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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27. 17:50

Spyros Makridakis, Robin Hogarth, and Anil Gaba. 2009. Dance with Chance: Making Luck Work for You. Oneworld Publications. 333 pages.

저자는 경영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네가지 영역, 즉 건강, 부, 성공, 행복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기존 시도들을 검토하고, 어떻게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실제보다 세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illusion of control).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들에게서까지 의미있는 패턴을 추정하는 오류를 낳는다.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두렵기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려 한다. 세상의 많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료, 투자, 기업 경영 분야에서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 객관적 자료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개입은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정기적으로 신체 검사를 하면 병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검사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 대비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 검사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설사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분야를 예로 들면,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단기 및 중기로 볼 때 랜덤 워크에 가깝다. 헤지 펀드와 같이 펀드 매니져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여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율은 랜덤하게 종목을 선택한 가상의 경우의 수익율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 주식 투자에서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뿐이다. 기업 경영 분야를 예로 들면, 장기적으로 계속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새로운 혁신이 계속 나오면서 과거에 성공하던 기업은 새로 부상하는 기업에 의해 대체된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그분야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이 패턴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extrapolate). 전문가들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됬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데는 무력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들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유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건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며, 위험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변화의 범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통근시간, 특정 시간대에 어느 지역의 전기 사용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의 불확실성, 즉 예측치의 분포의 변이 variation 는 정규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둘째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피해의 규모가 매우 큰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대비하기 어렵다. 대규모 지진, 금융 버블의 붕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도 집합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금융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앞으로도 발생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이 두가지 성격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뒤섞여 있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한 예측치들의 평균을 취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의견, 수리적인 예측 모델, 직관적인 예측,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의견을 모아 평균을 취하면 개별 출처에 의존할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이 걸린 결정의 경우, 한 사람의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기보다, 여러 전문가의 이차 의견을 구해야 한다. 둘째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가급적 단순한 패턴을 추출하여야 한다. 많은 변수의 복잡한 모델을 구축할 경우, 과거의 사건은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면 크게 빗나가게 된다. 이는 머신 러닝에서 "overfitting"의 오류라고 지칭한다. 몇개의 주요 변수만 포함한 단순 모델을 구축할 경우, 이것이 과거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했을 때 크게 빗나갈 위험 또한 줄어든다.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로 부터 몇개의 변수를 사용하여 구축한 단순 모델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사람의 직관을 이용해 예측한 것보다 더 정확하다. 사람들은 인간의 직관이 객관적인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을 파악한다고 느끼지만, 이러한 막연한 느낌은 사람들이 가진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에 불과하다. 인간의 주관적 평가와 직관은 상황에 쉽게 좌우되기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할 때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세번째 방법은, 관련 사건이 속하는 포괄적 범주의 평균을 추출한 다음, 이것에다 개별 사건의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위험의 확율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사건이 포함된 포괄적 범주의 변이에 두배를 곱하여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 방법은 예측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으로, 관련 범주의 기본 수치 base statistics 를 바탕으로 하여 ,개별 상황이나 추가적 정보에 맞게 약간씩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확실성을 줄이려 해도 세상과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위험이 큰 사안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큰 지진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내진 설계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업이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면 파괴적 혁신을 들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 망한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면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라온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큰 규모의 위험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위험에 휩쓸려도 망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처음에 우연의 힘을 막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선언한다.  이책에서 제공하는 지식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체계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인 분석으로 검증하고,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지혜롭게 의사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논의에 반복이 많은 것이 흠이다. 

2020. 2. 25. 12:46

Nassim Nicholas Taleb. 2018. Skin in the Game: Hidden asymmetries in daily life. Random House. 236 pages.

저자는 유가증권 딜러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의 속성을 세상사에 적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에 간여하는 사람이 그 일의 결과, 즉 성패의 위험을 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자신의 일의 결과를 자신이 책임져야 할 때 사람들은 상황을 잘 이해하며, 자신의 역량을 최고도로 발휘하며, 사회 정의가 바로 서게 된다. 반면 일의 결과를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일의 결과가 만들어내는 이익은 자신이 챙기지만 손해는 다른 사람이 지게 하는 그런 구조는 현실을 외곡하고 결국 망하게 되는 길이다.

금융가, 학자, 저널리스트, 분석가, 정책 입안자들은 말로만 일을 할뿐 그 일이 초래하는 실제의 위험을 지지 않거나, 이익만을 선택적으로 챙기고 손실은 남에게 떠넘기기 때문에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지식인은 현상을 복잡하게 설명함으로서 먹고사는 무리이다. 그들은 자신의 말이 맞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 지식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가가 중요한데, 지식인들은 복잡하게 보여야만 마치 중요한 것을 하는 듯이 보여서 먹고살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외곡하는 일에 공모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헬스장에서 근육의 힘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복잡한 기구를 잔뜩 들여 놓지만 막상 바벨은 없다. 가장 단순한 바벨이 근육의 힘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헬스장에 있는 복잡한 기구는 특정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특정 부위를 재활시키는 목적의 것이다.

