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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2건
2012. 8. 18. 21:38

  운을 타고난 사람은 어떻게 해도 잘 된다고 했던가? 근래에 미국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새로운 종류의 천연가스가 엄청나게 많이 매장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쉐일 가스”(shale gas)라고 부르는 것으로 지하 수 킬로미터의 암반 사이에 고여 있는 천연 가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매장량을 추정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이를 지상으로 끌어내는 기술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수년전에 ‘프래킹’(Fracking)이라는 새로운 채굴 기술이 미국에서 개발되면서 새로운 자원의 보고가 열리게 되었다. 프래킹이란 지하 수 킬로 미터를 수직으로 파이프를 박은 다시 수평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가 물의 압력을 이용해서 쉐일 가스를 품고 있는 바위를 부순뒤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Economist_NaturalGas.hwp





현재 세계의 주에너지원은 화석 연료이다. 석탄과 석유가 주를 차지하며 핵 에너지가 다음을 차지한다. 천연 가스는 매장량이 많지 않고 취급하기 어렵기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쉐일 가스의 발견으로 천연 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새로이 등장 할 수도 있다. 현재 사용되는 매장량이 많지 않고 호주, 인도네시아, 중동, 시베리아 혹은 북해 바다 밑 등에서 주로 생산되어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다. 채굴 비용에 비하여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높으며 폭발의 위험도 높다. 새로운 종류의 천연가스인 쉐일 가스는 현재 알려진 매장량만 기존의 천연가스의 수십배에 달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에 특히 많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 나라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

석유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은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으로 흥분에 들떠있다. 현재 쉐일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몬태나의 작은 마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임시 숙소가 사방에 들어서며 생필품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마치 과거에 금광붐이 불었을 때처럼 말이다. 미국에서도 아직은 쉐일 가스를 채굴하는 초기단계이지만, 조만간 이 가스가 많이 매장된 중서부나 서남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가스를 채굴하면 주변 산업단지에서 이 가스를 많이 소비할 것이다.

가스는 석유와는 달리 운송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그러나 쉐일 가스를 액체 상태로 하여 파이프를 통해 육상 운송할 경우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수년내 쉐일 가스의 채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미국의 에너지 비용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값싼 에너지를 이용하며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흥할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본 중국 다음으로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쉐일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것이 풍요로운 자연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천연자원이 풍부히 매장되어 있고 온화한 기후에 경작 가능한 토지가 매우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것이 미국인이 잘 살게 된 주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재화가 토지임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강점은 명확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다른 어느 곳보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어 하며, 몽골의 끝없는 평원을 보고 흥분한다. 유럽계 이민자들은 북미 대륙에 건너와 원주민을 몰살하고 그곳을 하느님이 자신들에게 축복을 내린 땅이고 자신을 하느님의 선택받은 자라고 굳게 믿었다. 아직까지는 그들의 믿음이 계속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인이 유럽인보다 특별히 신앙심이 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사는 정의의 편이라는 말은 부정의한 세계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을 위안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란 생각도 든다. 

미국을 관찰하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는 헐벗은 나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미국과 같이 끝 모르게 풍부한 자원을 캐내면서 흥청망청 살아가도록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적 자원'을 잘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저출산 타령만 하면서 여성들을 하릴 없이 집에 묵히고, 사람들을 젊은 나이에 은퇴하도록 하고, 경쟁에서 탈락하면 매몰차게 저버리는 우리 사회는 아직 갈길이 멀다.   

 

2012. 3. 22. 12:07

  이코노미스트지의 핵 에너지 특집호는 “실패한 꿈”이라는 머리기사로 시작한다. 핵 에너지는 인류의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묘한 존재다. 화석 에너지는 조만간 고갈될 것임을 모두 알기에 대체 에너지를 찾으려 노력한다.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에너지 등 환경론자가 선호하는 대안은 현재까지는 화석 에너지의 대체 수단으로 한계가 있다. 기술 수준이 낮아 비용이 많이 들거니와 무엇보다 산발적으로 소량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방식은 현재의 산업 구조와 잘 맞지 않는다. 현재의 산업구조는 집중하여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체제가 잡혀있다. 반면 핵 에너지는 화석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집중적인 방식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으며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생산비가 저렴하다. 안전 문제만 아니라면 핵 에너지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다.


  핵 에너지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기에 저주를 받고 태어났다. 우주의 엄청난 에너지는 모두 핵 에너지이지만, 그 규모가 엄청나기에 인간에게 피해를 줄 위험성이 현재까지는 이익을 상쇄하고 있다. 핵 에너지 개발이 핵폭탄 개발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인류가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원을 관리할 기술과 사회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핵 에너지관련 기술 발전이 느린 것은 이유가 있다. 핵 에너지를 연구한다고 하면 바로 핵폭탄을 연상하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저지된다. 소수의 나라의 허가받은 기관이 아닌한 함부로 핵에너지를 연구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없다. 사실 무서운 것일수록 피하기보다 그것을 잘 다루어 유용하도록 만든 것이 인류 발전의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와 아이디어가 결집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핵에너지 개발은 그러한 발전의 과정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사실 핵 에너지의 문제는 기술 못지않게 사회적인 문제이다.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도 관리를 잘 하면 어느 정도는 쓸만하며, 휘험 요소를 모두 숙지하고 사회가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분배한다면 핵 에너지 개발에 찬성할 사람은 훨씬 많을 것이다.  핵 에너지 개발의 과정에서 피해를 누가 분담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대부분의 사회는 이를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에너지의 혜택은 힘 있는 사람이 누리면서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떠않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기에 핵 에너지는 사회 갈등의 씨앗인 것이다. 북구의 나라들과 같이 이익과 위험을 사회전체가 합의에 따라 공동 분담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면 핵 에너지는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나는 솔직히 서구 환경론자의 주장에 그리 동조하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자신들은 편안하게 살고 많이 소비하면서 환경 친화적인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위선적인 태도이다. 자신의 소비를 줄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를 나누어준다면 지구의 환경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원인 핵 에너지를 포기하는 대신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채택하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이 풍요롭게 사는 서구인의 삶의 방식은 수정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생활을 지속하면서 대양열이나 풍력을 주 에너지원으로 한다면, 그러한 설비 자재를 생산하는 데 훨씬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하며 온 산천은 태양광 집열판과 풍력 프로펠라로 뒤덮일 것이다.

  "Small is Beautiful"이라는 철학을 정말 신봉하는가? 적게 먹고 적게 싸는 삶이 바람직하다는 이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한다. 좀 더 잘 살고 싶고 좀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 사실 일인당 소득이 4만불을 넘는 선진국의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지금보다 조금 덜 풍요롭게 살아도 괜찮다. 그러나 세계 70억 인구 중 90%이상은 1만불도 안되는 소득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느 정도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다. 핵에너지의 엄청난 매력에 등을 돌릴 수 없는 이유이다. 이들을 서구인 수준으로 생활하도록 하려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의 기술과 사회체제로는 불장난에 가까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핵에너지 개발에 좀더 투자해야 한다. 중국이 핵에너지에 몰입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엄청난 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기 위해 아무리 위험이 크더라도 핵 에너지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기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핵 에너지 개발의 피해는 주로 힘없는 사람이 떠않고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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