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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발전'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1. 31. 11:46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저자는 저명한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정치학계의 고전이다. 개발도상국이 전통사회로부터 벗어나 근대화의 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정치가 발전하는지 서술한다. 전통 사회는 왕과 귀족, 지주, 성직자로 구성된 소수의 지배층이 지배했다. 전통적인 정치체제는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에 의존했다. 권력자가 교체되면 정치도 따라서 바뀌었다. 반면 근대적 정치체제는 정치가 제도적 과정을 통해 수행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치 참여의 범위가 확대되어 상층계급으로부터 중류층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된 것이 민주주의 체제이다. 개발도상국은 어떻게 정치의 제도화와 정치 참여의 확대과정을 거치는가?

저자는 정치가 근대화될수록 폭력과 부패가 사라질 것이라는 단선적인 예측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정치 제도화와 정치참여의 확대라는 면에서 볼 때, 낮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정치 발전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폭력과 부패가 확대되다가 정치가 성숙하고 나서야 폭력과 부패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마치 소득 불평등과 경제발전의 관계와 유사하다. 전통사회에서는 정치 제도화가 안되어 있고 정치 참여도 매우 제한적이므로 정치가 불규칙하게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한다. 정치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증폭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 참여가 정치 제도화보다 앞서 나가기 때문이다. 정치 제도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진전되는 반면,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식민지 통치로 벗어나자 마자 정치와 경제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정치 참여를 분출한다. 정치 발전 초기단계의 엘리트와 중류층은 정치 선진국의 정치를 유학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자신의 나라의 정치와 경제 수준의 수용 범위를 넘어 요구하고 정치 참여를 한다.

전통적 정치체제로부터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다. 정치의 제도화는 아직 충분치 않은데, 사회세력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확대될 때 집단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이 발생한다. 정치가 제도화되면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정당이나 이익단체를 통해 여과하여 조정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할텐데, 이러한 여과 조정 장치가 없기 때문에 집단들의 요구는 기존 권력과 부딛치고 또 집단들 서로간에 부딛치면서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폭력은 정치 참여가 확대되는 정치 근대화 과정의 일부이다.

폭력과 마찬가지로 부패 역시 정치가 근대화되는 과정의 일부이다. 전통사회에서는 경제권과 정치권이 분화되어 있지 않았고 정치 권력은 권력자의 인적인 지배의 성격이었으므로, 부패,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것,- 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의 제도화에 따라 공적인 정치 행위와 관료의 행정이 담당자 개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인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 부패란, 사회적 세력, 특히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편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적 세력의 요구를 수용할 정치적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으므로, 정치인과 관료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이들의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데, 이들이 사회세력의 요구를 수용하는 댓가로 받는 뇌물이란 바로 이들의 판단과 책임에 대한 보상이다. 만일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에게 뇌물을 건네주면서 사회세력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경로가 차단된다면, 사회세력의 요구는 결국 쌓이고싸여 폭력과 혁명으로 폭발할 것이다.  사회세력의 요구를 걸러주는 정치 제도가 잘 작동하면 뇌물이 들어설 자리는 사라진다. 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은 뇌물을 주는 대신 공식적 정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군부는 전통사회에서 가장 잘 조직화 되어 있고 가장 잘 근대화되어 있으므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정치개혁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집단들 사이에 세력 충돌이 발생하여 혼란이 벌어질 때, 군부는 질서의 회복을 주창하면서 권력을 잡고, 중류층과 연합하여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정치가 제도화된 단계에 들어서면, 군부는 보수적 가치와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반개혁적 성향을 띤다.

봉건사회는 권력이 소수의 지배층에 나누어져 있었다. 정치 근대화의 출발은 권력의 중앙집중과정으로 시작된다. 왕은 귀족 세력을 견제하고 중류층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면서 권력을 강화한다. 왕은 귀족, 지주, 성직자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근대적 개혁을 주창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강화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중류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유발하여 군주제와 민주적 요구간에 충돌을 낳는다. 한편, 전통사회에서 왕과 관료를 중심으로 권력의 중앙집중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 근대적 개혁은 오히려 지체된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의 상실을 우려하여 밑으로부터의 참여 요구를 적극적으로 억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중앙집중체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왕의 중앙집중 노력에 대한 견제의 목적으로 기존의 지배층들은 오히려 왕에게 개혁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왕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은 집단의 정치 참여와 정치 제도화를 요구한다. 결국 왕과 기존의 지배층들 사이에 알력이 정치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군주제는 정치 근대화에 따라 수세에 몰리고 결국 퇴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정치학 전공자라면 한번은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개발도상국의 정치 발전 과정에 관한 일반론을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중남미와 중동의 사례를 주로 많이 들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소련을 정치적으로 제도화가 잘된 정치 선진국으로 서술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 책이 쓰인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소련이 잘 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았겠지만,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소련은 외견과 달리 속에서 썩고 있었다. 미국은 비교적 정치 제도화가 잘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흑인을 완전히 배제한 미국의 정치는 전혀 건강하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흑인의 배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이 오래전의 일이라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절반쯤 읽고 중단하다.