그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근육의 힘을 단련시키는데 바벨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지적은 맞지만, 복잡한 기구는 근육의 힘을 단련시키는 목적만은 아니다. 단순한 반복과 권태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에 대응한 수단이다.  전문가가 복잡한 설명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은 '냉혹한 사실'(brute fact)을 원하지 않는다. 설사 복잡한 설명이 맞지 않더라도 냉혹한 사실의 냉혹함을 감추어주는 이야기꾼의 복잡한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냉혹한 현실과 실패의 쓴맛을 잊고 위무받는다. randomness 의 냉혹함을 똑바로 바라보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왜 나에게 이런일이?'(why me?)라는 질문은 정확한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위무를 원하는 것이다. 전문가와 종교인이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부응해 위무를 제공한다.

지식인보다는 상인, 사업가, 장인이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상인, 사업가, 장인은 일의 실패 위험을 본인이 지며 실제 가치있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반면, 지식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위험을 지지 않으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에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말이나 생각보다는 행위와 결과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무엇을 하는지, 세상이 정말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은 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전문가가 어떻게 진단하는지가 아니라, 세상이 작동한 결과에 주목해야만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있다. 시간의 시험을 통과하여 살아남은 것만이 합리적인 것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탈락하기 때문이다. 생존의 시험만이 일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세월의 시험을 통과한 할머니의 지혜가 사회과학자의 분석 결과보다 더 값지다.

평균으로 계산한 위험의 확률은, 드물지만 한번 닥치면 큰 피해를 주는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일상의 위험 중 후자의 것이 많은데,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직관적으로 알기에 피한다. 이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의 성향으로 나타나는 데, 이러한 인식의 편향성(bias)은 생존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 진화의 결과 이런 성향을 가진 생물만 살아남았다.

저자는 간접 경험의 지혜를 인정하지 않는데, 인간의 지식의 발전은 사람들의 직접경험이 간접경험으로 축적되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자연과학이나 기술의 세계만이 아니라 사회과학에서도 위대한 발견과 지식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스 시대보다 오늘날 사회에 대한 이해가 더 높으며, 덜 폭력적이며, 비참이 덜 하고, 더 잘살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말로 먹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지적처럼 필요없이 현상을 복잡하게 외곡하며,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비겁자라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지식 행위 전반을 부정하는 저자의 반지성주의에는 동의할 수없다.

이 책은 잠언집의 성격이다. 권력자와 전문가 집단의 권위와 위선에 대해 도전하며, 냉소적인 에피소드와 경구적인 발언으로 채워져 있다. 그가 쓴 기존의 책의 메시지를 반복한다. 그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가치있지만, 책 전체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별 상상력없이 반복한다. 그는 겸손하고 독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라틴어와 수사를 계속 나열하는 것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는 저자 자신이 권위를 탐하는 행위이다. 그가 조금더 친절하고 겸손했다면, 사람들이 그의 지혜에 눈을 떠서 덜 어리석게 살아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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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Silver. 2012. The Signal and The Noise. Penguin Books. 454 pages. 

저자는 선거예측 사이트인 FiveThirtyEight.com의 운영자로, 2012년 오바마가 선출된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50개 주의 선거결과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냄으로서 하루 아침에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예측의 달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의 예측의 기술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그의 예측 기술의 핵심은 베이즈 공리, 즉 조건부 확률 이론에 입각한 통계적 예측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에 입각하여 확률적 예측을 한 후, 새로운 유용한 정보가 나타날때마다 예측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야구를 매우 좋아 하였으며 야구 결과를 예측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관심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야구 결과 예측모델을 개발하여 프로야구단에 판매하기까지 하였다. 미국 프로야구는 극도로 정량화된 세계이다. 선수 개개인의 타율, 출루율, 방어율, 투수의 삼진, 사구 비율 등과 같은 기초적인 지표에서부터 개개 선수가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에 대해 상세한 지표가 개발되어 수십년간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선수 개개인의 평가와 선발에 사용되며, 팀의 승패를 예측하는데 이용된다. 스포츠 선수 트레이드 시장이나 스포츠 게임의 승패를 두고 내기를 하는 시장 또한 규모가 크다. 이 책에서는 야구의 선수의 업적과 게임의 승패를 예측하는데 관한 설명이 다양한 사례를 사용하여 자세히 제시된다.  

