심리적인 적응의 전략으로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나의 의도를 숨기고 가장하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여 대응하는 복잡한 두뇌작용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나의 실제 의도를 숨기는 자기 기만이다. 진화적 선택은 인간이 자기기만을 능숙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 기만은 완벽치 않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유발한다. 자기 기만은 무의식을 억압하는데, 무의식의 감정과 생각이 외곡된 형태로 나타나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인간의 성적인 행위는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에 종종 부적절한 성관계와 성욕구로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강력한 질투심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감정이다. 거식증은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욕망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느 정도에 이를 때까지는 진화적 생존을 높이는 순기능을 초래하나, 감정이 지나칠 경우 당사자를 해치는 역기능을 가져온다. 왜 어떤 사람은 감정이 지나치게 흐르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결합하여 그러한 변이를 낳는다.

다이어트를 할 수록 우리의 몸은 기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생리작용의 강도를 늦추고 영양소를 더 갈구하도록 만든다. 주위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다이어트를 실패하도록 만드는 환경이다. 비만이란 우리의 조상이 살던 환경에 맞추어 만들어진 우리의 몸이 현대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상황과 맞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신분열증과 자폐증은 복잡한 사고와 감정의 작용을 처리하도록 우리의 두뇌가 진화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두뇌를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복잡한 것을 처리하도록 만들수록 소수에게지만 그것이 잘못될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 책은 주석만 70쪽이 넘으며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이 제시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분명하지만 상세한 이론과 설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정신 의학이 '왜 그렇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타당성이 부정된 상황에서- 증상에 대응하는데만 주력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원인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에 새삼 눈뜨며,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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