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Tuckett. 2011. Minding the Markets: An Emotional Finance View of Financial Instability. Palgrave Macmillan. 206 pages.
저자는 정신분석학자이며, 이 책은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자료를 배경으로 금융 버블이 일어나는 기제를 설명한다.
금융자산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가치가 불확실하다. 금융자산 이론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현재의 가치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자산에 대한 과거의 지식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자산의 불확실한 미래 가치는 어떤 확율 함수에 의해서도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이론은 완전하게 작동하는 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실제 시장의 움직임에는 틈이 있으므로, 이 틈을 이용하여 시장 평균 수익율을 상회하는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목적이다.
펀드 매니져는 자신의 투자 행위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기업의 펀더맨탈을 남보다 정확히 파악하여 펀더맨탈에 기초한 가치와 시장 가격 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가치투자를 한다거나, 시장의 단기 출렁임에 흔들리지 않고 펀더맨탈에 기초한 장기 투자를 한다거나, 남들이 못보는 부분, 남들이 가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여 특정 기업의 진실한 가치를 파악하여 예외적인 투자를 한다는 등이다. 펀드 매니져와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고객에게 제시하여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펀드 매니져는 자신이 선택한 기업에 대해 감정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야기에서 이러한 감정적인 애착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엄청난 물건' fantastic object 를 포착했다거나, 주식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움직이면 '배반' betrayed 을 당했다고 느낀다. 금융 자산이란 기본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적 애착 없이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감정"이 그들의 행위를 이끄는 안내자이고 동력이다. 펀드 매니저는 자신이 투자한 자산의 상승과 하락을 항시 감시하고, 업계에서 수익에 따라 펀드매니저에 대한 등수를 매기는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펀드 매니져는 엄청난 감정적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을 살며, 이것이 그들의 일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받아들인다.
금융자산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므로, 그들의 이야기가 투자 성공으로 뒷받침될 때도 있지만, 그못지 않게 투자 실패를 낳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투자 결과에 따라 큰 감정적인 기복을 경험한다. 주식이 자신의 예상과 달리 움직일 때, 펀드 매니져는 자신이 제시한 이야기에 유리한 쪽으로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감정적으로 나누어진 상태' (divided state)로 자신을 방어한다. 즉 시장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의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펀드 매니저 본인 및 투자자에게 그렇게 설명한다. 손실이 지속되면 그들은 결국 직장을 잃기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장기투자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단기에라도 손실이 나면 투자자로부터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대한 펀드 매니져의 감정적 개입과 자기 방어는 심할 수 밖에 없다.
펀드 매니저가 선택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맞다고 확신하며, 반대로 가치가 하락할 때에도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맞다고 믿고, 그 이야기로부터 하락한 이유를 도출하여 자신과 고객을 설득한다. 하락이 지속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고, 그 주식을 손해를 보고 팔고 손 뗄 수 밖에 없다. 금융자산의 미래 가치는 예측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함에도, 펀드 매니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믿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한 믿음이 냉정한 현실과 부딛쳐 깨지면 배반당했다고 느끼고 좌절하는 등 엄청나게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이것이 바로 펀드 매니저로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이다. 어느 펀드 매니져이든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대한 믿음 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객이 펀드매니져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단순히 손실을 입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시장 평균 수익율을 상회하는 것이다. 다른 펀드매니져나 금융 회사보다 우월한 수익율을 기록하지않으면 고객은 떠난다. 펀드 매니져는 기업의 펀더맨털에 기초해 독립적으로 투자한다고 하지만, 다른 펀드 매니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항시 염두에 두면서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다른 펀드 매니져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회를 자신만 놓친다면, 그 또한 부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혼자서만 동떨어지게 행위할 때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펀드 매니져는 대체로 업계의 집단적인 감정 group feel 에 휩쓸려 움직인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일부 펀드 매니져들은 금융기관이 진 과도한 리스크를 염려했지만, 그들 역시 다른 펀드 매니져와 마찬가지로 투자하였다. 펀드 매니저는 업계의 평균을 상회하는 예외적인 존재여야 하며, 동시에 업계의 공통된 투자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되는 모순된 처지에 놓여 있다.
금융시장에 참여자는 각자가 감정적으로 깊이 개입되어 있으며, 집단적인 감정에 쏠려서 움직이므로, 이러한 환경에서 금융시장의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특정 금융자산의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큰 수익을 올리려는 개별적인 욕구와 집단적인 감정이 결합하며, 해당 자산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보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감정적으로 나누어진 상태'를 보일 때, 해당 자산의 위험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다. 요컨대 위험도의 가파른 상승 다이나믹은 금융시장의 참여자가 엄청나게 큰 감정적 개입을 하는데 기인한다.