예측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유용한 정보이고 어느 것이 랜덤한 요소인지를 구분해내는 일이다. 그는 이를 신호와 소음이라고 지칭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들로부터 유용한 패턴을 추출하는 작업은 단번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점차로 정확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가용 정보를 기반으로 가능성이 높은 패턴, 혹은 가설을 만들고, 전개되는 사건이 이 패턴에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에 따라 점차적으로 조정을 해가는 작업. 이는 다름아닌 과학적 연구방법이다. 발생한 일 중 많은 부분은 랜덤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랜덤하게 발생한 것을 패턴으로 혼동하기 쉽다. 무엇이 랜덤한 요인이고 무엇이 유의미한 패턴에 의해 발생하는지 사전에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의 두번째 직업은 포커 도박사였다. 포커 게임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상대의 패의 범위를 읽어내고, 자신이 가진 패의 승률을 면밀하게 계산하여 콜을 할것인지, 상대의 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죽을 것인지를 판단해 낸다. 저자는 한 때 상당한 돈을 따기도 했으나, 프로 도박사의 세계에서 자신의 역량의 한계를 깨닫고 손을 떼었다. 이 책에서 포커 게임의 원리와 전문 도박사들이 어떻게 승율을 따지는지에 대해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저자를 유명하게 한 것은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즈에 그의 예측 결과를 보고하는 칼럼을 쓰게 되었는데, 그것의 정확도가 어느 다른 선거 예측전문가 보다 높게 나타나 단번에 눈에 띠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모든 여론 조사를 반영하고,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모든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선거 시점으로 다가갈수록 유용한 정보의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랜덤한 요인의 작용은 줄어들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도는 얼마나 선거에서 멀어져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선거 예측 모델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마도 저자는 선거 결과 예측에 관해 별도의 책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거나, 혹은 현재 잘 나가가고 있는 사업의 비밀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또다른 예측 사례는 기상예측, 지진 예측, 기후변화, 이다. 저자는 이 주제에 관해 쓰기 위해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풍부히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의 예측 또한 제법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고 하는 펀드들이 얼마나 시장 평균에서 벗어나는지, 모든 가용한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고 하는 완전시장가설이 얼마나 타당한지, 주가의 변동에서 유용한 패턴과 랜덤한 요소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설명이 제시된다. 이외 테러 발생 예측에 대한 설명도 별도의 장에서 전개한다. 

야구 승률 예측에서 시작하여 포커 도박사를 거쳐 선거 결과 예측으로 성공한 저자가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예측의 기술에 대해 솔직히 설명한 이 글은 제법 흥미롭다. 확률 이론서나 통계 교과서처럼 수식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설명이 체계적이며 관련 이론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보유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사례를 설명하는 서술에서 읽을 수있다. 그가 예측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읽다보면 예측이란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한 이성을 필요로 하는데, 예측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준에 도달한뒤 조금 더 나아가려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약간의 향상을 이룰 수있는 지난한 작업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그렇게 엄청나게 노력하여 성과를 거둔 사람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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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Mlodinow. 2008. The Drunkard's Walk: How randomness rules our lives. 219 pages. Vintage Books.

인간은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항시 패턴을 찾으려 한다. 패턴을 파악하여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든 일은 패턴, 즉 규칙에 따라 전개된다는 믿음은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사는 사람은 체계적인 관찰을 통해 자연 현상의 규칙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므로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체계적이며 경험적인 관찰이 타당한 탐구 방법으로 수용되면서 자연 현상의 규칙을 발견함과 함께, 세상은 랜덤한 요소, 즉 우연적 혹은 임의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확률적인 규칙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랜덤, 즉 임의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확률 이론과 통계학의 발전 과정을 짚어 본 과학사 책이다. 확률론은 수학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지만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확률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도박사의 승률 계산에서부터 시작된 확률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복권의 구조, 스포츠의 승률, 증권 가격의 움직임, 재판에서 평가되는 증거의 타당성, 사업 성공의 확률, 측정의 오차, 속성의 분포, 등등. 우리 삶에서 확률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저자는 삶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확률의 원리를 적용하면서 통찰력을 제공하려고 한다. 

세상의 일은 개인의 능력, 환경적 요인, 랜덤한 요소, 이렇게 세가지가 결합되어 전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랜덤한 요소를 과소평하하는 반면, 개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뮤츄얼 펀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이십년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기록한 회사가 사실은 랜덤한 요소가 작용하여 그렇게 되었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수년 동안 뛰어난 사업 성과를 낸 회사가 CEO의 특출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음을 입증힌다. 반대의 경우, 즉 수년 동안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회사 또한 CEO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다. 세상일은 랜덤한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 보면 필연인 것 같고 규칙성을 추출해내지만, 그러한 사후적으로 추출한 규칙을 적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면 거의 빗나간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한 계기 때문에 인생의 진로가 바뀐 경우가 많은 것을 볼 때, 인생사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랜덤한 요소를 거부, 내지 과소평가하는 반면 개인의 통제 가능성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에, 일의 진정한 전개 원리를 외곡하여 인식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우리의 현실 인식이 크게 외곡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사의 전개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면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허사가 아닌가 하고 질문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랜덤한 요인 때문에 실패할 수 있고, 랜덤한 요인 때문에 성공할 수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여러번 시도한다면 결국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성공의 확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조금만 더 노력하였다면 거듭된 실패 끝에 성공이 찾아올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 중도에 중단하여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확률적인 승률을 실현하지 못한다. 반면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은 단 한번의 시도에서도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예외적인 성공을 랜덤한 요인 때문에 거두기도 한다. 개별 사례가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지만, 많은 수가 모일 때, 즉 여러번 반복될 때 확률적인 규칙성이 적용되므로, 이는 인간사에 희망을 준다. 여러번 실패한 사람이, 여러번 시도해본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통찰력을 주는 흥미있는 읽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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