 

2019. 11. 22. 20:54

Daron Acemoglu and James A. Robinson. 2019. The Narrow Corridor: States, Societies, and the Fate of Liberty. Penguin Press. 496 pages.

Why Nations Fail 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저자의 후속작. 이전의 책이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에 촛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 책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시대를 망라하며 서구에서 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다.

저자는 책 초반에 자신들이 개발한 국가 발전이론을 소개한다. 밑으로 부터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고, 위로부터 국가의 조직과 행정력이 굳건하여, 이 두개의 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견제할 때에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정치체제가 발전한다. 이 두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견제된 국가' (shackled leviathan)이라 칭한다.  국가의 힘이 강력한 반면 사회의 힘이 약하다면 '독재적 국가'(despotic leviathan)로 흐르며, 반대로 사회의 관습과 조직은 강한 반면 국가의 힘이 약하다면 '무정부 상태'(absent leviathan)가 된다.  견제된 국가 체제에서만 국민의 자유는 보장된다. 반면 관습과 부족의 힘이 강한 무정부 상태에는 전통에 포획된 구속 상태에서 살기에 자유가 없으며, 독재적 국가에서는 독재자 집단의 권력 횡포에 눌려 국민의 자유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견제된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은 이 두개의 세력이 어떻게 상호 타협을 잘 해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동태적인 과정이다. 

국가와 사회간의 세력 관계는 자유만이아니라 경제발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자유가 보장될 때에만 시장이 활성화되며 개인의 창의, 기업가 정신, 새로운 발명이 촉진되므로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바로 영국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견제된 국가 체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독재적 국가나 무정부 상태에서는 변화로 인하여 기존 질서와 기득권이 위협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견제된 국가 체제에서는 사회의 요구와 국가의 권력이 균형을 이루므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서로 힘이 확대되는 경로를 밟는다. 사회로부터의 요구가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여 국가의 권력과 행정력이 확대되고, 이에 대하여 사회의 견제 장치가 치밀해지는 선순환을 거친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북구의 복지국가를 예로 든다. 그 나라들은 국가의 역할이 큰 대신 민간의 참여가 높아 서로 균형을 이룬다. 반대의 예로는 아프리카나 남미의 일부 나라들 처럼 국가의 행정력이 미약하고 사회가 분열되어 있어서 국가에 대한 요구나 국가에 대한 효율적인 견제가 가능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랄 만한 것이 없고, 사회의 조직도 미약하여 국가에 대해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는 '유명무실한 국가'(Paper Leviathan) 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에 따라 세계 각국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왜 정치경제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서유럽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그는 게르만족이 민의를 반영하여 결정을 내리던 전통이 서유럽 사회문화 밑바닥에 흐르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이러한 바탕에 기반하여 상인과 산업자본가의 상승하는 세력이 왕권을 견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견제된 국가 체제를 낳았다.

반면 중국은 춘추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의 권력과 질서를 강조하는 법가 사상이나, 혹은 위정자의 도덕적인 정치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이 전 역사 시기를 관통하였다. 중국에서는 밑으로부터의 참여는 간헐적인 폭동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 다만 관습의 구속을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독재적 국가 권력과 결합되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배 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할 뿐이다. 이러한 중국 체제에서는 기존의 관습이나 기존 지배층의 권위에 균열을 가져올 어떻한 변화도 거부한다. 근래 중국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이 일어난 것은 독재적 국가도 어느 정도까지는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와 변화에 대한 개방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중국은 그것이 없으므로 앞으로 갈수록 경제 발전이 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도 역시 카스트의 관습이 정치경제를 지배하는 상태이므로 국가의 역할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결과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며 경제발전에 장애로 작용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한다. 건국의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도입될 수있었던 이유는 남부의 세력을 포섭하기 위한 타협에서 나온 것이다. 대공황 이후에 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수있던 것은 진보주의 시기를 거치면서 밑으로부터의 참여가 높아진 덕분이다. 근래에 세계화와 자동화로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회와 국가의 균형에 틈이 생겼으며 그 틈으로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머리를 들었다. 이들은 기존의 국가 제도를 비하하며 밑으로부터의 참여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포섭하는 정치인이다. 과거에 히틀러가 1치대전 이후 독일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민족주의를 표방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권력을 잡았던 상황과 유사하다.

국가와 사회간의 관계가 윈윈의 관계로 설정될 경우 민주주의가 전개되고 자유가 보장되지만, 둘간에 제로섬의 관계로 싸우게 될 때에 견제된 국가의 경로로부터 이탈할 수 있다. 과거에 그리스의 사례나 오늘날의 대중영합주의의 사례에서 보듯이 견제된 국가의 경로에 있던 나라들도 이 경로에서 이탈하여 독재적 국가의 상황으로 퇴행할 수있다.

이 책은 거의 전세계 주요 지역과 나라들의 역사를 망라하여 종횡무진하면서 논의를 전개한다. 자신들의 이론이 분명하므로, 그렇게 다양한 사례와 시기를 예로 들고 있음에도 설명이 명쾌하다. 대단한 책이다.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두번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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