물론 큰 돈을 벌고 잃는 일에 감정적으로 크게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금융 버블을 막으려면 금융 시장의 참여자가 감정적으로 크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 투자가 '따분한' boring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기회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펀드 매니져와 금융회사의 장기적인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예외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예외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미래 가치가 정말 불확실하다면, 합리적인 방식의 투자 수익은 결국 시장 평균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 펀드 매니징 업계는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야기의 산물에 불과하다. 고객이 그들이 제시하는 환상을 사는 순간, 금융 버블은 만들어지고 언젠가 폭발하는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금융 시장의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기초로 금융 투자 업계를 분석한 흥미로운 책이다. 인터뷰 자료를 읽다보면 펀드 매니저들이 마치 경마판의 말인 듯한 생각이 들며, 그들에 대해 동정심이 느껴진다. 근래에 인덱스 펀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시장의 평균을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에는 감정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 버블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알고리즘 투자에 따른 시장 쏠림은 또다른 문제이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자체는 흥미롭지만 저자의 서술은 매우 읽기 어렵다. 내용의 반복이 심하며, 중언부언 필요 없이 덧붙여 말하는 식으로 글을 복잡하게 구성하여,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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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rik Erixon and Bjorn Weigel. 2016. The Innovation Illusion: how so little is created by so many working so hard. Yale University Press. 238 pages.
저자는 경영컨설턴트들로, 이 책은 서구 경제에서 혁신적인 시도가 사라지는 원인을 탐색한다. 저자는 네가지 원인을 들고 있는데, 자본의 성격이 늙고 있고(gray capitalism), 주식회사의 지나친 관리중심주의(corporate managerialism), 세계화(second-generation globalization), 복잡한 규제(complex regulation)가 그것이다.
서구 경제에서 기관투자가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이들이 소유한 자본의 비중이 늘어나며, 이들은 뮤츄얼 펀드, 연금기금, 보험 등의 기관투자가들을 통해 투자한다. 서구의 경제가 연금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사회(rentier's society)로 변하고 있다. 고령인구 소유의 자본은 젊은 인구 소유의 자본과 투자 성향이 다르다. 고령 인구 소유의 자본은 결과가 불확실한 혁신적 실험을 선호하지 않으며, 안정된, 확실한, 단기적 이익을 선호한다. 그들은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본주의 선호를 반영해야 하기에, 회사는 불확실한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 재무적 관심이 지배하는 회사는 혁신을 통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
서구의 주식회사의 소유는 매우 많은 주주에게 분산되어 있다. 기관투자가가 소유하는 부분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작은 지분을 가진 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자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이익, 즉 자신의 지위를 안정되고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들은 불확실한 실험으로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주에게 인정받기 위해 단기적 이익에 치중하며, 회사가 거두는 이익을 다음 사이클에 혁신을 위해 사용하기보다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돌려주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이 불확실한 혁신보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구의 경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복잡한 규제는 관료들에게 이익이 되며, 기존 시장의 지배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진입장벽을 높게 쌓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서구 유럽은 미리 조심하는 것을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 으로 하는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새로운 사안에 대해 예방적인 규제 preventive regulation 남발하는데, 이는 새로운 실험을 억제하는 독이다. 경제사학자 Mokyer가 주장하는 permissionless innovation가 활발할 때 사회는 발전할 수 있었다. 영국은 과거에 그런 문화를 발전시킨 반면, 서구 이외의 다른 문화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규제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했기에 기술발전이 어려웠으며, 개발된 기술도 사회에 널리 확산되지 못하였다. 유럽은 과거의 혁신적 전통을 버리고 보수적 문화로 돌아섰으며, 미국도 정도는 덜하지만 비슷한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견해나 독특한 시도를 허용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 어느 사회나, 이견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동조하는 것이 편한 길이고 동화를 강요하는 경향이 지배하는데, 이는 혁신을 저해한다. 이견을 허용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연금 생활자의 사회가 경제의 활력을 좀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의 자본을 차별하여 결정권을 주는 제도를 제안한다. 기업가가 작은 비율을 소유하더라도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전체 주식의 18%를 소유하고 있지만, 의사결정권은 57%를 보유하는 식이다. 복잡한 규제가 경제 활력을 질식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줄이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마다 기존의 규제를 폐지하고, 규제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 분야나 기간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있다.
이 책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신문기사를 읽는 느낌이다. 책 전체 중에 건설적인 제안에 관한 논의는 맨 마지막의 7쪽에 불과하다. 결국 절반쯤 읽다 중단하고, 결론으로 뛰어넘었다. 그들의 비판이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옳는 것은 아니기에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논의는 흥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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